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에서는 서울 등 몇몇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지정지역이 아닌 곳의 부동산들이 들썩이고 있다는 뉴스가 급하게 전해졌는데, 이런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부른다. 이것은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사창가의 성매매를 강력하게 단속하자 주택가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유사성매매 업소들이 늘어난다거나, 파견노동과 기간제 근로를 규제하자 도급이나 용역이 늘어나는 현상이 대표적인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다.

풍선효과가 자주 나타나는 분야가 교육이다. 이전 정부에서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능 영어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논의되자 사교육의 수요가 수학과목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기도 했고, 선행학습 금지법이 국회에서 한창 논의될 때 ‘공교육만 선행학습을 금지하면 풍선효과로 사교육이 더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전교조나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들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요즘 들어 새로운 풍선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대안으로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 등과 같이 일정수준의 학생들이 선발되어 학습 분위기가 좋았던 학교들이 배정방식의 일반고로 전환되면 대입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걱정에 비평준화 명문고라는 탈출구를 찾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비평준화 지역의 학교 서열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온 현상이다. 더구나 중학교 성적을 평가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이라면 수시 전형 중심이라는 대입 변화의 물결에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일반고에서라면 상위권 내신성적의 학생들이나 받을 수 있는 높은 수능 등급을 받은 지역 명문고의 중위권 학생이 막상 그런 수능 성적으로도 원하는 대학에 도전하기 힘들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상담하다보면 수능 고득점을 위한 선행학습의 실효성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만난다. 수능 고득점을 받는 것보다 내신성적을 잘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인 입시 준비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고의 학습 분위기와 일반고 선생님들이 수시중심의 입시에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는 것 때문에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교육에 희망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과거 같으면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선행학습이라는 학교 밖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가 조금만 더 신뢰를 얻으면 된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학력의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더 늘어나기 전에는 지금의 과열 입시경쟁은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어떤 정책을 동원해봐야 끊임없는 풍선효과만 나타날 뿐이다. 우선 일선 학교의 선생님들이 힘을 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의 학교 밖 교육도 제자리를 찾아갈 테니까 말이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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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카이스트에서 넉 달 동안 학부생 4명이 연달아 자살해 사회적으로 충격을 안긴 적이 있었다.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카이스트의 학사제도 등에 연일 거센 비판이 쏟아질 무렵, 한 교육 월간지에 실린 글을 읽게 됐다. 사회학자 엄기호씨가 카이스트 사태에 대해 여러 대학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쓴 ‘동시대인의 죽음’이란 글이었다.

“무한경쟁으로 인한 ‘모욕감’은 대학서열체제와 상관없이 모든 대학생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험”인 만큼, 그가 만난 학생들 대부분은 자살한 카이스트생에게 ‘동시대인’으로서 공감을 표했다. 그런데 그중 한 지방대생은 조금 다른 고백을 했다. 그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내 주변에는 카이스트는커녕 연·고대 다니는 친구도 한 명 없다. 내가 이 사건과 엮일 아무런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가 학벌과 계층에 따라 분할되는 ‘칸막이 사회’가 돼 가고 있다는 것은 그때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칸막이가 얼마나 어릴 때부터 촘촘히 형성되는지에 대해선 그전까지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왜 그 학생은 카이스트·연대·고대생과 자신 사이에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고 느끼게 된 걸까. 중·고등학교 동창 중 소위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한 친구가 한 명도 없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열린 자사고 학부모 집회에 참가해 '자사고 폐지 반대'를 주장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중·고등학생들의 교우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전국 단위 자사고를 나온 서울대생과 일반고를 졸업한 지방대생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서울대 안의 한 카페에서 전국 단위 자사고 출신인 김현수씨(가명·당시 19세)를 만났다. 그는 당시 친한 친구들과의 인연이 중3 때 다닌 서울 목동의 한 유명 입시학원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시험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그 학원의 ‘자사고 및 특목고 준비반’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내로라하는 소수 정예 학생들로 구성됐다. 그는 학원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들과 함께 자사고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엔 친한 고교 동창이자 서울대 입학 동기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유명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그룹 짓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에 동의했다. “고등학교 밴드부끼리 가끔 합동공연을 하거든요. 그런데 참가 학교를 보면 다 외고·국제고·자사고예요. 일부러 일반고를 배척하려고 그랬다기보다는 서로 아는 친구들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결국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반면 부산지역의 한 일반고를 나와 부산에 있는 지방대로 진학한 이수정씨(가명·당시 22세)는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 대부분이 지방대나 전문대생이라고 말했다. 고1 때 수준별 보충반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 ㄱ씨는 서울의 2년제 전문대를 졸업한 후 어린이집 교사로 취업했다. 친구 ㄴ·ㄷ씨는 고3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도시락을 함께 까먹으며 친해진 사이다. 이들은 이씨와 마찬가지로 부산에 있는 또 다른 지방대에 진학했다.

