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시작하고 한 달이 조금 더 지났다. 생후 30일이 막 지난 2번 꼬마와 요즘 부쩍 동생을 향한 질투로 마음고생이 심한 세 살 1번 꼬마의 앙육자로 살아가는 일상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1번 꼬마를 키우며 육아를 어느 정도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둘이 되니 차원이 달라졌다.

우선 하루의 시작이 언제인지가 불분명하다. 잠자는 시간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시간마다 울어대는 신생아 수유노동은 새벽이 되면 그 절정에 달한다. 새벽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준 뒤 2번 꼬마가 금방 잠이 들면 나도 모르게 실실 웃으며 자리에 눕는다. 반쯤 좀비가 된 상태로 아침을 마주해 1번 꼬마를 깨워 밥을 먹이고, 어린이집 등원을 시킨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소통하고 아이의 소식을 전해주는 키즈노트에 댓글을 남기는 것도 아직은 어색하다.

꼬마의 먹을거리를 다양하게 챙겨먹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끼니를 챙기는 건 늘 뒷전으로 밀린다. 1번 꼬마를 독박육아로 키우던 아내가 내가 퇴근할 무렵까지 제대로 밥을 챙겨먹지 못했다고 할 때면 의아했는데 일주일 만에 바로 체험했다. 1번 꼬마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함께 놀아주고, 저녁을 먹이고, 씻긴 다음 재우는데 이때 꼬마와 함께 잠이 들면 큰일 난다. 그날 해야 할 설거지, 빨래, 집안일 등이 그대로 밀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순간이 많다. 1번 꼬마와 함께 목욕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뽀뽀와 하트 세례를 받거나, 2번 꼬마가 시원하게 트림을 한 뒤 슬며시 배냇짓을 할 때면 머리가 찌릿할 정도로 행복하다. 아내와 아이들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도 예전과 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힘들기는 하지만 아빠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육아가 어느 일방의 뼈와 살을 갈아 넣는 초(超)인간적인 개미지옥이 아니라, 인간 영역의 일이 되었다는 점이다. 육아는 양육자의 몸과 마음 모두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성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생명체를 분노가 아닌 웃음으로 마주하는 일은 엄청난 감정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결정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

돌이켜보면 육아휴직에 대한 나의 고민은 가벼운 질문에서 시작했다.

오래전 결혼식을 앞두고 험난한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친구들과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결혼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육아로 이어졌다. 일찍 결혼해 벌써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는 육아에 필요한 건 그 무엇보다 체력이라 강조했고, 맞벌이를 하는 친구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며 아내가 직장을 잠시 쉬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라 했다. 상대적으로 복직이 쉬운 직업을 가진 친구에게 물었다. “야, 그러지 말고 네(아빠)가 키워보는 건 어때?”

성별 임금 격차가 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육아하는 아빠는 모두에게 ‘낯선 존재’였다. 지금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30~40대 부부 가운데 ‘아빠 육아’를 경험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들은 일터에서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집에서는 아이 기저귀 한 장 갈아준 적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적인 가부장제 속 독박육아는 언제나 엄마들의 비극적인 생존기로만 전해졌다.

최근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더 이상 육아가 고립된 한 사람에게 초인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과정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많은 아빠 육아 동지들이 늘어나길 희망한다.

<조영관 |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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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육아휴직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어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510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1% 증가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남성 육아휴직자수는 1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체 육아휴직자(4만4860명)의 11.3%를 차지해 올 상반기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이는 저출산을 해소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시킨다는 육아휴직 제도의 취지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로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스웨덴이 32%로 가장 높고, 독일·아이슬란드·노르웨이는 20%를 넘어섰다. 한국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국내에서 남성 육아휴직제가 정착되지 않은 것은 기업 풍토와 인건비 부담 탓이 크다. 육아휴직을 원하는 직장인들은 상사나 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신분보장이 되는 공무원은 그나마 덜하다. 민간기업에선 대체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기업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대기업 쏠림 현상도 문제다. 올 1분기 대기업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은 1년 전보다 5%포인트 늘었지만,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는 2.6%포인트 줄었다. 중소·영세기업 남성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부는 2014년부터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일명 아빠의 달)’를 시행해오고 있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대부분 아빠)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150만원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올 하반기부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부모 모두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기존 50만~100만원에서 70만~150만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남성 육아휴직을 늘리려면 더 많은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은 육아휴직을 인건비 부담 차원이 아닌 인적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육아휴직 이용률이 10%포인트 높아지면 직원 한명이 창출하는 기업 이윤이 3.2%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도 육아휴직 급여에 대한 세액공제, 가사도우미 지원, 육아휴직 의무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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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남녀 불평등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녀를 둔 가정의 출근 전 풍경일 터이다. 한 직장여성은 출근 전 1시간 동안 15가지의 일을 한다(<기획된 가족>, 조주은). 본인과 남편, 자녀의 출근 및 통학 준비 때문인데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남편과 자녀 깨우기만 해도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겨 일하다보면 정작 자신은 밥먹을 시간도 없어 굶고 출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남편은 세수하고 차려준 밥을 먹고 옷을 입는 3~4가지가량의 ‘자기 일’만 하면 된다. 다 같은 직장인이지만 가부장적 성역할 규범은 이처럼 가사와 육아에서의 여성 차별을 강요한다. 남편이 거들어줄 때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것’이지 ‘남편의 의무’는 아니다.

직장 내 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승진, 보직 차별은 물론 육아 문제로 경력단절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2014년 기준 기업 임원의 비율이 남성의 6분의 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였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도 몇 년째 최하위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직장여성들은 유능한 직원과 자상한 엄마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조금만 잘못하면 직장에서는 무능한 직원으로 찍히고, 자녀에게는 ‘얼굴 없는 엄마’로 그려지고 만다.

대권출마를 선언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첫 대선공약으로 출산휴가 120일, 육아휴직 급여 통상임금 40%에서 60%로 늘리겠다는 '슈퍼우먼 방지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슈퍼우먼’이란 말은 이처럼 일과 양육, 가사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여성을 원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졌다. 슈퍼우먼이 되려고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눈질환, 두통, 불안감 등의 증상에 시달리는 것을 뜻하는 ‘슈퍼우먼 증후군’도 파생했다. 둘 다 직장여성들에 대한 착취 수준의 차별을 고발하는 용어들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맞벌이하며 맞돌봄은 없이 고생하는 직장여성들을 위해 ‘슈퍼우먼방지법’을 제안했다.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120일로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유급 3일에서 39일로 늘리는 내용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내놓았다. 두 법안은 파격적 내용을 담고 있어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 문제는 통과된다 해도 엄청난 간극의 불평등을 바로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갈 길이 아주 멀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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