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정년연장법 시행을 몇 달 앞두고 노정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60세 이상 정년이 의무화되므로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공형 임금체계를 바꿔야 하고, 임금체계 개편이 당장 어렵다면 임금피크제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책상머리 정책이라 비판한다.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5.3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짧고, 안정된 일자리의 대명사인 100대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도 12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삭감 정책이라며 반발한다. 이 와중에 경영계는 희망퇴직을 남발하며 고령인력 줄이기에 혈안이 돼있다. 현대중공업, KB국민은행 등 유수의 대기업에서 지난 2년 동안 없어진 양질의 일자리만 3만개에 달한다.

정년연장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이 예외 없이 실시하는 정책이다. 일본과 대다수 유럽 국가들의 정년은 65세이다. 정년연장은 노동자에게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사회적 합의이다.

특히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2013년부터 5년에 1세씩 낮춰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에 처음 연금을 수령한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65세로 늦춰진 상황에서 고령 노동자의 일자리 유지가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이다. 중고령자의 재취업이 쉽지 않고 노후생활보장제도가 미흡한 상태에서 조기퇴직은 고령자들을 빈곤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처사이다.

그런데 정부와 경영계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임금피크제를 청년고용의 해법으로 둔갑시켰다. 청년고용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정책도 논의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부모세대의 임금을 깎아 그것을 청년고용의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군불을 지핀 것은 경총이며, 정부는 이 논리를 확대재생산한다.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청년실업을 외면하는 파렴치범으로 몰아붙인다.

과연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의 해법이 아니다. 경총은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재원으로 2016년에서 2019년까지 18만2000여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가정은 전제부터 엉터리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더라도 신규인력이 필요 없는 곳은 사람을 뽑지 않을 것이고,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는 사업장은 인력을 충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가 청년 일자리 창출 제도라는 논리는 경총이 퍼뜨린 거짓 주장에 불과하며, 세대 간 고용대체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때 청년고용이 늘어날 수 있는 곳은 신규 채용을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공공부문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2013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 60세 정년을 실시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년연장 시 고령자의 생산성 논란은 없었으며, 임금피크제 도입은 아예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에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제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출처 : 경향DB)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퇴직연령은 52.6세이다. 짧은 근속연수는 비정규직의 확대,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의 결과이다. 법 제정 당시 경영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는 임금피크제가 임금 삭감의 악용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수용하지 않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진정 필요하다면, 노사 간 자율교섭을 보장하고, 임금피크제의 다양한 유형을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자.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정년연장이 베이붐세대들의 복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은 별도의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OECD 가입 국가 중 청년 복지 지출은 최하위 수준이고, 정규직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도전하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의 열악한 임금과 근로조건에는 눈감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청년 고용 해법은 근로시간 단축,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고용 친화적 산업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더 이상 노동자들에게만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경제를 움직이는 대기업과 정부는 경제 회생과 청년 고용을 위해 무엇을 양보하고 있는가? 현장의 노동자들이 그들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노광표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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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정부가 임금피크제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내년부터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실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13일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고용을 확대한 민간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제도’를 마련했다. 오는 28일에는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법적으로 의무화되면서 임금피크제가 노동시장에 핵심 주제어로 떠올랐다. 임금피크제를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보아서다. 정부는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2~3년간 청년 고용대란이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임금피크제를 실시해 거기서 아낀 비용으로 신규 청년 고용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지난 2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임금피크제 실시가 불가피함을 역설했고, 이에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임금피크제가 해결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임금피크제 관련 일러스트 (출처 : 경향DB)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은 사용자 임의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다만 노조가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변경의 합리성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임금피크제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민간부문에 전면적으로 확산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58세 정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노동자는 임금 삭감의 고통만 겪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임금피크제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면 개별 사업장의 상황에 맞게 노사합의를 통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임금피크제에 앞서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정부는 노동계가 반대하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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