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모든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친일·독재를 미화해 폐기해야 마땅할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제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을 부른 것은 검정 절차 탓이라는 지적이 있어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중·고교에서 쓰일 검정 역사교과서가 집필기준에 미달하면 검정 심사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의 큰 틀을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도록 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로 만들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냈다.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하고, 박정희·이승만 관련 내용과 북한의 도발 사례를 대폭 늘린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지 않는 검정 역사교과서는 탈락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판사가 심사본을 제출하면 교육부 지침에 따라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출판사들로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집필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 탈락하면 교과서 개발비를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정 역사교과서 필진이 자기 검열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를 개연성이 높다. 검정 역사교과서가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검정 혼용 방침에 따라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자신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기 부정이자 무원칙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2015년 8월에 만들어졌다. 당시 교육부 위탁으로 역사 교수와 중·고교 교사 13명이 참여해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만들어 공청회까지 거쳤다. 하지만 국정화 고시가 발표되면서 해당 집필기준은 시안으로만 남아있다.

시민에게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려볼 요량으로 꼼수만 쓰고 있는 교육부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교육부는 시대착오적인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것만이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박근혜표 국정교과서’에 부역해온 잘못을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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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정부가 어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여론 수렴 후 내년도 학교 현장 적용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준식 부총리는 “역사적 사실과 헌법가치에 충실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편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검토본은 우려했던 대로 헌법가치를 부정하고 편향적 역사인식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장검토본은 1948년의 이승만 정부 수립을 기존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했다.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이승만 정부라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강조한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친일파를 ‘친일세력’으로 완화하고, 친일 관련 서술을 줄인 것도 이해가 안된다. 정부가 앞장서 건국 97년의 역사를 68년으로 축소하고, 독립운동사를 부정하고 나선 셈이다. 반민족적, 반역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장검토본은 또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옹호·미화하고 있다. 독재란 용어를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화’로 바꾸고, 박정희 정권 시절을 다룬 단원 제목을 ‘냉전시기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경제·사회발전’으로 정하는 식이다. 독재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5·16쿠데타의 경우 쿠데타 명분과 함께 개혁을 설파하는 ‘혁명공약’까지 따로 싣고 있다. 쿠데타의 정당성을 옹호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신체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독재체제였다”고만 기술했다. “대통령이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기존 교과서 기술과는 천지 차이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서는 마치 국가 안보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게 설명했다.

경제성장도 성과는 강조하고 문제점은 축소하는 편향적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문제점과 관련해 ‘전태일 분신사건, 농민의 희생 등이 있었다’는 식으로 단순 사실만 나열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마을운동의 경우 비판적인 내용은 한 줄에 그치고 칭찬 일색으로 서술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이 부총리는 “역대 정부 독재를 사실대로 서술하고 경제성장의 성과와 한계를 균형있게 서술했다”고 밝혔지만 낯부끄러운 얘기다.

국정교과서는 내용의 문제에 앞서 역사교육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해치는 반민주적, 반헌법적 성격 때문에라도 폐기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과서 내용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뉴라이트 계열이거나 친정부 학자들이 다수인 집필진은 편향성 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편찬과정과 집필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밀실집필을 강행함으로써 국정화 정책의 공신력도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바꿔보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려는 기도가 성공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국정농단 주범으로 국정 운영의 권능을 상실한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자 반역사적인 폭거다. 이런 교과서로 국가의 미래인 학생을 가르쳐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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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