이씨는 같은 반 친구 중 포항공대나 카이스트에 진학한 아이들도 있지만, 그들과는 상대적으로 함께 공유한 추억이 많지 않다고 했다. “걔네들은 보충학습도 ‘SKY반’에서 따로 받았고, 야간자율학습도 공부 잘하는 애들만 들어갈 수 있는 별도의 정독실에서 했어요. 공간이 분리되니까 자연스럽게 친구 그룹도 성적에 따라 나뉘는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6년 전 취재수첩을 다시 펼쳐든 이유는 짐작했겠지만, 최근 다시 쟁점이 된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 때문이다. 사실 옛날에도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이 단짝 친구가 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그때는 모두가 ‘동급생’이란 동질감만큼은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대학 서열화도 모자라 고등학교는 특목고와 자사고, 일반고로 나누고, 중학교도 일부 학교는 일찌감치 수준별 이동식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학제 시스템은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성적순으로 ‘끼리끼리’ 헤쳐 모이게 만들고, 기성 사회의 잘못된 칸막이 구조가 아래로 확산되는 효과를 더욱 강화한다. 6년 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 이름이 아이를 분류하는 꼬리표가 돼 버렸다.

일각에선 특목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하향평준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하는 것은 중·고교 시절부터 비슷한 배경의 친구들에게만 둘러싸여 자라난 소수의 ‘인재’가 한국 사회 전체를 좌우하는 것이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신규 임용되는 판검사 중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교과서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돌파를 달성해 줄 싹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곳도 아니다. 학교의 1차적 존재 이유는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줄 아는 ‘좋은 시민’을 키워내는 것이다.

