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국내 최대 재벌 부회장 아들의 중학교 부정입학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귀족학교’로 통하는 모 국제중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것이 문제였다. 한국 최고 부자의 아들이 사배자라니. 시민들의 분노는 당연했다. 학교 측은 부모가 이혼해 사배자 전형의 ‘한부모가족’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국제중 일반전형은 모집정원의 3배수를 뽑아 공개추첨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사배자 전형은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합격할 수 있다. 소위 ‘빽’이 통하는 것이다.

특권층 자녀의 입시부정만큼 학부모를 허탈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입시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례입학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유력 언론사주 딸의 고교 부정 편입학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특권층의 입시부정은 1960년대에도 만연했다. 1964년 9월30일자 경향신문에는 특권층 자녀의 경기중·고 편입학 기사가 실렸다. 한 달여 뒤인 11월3일 동아일보는 경기고가 돈을 받고 특권층 자녀 3명을 특별편입학시켰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1993년 5월8일 교육부가 발표한 5년간 대학 부정입학자 학부모 명단(452명)의 대다수는 국회의원, 언론사 사주, 전 장관, 변호사, 의사, 대기업 임원, 대학교수 등 특권층이었다.

최근 서울 유명 사립초등학교에서 재벌 회장 손자와 유명 연예인 아들이 연루된 학교폭력 의혹사건이 터지자 서울시교육청이 19일 특별장학에 들어갔다. 지난 4월 수련회에서 이들이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야구 방망이 등으로 때리고 물비누를 먹이는 가혹행위를 했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이 아니라며 가해학생들에게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특권층 자녀를 특별대우 하는 그릇된 인식이 교육계에 팽배해 있음을 보여준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의 사퇴 뒤에도 아들의 고교 퇴학처분 무마 의혹이 있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뿌리박힌 특권의식과 관행은 종식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라는 다짐은 헛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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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대통령 비선실세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은 입시의 공정성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으로 수시전형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번 정부는 수시전형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수능절대평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에 반대한다. 수시전형 불신 심화의 방증이다.

수능으로 학생을 뽑는 방식은 사용기간이 만료되었다. 객관식 문제는 기본적인 학력을 측정하는 도구일 뿐 창의성이나 도덕성 등 다양한 특성을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객관식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독서와 실험, 수행평가와 토론, 글쓰기와 과제 제출 등 다양한 지적 활동으로 학생을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학생과 학부모, 대중이 이에 반대한다. 그들의 외침은 대체로 같다. 수능으로 돌아가라.

수능은 수시보다 공정하지 않다. 응시 기회의 공정성과 점수 취득을 위한 과정의 형평성은 다르다. 1990년대 후반, 이미 ㄷ외고 한 곳에서 일부 광역자치단체 전체보다 서울대를 많이 보내기 시작했고, 수시전형에 대한 고민도 싹텄다. 교육 기회의 현격한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수능 당일 문제를 풀기까지의 과정이 공정하다는 말은 비현실적이다. 수능 전형을 확대하면 그나마 현재 유지하는 명문대 지방 학생 비율조차 지키기 어렵다. 그럼에도 다수가 정시 복원을 외친다. 수시전형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다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가지 방향으로 교육부가 국민을 설득해 여론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시사 2판4판]삼중창 (출처: 경향신문DB)

