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3·5합의’를 이끌어내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성과를 깎아내리는 데 바빴다. 그는 3월7일 페이스북에 “남북회담 합의문을 보니 1938년 뮌헨회담을 연상시킨다. 당시 영국 체임벌린 총리는 히틀러의 수데테란트 합병을 승인해주고 유럽 평화를 이룩했다고 했지만, 이는 히틀러의 속임수에 불과했다”고 썼다. 28일에는 “문재인 정권의 위장평화쇼”라고 했다. 홍 대표가 남북 합의를 “속임수”와 “위장평화쇼”라고 평가절하하는 이유는 문 대통령에게 ‘체임벌린 이미지’를 씌우기 위함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리니, 안보를 강조해온 보수 야당으로서는 좌불안석일 터이다. 더욱이 두 회담에서 정전협정을 종전협정 등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결과가 나오는 일은 상상조차하기 싫을 법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4월26일 (출처:경향신문DB)

홍 대표가 언급한 체임벌린과 뮌헨협정은 20세기 국제관계사에서 실패의 대명사로 꼽힌다. 체임벌린은 1938년 9월29일 히틀러와의 세 번째 만남에서 체코 수데테란트를 넘겨주는 뮌헨협정을 체결했다. 1년 뒤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으로 협정은 휴지 조각이 됐다. 체임벌린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의 유화정책은 굴욕 외교의 상징으로 낙인찍혔다.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세 차례 회담을 노상강도에 비유했다. “처음에 상대는 권총을 뽑아들고 1파운드를 요구했다. 그걸 주니까 또다시 총을 꺼내들고 2파운드를 요구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파운드17실링6펜스를 받고서 나머지는 미래에 대한 호의의 약속이라고 둘러댔다.”

아이러니하게도 회담 결과에 대한 영국 내 반응은 뜨거웠다. 하루 뒤 체임벌린이 히틀러의 서명이 담긴 평화선언 문서를 들고 귀국한 날은 비가 억수로 쏟아졌는데도 공항은 환영 인파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는 총리 관저 현관에서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를 했다. 60년 전 디즈레일리 총리의 유명한 “명예와 평화를 가지고 독일에서 돌아왔다”는 말을 되풀이하라는 누군가의 권유에 충동적으로 해서는 안될 말을 내뱉었다. “우리 시대의 평화가 찾아왔다.” 실수임을 바로 깨달았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우리 시대의 평화’라는 말은 죽을 때까지 그를 괴롭히는 악몽이 됐다. 그 후 많은 지도자들은 전쟁의 명분으로 그를 이용했다. 2016년 <협상의 전략>을 쓴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설명했다. “군사개입은 언제나 독재자에게 놀아난 순진한 체임벌린에게 침을 뱉으면서 정당화됐고, 대화와 협상은 가짜평화라는 이름으로 조롱당했다.”

뮌헨회담의 실패는 나약한 평화주의자 체임벌린 탓만은 아니다. 그의 개인적 미숙함과 안이한 정세 판단, 전략 및 팀워크 부재 등 총체적 부실의 결과였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의 책임을 뒤집어썼지만 승리는 연합군의 몫이었다. 전쟁을 막을 목적 하나로 히틀러를 세 번이나 만난 그는 죽기 전 말했다. “뮌헨이 없었다면 우리 제국은 1938년에 파괴됐을 것이다.” 그랬을지도 모른다. 처음 체임벌린의 회동 제의를 받은 히틀러도 당황했다. 체임벌린이 전쟁을 위협하러 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체임벌린과의 만남은 이미 전쟁을 결심하고 있던 히틀러의 마음을 돌렸다. 히틀러는 패배 직전 “1938년 전쟁을 시작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지난해 5월 집권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모든 걸 걸었다. 그 결과물이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의 역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공동합의문을 채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상회담은 그 이후가 중요하다.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는 일이다. 체임벌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유화정책이 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데이비드 레이놀즈 교수는 뮌헨협정을 비롯해 20세기를 만든 6개 회담을 분석해 펴낸 <정상회담>에서 회담은 유화-억제-데탕트-변모 단계로 진행돼왔다고 분석했다. 남북정상회담 과정도 그랬다. 2000년과 2007년은 유화단계였다. 2008년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서 유화단계는 억제단계가 됐다. 문 정부 출범 후 긴장완화 단계를 거쳐 변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체임벌린이 히틀러를 만난 시간은 9월13일부터 29일까지 보름 남짓이다. 하지만 그는 8월 말 비밀리에 히틀러를 단독으로 만나는 ‘Z계획’을 짰다. 이 때문에 함께 히틀러를 만나자는 달라디에 프랑스 총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체임벌린은 1940년 11월9일 눈을 감았지만 ‘체임벌린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사후 80년이 다 되도록 유령처럼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문재인의 시간’은 달라져야 한다. 사후 역사가 평가할 때까지 이어진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모토 ‘평화, 새로운 시작’처럼 시작일 뿐이다.

<조찬제 국제·기획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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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싱글벙글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말이다. 그는 미투 운동이 진보 쪽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진보의 문제라며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홍 대표야말로 걸어다니는 ‘성희롱 기계’처럼 보인다. 입만 열면 저질스럽고 불쾌한 말들이라, 나는 심지어 수치심까지 느낀다. “제1 야당 대표가 저런 수준이라니, 이 나라의 바닥은 도대체 어디인가.”

