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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15 [경향마당]원세훈 판결, 정의는 어디로 갔는가

불법 정치관여, 대선개입 혐의를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서울중앙지법이 ‘정치행위는 유죄, 선거개입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의 안대를 벗기고 양손에 든 칼과 정의의 저울을 내팽개치는 참으로 희한하고도 코미디 같은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안보 수호와 국익 증진을 위해 일해야 할 정보기관이 독재에 앞장서고 국민을 탄압하던 태생적 추잡함과 권력욕의 달콤함을 끊지 못하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행한 행위는 박근혜 후보를 두둔하고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여기저기 퍼뜨리는 것이었다.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국정원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PC방 폐인들처럼 몰래 야당 후보를 음해하는 글들을 쓰고 앉아 있었다는 것은 정보기관은 물론 대한민국 정치에도 먹칠을 하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법원은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다며, <개그콘서트> 유행어처럼 “누가 봐도” 한 쪽에 상처를 주려고 온갖 잡스러운 글들을 올리고 퍼나른 행위를 두고 정치행위는 유죄인데 선거운동은 아니니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거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인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로비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왼손에는 법전을, 오른손에는 엄정한 판결을 상징하는 저울을 들고 있다. (출처 : 경향DB)


언제부터 국정원이 선거운동을 하는 집단이었나.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았으니 무죄라면, 국정원이 사람을 특정하지 않고 선거운동을 해도 된다는 뜻인가. 죄는 분명해 보이는데 무죄라고 하면 너무 말이 안될 것 같고, 유죄라고 하자니 꺼림칙하니 적절한 선에서 궤변의 저울을 정의의 판결이라고 포장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정원의 망동은 선거에 개입해 특정 결과에 영향을 주려던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 그럼에도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은 땅에 내동댕이쳐진 유스티치아의 칼을 국민이 다시 들어 사법부에 겨눌 수밖에 없는 심각한 대국민 테러 행위임이 분명하다.

도대체 그들이 섬기는 정의의 여신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이 섬기는 칼은 누구를 향하는 것이며 그들이 저울질하는 정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저울일까.


이영일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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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