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의하면, 연일 계속되는 이번 폭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아메리카, 북유럽, 아프리카 등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상이변인데, 지구온난화가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한다. 고도 10㎞의 상층 대류권에 기압 차이로 서에서 동으로 부는 강한 바람띠(편서풍, jet stream)가 형성돼 있어 대기 순환에 기여하는데, 이 바람이 약화되어 고기압의 흐름이 정체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서 상승기류가 활발해진 것도 고기압 발달에 기여했다고 한다. 호주의 한 대학 연구팀은 20개국 412개 지역에서 2031~2080년 열파(Heat Wave)로 인한 사망자를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 분석했는데 2031~2080년의  열파로 인한 사망자수는 1971~2010년 대비 4배 이상 20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산화탄소(CO2)의 배출로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가 발생하여 지구표면의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지구온난화라고 불러왔는데, 최근에는 미국 과학학술지 논문에서 핫하우스 지구(Hothouse Earth)라는 개념이 소개됐다. 지구온난화가 돔(dome)이 씌워진 것 같은 현상의 임계점을 이미 넘어서서,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더라도 지구가 온실이 되는 것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대체로 기후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만 줄이면 마치 산술적으로 온실효과도 진행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미 일어난 현상이 지구의 안정된 질서를 깨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어 예측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이 그 실례이고, 기후변화 관측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을 경우를 든다. 빙하가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을 7m 이상 높이게 되고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반이 잠기고, 상하이도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태국, 메콩강 하구도 지대가 낮은 편이라 해수면 상승 시 위험하다. 폭염과 혹한, 홍수 등 극한현상은 진작부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관측돼왔다. 식량과 물부족, 기후난민, 빈곤심화 등의 사태도 기후변화의 결과로 초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에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5개 국가들이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켜야 하는 공동의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그 후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상당히 제고됐지만, 이것이 단순히 에너지 공급원인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만으로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게 이미 나타난 사태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2016년 현재 1.1도 올랐고 바다도 계속 더워지고 있는데 한번 더워지면 열이 잘 식지 않기 때문에 수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

그런 가운데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후변화는 화석연료를 사용한 산업문명이 초래한 것이어서 미국은 역사적 책임이 가장 큰 국가이지만, 실제로 기후변화의 피해는 미미한 편이다. 기후변화에서는 원인제공을 한 선진국 국가군과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 간의 불균형도 문제해결에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위에 속하는 책임이 큰 나라다.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급변하리라는 예측을 하면서도 신속하게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데에는 구체적인 피해를 겪기 전에는 좀처럼 문제를 실감하기 어렵고 관행대로 흘러가는 게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의 고통스러운 장기간의 폭염을 겪으면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보다 절실한 각성의 계기가 주어진다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겠다.

기후변화는 산업문명의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다. 지구적 규모로 거대화한 물질적 성장과 혜택을 공유하기에 한 국가나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실천할 방법들이 마땅치 않고 효과도 미미하다는 점에서 개인으로선 속수무책에 가까운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론 개개인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을 나누면서 적합한 생활방식을 찾아 사소한 실천이라도 해나가야 한다.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는 산업문명의 시작 때부터 드리워져 있던 어두운 이면이다. 이제 포화상태의 표면을 뚫고 드러나는 놀라운 진실은 우리 스스로 공동의 집 지구를 폭행하고 망가뜨려 집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가 지구를 파괴할 정도로 가공할 만한 힘을 부려본 경험이 이전에 없었기에 무분별한 과오로 인해 초래됐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그 저변에는 왜곡된 문명의 관점으로 ‘이기심’이 깔려 있다. 탐욕이 인간의 속성이라 하더라도 지구와의 관계에서 배려와 신중함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이다. 인간중심주의는 대체로 두 형태로 나타난다. 과오를 알게 된 상황에서도 거짓말과 조작을 동원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경우이다. 일찍이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으로 화학제품의 문제를 폭로했을 때부터 산업의 이익을 누리는 측에서는 항상 그런 반응을 반복해왔고, 지금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중심주의의 근저에는 과학을 발전시켜서 자연을 지배하고 그리해서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의 성찰능력에 대한 위대한 자부심이 놓여있다. 그러한 의식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동력이기도 했다. 이제 인본주의의 가치를 나누는 사람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는 지점에서 다시 연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구와의 관계 재정립이 이 문명의 가장 커다란 숙제이며, 이 문제와의 상호연관성 안에서 인간과 사회의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바다가 육지를 삼키고 하늘이 두꺼운 온실공간의 뚜껑으로 갇혀버려 산천초목이 죽어간다면, 밀폐된 지구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으랴.

