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준비 부족으로 논란이 벌어졌다며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국민사과한 지 사흘 만에 문 대통령이 다시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해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5대 비리 공직 배제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6월 임시국회를 하루 앞둔 28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국회 본관 제3회의장에 이 후보자 명패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김창길 기자

문 대통령의 어제 해명은 한마디로 약속한 인사원칙을 적용할 세부 기준을 마련할 틈 없이 인선을 진행하다 보니 실수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인사원칙을 훼손한 것이 아닌 데다 앞으로 지키겠다고 한 만큼 직접 사과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4당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새 기준도 제시했다.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고, 투기성 위장전입에 대해 시기를 불문하고 사전 검토를 강화하기로 했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 빈말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또 인사에 대한 새 기준을 여야가 만들어주면 그에 따라 인선하겠다고도 했다. 야당 요구를 전부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재발방지 대책 등으로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인준 동의안 처리를 거부했다. 문 대통령이 시민 앞에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은 데다 위장전입에 대한 판단 기준도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대통령이 총리 인선에서부터 인사원칙을 어긴 데 대해 야당이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선과 함께 취임한 악조건을 무시하고 내각 구성을 지연시키면서까지 대통령에게 무조건 항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당이 진정 시민을 위해 정부 견제에 나선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위장전입 이외에 다른 하자가 발견되지 않은 총리 인준을 먼저 처리한 뒤 나머지 인사를 청문회에서 엄정하게 검증하는 게 옳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어제 총리 인준에 협조하기로 결의해 인준안 처리는 기정사실화됐다. 이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해 찬성 의견이 72.4%로 반대 15.4%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여론조사도 있다. 한국당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정부 출범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감안해야 한다. 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돼 있는데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에 매달리는 것은 소모적인 정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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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위장전입 문제를 둘러싼 야당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인준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공직자에 대한 새로운 검증 기준을 여야가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야당은 당장 새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순조로울 것 같았던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 인준과 조각이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새정부 28일 국회 본관 1층의 불 꺼진 복도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회의실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후보자의 인준을 둘러싸고 여야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국회 인준 시한인 31일까지 인준안 처리가 불투명하다. 김창길 기자

이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위장전입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이유가 있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첫 인선에서부터 원칙을 어긴 점은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이것은 총리 인준 및 조각과 연계할 수 없는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이번 위장전입을 과거 사례와 똑같이 간주해 이 총리 후보자 인준을 지연하려는 야당의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전에 없이 조기에 공직 후보자의 인선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했으면 야당은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우 원내대표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과도하게 공격했다고 자성까지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사과했음에도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는 것은 과도하다. 인사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공직자들의 검증 기준을 여야가 함께 마련하자는 제안을 외면하는 태도도 인준 지연의 저의를 의심케 한다. 이 후보자 부인이 학교 배정의 편의를 위해 위장전입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재산상의 이익을 노린 위장전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는 해외연수 등에 따른 것이어서 통상적인 위장전입으로 보기 어렵다. 시민의 시각에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 총리 후보자의 인준이 지연되면서 후속 장차관 인선까지 늦춘다고 한다. 새 정부가 조각에서부터 삐걱대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답답하다. 여당은 야당을 설득해 총리 인준 문제를 푸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각당 대표에게 연락해 직접 총리 인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 같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야당이 과거 자신들이 한 일은 까맣게 잊고 청문회 인준에 몽니를 부리는 것은 구태의연하다.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인사청문의 기준을 세우는 데 즉각 동참해야 한다. 여야 모두 협치를 기대하는 시민들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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