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처음 법정에 섰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린 지 1년 되는 날이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중 검찰 수사를 받고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9주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얼굴에선 회한의 빛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장문의 입장문을 읽어내려갔으나 부인과 변명뿐이었다. 주권자를 배신한 데 대한, 진심 어린 사죄는 없었다.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은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검찰의 무리한 증거의 신빙성을 재판부가 검토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소송 비용 대납과 관련해서는 “사면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 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다스 비자금 조성·횡령에 대해서도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었고, 30여년간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한 게 온당하냐”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주변에서 재판을 거부하라는 주장이 많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럴 수 없었다”며 법정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공판준비절차에서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동의한 배경을 두고는 “증인 대부분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밤낮 없이 일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을 법정에 불러 추궁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둘 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궤변이다. 재판에 출석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의무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했다고 자신의 출석을 대단한 일로 ‘포장’하는 건 어처구니없다. 증거 동의 사유를 밝힌 대목도 군색하다. 측근들이 등 돌린 상황에서 그들을 법정에 불러내 다퉈봐야 승산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일부에선 사법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사면을 기대하려 한다는 관측까지 내놓는 터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증거와 진술이 차고 넘치는데, 언제까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 할 참인가. 진실을 숨기려 할수록 죄만 더 커질 뿐이다. 이제라도 법정에서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시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검찰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 및 횡령,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받은 지 닷새 만이다. 구속영장 청구는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에 비춰 당연한 귀결이다. 일각에선 전직 대통령(박근혜)이 이미 수감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불구속 수사론을 펴기도 했으나 가당치 않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대명제에 비춰볼 때 영장 청구는 불가피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만 하루에 가까운 21시간만에 조사를 마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06시25분에 검찰청사를 나서며 차에 오르고 있다. 김기남 기자

검찰이 밝힌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개별 혐의 하나하나만으로도 구속수사가 필요할 만큼 사안이 중대하고,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 사실관계마저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높으며, 공범 상당수가 이미 구속된 만큼 형평성도 감안했다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영장 청구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

헌정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은 다섯 번째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처럼 부정한 자금을 깨알같이 긁어모은 사례는 드물다. 그는 사업자등록만 하지 않았을 뿐 청와대에 사실상의 ‘가족기업’을 차려놓고 전방위로 ‘비즈니스’를 벌였다. 나랏돈(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여원은 물론이려니와 삼성전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대보그룹, ‘뉴욕제과’로 유명한 ABC상사 등으로부터도 돈을 챙겼다. 개신교 장로 신분으로 불교계 인사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까지 포착됐다고 한다. 뇌물의 반대급부도 ‘정찰제’로 비칠 만큼 노골적이었다. 원포인트 특별사면은 60억원, 금융지주 회장직은 22억여원, 비례대표 공천은 4억원, 관급공사 수주 편의는 5억원, 민주평통 간부직은 2억원에 ‘팔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았다”(2007년 8월)고 했고, 취임 후에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2011년 9월)이라고 자평했다.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후안무치)는 말이 이보다 더 들어맞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게 될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헌법 제103조)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진솔한 반성과 사죄를 해도 모자랄 터에 ‘정치보복’ 운운하거나 책임을 가족과 측근들에게 떠넘겨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법이 온정을 베풀 만한 어떠한 명분도 없다.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신세가 되는 것은 참담한 일이나, 추상같은 단죄로 민주주의와 법치의 엄중함을 보이는 일이 더 긴요하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14일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전직 대통령 수사가)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하기는 했으나,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생각은 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도 알 길이 없다. ‘뇌물 혐의를 인정하는가’ ‘다스는 누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를 기대했던 주권자들은 또 한 번 배신당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만 하루에 가까운 21시간만에 조사를 마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6시25분에 검찰청사를 나서며 차에 오르고 있다. 김기남 기자

이 전 대통령의 일성(一聲)에 비춰 볼 때 그가 어떤 태도로 조사에 임했을지는 짐작할 만하다. 이 전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하지는 않았으나 범죄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판단한 다스·도곡동 땅 등 차명 의심 재산에 대해 “나와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7억여원 수수,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60억원 대납 등과 관련해서도 ‘지시·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MB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의 자백을 비롯해 상당한 정황이 확보된 상황임에도 부인으로 일관한 것이다. 애당초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힐 뜻이 없었음을 말해준다. 출석 전날 측근인 김효재 전 정무수석을 통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 정도이니 딱히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청와대를 개인적 치부의 발판으로 삼고, 국고를 ‘사금고’처럼 여기며, 공직 임명을 돈과 맞바꾼 흔적은 부끄러우리만치 노골적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 최고지도자를 지낸 사람으로서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저버렸다. 검찰은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하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액수만 100억원을 넘어서고 공범들도 이미 구속된 터에 ‘반성하지 않는 주범’에게 불구속 기소의 은전을 베푸는 것은 명분에 맞지 않다.