<강금실 | 사단법인 선 이사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숫자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그 크기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같은 숫자도 단위에 따라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숫자 535 뒤에 조 단위가 붙고, 또 그 뒤에 달러가 붙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액수가 된다. 535조달러. 우리 돈으로 약 60경원이다. 경은 조보다 1만배나 크다. 0의 개수만 16개나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결코 마주칠 수 없는 숫자다. 얼마나 큰 액수인지 짐작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비교를 하면 피부에 와닿을지 모르겠다. 1400조원대인 한국 가계부채보다 429배나 많은 액수다. 18조1247억달러(2015년 기준)인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해도 약 30년치에 해당하는 돈이다. 어쨌든 이 천문학적인 535조달러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은가.

현재 인류가 처한 문제 중 하나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다. 그 심각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농도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까지 지구의 CO2 농도는 280PPM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5년, 400PPM을 돌파했다. 400PPM은 흔히 지구온난화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린다. 끔찍한 대재앙의 전조다. 그래서 기후과학자들은 400PPM 수준인 CO2 농도를 350PPM 아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3도 높았다. 기후과학자들은 350PPM 아래로 낮춰야만 금세기 후반에 기온 상승폭을 1도로 묶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2015년 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기준 2도 이내로 묶는 것이 목표다. 이 추세로도 지구 기온은 엠 간빙기 때만큼이나 높아질 수 있다고 기후과학자들은 우려한다. 엠 간빙기는 13만~11만5000년 전 지구가 뜨거웠던 시기다. 지금보다 빙하가 훨씬 적고 해수면은 6~9m나 높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재앙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CO2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줄이지 않고 CO2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이론적으로는 CO2를 제거하면 된다. 즉 대기 중에서 CO2만 추출해 밀폐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CO2 포집·저장 기술이다. 문제는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쉽지 않고, 그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프랑스·중국·영국·호주의 기후과학자들이 충격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2100년까지 대기 중 CO2 1조t을 추출해 저장하려면 535조달러가 든다는 내용이다. 논문은 유럽지구과학협회가 지난 18일 펴낸 ‘지구시스템다이내믹스’ 최신호에 실려 있다. 연구자들은 이 비용을 ‘미래세대의 부담’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535조달러는 우리가 CO2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후손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인 것이다. 현재 전 세계인구를 75억명으로 추산하면 1인당 부담액은 8억원이나 된다. 미래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액수다.

어떻게 535조달러가 나왔을까. 계산법은 이렇다. CO2 배출량 증가율을 현 추세인 2%로 가정했을 때 금세기 말까지 대기 중에서 추출해야 할 CO2 양은 1조t에 이른다. 이를 모아서 지층 아래에 저장할 경우 드는 비용이 535조달러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CO2 배출량을 2021년부터 매년 6%씩 줄인다면 2100년까지 추출할 CO2 양은 1500억t으로 줄어든다. 이 가운데 1000억t은 농업과 산림정책 개선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 경우 비용은 최대치의 6분의 1 수준인 89조달러로 떨어진다. 하지만 연구팀은 CO2 포집·저장 기술은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펜스테이트대학이 지난해 한 실험을 보면 추출한 CO2를 저장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연구팀은 지층에서 자주 발견되는 사암과 석회암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암석에는 구멍이 많고, 지하수는 소금을 용해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곧 물과 CO2가 만나면 소금물의 산성이 더 강해지고, 그 물은 바위를 녹인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CO2를 지층에 저장하는 방법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535조달러는 너무나 큰 액수이다 보니 좀처럼 믿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당장 나와 무관하다고 여길 수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숫자가 아니다. 무시해서도 안된다. 우리 자식들과 후손, 인류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어쩌면 535조달러는 미래가 인류에게 미리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535조달러짜리 청구서를 받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명하다. 미래세대로부터 지구를 파괴한 세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조찬제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