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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28 [기고]가슴 시리도록 착한 저항시

12월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왜 유엔은 세계 장애인의 날을 정했을까? 그것은 이 지구상에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장애인의 인권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국제적인 이슈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장애인의 인권 확보를 위해 수많은 장애인들이 온몸으로 저항했다. 올해는 가슴 시리도록 착한 저항시로 세계 장애인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내가 수라면/ 당신은 수틀이에요

나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당신 없이 안돼요

내가 어둠이라면/ 당신은 별입니다

당신은 빛날 수 있지만/ 당신은 나 없이는 못해요

우리는 따로 떨어져서는/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김대원 시인의 ‘내가 어둠이라면 당신은 별입니다’이다. ‘수놓은 듯 아름답다’는 표현을 하듯이 수(繡)는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존재는 시인 자신이고 그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수틀은 당신이다. 그런데 시인은 다음 연에서 자신을 어둠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수틀이던 당신을 별이라고 한다. 별은 수보다 더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동경의 대상이고 보면 대단한 반전이다. 하지만 시인은, 곧 당신은 나 없이는 빛날 수 없다며 어둠인 내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인식시키고 있다. 자신을 아름다운 수에 비유했다 정반대로 어둠이라고 한 시인의 정체를 이제 밝혀야겠다. 김대원 시인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발병한 난치병으로 전신마비장애에다 언어장애까지 갖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35년째 집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지만 서정적인 시로 사람들과 순수한 소통을 하고 있다.

시인이 장애라는 정체성을 아름다운 수와 그 반대 개념인 어둠에 비유한 것은 절대적인 가치란 없고 모든 것이 상대적이며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서로 도와야 비로소 아름다움을 발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얼핏 보면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것 같은 이 시는 알고보면 우리 사회를 향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큰 모순인가를 부르짖는 저항시다. 불의와 맞서기 위해 혹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적인 언어들을 사용한 운동시와는 다르기에 금방 가슴을 치는 펀치력은 없지만 되씹어볼수록 마음에 울림을 준다.

나는 당신 없이는 안되고 당신은 나 없이는 안된다고 못박아,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폐를 끼치는 의존적인 존재가 아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상반된 역할을 서로 바꿔가면서 공존하고 있는 동등한 관계에 있음을 천명하였다.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구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닫게 해준다.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경기를 끝나고 돌아온 장애인 선수에게 경기 관계자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토록 가슴 시리도록 착한 저항시 ‘내가 어둠이라면 당신은 별입니다’는 장애인 문학의 백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애라는 단어 한마디 없지만 이 시가 장애인 작가의 작품이기에 우리는 시어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 있는 장애에 대한 상징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서 차별에 대한 저항을 완곡하게 표출해내고 있고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장애인들이 주창하는 ‘장애 해방’에 기여할 것이고 장애인 인식 개선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내가 어둠이라면 당신은 별입니다. 당신은 빛날 수 있지만 당신은 나 없이는 못해요’라며, 시인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수틀 같은 제도를 만들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아름다운 수와 반짝이는 별을 많이 보기 위해서는 장애인 복지라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렇게 서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장애인 문학이기에 이에 대한 관심과 재평가가 필요하다.


방귀희 | 솟대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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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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