첫째, 수시전형의 교육적 우월성이다. 도덕성과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재는 성실하고 정교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고3 교실에서 교육방송 문제집을 푸는 행위가 국가적 손실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써 학생의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여야 한다. 암기와 수용에서 이해와 표현, 참여로 인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도록 지속적인 학교교육의 질 향상에 매진한다면, 사람들의 교육관도 바뀔 것이다. 수시전형 확대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수시전형의 공정성이다. 이는 교사 평가의 공정성과 대학 선발의 공정성 두 측면에서 보면 된다. 교사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 학생 평가의 질적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교사 평가에 대한 학부모나 학생의 이의 제기를 논의할 구조의 형성도 필요하다. 대학의 선발기준도 명료하게 만든다. 수시전형에서 선발 주체는 대학인데, 여기서 의혹은 증폭된다. 정시전형에서 대학은 성적을 승인한 뒤 합·불 여부만 판단한다. 그런데 수시전형의 경우 대학이 선발주체가 되면서 신뢰도는 하락한다. 정유라씨 부정입학 문제와 최근 교육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제기한 특목고 우대 의혹 역시 이런 배경을 지닌다. 대학의 선발권을 존중하면서도 선발과정 감시를 통한 수시전형의 공정성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각 대학의 서류심사 과정과 면접전형의 평가 방식을 지속 감시하고 개선책을 적극 제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미래를 짊어질 인간을 위한 도덕적 고민을 시작하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성과 감성, 덕성으로 인간을 바라볼 공정한 시각을 찾아야 한다. 다수가 수시전형에 합의하는 수준만 되어도 이번 정권은 대한민국 교육사에 큰 업적을 남길 것이다. 서두르지 말자.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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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철없는 행동’에서 비롯됐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최씨가 삼성의 뇌물을 받은 것은 당시 스무 살도 안된 정씨의 갑작스러운 임신·출산과 관련이 있다. 어린 딸의 장래가 걱정된 최씨는 사람들 눈을 피해 딸을 독일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승마 강국 독일은 승마 선수인 정씨가 그렇잖아도 전지훈련을 가고 싶었던 곳이다. 비선 실세의 존재를 일찍부터 간파한 삼성이 정씨를 위해 그랑프리대회 우승마와 생활비 등을 댔다. 최씨가 재벌·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것도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딸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결국 정씨 임신이 ‘독일 승마 유학 → 삼성 뇌물 수수와 K스포츠재단 설립 → 언론 추적 보도와 검찰·특검 수사 → 대통령 탄핵 및 구속 → 조기 대선과 문재인 정부 출범’이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31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공항 게이트에 들어서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9월28일 독일에서 덴마크로 건너가 도피생활을 시작한 지 245일 만에 강제 송환된 정씨는 삼성의 승마 지원 특혜, 이화여대 입학 비리, 재산 해외 은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화여대 역사상 최초로 직선 총장이 등장한 것도 정씨가 원인을 제공했다. 이대는 2014년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갑자기 승마를 추가했고 배후에 최씨 모녀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입시비리와 미래라이프 대학과 관련해 이대생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특검과 검찰 수사 결과 이대는 정씨를 뽑기 위해 최경희 당시 총장 주도로 입시 요강을 바꾸고 교수들에게 ‘금메달을 딴 학생을 뽑으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31일 강제 압송됐다. 지난해 가을 언론의 추적이 시작되자 독일에서 행방을 감춘 지 8개월, 불법 체류 혐의로 덴마크 당국에 구금된 지 5개월 만이다. 정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수혜자이자 이대 입학·학사비리의 당사자다. 그런데도 정씨는 “엄마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는 모른다. 저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죄를 짓고도 당당한 모습이 그 어머니에 그 딸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씨는 이대 부정 입학과 관련해서도 “학교를 한 번도 안 갔다.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그러나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되던 2015년 정씨가 또래들을 조롱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은 지금 이 순간에도 SNS에 떠돌고 있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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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류철균 교수가 수의를 입고 초라하게 끌려가는 모습이 뉴스를 장식하자 많은 사람들은 ‘사필귀정’을 머리에 떠올렸다 한다. 그러나 나는 ‘이(저)러려고 교수가 됐나 하는’ 모욕감과 자괴감을 느꼈다. 화면 속 그는 <영원한 제국>을 쓴 야심 찬 문학청년도, 시대착오적인 박정희주의자이거나 ‘능동적 부역자’도 아니었다. 소심하고 비굴한 ‘하수인’이나 화이트칼라 범죄의 피의자처럼 보였다. 그가 조교에게 죄를 떠넘기려 했다는 최악의 행태도 ‘우병우스러운’ 뻔뻔함보다는 비굴함의 발로로 보였다.

몇몇 이화여대 교수들이 총장(또는 그 배후)의 사주나 강요를 받아 정유라를 위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비리는 황당하고도 몰상식한 범죄지만, 사실 그 디테일들은 오늘날 한국 대학의 평범한 민낯의 한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 감히, 총장이나 학장이 교수들에게 집합을 걸어 특정 학생을 잘 봐주라 강요하거나, 교수 최후의 권한인 채점과 수업운영에 대해 간섭할 수 있는가? 대학마다 좀 차이가 있겠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라 본다. 경쟁과 성과주의에 찌든 신자유주의 대학에는 관료주의와 ‘독재’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의사결정의 반민주성 문제로 내홍을 겪는 대학들은 예외 없이 이 문제를 앓고 있다.

