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최순실의 시간, 퇴행의 한 시대가 간다. 극복해야 할 불평등 사회와 위험 사회, 개혁해야 할 재벌체제와 정치제도. 넘어야 할 산은 한둘이 아니다. 민심은 부패하고 부정한 권력을 결국, 폐기할 것이다. 그 자리에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절실히 맞이할 것이다. 광장은 칼바람 속 오늘도, 가능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다양성 존중과 생태계 순환’의 강령을 따르는 필자는 탄소 중독과 핵 몰입 사회를 넘어서는 녹색 세상을 상상한다. 그리고 동시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과연 녹색으로의 삶, 녹색으로 지속되는 사회 시스템은 가능할까. ‘잘 가라 핵발전소’는 환경운동가의 공허한 구호이며,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환경 엘리트의 자기만족적 환경보험은 아닐까. 녹색은 지속가능한 세상의 보편적 가치인가.

‘탄핵 다음 탈핵’이라고 한다. 부정한 세상을 접고 위험 사회를 극복하자는 의지다. 우리는 2011년 3월11일, 6년 전 후쿠시마를 생생히 기억한다. 일본 동북부 지방을 몰아친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붕괴됐다. 전원이 끊기면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렸고 콘크리트 외벽은 폭발했으며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은 불탔다. 방사성물질은 태평양으로 대책 없이 퍼졌다. 후쿠시마 참사 6주기의 교훈은 담장 너머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전인 월성 1호기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명연장 결정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어린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7일, 서울행정법원은 핵발전소와 관련한 유례없는 판결을 내렸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승인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는 것인데, 수명연장 승인절차가 위법하다는 게 이유다. 나아가 1심 재판부는 ‘핵발전은 과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인가’라는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졌다. 후쿠시마 사태와 경주 지진처럼 핵발전소 참사는 우리와 너무도 가까이 있고 그 위험이 바로 지금,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탄핵 이후 19대 대통령 선거는 안전 사회를 위한 ‘탈핵 약속’의 광장이기를 희망한다.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겠다는 약속, 지진의 직접 영향권에 건설 예정인 신고리 5~6호기의 백지화 약속,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금지한다는 약속, 월성 1호기의 조속한 폐쇄 약속. 이 정도가 ‘탈핵 약속’의 기본이 아닐까. 우리는 ‘탈핵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그러면 녹색 세상을 향한 탈핵 다음의 로드맵은 뭘까.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나아가 ‘그린칼라 체제’를 예측할 수 있겠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란, 우리 생활의 가장 근간이 되는 전력은 생태적이며 정의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석탄화력과 핵발전은 위험 사회를 지속할 뿐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그린칼라 체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발판으로 심각한 환경파괴와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를 동시에 극복하자는 제안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500만개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를 제안한 반 존스의 책 <그린칼라 이코노미>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인 탈핵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은 자본주의 경제를 넘어 그린칼라 체제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상상해 보라. “보다 환경친화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블루칼라 노동자”의 모습을.

녹색으로의 삶은 선택이 아닌 우리의 존재 그 자체이다. 녹색은 좌와 우,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녹색 세상으로의 변화는 다 함께 살기 위한 필연이며 마지막 길이다. 낡은 왕조의 유물이 가고 찬란한 봄이 온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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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이 경북 경주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환경·시민단체 80곳과 원전 근처 주민 등 2100여명의 국민소송단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수명연장 무효 소송에서 국민소송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15년 2월27일 원안위가 수백만 시민의 안전을 경시한 채 기습 표결 처리한 지 2년 만의 사필귀정이다. 재판부는 운영변경 내용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운영변경 허가를 과장 전결로 처리한 점, 결격사유가 있는 원안위 멤버가 두 명이나 의결에 참여한 점, 월성 2호기에 적용한 캐나다의 최신 안전기준을 1호기에는 적용하지 않은 점 등을 취소 사유로 모두 인정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자력발전소인 ‘월성1호기’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명연장 결정은 위법하다며 취소하라는 판결이 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확인 국민소송대리인단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확인했듯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참화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것도 30년 수명이 다 된 노후 원전을 재가동하는 일을 이렇게 남이 볼세라 얼렁뚱땅 처리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수백만 주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의 안전성 평가서는 철저히 비공개됐다. 이른바 원전마피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개입 정황도 드러났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고 김영한 청와대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2014년 6월17일자)에는 ‘월성 1호기-수명 10년 연장’ 메모가 적혀 있었다. 8개월 후 수명연장을 결정한 당일 원안위원들에게 ‘오늘 통과시킬 것’이라는 청와대 전화가 걸려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른바 원전마피아와 청와대의 입김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이번 판결은 이제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원전 문제를 더는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엄중한 경고라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줄이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런 마당에 정부는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고, 고리 5·6호기까지 신설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좁은 국토에 원전만 30기가 가동될 계획이니 가히 원전지뢰밭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경주를 중심으로 570차례가 넘는 지진이 일어났다. 0.68기가와트에 불과한 월성원전 1호기가 당장 폐로되더라도 전력수급에는 영향이 없다.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월성 1호기를 폐기하는 절차를 즉각 밟아야 한다. 이번 판결을 원전정책을 바꿔 탈원전국가로 가는 첫걸음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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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격납용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았듯이 원전의 가장 중요한 안전설비 중 하나다. 원자로가 녹는 상황에서도 격납용기가 적절하게 기능했다면 사고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계속운전을 위해 새롭게 인허가 승인이 되는 시점에서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적용된 안전기준이 계속운전 시점에서 적용되는 최신 안전기준과 차이점을 분석·평가해 최신 안전기준 수준으로 개선시켜야 한다(원자력안전법 시행령 38조 2항).