그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돼지 발정제 논란’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친구들끼리 강간 모의를 한 것을 젊은 시절 추억거리로 여기며 자서전에 쓴 것이 문제가 되었다. 강간은 범죄이기에 앞서 여성을 자율성과 존엄을 함부로 침해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가부장제의 여성 지배가 드러나는 실천이다. 그리고 그런 실천은 “그리해도 괜찮다”는 남성연대의 허가하에 가능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들끼리 돼지 발정제 운운했다는 것은 청년의 치기가 아니라 성폭력 범죄의 사회적 조건 그 자체다. 

설사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2017년의 대한민국은 그런 시절을 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끝내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성희롱 어록을 보면 뭐가 문제인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성도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설거지나 빨래는 여자들이나 하는 일” “추미애, 집에 가서 애나 봐라” “바른정당, 본처라고 우겨도 첩은 첩일 뿐” “여자는 밤에나 쓰는 것” 등등. 

그는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고, 여자의 일과 남자의 일은 명백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낡은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그리고 말은 제대로 하자. 애나 보라니. 육아는 자기 배를 불리는 일에나 관심 있는 정치인들의 협잡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여성을 전인적인 존재이자 동료로 보지 않는 태도는 배현진 전 아나운서의 입당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배현진 신입 당원을 이렇게 소개했다.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속도 꽉 찼다.” ‘차떼기 정당’이라는 정치적 위기를 신선한 여성 정치인의 얼굴을 이용한 이미지 세탁으로 극복한 전력이 있는 정당에 어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배현진의 영입이 ‘이미지 정치용’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최악은 미투 운동을 농담거리와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안희정(사건)이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라며 웃었다. ‘3월 혁명’이라 할 만한 미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이는 2017년에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젠더폭력 간담회에 등장해서 “젠더폭력이 대체 뭐냐”라고 묻고 “엄처시하(엄한 아내 밑에서 아내를 모시고 사는 남편)” 운운했던 것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권력관계로서의 성(性)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옆에서 함께 실실거렸던 장제원 의원이나 웃음으로 넘긴 임종석 비서실장 모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홍 대표는 한국당에서 미투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모양이다. 아마 “입단속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일 터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기사화된 한국당 성희롱, 성추행 타임라인을 정리한 ‘노컷뉴스’의 “왜 한국당은 미투를 두려워할까?”라는 기사만 봐도 한국당이 청정구역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한국당에서 미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성은 물론 여성 의원들도 무엇이 성폭력인지 판단할 만큼 의식화되지 못했기 때문이고, 스스로 피해 사실에 대해 말할 만큼 주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문제를 제기했을 때 당 및 지지자들로부터 처참하게 묵살당하거나 제거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가 특별히 더 저질인 것은 아니다. 다만 오만에 빠져 이 세상에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잊은 자의 고삐 풀린 입을 보여줄 뿐. 그리하여 나는 바라고 기대한다. 홍준표 당신이 누리고 있는 그 자리에서 내려올 때, 당신의 얼굴이 이 추잡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마지막 얼굴이 되기를.

<손희정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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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 간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5일간의 방미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홍 대표는 28일 “어떻게 그리 유치한 짓을 하는지 이런 사람과는 정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서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홍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이야기하고 있다. 곧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서 의원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자신에게 구명을 요청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방미 중엔 서 의원에 대해 “깜냥도 안되면서 덤비고 있다.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추태가 없다. 전·현직 당 대표가 금품비리 내막을 놓고 물고 뜯는 이런 진흙탕 싸움의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10월30일 (출처: 경향신문DB)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을 놓고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위해선 최고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필요하지만 찬반이 팽팽하다고 한다. 두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지금으로선 어느 쪽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의 세 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박 전 대통령 등의 출당 조치는 진정한 보수의 혁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바른정당 의원들과의 통합을 노린 정치적 술수에 의한 것이었다. 홍 대표는 어쩌면 이도저도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당내 분란만 격화될 수 있다.   

홍 대표는 취임 이후 내부 혁신과 인적청산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낡은 이념과 노선을 뛰어넘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특유의 독설과 막말로 정치판을 시끄럽게만 할 뿐, 어떤 정치적 역량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가서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했다가 미국의 조야(朝野) 인사들로부터 퇴짜를 맞고 돌아왔다. 주말에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마디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현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이유로 국감을 보이콧하고 있다. 하지만 당 대표는 산적한 문제를 풀기는커녕 되레 국내외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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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지난 주말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를 “언론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홍준표 대표는 “MBC 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4일로 예정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은 물론이고, 오는 12~13일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도 거부하기로 했다. 또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고 김 사장 강제 연행에 대비해 의원들이 비상 대기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전임 정권에서 언론 탄압 선봉에 섰던 한국당이 자신의 ‘주구(走狗)’였던 김 사장을 구하기 위해 언론 자유 운운하고, 국회를 볼모로 삼고 있으니 자가당착(自家撞着)이 따로 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그의 언론 활동 때문이 아니다. MBC의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하는 노동 당국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탓이다. 주지하다시피 김 사장은 박근혜 정권을 비판한 자사 기자와 아나운서, 프로듀서 등을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스케이트장 청소 등 비제작 부서로 발령냈다. 심지어 이 같은 인사가 법원에서 부당전보로 판결이 나자 해당자를 원직 복귀시킨 뒤 다시 부당전보하는 막가파식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공영방송 사장 지위를 이용해 노동 당국의 조사를 거부해 왔다.  

한국당이 김 사장을 감싸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물며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빌미로 국회 일정을 거부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만에 하나 한국당이 김 사장 건을 계기로 보수 결집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고립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업주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이유로 국회가 파행돼야 한다면 국회는 1년 내내 문을 열 수 없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발부받은 체포영장 건수가 지난해만 1459건이다. 김 사장도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노동부 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조사를 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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