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8.08.21 [사설]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의 ‘새 가치 정립’이 공허한 까닭
  2. 2018.07.16 [사설]한국당, “잘못했습니다” 백 번 말하면 뭐하나
  3. 2018.07.03 [사설]김성태 권한대행의 대북 인식 변화를 주목한다
  4. 2018.06.18 [아침을 열며]과대망상과 자아도취
  5. 2018.05.02 [정동칼럼]홍준표의 “쇼”
  6. 2018.02.26 [사설]한국당의 절망이 낳은 집단 광기
  7. 2017.12.13 [사설]김성태 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바란다
  8. 2017.09.18 [사설]김 대법원장 후보는 사법개혁 적임자, 반대할 이유 없다
  9. 2017.09.14 “사법개혁 저지 의혹 보도는 오보” 한국당 의원의 음모론
  10. 2017.09.11 [사설]보이콧 철회 자유한국당 이젠 국회에서 제대로 하라
  11. 2017.09.07 [사설]장외로 돌며 불안 조장하는 자칭 ‘안보정당’의 자가당착
  12. 2017.09.04 [사설]‘보수정권 옹위방송’ MBC 사장 위해 국회 보이콧한 한국당
  13. 2017.07.27 [사설]담뱃값 올려놓은 한국당, 이제는 내리겠다니 장난치나
  14. 2017.07.06 [사설]안보 위기·정국 교착, ‘홍준표 리더십’으로 풀어라
  15. 2017.07.04 [사설]홍준표 신임 대표가 수렁에 빠진 한국당을 구하려면
  16. 2017.06.21 [사설]꽉 막힌 정국, 국민의당이 뚫어라
  17. 2017.06.15 [사설]한국당은 발목 잡기 그만하고, 대통령은 협치에 더 노력을
  18. 2017.06.02 [사설]새 정부 3주 만에 협치 거부한 한국당, 아직 정신 못 차렸나
  19. 2017.05.30 [사설]문 대통령 해명도, 총리 인준 절차도 거부한다는 한국당
  20. 2017.04.25 [사설]자유한국당·바른정당은 대선 포기했나

자유한국당이 20일 의원연찬회를 열고 당이 추구할 새로운 가치와 이념적 좌표를 공개했다. “인적 청산보다는 새로운 보수가치 정립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한 김병준 비상대책위 체제 출범 이후 한 달 만에 결과물을 제시한 것이다.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은 연찬회에서 “가장 큰 핵심 가치로 자유와 민주를 걸기로 했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혁신가치로는 ‘공정’과 ‘포용’을 내세웠다.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시대착오적 냉전 이데올로기, 개발독재에서 기원한 강자 위주의 정책, 수구 이념 등에 대한 청산과 단절이 요구되어왔다. 퇴행을 거듭해온 당의 정체성을 시대정신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당위에서다. 하지만 이날 제시된 당의 새로운 가치와 좌표가 그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자유, 민주, 공정, 포용 등은 이미 당의 강령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그럴싸하게 포장만 바꿔서 ‘가치 재정립’이라고 외쳐 봐야 울림이 있을 리 만무하다. 특히 공정과 포용이 그렇다. 한국당이 그간 공정과 사회적 약자 포용에 부합하는 정책을 편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다르게 공정과 포용의 가치를 지탱할지, 구체적 비전을 내놓는 게 마땅하다. 기존의 것들에 적당히 분칠해서 내놓은 ‘새로운 가치’는 전혀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상의를 벗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북한에 대한 접근에서 선명해지는 이념적 좌표도 어정쩡하다. ‘안전한 평화’라는 애매한 표현을 동원, 본질적 문제를 우회했다. ‘한반도 평화’ 논의가 가히 혁명적 전환 국면에 들었는데도 아직껏 반북, 반공, 안보 제일 등 낡은 이념의 틀을 떨쳐 버리지 못한 결과다. 그러니 이날 연찬회에서도 “그간 당의 이념·가치가 문제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반론이 봇물 터졌을 터이다.