민주적·상향식 총장 선출방식이 무력화되자 국공립대 총장 선임에 청와대와 권력기관이 노골적으로 개입해왔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의 사립대학에서는 ‘박근혜 스타일’이거나 부역자형 또는 기름장어형 인간이 대학운영을 맡는 일이 잦아졌다. 사립대 총장과 재단 중에는 교수·교직원을 자기 집 머슴쯤으로 생각하는 ‘갑’들도 있다 한다. 그런 자들이 권력을 마구 휘두르니 대학의 다른 존재들은 자연스레(?) 모두 ‘을’ 이하가 된다. 이를 제어하는 제도적·법적 장치가 없다는 게 한국 고등교육의 최대 비극 중 하나다.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 영장이 발부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으로 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에는 마치 신분 같은 위계가 있다지만 이제 대부분의 정규직 교수도 ‘까라면 깐다’. 동국대 사태 등에서 보듯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조차 막무가내로 해임하는 전횡도 가능하다. 조교수·부교수들도 고과와 성과의 압박 때문에 바짝 엎드려 살아간다. 그러니 비정규직 교수나 대학 내 다른 노동자들의 권익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유령의 것이 되었다. ‘헬조선’ 전체를 짓누르는 ‘노동의 분할’과 지배의 방법론이 대학 안에서도 예외가 없는 것이다. 정규직에게는 나은 연봉과 허위의식을 떡고물로 주는 대신 과잉된 불안과 개별화를 부여하고, 다수의 비정규직에게는 일자리 자체를 대가로 한 가혹한 착취와 억압으로써 복종하게 만든다.

촛불 덕분에 사회개혁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에 대한 꿈이 살아나고 있지만, 교육과 대학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아직 잘 들리지 않는다. 입시와 학사관리 부정이 과연 이화여대뿐일까? 교원 인사는 어떨까? 오늘날 신자유주의 대학체제는 ‘헬조선’ 부패와 불평등의 전진 생산기지다.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 대학 바깥에서는 대학의 경쟁력과 발전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고등교육법과 사학법이 개정되어 교주와 재단의 대학 소유와 전횡을 제한해야 한다.

대학 내부의 당사자 운동도 절실하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대학교수의 정년보장과 독립성은 원래 학문의 자유나 정치적 자유를 위한 것이지만, 권위주의와 성과주의 앞에서 거추장스러운 제도로 간주돼 파괴돼 가고 있다. 교수들의 책임도 크다. 정년보장과 독립성을 월급쟁이로서의 안위와 개인주의를 누리는 데 써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모임을 만들고 의견을 모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뭔가 이례적이고 위험한 일처럼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수회나 노조가 제대로 기능하는 대학이 몇 군데나 될까? 조장돼 있는 불안과 파편화를 넘는 연대와 세밀한 조직이 필요하다. 고령화된 민교협이나 정규직 중심의 교수노조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거나 혁신해서, 젊은 연구자들과 비정규직 교수들이 주축이 되고 연대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당사자들의 싸움이나 목소리가 없는 한, 문제 자체가 아예 가시화될 수 없는 파편화와 불통의 구조가 대학에 강고하다. 이에 도전을 시작할 때 조교나 대학의 다른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마침 이화여대에서 교직원·학생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부활하기로 결정했다는 반가운 뉴스가 들려온다. 그렇다. 제대로 된 교수회, 강사·조교·직원 노조, 대학원생·대학 총학생회의 구성만이 특권·부패의 ‘정유라 대학’을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우리 대학’으로 되살리는 길일 것이다.

천정환 | 성균관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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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몰랐죠. 학적팀에서 e메일을 받고 깜짝 놀라가지고. ‘아이고, 정유라가 내 수업을 들었어요?’라고 해서 그쪽도 놀라고 저도 놀라고 그랬습니다. 하하.”

기자는 류철균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와 지난해 11월 여러 차례 통화했다.

류 교수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취재 중이었다. 류 교수의 행적은 의심스러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원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였고 차은택씨와 함께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필명 이인화로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소설도 썼다.

류 교수는 학점 특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정씨를 몰랐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김경숙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 학장이 정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 없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했고, ‘이번 게이트와 정말 무관하냐’는 질문에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 싶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정유라 이화여대 재학 당시 정 씨의 대리 시험 등 학사 특혜를 준 의혹으로 긴급체포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하지만 그의 각종 비리를 밝힌 보도(경향신문 2016년 11월8일자 2면)가 나갔고 류 교수는 더욱 강경하게 나왔다. 본지 기사에 대해 왜곡 보도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이 기사로 인해 삼성그룹 간부 대상 강연이 취소됐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본지는 중재위에서 “국회가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까지 결정한 사안을 반론을 빌미로 언론사에 허위사실을 적시토록 하는 게 맞느냐”고 했지만 그의 대리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류 교수는 해를 넘기지도 못한 지난달 31일 체포돼 수의를 입고 눈앞에 나타났다.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류 교수의 변호인이 밝혔다는 내용은 더 참담했다. “김경숙 학장이 정씨를 잘 봐달라고 부탁해 최씨를 만났다”는 해명이었다. 이번 논란에서 류 교수는 한번도 일관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공적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사법기능을 하는 중재위에서, 수사를 하는 특검에서 다른 말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는 문학과 게임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동안 여러 차례 표절 의혹을 샀고, 그때마다 혼성모방이니 판타지니 하는 말들을 했다. 그런 그가 법정에서는 또 어떤 말을 꺼낼지 궁금하다.

