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싱글벙글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말이다. 그는 미투 운동이 진보 쪽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진보의 문제라며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홍 대표야말로 걸어다니는 ‘성희롱 기계’처럼 보인다. 입만 열면 저질스럽고 불쾌한 말들이라, 나는 심지어 수치심까지 느낀다. “제1 야당 대표가 저런 수준이라니, 이 나라의 바닥은 도대체 어디인가.”

그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돼지 발정제 논란’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친구들끼리 강간 모의를 한 것을 젊은 시절 추억거리로 여기며 자서전에 쓴 것이 문제가 되었다. 강간은 범죄이기에 앞서 여성을 자율성과 존엄을 함부로 침해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가부장제의 여성 지배가 드러나는 실천이다. 그리고 그런 실천은 “그리해도 괜찮다”는 남성연대의 허가하에 가능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들끼리 돼지 발정제 운운했다는 것은 청년의 치기가 아니라 성폭력 범죄의 사회적 조건 그 자체다. 

설사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2017년의 대한민국은 그런 시절을 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끝내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성희롱 어록을 보면 뭐가 문제인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성도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설거지나 빨래는 여자들이나 하는 일” “추미애, 집에 가서 애나 봐라” “바른정당, 본처라고 우겨도 첩은 첩일 뿐” “여자는 밤에나 쓰는 것” 등등. 

그는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고, 여자의 일과 남자의 일은 명백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낡은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그리고 말은 제대로 하자. 애나 보라니. 육아는 자기 배를 불리는 일에나 관심 있는 정치인들의 협잡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여성을 전인적인 존재이자 동료로 보지 않는 태도는 배현진 전 아나운서의 입당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배현진 신입 당원을 이렇게 소개했다.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속도 꽉 찼다.” ‘차떼기 정당’이라는 정치적 위기를 신선한 여성 정치인의 얼굴을 이용한 이미지 세탁으로 극복한 전력이 있는 정당에 어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배현진의 영입이 ‘이미지 정치용’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최악은 미투 운동을 농담거리와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안희정(사건)이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라며 웃었다. ‘3월 혁명’이라 할 만한 미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이는 2017년에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젠더폭력 간담회에 등장해서 “젠더폭력이 대체 뭐냐”라고 묻고 “엄처시하(엄한 아내 밑에서 아내를 모시고 사는 남편)” 운운했던 것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권력관계로서의 성(性)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옆에서 함께 실실거렸던 장제원 의원이나 웃음으로 넘긴 임종석 비서실장 모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홍 대표는 한국당에서 미투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모양이다. 아마 “입단속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일 터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기사화된 한국당 성희롱, 성추행 타임라인을 정리한 ‘노컷뉴스’의 “왜 한국당은 미투를 두려워할까?”라는 기사만 봐도 한국당이 청정구역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한국당에서 미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성은 물론 여성 의원들도 무엇이 성폭력인지 판단할 만큼 의식화되지 못했기 때문이고, 스스로 피해 사실에 대해 말할 만큼 주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문제를 제기했을 때 당 및 지지자들로부터 처참하게 묵살당하거나 제거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가 특별히 더 저질인 것은 아니다. 다만 오만에 빠져 이 세상에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잊은 자의 고삐 풀린 입을 보여줄 뿐. 그리하여 나는 바라고 기대한다. 홍준표 당신이 누리고 있는 그 자리에서 내려올 때, 당신의 얼굴이 이 추잡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마지막 얼굴이 되기를.

<손희정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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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 간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5일간의 방미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홍 대표는 28일 “어떻게 그리 유치한 짓을 하는지 이런 사람과는 정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서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홍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이야기하고 있다. 곧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서 의원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자신에게 구명을 요청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방미 중엔 서 의원에 대해 “깜냥도 안되면서 덤비고 있다.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추태가 없다. 전·현직 당 대표가 금품비리 내막을 놓고 물고 뜯는 이런 진흙탕 싸움의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10월30일 (출처: 경향신문DB)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을 놓고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위해선 최고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필요하지만 찬반이 팽팽하다고 한다. 두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지금으로선 어느 쪽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의 세 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박 전 대통령 등의 출당 조치는 진정한 보수의 혁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바른정당 의원들과의 통합을 노린 정치적 술수에 의한 것이었다. 홍 대표는 어쩌면 이도저도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당내 분란만 격화될 수 있다.   

홍 대표는 취임 이후 내부 혁신과 인적청산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낡은 이념과 노선을 뛰어넘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특유의 독설과 막말로 정치판을 시끄럽게만 할 뿐, 어떤 정치적 역량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가서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했다가 미국의 조야(朝野) 인사들로부터 퇴짜를 맞고 돌아왔다. 주말에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마디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현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이유로 국감을 보이콧하고 있다. 하지만 당 대표는 산적한 문제를 풀기는커녕 되레 국내외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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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지난 주말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를 “언론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홍준표 대표는 “MBC 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4일로 예정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은 물론이고, 오는 12~13일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도 거부하기로 했다. 또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고 김 사장 강제 연행에 대비해 의원들이 비상 대기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전임 정권에서 언론 탄압 선봉에 섰던 한국당이 자신의 ‘주구(走狗)’였던 김 사장을 구하기 위해 언론 자유 운운하고, 국회를 볼모로 삼고 있으니 자가당착(自家撞着)이 따로 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그의 언론 활동 때문이 아니다. MBC의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하는 노동 당국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탓이다. 주지하다시피 김 사장은 박근혜 정권을 비판한 자사 기자와 아나운서, 프로듀서 등을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스케이트장 청소 등 비제작 부서로 발령냈다. 심지어 이 같은 인사가 법원에서 부당전보로 판결이 나자 해당자를 원직 복귀시킨 뒤 다시 부당전보하는 막가파식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공영방송 사장 지위를 이용해 노동 당국의 조사를 거부해 왔다.  

한국당이 김 사장을 감싸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물며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빌미로 국회 일정을 거부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만에 하나 한국당이 김 사장 건을 계기로 보수 결집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고립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업주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이유로 국회가 파행돼야 한다면 국회는 1년 내내 문을 열 수 없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발부받은 체포영장 건수가 지난해만 1459건이다. 김 사장도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노동부 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조사를 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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