김병준 비대위의 한국당이 내놓은 새로운 가치와 좌표가 공명 없는 자기들만의 말잔치로 비치는 까닭은 분명하다. 개혁의 요체인 ‘인적 쇄신’이 전혀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새로운 가치 운운해 봐야 공허할 따름이다. 이날 연찬회에서 ‘자유한국당,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박상병 인하대 교수의 지적대로 “인적 혁신 없는 좌표 설정은 추상”일 뿐이다. 그는 “헌정사상 초유의 담대한 인적 혁신으로 구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그렇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철저한 인적 쇄신, 한국당 혁신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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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자유한국당은 지리멸렬 속에 계파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소속 의원 모두 책임을 공유하며 처절한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의원총회만 열렸다 하면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 12일 의총에선 친박계 의원들이 김성태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꺼내자, 김 원내대표가 친박계 의원들의 불미스러운 과거를 들춰내는 것으로 맞받아쳤다. 알량한 당권을 쥐겠다고 서로 “네가 나가라”며 죽기 살기로 진흙탕싸움을 벌이는 꼴이 목불인견의 끝을 보는 것 같다. 이런 당에 지난 9년간 나라를 맡겨놓았다고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김성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그간 온갖 외부 인사들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퇴짜 맞은 끝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박찬종 변호사,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 전희경·김성원 의원 등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를 선정했다. 이 중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한들 뼈를 깎는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한국당 내에서도 별로 없을 것이다. 당 지도부는 16일 의총에서 최종 의견수렴을 한 뒤 17일 전국위에서 비대위를 발족시킬 계획이지만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또 한 번의 난장판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선거 참패 직후 한국당 의원들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무릎을 꿇는 ‘사죄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 이후 한국당은 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긴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느낀다면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혁신과 개혁은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무늬만 바꾼다고 한국당과 보수가 재건될 수는 없다. 그것을 모른다면 바보이고, 알고도 못한다면 폭삭 망하는 길밖에 다른 수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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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조약과 협정보다는 평양에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들어가는 게 훨씬 더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담보한다”며 북한의 실질적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변화에 방점을 둔 언급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한국당이 문 특보를 줄기차게 비판해온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칭찬이다. 김 권한대행은 나아가 “한국당은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정당으로서 한반도 평화 여정에 동참하면서 감시자 역할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당의 안보정책이 더 이상 여론의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되겠다는 자각이 작용한 듯하다. 늦게나마 남북관계의 현실을 직시한 것을 환영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6·13 지방선거 후 김 권한대행과 한국당의 안보정책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김 권한대행은 선거 후 첫 의원총회에서 “수구냉전적 사고에 머무르면 국민들은 점점 더 우리를 외면할 것”이라고 한 이후 기존과 다른 발언을 하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달 29일에도 한 심포지엄에 참석, “북한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개혁개방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깎아내리던 당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당 대변인은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일정 부분 유예는 인정한다’는 논평도 냈다. 수구냉전적 사고를 솔직하게 자인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당의 변화를 지지하며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안보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기를 기대한다.

김 권한대행은 한국당의 좌표를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정당’으로 제시했다. 대결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지양하겠다는 말이다. 북한은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보유한 적이지만 화해와 통일을 위한 대화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의 변화를 냉철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김 권한대행의 변화된 입장이 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에게 시선을 맞춘 정치인들이 아직 당내에 즐비하다. 한국당은 제대로 가는가 싶다가도 되돌아간 게 한두번이 아니다. 만약 최근 변화가 눈앞의 곤경을 모면하려는 시늉이라면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이다. 김 권한대행과 한국당의 향후 안보정책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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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는 승리보다 패배가 선명하게 기록된 선거로 남을 것이다. 80%에 근접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등을 감안하면 더불어민주당의 낙승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졌느냐’의 문제는 짚어야 한다. 정치의 영역이든, 스포츠의 세계든 ‘잘 진다’ ‘멋있게 진다’는 말이 있다. 지더라도 명분을 지킨다면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나 대안보수를 자처한 바른미래당은 그러지 못했다. ‘한국당과 손잡느니 정계은퇴하겠다’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한국당 김문수 전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던 것이나,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막말로 자기 당에서도 외면받은 일은 야권 패배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훗날 이번 선거는 둘의 추락으로 더 기억될지 모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처지를 너무 몰랐다. 빈털터리 집안의 가장이면서도 ‘거부’라도 되는 양 큰소리를 쳤다. 불리한 여론조사를 두고는 “지지율 조작” “선거가 끝나면 여론조사 기관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현실부정은 과대망상과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었다. 한국당은 갈수록 고립되는데, 민심이 돌아오고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곳간이 비었는데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가장이 몽상에 빠지면서 어려운 집구석은 더 흉흉해졌다. 정권과 “싸우는 법을 안다”고 하더니, 식구들과 다퉜다. 배고프다고 하소연하는 식구들에게 “바퀴벌레” “암덩어리” “연탄가스” 등 막말을 퍼부었다. 힘들다는 푸념은 그에게 가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비쳤을지 모른다. “막말은 영남 지역에서 친밀감의 표시” “서민적 용어를 알기 쉬운 비유법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어이없는 해명을 한 것도, 나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은 ‘존중받는 가장’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됐을 터다.

대단한 사람으로 대접받기 원했던 홍 전 대표의 바람은 선거 후에야 현실이 됐다. “그분은 보수당을 궤멸시키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 같다”는 정두언 전 의원의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당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해체”까지 언급하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 덕분에 자유당 시절부터 한국 사회 주류로 행세해온 한국당은 완전히 망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못지않은 역사적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가장이었다. 지방선거 후 보수재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정치적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가족들의 희생과 양보를 강요했다. 정치의 기본인 명분과 절차적 정당성도 깡그리 무시하고 독단과 변칙을 반복했다. 자기만 알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에 반대하자, 당헌·당규까지 바꿔 밀어붙였다. ‘바른미래당은 나 하나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자아도취가 아니고서야 이런 무리수를 둘 수는 없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에 나선 일부 후보들의 사퇴를 종용한 것도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 ‘경쟁력 있는 인사를 세워야 한다’며 경선을 거친 후보들을 그만두게 하려 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 한 표라도 도움이 될 인사들을 내세워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안 전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바른미래당 광역단체장 후보의 말이다. “지도자는 자기는 죽고 남을 살려야 한다. 그 사람은 자기를 위해 남에게 죽으라고 한다.”