적폐는 뿌리째 뽑아내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재발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법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다스 의혹 수사 등을 ‘정치공작’이자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하지만 참담한 것은 그가 아니다. 한마디 유감표명도 없이 ‘보수결집’을 선동하고, 정치보복 운운하며 진흙탕 정쟁으로 몰고가려는 그를 봐야 하는 시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 전 대통령은 각종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은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실체적 진실로는 검찰 수사에 맞설 길이 없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실제 ‘MB의 집사’로 불려온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나란히 구속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양심선언을 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국정원 돈 5000만원을 줬다고 시인했다. 이들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로 포장한들 누가 믿겠는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8년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하고 “국정원 돈이 이런 식으로 청와대로 가면 사고 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독대 시기는 국정원이 김 전 기획관 요청으로 현금 2억원을 전달한 이후다.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에 특활비를 추가로 요구하자 김 전 실장이 면담을 신청해 우려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고 이후인 2010년에도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돈 2억원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 김 전 기획관 단독으로 이런 일을 벌였으리라고 믿기는 어렵다. “국정원 돈을 받아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던 행정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까지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돈이 상납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위법성’에 대한 인식까지 있었다면 뇌물수수의 공범을 면하기 어렵다.

10년 넘게 ‘미제’였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도 급진전되고 있다. 다스의 김성우 전 사장과 권모 전 전무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 설립에 직접 관여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하면서다. 김 전 사장은 2007~2008년 검찰과 특검 조사에선 다스가 이 전 대통령과 무관한 회사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따라서 그의 진술 변화는 사실상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정황이 이 전 대통령을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시민 앞에 진실을 털어놓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기 바란다. 권력에 굴종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차원에서라도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반칙과 불의로 점철된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국군 사이버사령부·국가정보원 댓글공작 수사 등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활동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사회 모든 분야에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안보외교 위기를 맞고 있는데 군 조직이나 정보기관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다. 적과 싸워야 할 국군 조직, 국가·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정권의 통치기구로 전락시킨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 이 전 대통령은 사이버사와 국정원 불법 활동의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다. 종범격인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구속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부족한 이 전 대통령이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있으니 기가 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초청 강연차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국정농단의 원조는 사실 이명박 정권이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재벌·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보수단체를 지원했으며, 공영방송 등 언론을 탄압했다. 정치보복을 한 세력도 이명박 정권이다. 검찰과 국정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이용해 전임 정부 인사 뒤를 캐고, 야당을 탄압했으며,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이 갖은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박근혜 후보를 지원한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경우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지은 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문재인 후보 당선 시 후환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군과 정보기관의 댓글을) 시시콜콜 지시한 바가 없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국방장관은 사이버사 활동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사이버사가 댓글조작을 하면서 청와대와 공모한 물증도 이미 나왔다.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지난주 검찰이 청구한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제 이 전 대통령이 설명해야 할 차례다. 떳떳하다면 검찰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 시간이 많지 않고, 국민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국민은 이명박 정권이 과거 5년간 저지른 반민주적·반헌법적 행위에 대해 실체 규명을 원하고 있다. 적폐청산 작업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공작정치의 증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그 규모와 내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을 동원해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사찰하고,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동태를 감시했다. 총선에 불법 개입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보고를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 없이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전임 정권 적폐청산 작업은 “퇴행적 시도”라고 규정하고,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는다.

[장도리]2017년 9월 29일 (출처:경향신문DB)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개한 문건 중 국정원 작품으로 보이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보고서를 보면 8개 광역 시·도지사와 23개 구청장 등의 신상과 동향이 자세히 적혀 있다. 예컨대 안희정 충남지사에 관해서는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 활동을 주도하고,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 반대해 찬반주민의 갈등 격화를 초래했다”고 적혀 있다. 문건은 기획재정부와 감사원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줘서 안 지사 같은 지자체장을 제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011년 9월27일에 작성된 ‘KBS 관련 검토사항’ 보고서에는 김인규 당시 KBS 사장 등의 교체를 검토하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나하나가 형사처벌감이다. 