정유진 토요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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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와 자사고 폐지와 관련하여 교육계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교육을 망치는 주범이 외고와 자사고라는 주장과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을 위한 작은 부분도 용납할 수 없느냐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 제34조에는 대학에서 공부할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으로 일반전형이나 특별전형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시행되는 시험이 수학능력시험이다. 그런데, 제34조의2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시행하는 시험의 성적 외에 국가는 대학의 학생선발이 초·중등교육의 정상적 운영과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의 채용 및 운영을 권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 안에서 초·중등교육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주범으로 수능시험을 지목하고 있다. 이렇듯 수능시험이 사회적인 논란이 되면서 근래 들어 수능 정시전형이 축소되고, 수시에서도 외고와 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특별전형이었던 특기자전형이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외고와 자사고의 인기는 이미 예전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특목고입시 전문 학원들이 대거 문을 닫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분위기이다. 자사고를 반납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재학생들 중에서 일반고로의 전학을 고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이화여고에서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관계자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중학교 졸업성적 상위권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쓸 때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택해서 수능점수를 잘 받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내신성적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일반고가 나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중학교를 같이 졸업한 친구들의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때 비슷한 성적이었던 친구들이 각기 다른 유형의 학교로 진학했는데 대학진학을 이야기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는 것이다. 그 지역의 평범한 학교에 추첨배정을 받은 학생은 높은 내신등급에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유도 많아서 학교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자사고와 그 지역에서 가장 학력이 높은 일반고에 배정된 친구는 내신경쟁에 몰두하느라 학생부 관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어서 고민이란다. 결국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몇몇 학교에 몰려있다 보니 그 외의 학교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내신등급 관리는 물론 각종 교내 활동에도 여유 있게 참여해서 학생부전형에 딱 맞는 준비를 할 수 있었단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와 관련하여 학부모들이 대규모 시위를 하고, 정부에서는 폐지강행으로 대응할 것 같다. 그러나 폐지강행보다는 입시전형에서 수능과 학생부전형을 보다 조화롭게 전개해 나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공부 잘하고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수능의 길을 일부 열어주고, 학생부전형을 통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지금과 같이 고등학교 교실이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입시전형의 개혁에 따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수많은 교육정책들이 해내지 못했던 교실의 정상화가 학생부전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내신성적과 학교활동이 입시의 중심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상당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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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기준 미달로 판정했던 서울외고와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등 자사고 3곳, 영훈국제중이 기준 점수를 넘은 것으로 평가하고 지정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정부가 애초의 취소 기준 점수를 70점에서 60점으로 내려 기본점수만으로도 지정 취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해왔던 조 교육감이 외고·자사고 일괄 폐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교육감 권한으로는 외고·자사고 폐지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교육부가 법령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며 중앙정부로 공을 넘기는 모양새를 취했다. 당장 외고·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는 “폐지 주체를 교육부로 넘긴 ‘꼼수’ ”라고 비난했다. 폐지에 찬성하는 교육단체는 “고교 서열화가 고착되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란 반응을 보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서울 신문로2가 시교육청에서 2015년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운영성과평가 최종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하지만 조 교육감은 외고·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모든 외고와 자사고를 즉각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5년마다 돌아오는 평가 시기에 맞춰 일반고로 전환하는 ‘일몰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또 외고·자사고의 우수학생 독점을 막기 위해 특성화고 전형만 먼저 하고, 특목고·자사고·일반고 전형은 한꺼번에 진행하는 고입 전형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일몰제’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측면에서 외고·자사고 폐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대개 중장기 과제는 ‘없던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내년에는 교육감 선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외고·자사고 폐지는 교육계와 학부모들에게 공감도가 높은 교육정책이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폐지 의견이 52.5%로 유지 의견(27.2%)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학교 선택권 확대와 수월성 교육 강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은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고, 일반고의 몰락을 가져왔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외고·자사고 폐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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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외국어고 및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추진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지역 자사고 관계자들의 모임인 서울자사고연합회가 그제 폐지 반대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어제는 서울지역 학부모연합회가 뒤를 이었다. 전국외국어고 교장협의회도 모임을 갖고 폐지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들의 주장과 요구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은 외고, 자사고가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지 않고 고교서열화를 조장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사고, 외고는 일반고교보다 일찍 학생을 선발한다. 이 같은 우선선발제도를 통해 우수학생들을 독점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소위 명문대 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그 때문에 자사고, 외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을 번성하게 만든다. 자사고와 외고가 추첨과 인성 면접 등 학생 선발 절차를 일부 개선했지만 우선선발이라는 특권은 온존한다. 이런 특혜를 받지 못하는 일반고는 ‘슬럼화’되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 외고의 폐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자사고는 학비가 일반고의 2배가 넘는 ‘귀족학교’다. 설령 서민 자녀가 사회적 배려 전형을 통해 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다고 해도 졸업 때까지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교야말로 경제적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부조리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외고와 자사고를 없앤다고 사교육이 잡히고 공교육이 정상화되느냐는 주장에는 일면의 진실이 있다. 사교육의 원천인 대학입시와 학력사회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외고와 자사고 탓만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외고, 자사고 폐지 문제와 대학입시, 학력사회 개선 문제는 선후의 문제가 될 수 없다.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며 특권 논란을 낳는다면 그것이 제도든 기관이든 개혁해야 할 적폐일 뿐이다. 이미 오래전에 외고와 자사고는 설립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시통로로 전락했다. 학생 우선선발과 턱없이 비싼 학비, 국·영·수 집중 교육 등의 학교 운영은 바로 이 사회의 특권과 반칙이 바로 여기에서도 뿌리내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학교들은 자기 성찰은커녕 교육당국의 잇단 개선 권고도 외면해왔다. 폐지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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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어제 서울시내 6개 고교에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자사고 지정 취소가 되면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선거 공약인 자사고 폐지가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지정한 지 5년밖에 안된 자사고를 일반고로 되돌리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황폐해진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는 해당 자사고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서울시교육청이 3차례 평가를 하면서 개선의 기회를 줬으나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들 자사고는 그간 다양한 교육 추구라는 설립 목적에 반하는 학교 운영으로 눈총을 받아왔다. 학생 선발 자율권은 성적 우수 학생 확보 수단으로, 교육과정 자율권은 국·영·수 위주의 입시 교육 수단으로 변질됐다. 교육자원을 독식한 자사고가 성장하는 동안 일반고 슬럼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6개교를 지정 취소하고 숭문고, 신일고 2개교는 지정 취소를 유예했다. (출처 : 경향DB)