선거 막판 안 전 후보의 바닥은 온전히 드러났다. 한국당과 손잡으면 정계를 은퇴한다더니, 한국당 김문수 전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그래놓고 “경쟁력 있는 후보에게 몰아줘야 한다”며 인위적 단일화 시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전 후보를 전화로 불러내어 다짜고짜 양보를 요구해놓고, 단일화 시도가 아니라고 궤변을 던진 것이다. 설사 단일화가 됐어도 선거에 이길 수도 없었겠지만, 만에 하나 단일화 덕에 당선됐다면 또 어떻게 했을 것인가. 김 전 후보를 지지했던 수많은 태극기 부대들의 이익을 대변해 ‘박근혜 석방’을 외칠 것인가.

홍 전 대표는 사퇴했고, 안 전 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둘 다 정계은퇴를 말하지는 않았다. 홍 전 대표는 물러나면서도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나라’를 정치세력 사이에서 서로 넘길 수 있는 물건인 양 취급하는 얼토당토않은 인식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나라는 넘어간 것이 아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선택했다. 주인인 국민들이 홍 전 대표와 한국당을 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은 안 전 후보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이용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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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정치는 쇼’라고 한다. 정치의 민낯을 들여다보면 진실은 오간 데 없고 대중을 현혹시키는 각종 쇼가 범람하는 게 사실이다. “쇼”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정치인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인데, 최근 들어 부쩍 “쇼”란 말을 남발하고 있다.

그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과 문재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정상적인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이루어진 이면에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노골적인 색깔론도 펼쳤다.

납득이 잘 안됐는데 같은 당 내에서 반발이 속출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5%를 뛰어넘는 것을 봐서는 내 판단이 틀리거나 경도된 것 같지는 않다. 홍 대표의 뇌리에 박혀있는 생각과 자신이 정치행위라고 믿고 실천해 온 일들이 타인의 정치행위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형성했다고 보면 무리일까.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5월1일 (출처:경향신문DB)

백번 양보해 남북이 합작해 ‘쇼’를 만들었다 치자. 하지만 쇼에도 품격이 있는 법이다. 어린 시절, <쇼쇼쇼>라는 TV 인기 프로가 있었다. 요즘 말로 초호화 버라이어티 쇼였다. 명사회자 ‘후라이보이’ 곽규석씨의 재치있는 원맨쇼와 코미디언의 콩트, 그리고 유명가수들의 노래가 어우러진 명품 쇼에 대한 추억은 지금도 아련하다. 시골 장터를 떠돌던 유랑 악극단도 보는 이의 애환을 달랬지만 재미와 파격 면에서 <쇼쇼쇼>와 도저히 비교될 수가 없었다.

두 남북 정상을 비롯, 동행한 이들이 11시간59분 동안 판문점을 무대로 펼친 감동의 드라마를 주말 내내 보고 또 봤다. TV 화면을 뚫고 전달되는 선의와 환한 기운에 온몸이 가뿐해지고 때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전쟁의 위협으로 그동안 얼마나 불안해하며 가슴을 졸였던가. 두 정상이 손잡고 북한 땅을 잠시 넘나드는 장면, 봄 햇살을 받은 연초록을 배경으로 평생의 길동무처럼 도보다리에서 다정하게 앉아 환담하는 파격적인 모습은 역사에 길이 남을 평화의 상징이자 통일에의 염원이 구현된 역사적 사건이었다. 두 정상의 발길이 닿은 곳곳, 물 흐르듯 이어진 모든 프로그램에서는 진정성을 멋으로 녹여내려는 정성이 역력했다. 회담장의 그림 한 점, 기념식수에 뿌린 백두·한라의 흙 한 삽, 옥류관 냉면 등은 풍성한 얘깃거리와 함께 시선을 붙잡았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홍 대표에게는 혹세무민하는 ‘쇼’로 보였던 모양이다.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면 홍 대표의 감성과 판단력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반면 반대편 정치인을 깎아내리기 위해 마음을 숨기거나 속였다면 자신감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사파 운운하는 색깔론은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지겹고 시골 약장수의 호객행위처럼 신선함이 없다. 홍 대표의 발언은 한마디로 흥겨운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고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다. 평소 정쟁으로 맞설지라도 남북의 평화와 통일 분야에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8000만명의 생명과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는 절체절명의 사안에 남 말 하듯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모자란 점이 있다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그 지혜를 모으는 경쟁에서 야당이 뒤처져서는 안될 것이다.

비핵화 선언이 실속이 없다는 비판도 그렇다. 말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닌 듯하지만 맥락을 보면 일종의 억지다. 비유컨대 학교에 안 가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겨우 어르고 달래서 등교시켰더니 당장 90점 이상을 받아오지 않으면 퇴학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래전 남북 여성들의 만남의 장에 몇 차례 참가한 적이 있다. 인적·물적 교류에 앞서 허심탄회한 소통이 전제돼야 하며 그 소통을 위해선 상호존중과 끈질긴 인내심이 절대적임을 절감했다. 미국의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위험은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우리 안에서 솟아오른다”고 했다.