2012년 4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친이명박 체제’를 꾸리기 위해 관권이 동원된 정황도 있다. 2011년 12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출마 준비 관련 동향’ 문서를 보면 “대통령실 전출자 11명이 내년 총선 출마 준비 중이다. 이들에 대한 동향파악 및 지역 민원과 애로사항을 취합·청취할 대통령실 내 지원창구를 설치해 총선 전까지 한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다. ‘대통령실 전출자’ 중 한 명이 당시 정무수석인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최근 정 의원이 ‘댓글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며 이명박 정부 방어에 적극 나서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국정원과 사이버사 댓글작업 등으로 이명박 정부가 대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에 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비위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범죄 증거가 나온 이상 검찰 수사 확대는 필수적이다. 검찰은 좌고우면할 것 없다. 민주주의와 헌법을 우롱한 이명박 정부 공작정치의 진상을 규명하고 엄벌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도 국민에게 죄상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국익을 위한 길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이명박 정부 때 광범위하게 진행된 여론공작 실태는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이번엔 국가정보원이 유력 정치인들과 정부에 비판적인 교수들을 상대로 대규모 심리전을 펼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 당시 야권 인사들뿐 아니라 홍준표·정두언·원희룡 등 여권 인사에 대해서도 온·오프라인에서 비판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돈 전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대상으로도 소셜미디어와 포털사이트에 비난 글을 게시하는 등 심리전 활동을 펼쳤다. 상상을 초월하는 행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국정원 정치공작 등 여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같은 시기인 2008년 7월부터 3년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정치권, 시민단체, 문화계, 금융계 인사 등 사회 각계를 망라하고 민간인을 사찰했다. 사찰의 목적은 단순한 사회동향 파악보다는 탄압, 보복 등 정치적 이유에 맞춰져 있었다. 군부독재 시절에나 어울릴 사찰공작을 21세기 대명천지에 버젓이 기획하고 자행한 것이다. MB정권 5년은 총체적 사찰공화국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정원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사찰과 비난 공격을 퍼부었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쓰레기 수준의 여론조작을 일삼았고, 공무원 사정기관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의 뒤를 캐고 인생과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았다.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뿌리째 뒤흔든 명백한 헌정 유린 행위다.    

그런데도 보수야당과 수구세력은 블랙리스트와 언론장악 및 정치공작 실태 등에 대한 진상 조사활동을 ‘정치보복’으로 폄훼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정치보복에 목매는 게 이 정권”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참으로 뻔뻔하고 오만한 태도다. 이미 유죄판결이 난 댓글공작만으로도 시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국정원 개혁은 과거 잘못을 명명백백하게 드러내고,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본연의 역할과 임무로 제자리를 찾게 하려는 작업이다. 털끝만 한 양식이라도 있다면 늦게나마 곪아터진 적폐를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위기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전 정권 죽이기’ 운운하는 수구세력의 행태는 진저리가 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정부가 오는 4월부터 4대강의 16개보를 연중 방류해서 보의 수위를 낮추기로 방침을 세웠다. 보의 수위를 지하수 제약수위(지하수 사용에 불편이 없는 수위)까지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방안을 확정한 것이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4대강 16개보의 수위는 1~3m 정도 낮아진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이론인 ‘물그릇론’이 완전 실패로 돌아갔음을 뒤늦게 자인한 꼴이다.

이미 2013년 감사원까지 나서 지적했듯 물을 그릇에 가득 채워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고 수질까지 개선한다는 등의 정부 주장은 공염불로 판명된 바 있다. 특히 4대강의 수질은 물고기조차 살기 힘든 ‘녹조라떼’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급증하고 용존산소가 고갈되어 물고기의 씨가 말라가고 식수 사용도 위태로워졌다. 하천이 생태계가 절멸하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보에 가뒀던 물을 일시·반복적으로 한꺼번에 흘려보내는 펄스 방류가 시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방류가 끝나자 곧 ‘녹조라떼’로 회귀했다. 갑작스럽게 찔끔찔끔 방류하는 바람에 오히려 강바닥 침전물이 수중에 공급돼 남조류의 번식을 도왔다. 결국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강을 막아놓은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돌이켜보면 4대강 사업이 완공된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년여의 세월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평범한 속담을 확인하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이런 허무맹랑한 사업에 22조원의 예산을 썼고, 해마다 수천억원의 유지·관리비를 시민의 혈세로 내는 지경에 빠졌다. 그럼에도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이가 없다. 외려 4대강 사업 유공자로 인정받아 훈포장을 받은 사람이 1152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냥 뼈아픈 교훈으로 삼고 넘기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대가이다.

4대강보 개방 확대라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물을 가둬놓고는 4대강 수질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마지못해 인정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번 방침도 물을 빼냈다 다시 채우는 식의 임시방편이라는 점에서 근본해결책은 아니다. 보가 존재하는 한 물의 흐름은 제한을 받고 녹조와 수질악화를 피할 수 없다. 당연히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해야 한다. 보의 완전철거 여부도 공론에 부칠 때가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추진세력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