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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24 [기고]장발장을 양산하는 기만의 사회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굶주린 7명의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죄로 징역 5년의 형을 받고 탈옥을 시도하면서 총 19년의 형을 살게 된다. 힘없고 억울한 자로 대표되는 안타까운 장발장. 그로부터 15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에 장발장이 출연하고 있다.

장발장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얼마 전 분식집에 몰래 들어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고, 라면 10개를 훔친 도둑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도 70억원을 횡령한 청해진해운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가 징역 3년을 받았는데, 라면 10개 훔쳤다고 이보다 높은 3년6개월을 받았다며 소위 ‘장발장법’이 존재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도둑질은 이유 고하를 막론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 생계형 범죄라 하여 감성적으로 이를 묵인할 수도 없다. 그러나 생계형보다 더 악질적이고 사회를 농간하는 범죄에 대해서 법이 관대하고, 상대적으로 안타까운 사연의 범죄에 대해선 엄격하고 되레 형량이 높은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 법이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지 사람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불균형한 법의 존재는 오히려 사회를 문란하게 하고 과도한 전과자를 양산할 뿐이다.

지난 달 대구가정법원에서 열린 재산상속포기신청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44)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눈물을 흘린 듯 눈이 붓고 충혈되어 있다. (출처 : 경향DB)


‘장발장법’의 문제가 지적된 것이 비단 이번만은 아니라고 하는데, 왜 이런 황당한 법이 계속 존치하여 왔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재벌 총수가 죄를 지어도 ‘국가 발전을 위해 풀어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는 정치권이, 이런 불합리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존재해 한국판 장발장이 양산되는 것에 대해 일말의 신경이라도 썼을는지는 눈감아도 빤히 보이는 일이다.

생계로 고통받는 서민의 눈물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진정으로 그 고충과 애환을 다독거리고자 하는 정치와 법은 그 진정성을 상실하고 부재해 보인다. 법의 관용은 가진 자에게로 향하고 법의 엄중함은 안타깝고 힘없는 자들 앞에서 그 위엄을 과시한다.

사람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법이 마치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존재하듯 이렇게 경직되고 불평등하게 행사된다면,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닌 것이다.


이영일 |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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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