화창한 봄날 남북의 두 정상이 평화를 향한 2인3각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가을의 결실에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난만한 꽃들의 대잔치를 감상할 수도 있지만, 한여름의 무더위와 때론 태풍까지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러운 발걸음에 동참하고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 행렬에서 홍 대표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과 여당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위장쇼”라고 깎아내리기보다는,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 더 멋진 정치쇼로 경쟁해야 한다. 무조건 폄하하기보다 잘한 것을 가려 칭찬하는 용기가 있을 때 적절한 비판이 더 힘을 갖는 법이다.

<문경란 |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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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의 평창 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비판하며 연일 도 넘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25일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막기 위해 북한 대표단의 이동 경로인 경기 파주 통일대교 남단을 막고 점거농성을 벌였다. 한국당은 의원과 보좌진 등으로 ‘김영철 방한저지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26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등 소속 의원들이 25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열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한 저지 집회에서 '김영철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한국당 의원들은 집회 때마다 ‘김영철 즉시 사살’ ‘철천지원수’ ‘살인마’ 등 이성을 잃은 채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남북 연방제 통일안을 추진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투쟁위원장을 맡은 김무성 의원은 “문 대통령이 김영철과 악수하면 대통령으로 인정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2014년 자신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온 인민군의 1인자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악수하며 환대했던 모순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간판을 바꿔 단 지 1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당 지지율은 11%로 더불어민주당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6월 지방선거도 비관적이다. 한국당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종북 주사파 청와대 참모진의 국정농단”으로 규정했다. 여전히 저급한 색깔론으로 보수지지층 결집을 유도해 열세를 돌파해보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선거용 정쟁을 하느라 나라의 안보와 평화를 흔드는 행위를 시민은 똑똑히 기억해 둘 것이다. 한국당은 유권자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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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3선의 김성태 의원을 새 원내 사령탑으로 뽑았다. 홍준표 당대표와 손잡은 김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친박근혜계인 홍문종 의원, 중간지대를 표방한 한선교 의원을 물리쳤다. 김 원내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치르며 향후 1년 동안 제1야당 한국당의 원내 전략을 주도하게 된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말을 통해 ‘전사가 되어 문재인 정권과 싸우겠다’며 강력한 대여 투쟁을 선언했다. 복당파인 김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홍 대표의 장악력 증대와 당내 친박세력의 퇴조가 예상된다. 한국당의 변화 가능성을 주목한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017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김성태의원이 원내대표,함진규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되며 기뻐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김 원내대표의 대여 투쟁 선언이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아무리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 해도 야당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탄핵과 정권교체를 겪고도 한국당이 최소한의 합리성조차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표는 여권이 내놓는 정책마다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북핵 위기가 현실화한 상황에서도 대책 없는 대북 압박만 외치고 미국이 거부한 전술핵 배치를 고집하고 있다. 노동·복지 정책도 비전 없이 문재인 정부를 향한 구태의연한 퍼주기 타령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공영방송을 망가뜨려 놓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언론인들의 노력을 폄훼했다. 한국당은 지난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가결 1주년 때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탄핵의 당위성을 표명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러고도 지지를 바란다면 시민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당 지지율이 서울에서 바른정당에 뒤진다는 여론조사의 함의를 새길 필요가 있다. 여당만 비판하면 지지율이 되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꿈이다.

이런 현실은 김 원내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촛불시민들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민생과 개혁법안이 국회에 산적해 있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물론 공수처 설치, 국가정보원법 개정 등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입법 과제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규명하는 국회 특위 위원장으로 엄정하게 청문회를 진행했다. 그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여 선명성뿐 아니라 제1야당에 걸맞은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홍 대표의 무분별한 대여 투쟁을 견제하면서 친박계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한국당 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진취적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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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 닷새가 지났지만 국회 임명동의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김 후보자가 사법부 수장으로 부적절하다며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조차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가 특정 이념 성향이 있는 법원 사조직을 이끌었고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지지한다는 얘기도 흘리고 있다. 보수야당의 색깔론과 성소수자 혐오에 신물이 난다. 김 후보자가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은 판사들의 대중적인 학술모임에 불과하다. 동성애와 관련해서도 김 후보자는 “동성애를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해서도 안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하는 것도 하나의 권리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청문회 시작 전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당의 모호한 태도는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 당이나 당 대표의 알량한 존재감 부각을 위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때처럼 반대표를 던질 태세다. 시민들의 사법개혁 열망을 짓밟고,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반민주적인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땡깡 발언’에 대한 사과와 김 후보자 인준 문제를 결부시키고 있지만 이 둘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지난 31년간 내린 판결 중에 함량 미달이나 반인권적·비양심적인 것이 있는지, 특정 정파에 유리하거나 사상적으로 치우친 것이 있는지, 성소수자에게 특혜를 주거나 차별한 것이 있는지 구체적인 증거를 대기 바란다.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기에 정략적으로 대법원장 후보자를 비난하고 국회 임명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이다.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선은 정권 성향에 관계없이 전임자 퇴임 전에 이뤄졌다. 여야가 정파를 떠나 대승적으로 협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6년 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보수성향의 양승태 현 대법원장에 대해 비판적이었으면서도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헌정 초유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며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통과를 국회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의 협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제 국회가 화답할 차례다. 바람직한 삼권분립을 위해서는 인준 절차와 과정에서 사법부에 예우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양 대법원장 임기는 오는 24일 종료된다. 시간이 별로 없다. 국회는 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사법부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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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12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에 대해 “많은 부분이 오보”라며 “그 오보도 상당히 치밀한 계획 아래 나오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는 대법원이 법원행정처로 인사 발령이 난 판사에게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관련 학술대회를 축소·저지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고, 이에 해당 판사가 반발해 사표를 내자 다시 원소속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내용으로 법원 안팎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주 의원은 이 기사의 어떤 부분이 오보이고, 오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전혀 제시하지 않으면서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곤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하는 법관들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자가 무슨 귀신도 아니고 어떻게 기사를 쓰겠느냐”고 몰아갔다. 이는 취재원으로부터 자료나 제보를 받아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 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언론은 기관이 내는 공식 보도자료나 공식 브리핑만 베껴 써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 기사가 제기한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은 대법원 스스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권한을 위임해 조사를 벌였던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대책 마련과 법원행정처로 발령난 판사의 겸임 해제 의혹, 인권법연구회를 타깃으로 한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조치의 부당성 등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책임을 인정했다.