중수로는 매일 사용후연료를 배출하는데 이때 격납용기의 압력경계인 볼밸브가 열려서 40분 격납용기가 개방되면 유일한 격납용기 압력경계가 물(수두 3M)이 되고 이 물이 견딜 수 있는 압력은 고작 대기압의 3분의 1 수준이므로 격납용기 압력경계가 매우 취약한 상태로 노출된다. 이를 감안해 1990년대 초에 설계되어 현재 가동 중인 월성 2·3·4호기에는 R-7을 적용해 격납용기 수문과 주증기관격리밸브와 함께 격납용기 관통배관 이중 차단밸브 설치 등 압력경계 강화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격납용기 안전요건인 R-7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계속운전심사보고서를 작성, 지난해 10월2일 공개하고, 문제없다는 검토보고서를 전문위원회가 지난 1월15일 제출했으며 결국 지난달 26일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안전성 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의견 개진, 기자회견과 원안위 회의에서 참고인 설명, 국회 공개토론 등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자료 공개도 하지 않고 문제없다는 일방적인 답변으로 시종일관하다 지난달 26일 35차 원안위 회의에서 합의없는 표결로 계속운전을 강행시킨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해 매우 통탄스럽게 생각한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월성 2·3·4호기의 안전수준에도 못 미치는 30여년 전의 취약한 설계를 개선 없이 통과시킨 것은 우리나라 원자력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계속운전 승인과정에서 규제기관은 자료 공개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믿어달라, 월성 2·3·4호기에 적용된 R-7이 안전성 개선에 효과 없다, 국민 눈높이 안전 요구는 돈이 많이 든다, 월성 2·3·4호기에 적용된 R-7은 우리나라 요건이 아니므로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는 적용이 불필요하다 등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독립된 입장에서 안전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모습이 아니라 경제성과 사업자 입장에 치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폐쇄적이고 독립성도 없이 진흥에 의해 안전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달 27일 새벽 1시10분쯤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청객들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표결 강행에 항의하자 원안위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_ 연합뉴스


품질 문서 위·변조, 각종 원전비리 등 구조적인 문제로 최근 총체적 비리의 온상으로 비치고 있는 원전산업계가 그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추진했다는 안전과 청렴을 위한 자정노력에 실제로 어느 정도 효율성과 진정성이 있는지도 의문시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현안임에도 일부 과학기술자 및 극소수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무기로 원전의 안전 관련 문제점을 은폐하고 국민과 정부를 호도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일방 통과시킨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이제는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을 누가 말할 것인가. 부실한 원자력 안전을 위해 시민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시민 생존권 차원에서 책임감 있는 독립적인 안전감시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이정윤 |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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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동이냐 폐로냐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결국 수명연장을 허가했다. 원안위는 그제 시작된 전체회의에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날짜를 하루 넘긴 어제 새벽 1시 표결을 강행해 안건을 처리했다. 야당 추천 위원인 김익중·김혜정 위원은 표결에 반대해 퇴장했고 나머지 정부·여당 추천 위원 7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은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되는 결정이다.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까지 7050억원을 들여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을 높였다고 하지만 일부 원안위원과 원전 전문가는 같은 유형의 원전에 적용된 안전기준이 월성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막판까지 논쟁의 초점이 됐던 ‘원자로 격납건물 안전기준’(R-7)의 적용 여부가 대표적인 예다. 경제성 논란도 마찬가지다. 월성 1호기를 수명연장하면 22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하고, 올해 폐로하더라도 전력 설비예비율이 18.3%에 이르러 한국전력이 밝힌 적정 설비예비율 12%를 크게 웃돌게 된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탈핵행동의 날'을 맞아 월성1호기의 폐쇄를 기원하며 설 차례상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번 수명연장 허가 과정에서 법 위반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개정된 원자력안전법 103조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도록 했지만 그런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서다. 조성경 위원의 자격 시비도 일고 있다. 지난해 6월 원안위원에 임명됐지만 2011년 11월까지 한수원 신규 원전 부지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등이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던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안전성 논란과 주민 반대, 위원 자격 시비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날치기’하듯이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밀어붙인 원안위는 국민 안전을 위한 원전 규제기관으로서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고 말았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 7명과 야당 추천 2명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것에서 보듯이 정부 입김이나 정치적 판단에 휘둘릴 수 있는 한계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원전 당국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원안위라면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원전 안전을 둘러싼 쟁점은 해소하지 못한 채 우려와 갈등만 키우고 있는 원안위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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