이혜리 | 사회부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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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경남 창원에서 열린 촛불집회 연단에 24세 청년이 올라왔다. 유튜브를 통해 본 영상에서, 그는 20세에 취직해 4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전기공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세금 떼고 나면 손에 쥐는 월급이 120만원인데, 방세와 교통비, 식비, 공과금을 내고 나면 저축을 할 돈이 남지 않는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지금의 월급으로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궁금해서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퇴진 이후에 자기 삶이 나아질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1987년에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그다음에 노동자들이 대투쟁을 해서 임금도 오르고 삶이 나아졌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 청년노동자의 소망처럼, 이번 촛불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유튜브에 떠 있는 자유발언 영상들을 보면, 이런 희망 섞인 기대들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하루하루 밝혀지는 대한민국의 민낯은 참담하기만 하다. 소설가로 알려진 대학교수가 ‘정유라’에게 학점을 주기 위해 부정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뉴스가 나온다. 국회에서는 태연하게 ‘최순실을 몰랐다’고 잡아떼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은 최순실·정유라에게 수백억원을 지원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뉴스도 나온다. 힘과 돈을 가진 이들이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알바비 7만원을 포기하고 왕복교통비까지 들여서 촛불집회에 나왔다는 청소년이 있는 게 이 나라의 기막힌 현실이다.

(출처: 경향신문DB)

그래서 이번에는 ‘박근혜’라는 한 사람이 물러나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쌓여 있는 이 나라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것이 없지는 않다. 많이 훼손되어 왔지만, 소중한 대한민국만의 유산도 있다.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국을 떠나,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나라의 모습이 여러 문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 문서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참된 헌법정신, 건국정신을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은 ‘고르게 인간답게 사는 민주공화국’이다. 무슨 근거로 이런 얘기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1941년 11월2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공포했던 ‘대한민국 건국강령’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문서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삼균주의(三均主義)’를 표방하고 있다. 조소앙이 이론적 기반을 세웠던 삼균주의는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을 의미한다. 보통선거를 통해 정치의 균등을, 토지 국유를 통해 경제의 균등을, 무상교육을 통해 교육의 균등을 도모하고,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것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나라는 이런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은 1948년 제헌헌법에도 반영된다. 제헌헌법은 이승만 세력, 한민당 등 우파로 분류되는 집단들도 참여해서 만들어졌지만, ‘대한민국 건국강령’의 연장선상에서 ‘만민균등주의’를 기본정신으로 택했다. 그래서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의 기회를 균등히 한다’는 것이 헌법 전문에 담겨 있다. 헌법 제정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법학자 유진오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정신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적·경제적 민주주의의 조화를 꾀하는 데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헌헌법이 만민균등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한 내용도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자에게 이익균점권을 보장했다. 사기업의 근로자가 기업의 이익 분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익균점권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만큼 제헌헌법을 만들 당시에는 만민균등주의에 대한 공감대가 존재했던 것이다. 만약 이런 정신만 실현되고 있다면, 24세 청년노동자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낫지 않았을까?제헌헌법은 토지 자체를 국유로 하지는 않았지만, 광물 등 지하자원은 국유로 한다고 규정했고, 운수·체신·금융·보험·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는 규정도 두었다. 농민이 농지를 가질 수 있도록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정했고, 이 조항을 근거로 이승만 정권도 농지개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과정은 끊임없는 헌법정신의 훼손이었다. 노동자 이익균점권은 5·16쿠데타 이후인 1962년 삭제되었다. 공공성 있는 기업을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는 조항은 그보다 앞선 1954년 삭제되었다.