지난 6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갔다. 학술대회 축소에 직접 개입하고 이 판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사실상 지시’를 받았다고 확인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은 이미 사직한 상태였고, 이 전 상임위원은 징계를 받았다.

“(기사 때문에) 법관들도 충격을 받고 놀라고 있다”는 주 의원 말에 되레 의문이 든다.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아니라, 이를 보도한 언론이 문제라는 것이라 황당할 따름이다.

주 의원은 이처럼 생각하는 판사가 있다면 그를 국회에 증인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이혜리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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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1일부터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날 아침 의원총회에서 보이콧 철회를 최종 확정하면 국회는 1주일 만에 정상화한다. 한국당의 보이콧 전격 철회는 당초 예상보다 냉담한 여론 앞에서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했다는 이른바 ‘언론장악 문건’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복귀 명분으로 내걸고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궁색한 설명이다. 국정조사는 국회 복귀를 위한 형식적 명분일 뿐 시민, 언론, 심지어 같은 야당 누구에게도 지지받지 못하는 뜬금없는 장외투쟁에 내부에서조차 회의를 제기한 게 주요인이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제1야당의 국회 복귀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당은 지난 주말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광장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를 필두로 연단에 오른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과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의 자극적인 연설에 집회 참가자들은 “문재인을 탄핵하라”는 등의 구호를 연호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즉각 석방과 출당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대한문 앞에서 탄핵반대집회를 열다가 사라졌던 태극기 부대가 강남에 다시 출현한 양상이었다. 한국당은 15일 대구에서 2차, 그 다음주에는 부산에서 연이어 3차 장외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홍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기 개발을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바닥을 헤매는 지지율을 반전시켜보겠다는 심산이겠지만 이런 시대 퇴행적 행태에 박수를 쳐줄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주부터 국회는 대정부질문을 시작한다. 외교안보는 물론이고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 난제가 수두룩하다. 한국당은 107석을 지닌 제1야당으로서 따질 건 따지고 제안할 것은 제안하며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의정을 펼쳐주길 바란다. 국정 발목을 잡는 행태로는 당의 입지만 좁아질 뿐이다. 홍 대표는 청와대가 제안한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도 조건 없이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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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6일 의원총회 뒤 북핵 대책을 주제로 안보토론회를 열었다. 북한의 계속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당내에 ‘북핵위기대응특위’도 구성했다. 오후에는 의원 70여명이 전방의 해병대를 찾아 북한 핵실험 도발을 규탄했다.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국회를 뛰쳐나왔지만, 장외에서 안보정당의 잰걸음을 보인 것이다.

한국당은 평소 안보 수호 세력을 강조해온 보수정당이자 제1야당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초유의 안보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누구보다 위기 대응에 앞장서야 할 입장이다. 초당적 안보협력은 한국당이 여당 시절 틈만 나면 주문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당은 어제도 그제도 국회를 외면하고 장외로 나갔다. 한국당은 마치 딴 세상에 있는 듯하다.

4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MBC사장 체포영장 발부 등에 항의하며 국회 보이콧 시위를 하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그렇게 감싸고 돌던 MBC 김장겸 사장은 결국 노동청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MBC는 왜곡보도에 반발하는 기자·PD 10명을 해고하고 71명 징계, 187명을 부당 전보했다. 악덕 기업주도 감히 엄두내지 못할 악질적인 부당노동행위다. 김 사장으로선 사법기관의 정당한 법집행을 더 이상 피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김장겸 지키기’에 나선 한국당으로서는 정기국회를 보이콧하며 끌어다붙인 구차한 핑곗거리조차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이번 주말 서울 강남에서 대규모 대국민보고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2005년 사학법 개정 반대 투쟁 이후 12년 만의 장외집회다. 홍준표 대표는 “우리가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야성(野性)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4년 반 동안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단련을 해야 하는 그런 시점”이라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야성을 키우는 데 안보·민생이 근육강화제로 쓰이는 꼴이다.