사립고교에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허용하면 학교 간 선의의 경쟁과 교육수요자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돼 공교육이 강화될 것이라는 당초 취지에 반하는 결과다. 자사고 측은 일반고 몰락이 자사고와 무관하다고 말한다. 고교체제 성격상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고 등장 후 학급당 학생수 급증과 학업성취도 하락 등 일반고의 학습 환경이 크게 후퇴한 것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등록금을 일반고보다 최고 3배까지 더 거둘 수 있게 한 것도 부당한 특권이었다. 이러니 일부 학원이 분위기를 해친다며 일반고 학생들의 수강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고교서열화와 교육불평등이 한층 더 심화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만으로 공교육이 완전 정상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사고가 공교육 몰락을 부추기기는 했어도 근본 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교육 몰락의 중심에는 극심한 입시경쟁과 내 자식만 잘 키우자는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다. 교육청이나 자사고, 일반고의 힘만으로는 공교육 살리기가 불가능한 이유다.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문제인 것이다. 교육부와 자사고들이 반발하지만 교육 백년대계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공교육 살리기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물론 일반고의 분위기 쇄신과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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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자사고

서울의 자율형사립고 8개의 탈락 최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이 평가 결과 70점 이하를 받은 8개 학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에 이의를 제기하라는 청문 기회를 주었지만, 8개 학교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협의 요청을 세 차례나 반려했다.

이제까지 공식적으로 드러난 자사고의 문제점만으로도 대다수의 학교는 별도의 재지정 평가 없이 즉시 ‘지정 취소’ 대상들이다. 1개 학교는 법률에 명시된 자사고 지정 요건인 법인 전입금 5%를 2년 연속 이행하지 않았다. 회계비리로 감사에 적발된 학교는 9개이다. 2개 학교는 불법찬조금을 걷었고, 다른 4개 학교는 시설 공사 등에서 부당 수의계약, 쪼개기 발주 등을 해 적발됐다. 통장 135개를 만들어 돈을 돌리고 돌리며 횡령하다 적발된 학교, 방과후 운영이나 축구부 운영에서 불법을 저지른 학교들이 적발됐다. 이는 교육감 직권으로 재평가 절차 없이 지정 취소할 수 있는 사유의 1항,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에 해당한다.

4개 학교는 심사자가 입학 지원 학생의 인적사항을 알 수 있는 상태에서 서류심사를 진행하거나 입학전형 회의록을 불법 작성했다. 이는 2항, ‘부정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한 경우’에 해당한다.