물론 지금 이런 조항을 단순히 부활시키자는 얘기를 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조항을 두었던 헌법의 기본정신을 복원하자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이, 그리고 제헌헌법이 꿈꿨던 나라는 ‘고르게 인간답게 사는 나라’였던 것이 분명하다. ‘헬조선’은 헌법정신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그래서 박근혜 퇴진은 정경유착과 특권·기득권 구조의 퇴진이 되어야 하고, 제헌헌법의 정신을 부활시키는 강력한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 재벌 개혁, 검찰 개혁, 관료기득권 개혁, 중앙집권적 국가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에게는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고,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비빌 언덕’이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나라를 이제는 만들어야 한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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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재벌 총수 아들이 초등학교 졸업 후 영훈국제중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했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 학교 재단 임원이 특정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 조작을 지시하고 이를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는 등 온갖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특권층 자녀가 하나고 편입학 전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의혹이 교육청 감사결과 적발되어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서울서부지검은 1년 넘도록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하나고 입시 부정을 신속하게 수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우리 사회 특권층의 부정입학은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럼에도 사법당국은 특권층 부정입학에 무관심하다. 특히 검찰 조직은 국민정서를 외면한 채 교육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특권과 반칙에 무감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봉한 <내부자들> <검사외전> 등 검사들의 일상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엄청나게 흥행했다. 이 영화들이 왜 폭발적인 흥행을 거뒀는지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영화 속 내용이 현실과 정확하게, 아니 그 이상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현실에서 목격하고야 말았다.

영훈국제중 입시 부정, 하나고 입시 부정, 이화여대 입시 부정 의혹 등은 이른바 특권층의 특권의식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 구조가 얼마나 심각하게 고착화해 있는지 명백하게 드러낸다.

이런 현실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 공식적인 신분제도는 조선 후기에 철폐되었건만 다른 형태의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사회 혼란을 핑계로 입시 부정을 눈감아주는 검찰 조직이 존재하는 한 특권층 입시 부정과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학업에 전념해야 할 청소년들 사이에서 “또 다른 정유라가 있을지 모른다. 중·고생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외침이 터져나오고 있을까. 사법당국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관할 교육당국이 특별감사를 통해 입시 부정, 회계 부정, 채용 비리 등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으나, 서울서부지검은 사건 일체를 관할 경찰서로 이첩하고는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지휘를 했다. 검찰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사건을 종결짓지 못하는 동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터져나왔다.

검찰에 허락된 사정의 칼날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공권력이다. 이를 특권층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할 때 어느 국민이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출석일수가 모자라도 권력의 힘으로 졸업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자격을 갖추지 못했어도 권력으로 입학 지원 자격 자체를 바꿔버린 일도 밝혀졌다. 이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을 허락했다. 뿐만 아니다. 학교생활도 학점도 졸업도, 심지어 졸업 후 취업과 사회생활에서도 온갖 특혜를 누렸다. 특권층에겐 ‘헬조선’이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이 땅의 많은 흙수저들은 극도로 절망스러운 현실과 마주하고 섰다. 과연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전경원 하나고 해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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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오늘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대학 입시의 공정성과 엄밀성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입시에서는 단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받거나, 특혜가 주어져서는 안된다. 수능 문제는 전 영역에서 한 점 흠결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수험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혼란이 크고 입시 공정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시험을 치르게 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의 이화여대 입시부정에 수험생들은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학은 실세의 딸을 위해 입시요강을 바꾸고,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 특혜는 입학 이후에도 계속됐다. 교수들은 일개 학생에게 상상할 수 없는 편의를 제공했다. 중학생 수준도 안되는 비문 투성이 리포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수강신청을 대신 해줬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또래를 멸시하고 세상을 조롱했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 중고생들의 참여가 많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최순실 모녀의 농단이 없더라도 교육은 이미 불공정한 게임이 됐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공정한 입시니, 교육의 기회균등이니 하는 말은 허상이 된 지 오래다. 이제 균등이란 서울 강남에서 월 500만원 사교육을 받는 학생과 가난한 조부모 밑에서 주경야독하는 학생이 같은 시각 같은 문제를 푼다는 것 하나밖에 없다. 교육은 한때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높고 견고한 벽이 됐다. 개천에서는 더 이상 용이 나지 않는다. 명문대 입학생의 부모는 대개 고위 공무원이거나 대기업 임원, 변호사·의사 같은 전문직이다. 이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녀의 입시 실패가 곧장 계층 하락으로 이어지므로 허리띠를 졸라매 사교육에 투자하지만 대부분 본전도 못 건진다.

대학 진학은 중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쏟은 땀방울은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손실이 너무 크다. 수능을 끝으로 수험생들이 그동안 펼쳐온 동료와의 선의의 경쟁도 막을 내린다. 이제는 협동과 연대를 할 차례다. 좁은 교실과 칸막이가 쳐진 독서실에서 나와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관심을 갖자. 전국의 60만여 수험생들이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너진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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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