야당의 장외투쟁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여당에 저항할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 시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소야대 국회다. 진정 공영방송이 걱정된다면 얼마든지 방송법을 보완해 방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안보 대응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정부·여당을 질타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바깥으로 돌며 하는 일은 안보 강화가 아닌 불안 조장이다. 시민을 안심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에 안보 협치는커녕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렇게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일도 없다. 시민들은 안보마저 정쟁에 이용하는 제1야당에 분노하고 있다. 더는 한국당의 생떼를 받아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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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지난 주말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를 “언론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홍준표 대표는 “MBC 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4일로 예정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은 물론이고, 오는 12~13일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도 거부하기로 했다. 또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고 김 사장 강제 연행에 대비해 의원들이 비상 대기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전임 정권에서 언론 탄압 선봉에 섰던 한국당이 자신의 ‘주구(走狗)’였던 김 사장을 구하기 위해 언론 자유 운운하고, 국회를 볼모로 삼고 있으니 자가당착(自家撞着)이 따로 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그의 언론 활동 때문이 아니다. MBC의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하는 노동 당국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탓이다. 주지하다시피 김 사장은 박근혜 정권을 비판한 자사 기자와 아나운서, 프로듀서 등을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스케이트장 청소 등 비제작 부서로 발령냈다. 심지어 이 같은 인사가 법원에서 부당전보로 판결이 나자 해당자를 원직 복귀시킨 뒤 다시 부당전보하는 막가파식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공영방송 사장 지위를 이용해 노동 당국의 조사를 거부해 왔다.  

한국당이 김 사장을 감싸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물며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빌미로 국회 일정을 거부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만에 하나 한국당이 김 사장 건을 계기로 보수 결집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고립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업주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이유로 국회가 파행돼야 한다면 국회는 1년 내내 문을 열 수 없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발부받은 체포영장 건수가 지난해만 1459건이다. 김 사장도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노동부 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조사를 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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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담뱃값을 현행 4500원에서 인상 전 수준인 2500원으로 내리고, 2년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점차 올린다는 법안을 당 정책위가 만들어 곧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주도한 것이어서 자가당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담뱃값 인하에 대해 “서민 부담 경감 차원에서 지난 대선 때 홍준표 당시 후보가 공약했던 사안”이라며 “비록 대선에서는 졌지만, 약속을 이행해 서민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공약은 홍 후보의 낙선으로 유권자들에 의해 폐기됐다. 느닷없이 서민을 위한다며 다시 원래대로 값을 내리겠다니 어이가 없다. 당이나 국가가 정책을 바꾸려면 명분과 논리, 그리고 그럴 만한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담뱃값 인상에도 흡연율에 변화가 없으니 인상의 명분이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담뱃값 인상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을 내세웠다. 그사이 국민들의 건강이 갑자기 좋아졌다는 것인지 도무지 말이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철우 최고위원이 26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 추진에는 교묘한 계산이 숨어 있다. 우선 담뱃값을 종전처럼 2500원으로 내리면 연간 약 5조원의 세수가 줄어 정부의 초고소득층·초대기업 증세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약 3조8000억원을 뛰어넘는다. 한마디로 담뱃값을 환원하면 증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2015년 담뱃값 인상 당시 ‘서민 증세’라며 반발했던 민주당 입장에서도 대놓고 반대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결국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는 정부·여당이 막 시작한 증세 논의에 대한 맞불용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당이 진정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려면 먼저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담뱃값 인상 명분은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한 세수확보용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하는 게 공당의 도리다. 야당이 여당과 싸우더라도 정정당당하게 논리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서민의 호주머니를 턴다는 비난을 외면하면서 값을 올려놓고 이제 와서 서민을 위하겠다고 나선 것은 국민을 너무나 우습게 여기는 처사이다. 한국당은 꼼수 쓰지 말고 담뱃값 인하가 아닌 다른 정책으로 증세 논리에 맞서야 한다. 더 이상 정치를 희화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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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인선·정책에 발목 잡는 식의 투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한국당이 일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해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면 됐다.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는 것 빼고는 요건이 되면 해주는 게 맞다”고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하려는 정부조직을 야당이 막는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했다. 사실상 국회 정상화를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두 시간 뒤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장관 인사와 연계해 추경과 정부조직법 심사를 거부하는 종전의 강경노선을 유지키로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홍 대표의 국회 정상화 선언에 대해 “대표로서의 개인 소견이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내에선 두 사람 간의 엇박자를 놓고 당분간 이런 식의 기싸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두번째)가 4일 국회 대표실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 대표에게 팔짱을 끼며 여야 협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권호욱 기자

한국당이 막 홍 대표 체제로 새 출발한 때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른바 한계선(레드라인)에 다가가는 것이어서 미국의 대북 대응은 더욱 긴장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다. 한반도 안보는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새 정부 조각은 출범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지지부진하다. 국가 안보를 맡고 있는 국방장관조차 임명하지 못한 상태다. 각료 인사와 국회 운영을 둘러싸고 꽉 막힌 정국의 교착 상태도 길어지고 있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이미 한달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또 출국했다. 이대로라면 문 대통령이 내주 초 귀국한 뒤에도 정국의 돌파구가 마련되리란 보장이 없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이정현 전 대표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반년여 만에 정상적인 당 지도부가 들어섰다. 그사이 한국당 지지율은 7%대로 곤두박질칠 만큼 민심이 등을 돌렸다. 자유한국당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처절한 반성과 혁신뿐이다. 정부가 하는 일마다 무조건 반대하는 식의 무한투쟁으로는 돌아선 민심을 다시 얻긴 힘들다. 반대할 건 반대하더라도 협력할 건 협력하는 협치의 정치력이 필요한 때다. 홍 대표가 인사 대치 정국을 풀고 국회 운영에서 주도권을 쥐는 ‘홍준표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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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홍준표 전 대선후보를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했다. 홍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갈 최고위원 5명도 뽑았다. 선거 결과 친박근혜계가 대거 퇴장하고 홍 대표와 가까운 비박계 위주로 당 지도부가 꾸려졌다. 이로써 한국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이정현 대표가 사퇴한 후 6개월 만에 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 홍 대표는 위기에 처한 당을 재건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맡았다.

