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제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반박 답변서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저지레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한 모양이다. 소가 웃을 노릇이다. 밥만 먹고 이야기만 들었다면 키친 캐비닛이라 한들 뭐라 하겠는가? 그런 거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른 무엇인가를 도모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두 사람이 한 일에 대한 적절한 비유는 키친 캐비닛이 아니라 한겨레신문이 최근 지적했듯 ‘가족기업’이다. 최순실은 남편, 박근혜는 아내라는 얘기다. ‘재산마저도 집단 운영해온 공동운명체’라고 하니, 구태여 부른다면 ‘키친 캐비닛의 대화’가 아니라 ‘베갯머리 송사’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정희 유신체제 때는 박근혜는 구국선교단이라는 거창한 조직의 대표를 맡고 최씨네는 실질적 경영자 역할을 하는 가족기업을 운영했다. 지금 최씨네가 가지고 있는 재산의 종잣돈은 이때부터 조성된 것이 분명하다. 최태민이 구국선교단을 조직하고 박근혜에게 명예총재를 맡긴 후부터 최씨네는 돈방석에 올라앉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돈을 다 냈다’는 것이 최씨네 식구로부터 나온 증언이다.

 

대통령 탄핵사건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 사유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다. 김창길 기자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 실험은 박정희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박근혜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대학교 재단을 책임지고 있던 때에도 그들의 궤적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가족기업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돈을 빼돌리는 일이다. 이들은 공공재를 개인화하는 일을 능사로 알았다. 당시에 일어났던 온갖 부정이 그러했다. 박근혜가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던 동안 대학 경영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었다. 부정입학, 경리부정, 재산매각대금의 불분명한 처리 등 문제 제기가 꼬리를 물었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비리의 현장에는 어김없이 최씨네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과 똑같은 모습의 가족기업이었다. 결국 그 일로 박근혜 재단이사장은 학원민주화 과정에서 자리를 내놓았는데, 당시의 부정비리가 최근 청와대에서 일어난 것과 복사를 한 듯 닮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은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번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직을 농단한 것이다.

 

지난 주말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육영재단과 관련한 살인 암투를 보여주었는데, 그 핵심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거기에서도 오랫동안 가족기업을 굴려온 최씨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이 구국선교단, 영남대학교, 육영재단, 그리고 청와대를 이용해 얼마나 많은 돈을 어떻게 빼돌렸는지를 이번 기회에 파악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일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닐 듯하다. 그리고 가족기업을 통해서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재산은 모두 토해 내도록 해야 한다.

 

전두환, 노태우의 부정축재에 대해 취한 방법으로 최씨네와 박근혜 가족기업의 부정축재를 환수해야 한다. 그래야 저 음험한 가족기업의 모의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분칠하는 후안무치의 민낯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앉은 곳마다 능수능란한 방법으로 돈을 빼먹어온 저 어두운 역사를 천하에 보여주어야 한다. 환수한 나랏돈은 나라에 돌려주고, 학교의 돈은 학생들을 위해 쓰도록 하고, 공익재단의 돈은 재단이 돌려받아 사회를 위해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잘못이 있었다면 그것은 최순실이 저지른 일이고 자신은 몰랐다고 탄핵소추 반박 답변서에서 재차 무고를 주장했다. 이 주장이 맞는지는 특검이 구체적으로 증거를 확인하며 밝힐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최씨네와 박근혜 가족기업의 반복적인 ‘영업수법’으로 미루어보아 박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으로 보인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머리에는 전략만 있고 성찰은 없다. 물론 그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입을 앙다물고 전위를 맡고 친박이 새누리당의 스크럼을 다시 짜며 후위를 맡아 특검과 헌재 심판을 돌파할 계획으로 보이는데,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이 저지른 동일수법 전과기록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일 |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이어 그 언니 최순득씨와 조카 장유진씨(장시호로 개명)도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 자매와 매주 만나는 한 지인은 “최순실은 최순득이 지시하면 그대로 움직이는 현장 반장이며, 최순실을 비선 실세라 하는데 최순득이 숨어있는 진짜 실세”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테러를 당한 뒤 요양했던 곳도 박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최순득씨 집이라고 한다. 최순실씨의 브레인이 장유진이며, 그가 국정농단의 핵심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씨 모녀의 호가호위도 모자라 일가족이 나랏일을 주무르고 있었다니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영국 가디언은 “굴착기 운전자가 대검찰청 청사로 돌진했다”는 내용까지 보도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최근 제기된 의혹을 보면 이번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태민씨 일가 국정농단’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새로 불거진 의혹은 지난 6월 설립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최씨의 조카 장씨의 역할과 관련되어 있다. 영재센터는 1년 새 6억7000만원의 정부 예산을 챙겼고 이 과정에 장씨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기존 단체와 기능이 중복되는 데다 실적이 없는 단체에 이런 큰 금액이 지원된 것은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장씨는 1300억원이 투입된 강릉 빙상장의 사후 활용계획 등에 관여했다는 말이 나온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에까지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최순실씨의 첫째 언니의 아들 이모씨는 최씨가 쓰던 태블릿PC 명의자인 김한수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고교동창이다. 김 행정관은 최씨를 이모라고 불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씨가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3급이 된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의 권력을 공유했던 셈이다.

박 대통령의 영적 지도자였던 최태민씨의 가족은 이제 40년 가까운 박 대통령과의 친분과 배경을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이권까지 챙겼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최씨 자매 재산의 출발점이 과거 육영재단에서 횡령된 돈이라는 의심마저 나오고 있다. 이들 가족이 13조원에 달하는 평창올림픽의 이권에 개입하려 했다니 다른 곳에서 또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국가 예산을 제 곳간처럼 여긴 최씨 일가라면 못할 일이 무엇이었을까.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장씨가 보름 전 국가대표 출신 모씨에게 전화를 해서 (장씨가 한 일에 대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했다. 검찰은 서둘러 의혹에 연루된 최씨 가족들을 찾아 소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국정농단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