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11년 유성기업의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한 현대자동차 법인과 임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하청업체 노조에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재벌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의 행위는 불법 소지가 다분하므로 검찰의 기소는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 범죄 증거를 확보하고도 시간을 끌다가 사건 발생 6년 만에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두고 전격 기소했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어도 검찰이 법과 원칙대로 이 사건을 다뤘을지 의문이 든다.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유성기업은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2011년 손을 잡고 지금껏 갖은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해왔다. 검찰이 이 같은 현대차의 비위 증거를 확보한 것은 4년여 전이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현대차 임직원들은 2011년 초 유성기업에 제2노조(어용노조)가 설립되자 그때부터 수시로 유성기업 사측으로부터 노조 운영 상황을 보고받았다. 현대차는 제2노조 조합원 확대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회의실에서 유성기업·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이 2012년 말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e메일 등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사실 확인 불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현대차 직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 회원들이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공소장에는 검찰이 원청회사인 현대자동차의 임직원을 노조파괴 혐의로 기소한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박민규 기자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고, 지난해 2월에는 새로 확보한 증거들을 모아 현대차 임직원들과 유성기업·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을 검찰에 다시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가 지체되면서 지난해 3월 노조원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올 2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 구형(징역 1년)보다 높은 형량이었다.

현대차 늑장 기소와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형식적 기소는 검찰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처벌할 수 있지만 반대로 어떤 사건도 덮을 수 있다. 여기에 노조를 바라보는 공안 검사들의 비뚤어진 시각까지 더해지면 노동자들은 처벌을, 기업은 면죄부를 받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같은 시스템 개혁 외에도 노동 문제에 검찰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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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법은 만인에게 지극히 불평등하다’는 ‘한국적 법언(法諺)’이 적용되는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노사관계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사소한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혹독한 처벌을 받는 반면에 기업주는 용역깡패를 동원한 노조원 폭행, 노조파괴 등 온갖 범죄에도 경미한 제재를 받거나 아예 법망에서 벗어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치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5월 발생한 유성기업 사태도 이러한 모순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다.

자동차 엔진 부품 생산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는 당시 밤샘근무를 없애기 위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놓고 사측과 협상을 벌이다가 결렬되자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사측은 용역깡패를 동원한 노조원 테러, 해고, 직장폐쇄, 손해배상 가압류, 노조파괴 등으로 대응했다. 노조원들은 ‘밤에 잠 좀 자자’는 소박하고 절실한 요구를 내걸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17명이 구속되고 40여명이 해고됐으며, 12억원의 손배가압류를 당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사측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특히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범죄행위가 밝혀진 ‘노조파괴 전문업체’ 창조컨설팅의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았는데도 검찰은 사측에 면죄부를 주었다. 범죄를 자문해준 자들은 처벌을 받았는데 정작 범죄를 의뢰하고 실행에 옮긴 사업주에게는 혐의 없음이란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유성기업, 만도 등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사건 재수사 및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경향DB)


법원이 금속노조 등이 낸 유성기업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가 엊그제 “사측의 노조 지배·개입 행위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공소제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재정신청은 고소인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도록 법원에 직접 요청하는 절차로서 법원이 받아들이면 검사는 기소를 해야 한다. 요컨대 법원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의 재수사를 명령한 셈이다.

우리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검찰이 지난번의 과오를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낸 뒤 사측의 범죄행위를 법정에 세우기를 촉구한다. 만에 하나 검찰이 이번에도 구부러진 잣대를 꺼내 사측을 교묘하게 비호하는 등의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그 과오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법원의 공소제기 결정이 전국의 사업장에 만연한 갖가지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고 노사간의 산업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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