한국당의 상황은 보수당으로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처참하다. 지난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발표한 한국당 지지율은 7%였다. 원내 의석 107석이나 되는 제1야당의 지지율이라고 할 수 없는 수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시민들은 한국당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 같은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한국당은 대선 패배라는 시민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 새 지도부를 뽑으면서도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하기는커녕 막말 경선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게다가 홍 대표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최근에도 언론을 향해 궤변과 험담을 했다.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앞둔 처지이기도 하다.

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최고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결국 홍 대표와 새 지도부가 당을 살리는 길은 혁신을 통해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공동체 정신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품격을 갖춘 보수정당으로 거듭나 정부를 견제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그러자면 우선 홍 대표부터 경박한 처신과 막말로 정치판과 시민의 귀를 어지럽히는 일을 그만해야 한다. 107석을 거느린 당 대표답게 선당후사의 자세로 무겁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케케묵은 종북타령 대신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맞는 한·미동맹 정책과 대북정책을 구사하는 안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홍 대표는 어제 취임 일성으로 인적, 조직, 정책 혁신 등 3대 혁신을 선언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현실인식이다. 이 약속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바른정당과의 경쟁을 통해 보수의 대표정당으로 거듭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세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 첫 시험대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김상곤 교육,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다. 한국당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도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는 새로운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일 시민의 경고를 무시하고 거듭나기를 포기한다면 보수 혁신으로 재기할 것이라는 희망도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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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계속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거부로 국회 상임위원회가 이틀째 열리지 못했다. 어제는 야 3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에 삿대질까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당은 많은데 대치 정국을 풀 정당 하나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이 국민의당의 역할이다. 국민의당은 지난주 야 3당 정책위의장 회동 뒤 추경안 반대를 선언한 이후 줄곧 대여공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보수를 표방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는 것은 당리를 위한 선택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시민들의 비판을 각오하고 여권을 흔들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지지기반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타격을 입을 일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다르다. 호남지역 등 민주당과 지지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을 비판해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없다. 최근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도가 3주 내리 하락한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의당은 지지여론이 두 배나 높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도 끝까지 반대했다. 존재감도 상실하고 지지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국민의당이 문재인 정부를 흔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국당과 공조하면 계속 식물정부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망하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결코 국민의당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여 강공 일변도의 노선을 수정하는 게 옳다. 캐스팅보트를 활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촛불시민들이 요구한 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충분히 명분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면서 민심에 따라 사안별로 협력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떤 정당도 과반이 안되는 다당 체제이기에 여야 간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미 지나치게 여권과 대립한다는 자성론이 나온다고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안 심사에 나서기로 결의한 바도 있다. 가뭄 해소를 위해서도 추경 통과는 시급하다. 촛불시민들의 명령에 맞설 게 아니라면 국민의당은 하루빨리 추경 등 민생 문제부터 협력할 준비를 하기 바란다. 바로 지금 국민의당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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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여야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 위원장 임명에 대한 반발의 뜻으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한때 거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까지 임명하면 한국당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할 태세다. 국민의당도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협치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민이 요구한 협치가 새 정부 출범 후 첫 관문에서부터 막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워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임명장을 수여한후 악수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야당, 특히 한국당이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는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더니 아무런 논리적 연결성도 없는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와 다른 장관 후보자들을 연계하고 있다. 자신들의 행위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점을 자인하고 있다.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며 장관 후보자 중 적어도 한 명은 반드시 탈락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구태다. 청문회 시비에서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한국당의 논리가 더 군색하다. 과거 한국당은 지금보다 훨씬 더 결격 사유가 많은 후보를 두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보은·코드인사’라고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과거를 잊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야당은 전직 외교장관들에 이어 인권대사와 유엔 인권기구 전문가들도 강 후보자를 지지하는 성명을 낸 현실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의 협치를 위한 노력도 아쉽다. 국정공백이 장기화된다는 현실론만으로 야당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지난주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오찬을 제의했을 때도 야당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어제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청했다. 야당이 또다시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 주내에 강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관 임명을 두고 다시 야당과 대통령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협치의 전망이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협치를 실현할 최종적인 책임은 여당에 있다. 촛불시민의 뜻은 단순히 박근혜 정권을 문재인 정권으로 바꾸고자 한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설득에 더욱 공을 들이고 실질적인 협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협치 요구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나라를 넘겨받은 새 정부가 내각 구성도 못하고 있는데 사사건건 비판과 공세만 하는 것은 건전한 야당의 태도라고 할 수 없다. 협치를 통해 개혁하라는 시대적 요청을 묵살하는 정치세력을 시민들이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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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여권이 한국당의 반대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을 처리한 것으로 볼 때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봐야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설명회의 장이 될 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매주 여는 4당 원내대표 회동에도 불참할 뜻을 비쳤다. 취임 인사차 오겠다는 이 총리의 방문도 거절했다. 여야 협치가 새 정부 출범 3주 만에 제1야당의 거부로 시작도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해 적격성을 따지는 것은 시민의 대표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그러나 어제 정 원내대표가 내세운 협치 거부 논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 원내대표는 기초 자료 제출 거부로 의혹이 해명되지 않았음에도 이 총리에 대한 인준을 강행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이 다 동의안 처리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3분의 2는 이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왔다. 시민을 설득하지 못한 채 총리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것은 누가 봐도 과도하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리인준 처리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협치는 시대적 요청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가 아니고서는 당면한 국가적 위기와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갈 수 없다는 현실에는 한국당도 동의하고 있는 바다. 박근혜 국정농단을 지켜본 시민들은 당리당략과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새 정치를 갈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은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대여 공세,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가 90% 가까이 되는데도 잘한 게 하나도 없다는 투다. 이렇게 묻지마 비판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에 지지를 보낼 이성적 시민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인수위를 구성할 틈도 없이 국정운영을 맡았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초래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당이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그에 대해 자성·자숙하는 게 옳다. 그리고 정부·여당을 향해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때는 협력하며 민생을 챙기는 새 정치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시민적 기대는 외면한 채 총리 인준 처리 방식을 꼬투리 잡아 협치를 거부하는 것은 한 세대 전의 낡은 수법을 쓰는 못난 야당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민은 한국당이 집권할 때도 그와 다르지 않았음을 잊지 않고 있다. 정부 발목만 잡아도 야당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즉각 태도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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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준비 부족으로 논란이 벌어졌다며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국민사과한 지 사흘 만에 문 대통령이 다시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해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5대 비리 공직 배제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6월 임시국회를 하루 앞둔 28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국회 본관 제3회의장에 이 후보자 명패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김창길 기자

