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 양돈장 정화조 청소작업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노동인권 보호와 산재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노동·사회 시민단체는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은 한 해 평균 2.8명이 정화조 질식사고로 사망했는데 올해는 벌써 4명이나 숨졌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이 100만명에 이르는데도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자 부끄러운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법무부 장기구금 외국인 강제송환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이주노동자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이른바 3D 제조업체뿐 아니라 국내 농축산업에서도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구타와 욕설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받고 있다. 지난달 돼지축사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4명이 사망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12일 경북 군위에 있는 양돈장에서는 정화조를 청소하던 네팔 출신 노동자 2명이 질식사했다. 네팔 노동자들은 분뇨 흡입 기계가 고장나 마스크 등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채 수작업으로 정화조 청소를 하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7일 경기 여주시 북내면의 한 돼지축사에서는 60대 중국인과 30대 태국인 노동자가 축사에 쌓인 돼지 분뇨를 치우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농어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63조에 ‘예외 노동자’로 구분돼 있어 법정 휴가나 초과근로수당은 물론이고 체불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현대판 농노’로 불리고, 노동시간은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특히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은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사업장 변경 횟수와 기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축산업 취업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비교적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취업도 금지돼 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반노동·반인권적 법률들을 즉각 개정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기회의 땅’이 아닌 ‘노동착취국’이자 ‘노동지옥’이란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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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이른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인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거기에는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인정한 사법부의 첫 판단으로서 의미가 있다.

노동권은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하는 당연한 권리다. 미국·일본과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연합 국가의 사례라든가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국제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법적 결론을 내리기까지 무려 8년4개월이나 걸렸으니 그동안 이주노동자가 겪은 피해와 고초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주노동조합 합법화 대법원 승소 판결이 나온 2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번 판결이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환기와 정책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이 법적으로는 보장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라든가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등 사실상 노동권을 제한하는 정책이 엄연히 시행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탄압에 치중한 정부의 태도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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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