국·영·수를 총 수업시수의 50% 이상 부당하게 운영한 학교는 자료가 확인된 23개 학교 모두 해당한다. 선행학습도 심각하다. 2학년 2학기에 미분을 배운다고 해놓고, 1학기 기말고사에 이를 출제하는 식이다. 이는 3항, ‘교육과정을 부당하게 운영하는 경우’다.

자사고 지키기에 열을 올렸던 문용린 교육감 시절 진행된 평가 결과대로 해도, 교육과정의 운영에서 ‘미흡’ 이하를 받은 5개 학교는 4항, ‘지정 목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정해 교육감이 취소할 수 있다’에 해당한다.

법대로, 교육부 지침대로 해도 서울의 자사고 25개교는 “교육감 직권으로 지정 취소”하는 4개 사항에 안 걸리는 학교가 없다. 건학이념에 따른 정상적인 자사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가진 자의 욕망과 불법을 눈감는 행정이 뒤섞여 불법과 편법의 도가니가 아니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게 자사고의 현실이고 비극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진보교육감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높지만, 막상 예산이나 권한은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구체적 행정에 들어가면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미세한 문제들에 골몰하다 길을 잃을까 염려된다.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 서울자립형사립고교장연합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 일부 자사고 지정 취소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 경향DB)


서울시민과 국민들은 일관되게 자사고 정책의 폐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지지해왔다. 자사고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여론조사에서 자사고 폐지 여론이 유지보다 두세 배 높았다. 여기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는 일반고의 눈물과 한숨, 그리고 서민 학부모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문용린 교육감 임기 말에 실시된 평가에서 자사고는 감사 지적 사실을 감추고 보고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알면서도 봐주기 평가를 했다. 신임 교육감이 제대로 된 종합평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결과 8개 학교의 취소를 결정했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법과 행정을 뛰어넘는 과도한 정치행위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저 법대로 해라. 상식대로 해라. 공약을 지켜라.


조남규 | 전교조 서울지부장·영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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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가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가 교육감의 권한이라는 해석을 냈다. 입법조사처는 법무법인 3곳의 법률자문을 받아 자사고 지정취소 시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교육부 훈령’이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고,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박홍근 의원에게 제출했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8개 자사고 지정취소를 훈령에 근거해 거부하고 있다. 입법조사처의 해석은 분명하다. ‘협의’에 그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내용을 훈령에서 ‘사전 동의’ 내지 ‘합의’에 이르도록 규정한 건 과도한 지휘권 행사라는 것이다. 국 교육부가 법적 효력도 없는 ‘동의’를 강요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의 정당한 절차에 따른 자사고 지정취소를 무단으로 막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시·도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지정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도 ‘불량 자사고’를 감싸기 위해 교육자치를 흔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교육부의 막무가내 대응이 펼쳐졌다. 정부기관에 법률자문을 하는 정부법무공단은 ‘자사고 지정취소는 교육감의 권한’이라는 검토의견을 지난 7월 교육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정진후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교육부의 정부법무공단 법률자문 결과’에 따르면 공단은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교육청 자치사무’로 판단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유권해석의 취지와 반대로 ‘자사고 존폐는 국가사무’라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예고를 강행했다. 교육부가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법률 검토의견까지 무시하며 각종 무리수를 두는 의도는 뻔하다. 어떻게든 진보교육감의 자사고 폐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자사고 지정 취소를 둘러싼 사법·행정 절차와 단계별 시나리오 (출처 : 경향DB)