문 대통령의 어제 해명은 한마디로 약속한 인사원칙을 적용할 세부 기준을 마련할 틈 없이 인선을 진행하다 보니 실수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인사원칙을 훼손한 것이 아닌 데다 앞으로 지키겠다고 한 만큼 직접 사과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4당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새 기준도 제시했다.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고, 투기성 위장전입에 대해 시기를 불문하고 사전 검토를 강화하기로 했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 빈말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또 인사에 대한 새 기준을 여야가 만들어주면 그에 따라 인선하겠다고도 했다. 야당 요구를 전부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재발방지 대책 등으로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인준 동의안 처리를 거부했다. 문 대통령이 시민 앞에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은 데다 위장전입에 대한 판단 기준도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대통령이 총리 인선에서부터 인사원칙을 어긴 데 대해 야당이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선과 함께 취임한 악조건을 무시하고 내각 구성을 지연시키면서까지 대통령에게 무조건 항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당이 진정 시민을 위해 정부 견제에 나선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위장전입 이외에 다른 하자가 발견되지 않은 총리 인준을 먼저 처리한 뒤 나머지 인사를 청문회에서 엄정하게 검증하는 게 옳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어제 총리 인준에 협조하기로 결의해 인준안 처리는 기정사실화됐다. 이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해 찬성 의견이 72.4%로 반대 15.4%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여론조사도 있다. 한국당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정부 출범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감안해야 한다. 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돼 있는데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에 매달리는 것은 소모적인 정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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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정당들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정당 후보는 10%, 3% 안팎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당이 하는 양을 보면 마치 대선을 포기한 듯하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입에서 맥이 빠진다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후보를 밀기는커녕 홍 후보와의 단일화를 언급하고 있다. 어제는 의총을 열어 유 후보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두 당이 지리멸렬한 것은 보수 기득권에 빠져 새로운 보수의 통치철학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에 편승한 대결적 남북관계와 그에 기댄 낡은 안보관을 금과옥조처럼 붙들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관에 매달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해법은 외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에도 진솔한 반성 없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오만까지 보였다. 보수 우위의 정치·여론 지형 위에서 안이하게 권력을 즐기기만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정당은 과거 한나라당 때도 이른바 ‘차떼기’ 대선자금 사건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박근혜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천막당사에서 다시 출발해 결국 재집권에 성공했다. 보수 정당이 지금 맞닥뜨린 위기는 그때보다 몇 갑절 더 엄중하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활을 걸지 않고는 회생하기 어렵다. 회생을 위해서는 이번 대선을 잘 치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는 정권을 잡지 못하더라도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로 새 출발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그러자면 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보수는 진보와 더불어 사회를 지탱하는 양 날개다. 보수의 몰락은 모두의 불행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제부터 탈출구를 찾아내야 한다. 술수나 꼼수로 빨리 일어서려는 생각보다 건강한 보수라는 방향을 잡는 데 더 천착해야 한다. 낡은 경제관과 안보관을 답습해서는 새 길을 찾기 어렵다. 설득력 있는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세우는 게 먼저다. 깊은 성찰과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자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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