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검사. 어제자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그동안 어떻게 진행됐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사진 속 우 전 수석은 피의자가 아니라 후배 검사에게 명령을 내리는 검찰 간부의 모습이다. 수석직에서 물러났는데도 이 정도이니 현직 때는 그 위세가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 전 수석은 조사받기 전 수사팀장인 윤갑근 고검장에게 차 대접도 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당시 대검 중수부장(지검장급)이 준 차를 마신 것과 비교하면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예우가 전직 대통령보다 더 높은 셈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 8일 (출처: 경향신문DB)

검찰은 “우 전 수석은 당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부장검사가 팀장에게 보고하러 간 사이 후배 검사·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기밀 유출 의혹을 받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도 조사 전 차를 대접받았다”면서 특별 대우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검사나 고위 공직자 출신이 아닌 일반 피의자에게도 이렇게 친절한지 되묻고 싶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우 전 수석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볼 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별수사팀은 출범 두 달 반이 넘었지만 우 전 수석 자택·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을 하지 않았다.

윤갑근 수사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우 전 수석을 어제 출국금지 조치했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던 검찰이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궁지에 몰린 검찰의 꼼수지만 검찰에는 마지막 기회다. 이번 사건은 특검이 예정돼 있다. 검찰총장 직속의 초대형 수사본부가 나섰는데도 밝히지 못한 사실이 특검 수사로 드러난다면 검찰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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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어제 검찰에 소환됐다. 우 전 수석 조사를 위한 특별수사팀이 출범한 지 두 달 보름 만이다. 우 전 수석은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가족회사 자금 횡령, 강남 처가땅 특혜 매각, 경기 화성땅 차명 보유, 공직자 재산 허위신고, 의경 아들의 ‘꽃보직’ 압력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우 전 수석 수사에 손을 놓고 있었다. 검찰 수사는 오히려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이나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를 겨냥했다. 윤갑근 대구고검장 등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수사를 맡은 것부터가 문제였다. 오죽했으면 우병우의 ‘셀프수사’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면 검찰은 이미 우 전 수석에게 면죄부를 주고 사건을 종결했을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스포츠재단을 통해 롯데그룹에서 70억원을 뜯어낸 최순실씨가 검찰의 롯데 압수수색 직전 서둘러 돈을 반납한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상황을 손금 보듯 알고 있는 우 전 수석의 도움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직무유기 책임도 크다. 우 전 수석이 제 역할을 했다면 최순실씨의 각종 패악질은 미수에 그치거나 진작에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와의 인연 때문에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도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사건을 기존 수사팀이 아닌 특별수사본부에 맡겨 몰래 변론 등 개인 비리는 물론 최순실씨와의 커넥션 의혹까지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이것이 나라가 살고, 검찰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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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씨와 연루된 청와대 참모진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실패했다. 최씨가 국정을 맘 놓고 주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 대통령과 청와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의 대상일 뿐이다. 국가비밀 보호 운운하며 검찰과 대치하거나 협상을 벌일 위치에 있지 않다. 시민들의 더 큰 저항을 부를 행태만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을 유출한 것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은 지난 29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청와대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청와대는 법률상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며 자료 제출로 맞섰다. 검찰은 자료가 부실하다며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30일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공무상 비밀이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에 비밀문서가 보관돼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청와대 논리는 코흘리개에게도 통하지 않을 망발이다.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 주요정책 등 극도 보안이 요구되는 자료가 흘러가도록 도왔고 그가 청와대 인사권까지 휘두를 수 있도록 방기한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말이 안된다. 민간인 최씨의 권력이 검찰 수사권보다 센 것이냐는 질문에 무어라 답할 것인가. 최씨의 국정농단은 과거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권력형 비리와 차원이 다른 전례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 탄핵을 요구하며 분노를 분출하고 있는 것도 바로 대통령이 몸통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검찰의 수사의지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고발이 이뤄진 지 27일 만에야 수사에 나섰고 청와대 눈치만 보다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은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자료 협조에 소극적이라며 청와대에 목소리를 높이다 돌연 “청와대가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갈등 진화에 나선 건 청와대에 굴복한 것과 마찬가지다. 안 수석과 우 수석, 문고리 3인방이 30일 물러났기 때문에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이들이 사용했던 청와대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청와대의 증거인멸 시도를 도와주다간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아도 시민은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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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어제 “검찰도 (의혹을) 덮고 특별감찰관도 제대로 파헤칠 수 없다면, 특검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우 수석을 감찰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활동이 사실상 벽에 부딪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 측에서 자료를 넘겨주지 않고 관련자들이 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정권 차원의 ‘우병우 지키기’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8월16일 (출처: 경향신문DB)

기실 특별감찰은 제대로 이뤄진다 해도 반쪽짜리다. 부동산 거래·몰래 변론 등 우 수석이 현직에 오르기 전의 비위 의혹은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감찰관의 핵심 감찰 대상은 의경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 정도이다. 청와대와 관련 부처·기관들이 이런 ‘곁가지’ 규명에조차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우 수석에 관한 한 어떠한 흠집 내기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필사적 의지가 감지된다.

때마침 이 특별감찰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기자에게 감찰 상황을 누설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심상치 않다. 이 특별감찰관은 누설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또한 설사 기자와의 대화가 있었다 해도 당사자가 대화 내용을 제공했을 리 만무하다. 도청이나 해킹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신비밀 보호를 강조하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표변해 특별감찰관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라고 요구하는 게 낯뜨거운 이유다. 비리 의혹의 당사자는 건재한데, 그 의혹을 조사 중인 특별감찰관에겐 결백을 입증하라는 말인가. 본말전도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결국 이 모든 사태의 진원지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 경질 요구를 외면한 채 감싸기로 일관하면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내칠 경우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질까 우려하는 듯싶다. 하지만 단견이다. 시민이 거부하는 우 수석과 기어코 함께 가려는 것이야말로 레임덕을 앞당기는 일이다. 새누리당 소속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지금 민정수석 문제로 매일 떠들지 않나. 국민 여론은 이러면 안된다는 것이다.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우 수석 경질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금 참모 한 사람 구하겠다고 시민 전체와 맞서 싸우고 있다. 그 사이 국정 난맥은 심해지고 정부의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보다 ‘우병우 지키기’가 중요한가. 우 수석 없이는 권력을 유지할 자신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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