누차 지적했듯이 자사고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것은 도입 취지와 달리 일반고를 황폐화시키며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고를 공교육의 중심으로 복원하는 것이 자사고 존폐 문제를 푸는 요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이는 법에 맞게 교육자치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교육부가 법과 교육자치의 정신을 훼손하면서까지 시·도교육감에 부여된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빼앗아 해결하겠다는 것은 갈등과 혼란만 증폭시킬 뿐이다. 교육부가 이제라도 해야 할 것은 법에 정해진 대로 서울시교육청과의 ‘협의’에 나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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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도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및 지정취소 권한과 관련해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지정 협의에 관한 훈령’의 해당 조항을 규제로 규정하고 정비 작업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한다. 훈령은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이나 지정취소 시 교육부 장관과 사전협의하고, 장관이 부동의할 경우 지정취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그제 공개한 ‘2014년 교육부 규제 완화 현황’에 따르면 교육부가 올해 말까지 정비할 규제에 이 두 가지가 포함돼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교육부는 지난 5일 시·도 교육감이 자사고·특목고·국제중을 지정이나 지정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전협의와 부동의를 규제라고 해서 손질하기로 해놓고 되레 사전동의라는 더욱 강력한 규제를, 그것도 훈령보다 상위법인 시행령에 못 박은 것이다.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4일 서울시 교육청 기자실에서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 평가결과와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의 규제 정비는 지난 3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진행됐음은 이미 알려진 바다.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규제개혁’에 발맞춰 규제개선추진단을 꾸리는 등 요란한 과정을 거쳐 지난 8월 올해 삭제할 48개 규제를 1차 확정했던 터다. 그런데 교육부가 갑자기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자사고 폐지를 공약하고 당선된 이른바 진보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훈령 삭제를 통해 교육자치를 강화하려다 뒤늦게 부랴부랴 시행령을 바꿔 진보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원천봉쇄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훈령 개정이 규제 완화 차원이라기보다 규정 내용을 훈령보다 상위의 대통령령에 근거를 두기 위한 규제 정비의 일환이라는 교육부의 해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자사고 평가와 관련한 작금의 논란은 훈령 정비 계획과 시행령 입법예고의 모순에서 보듯 그 원인을 교육부가 제공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교육부는 실패한 자사고 정책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현행 법체계에서 자사고 평가는 자치사무든 국가위임사무든 교육감의 책임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주장이기도 하다. 정치적 이해와 진영 논리에 휘둘려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일에 교육부가 앞장선다면 그보다 더 딱한 일이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코미디 같은 일을 하고 코미디 같은 변명을 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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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어제 서울시교육청이 요청한 8개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지정 취소 협의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또 교육감이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제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14개 자사고 가운데 기준점수에 미달한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 등 8개 학교에 대해 교육부에 지정취소 협의 신청을 한 데 따른 조치다. 이미 공언한 바이긴 하지만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된 조치들을 서슴없이 밀어붙이는 교육부의 처사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반려란 협의신청서에 위법·부당한 사항이 포함되면 동의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되돌려보내는 것이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새로운 지표를 추가해 재평가를 실시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성과평가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반려했다. 한마디로 내용을 보지도 않고 퇴짜를 놓은 것으로 설사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교육당국으로서 온당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더욱이 교육부 장관의 반려나 동의·부동의 등의 절차는 행정청 내부의 서무처리 준칙에 불과한 훈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상위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앞설 수 없다. 현행 시행령은 자사고 지정 및 취소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으며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토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의견 제시 차원의 이 ‘협의’ 규정을 근거로 부동의·반려 등 결정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법의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4일 서울시 교육청 기자실에서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 평가결과와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어제 협의 규정을 아예 ‘동의’로 바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꼼수’를 넘어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개정령안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뿐 아니라 교육부 장관 소속의 자사고 지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특성화중·특수목적고도 마찬가지다. 교육감에게 있던 특성화중·자사고·특목고의 지정 및 취소 권한을 교육부 장관이 갖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사고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도입 취지와 달리 일반고 교육환경을 악화시키는 등 공교육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과 동문·학부모 등은 교육의 백년대계와 공교육 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자사고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교육 주체에게 ‘내 자식 잘 키우자’가 아니라 ‘우리 자식 모두 잘 키우자’는 관점에서 접근해달라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호소는 교육부가 오히려 크게 내야 할 목소리라고 본다. 교육부부터 냉정을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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