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로 이민을 와서 큰아이는 한국에서와 같은 4학년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청각장애아 특수반이 있는 학교였다. 그 반에는 토론토 여러 지역에서 모인 아이들이 6~7명 있었고, 교사로는 담임과 부담임 두 분이 계셨다. 선생님들은 청각장애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수업을 진행했다. 특정 과목에서 학습 능력이 향상되었다 싶으면 아이들을 비장애아 교실로 보냈다. 우리 아이는 수학을 시작으로 메인 스트림에서 공부하는 과목을 차츰 늘려나갔다. 고교에 가서는 모든 과목을 비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공부도 공부지만, 이 시스템은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장애아와 비장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생활하고 또 서로에게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 더없이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특수학교를 따로 만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 사이에 담을 쌓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다름’을 있는 그대로 접하게 하다 보니 비장애인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장애와 같은 ‘다름’을 유별나게 여기지 않는다. 새로 이민을 온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과 이민자는 때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몸이나 언어가 불편한 사람일 따름이다.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런 교육을 줄기차게 받다 보니, 장애인이나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 따위의 감정이 스며들 여지가 거의 없다.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이 1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가 학교에 간 지 3개월쯤 지났을 무렵 담임 선생님이 아이 편에 편지를 보내왔다. 급히 상의할 일이 있으니 우리더러 학교에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다음날 바로 학교에 갔다. 선생님은 아이의 나쁜 버릇에 대해 이야기했다. 귓속말하기와 소리 지르기.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옆사람에게 귓속말을 하는 것은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며,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버릇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에게 여러 번 주의를 주어도 고쳐지지 않으니 급기야 부모를 부른 것 같았다.

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얼마나 엄하게 하는지, 우리는 크게 야단을 맞는 학생처럼 눈물이 쑥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우리는 아이에게 입이 닳도록 이야기를 했다. 아이는 “알았어요, 알았어요. 이제는 안 그래요”를 되뇌었다. 그런 ‘가정교육’을 1년쯤 지속했을 것이다. 아이는 버릇을 고쳤다.

두 아이를 토론토의 학교에 보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학교는 공동체(사회) 생활이 요구하는 매너와 예의 교육을 어릴 적부터 정교하고 철저하게 시킨다. 마치 ‘서방예의지국’을 만들기라도 하려는 듯,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예의 교육을 공부보다 더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해마다 이방인 20만~30만명이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의 나라이다 보니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매너는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 요소이다. 귓속말하기 같은 작은 버릇 하나를 두고도 부모를 호출할 정도이니,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 같은 것은 당연히 범죄 수준으로 다스린다.

얼마 전 한국에서 이른바 ‘다문화 가정’의 중학생 아이가 집단 괴롭힘과 폭행을 당한 끝에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참담한 뉴스를 보았다. 인구절벽에 맞닥뜨린 한국은 싫든 좋든 이민자의 나라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올해로 200만명을 넘어섰다니 하는 말이다. 중학생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어린 당사자들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학교고 언론이고 부모고 어른들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해서 벌어진 일이다. 생김새가 다른 사람도 ‘우리’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고민한 바 없으니, 이런 문제는 필연적으로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사회는 ‘다름’을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야 한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이다.

<성우제 | 재캐나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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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LG, 동부그룹의 장애인 고용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어제 장애인 고용실적이 현저히 낮은 국가·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802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30대 그룹에서 가장 많은 계열사가 명단에 포함된 곳은 LG그룹이다. LG생활건강, LG씨엔에스, 하이프라자(LG전자 유통업체) 등 9곳이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 HMC투자증권, 현대캐피탈 등 8곳, 동부그룹은 동부생명, 동부화재 등 7곳이 각각 포함됐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네트웍스 등 55곳은 2회 연속 명단에 올랐고, LG그룹의 에이치에스에드 등 3곳은 단 한 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낯 두꺼운 기업들이다.

노동부의 명단 공표 대상 기준은 국가·자치단체의 경우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이 1.8% 미만이거나 장애인 근로자(비공무원) 고용률이 1.3% 미만이며, 공공기관은 고용률 1.8% 미만, 민간기업은 1.3% 미만이다.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민간기업 2.7%, 국가·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3.0%이므로 이들 기관은 사실상 법적 의무를 절반가량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들은 노동부가 사전에 공표 대상임을 통보하고 대처할 것을 주문했는데도 끝내 고용 확대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래서야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을 자임할 수 없다.

장애인 홍보대사에 위촉된 배우 차승원씨가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장애아동 신은성양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절대적 빈곤 상태인 한국의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는 생존 그 자체다. 경제적 자립과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의무 고용 기준을 법으로 정하고 위반 시 부담금을 매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이 이를 회피한다면 장애인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 일부 대기업은 부담금 제도를 악용해 장애인 고용을 늘리지 않고 돈으로 때우려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부담금을 대폭 올리는 방식은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사회적 연대와 부조의 정신에 기대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정부도 할 일이 많다.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기피 사유를 연구·조사해 맞춤형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해당 시설 지원 확충도 그중 하나다. 직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애인 직업 교육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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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장애인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가 있다. 실존인물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장 도미니크 보비는 잘나가는 잡지의 편집장이었다. 어느 날 장 보비는 교통사고를 당해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이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만 ‘감금증후군’으로 온몸이 마비된다. 뚜렷한 의식과 상반되는 신체에 갇혀 장 보비는 좌절한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왼쪽 눈을 수십만번이나 깜빡이며 의사전달을 함으로써 <잠수복과 나비>라는 책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의지만 있으면 장애는 누구나 극복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말하고 있지만, 필자는 오히려 의지를 가지고도 그 능력을 펼칠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장애인들이 떠올랐다. 동시에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국내 등록장애인은 250만명 수준이다. 장애인 경제활동실태조사를 보면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8.3%, 고용률은 36%다. 국내에 장애인고용의무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고, 최근에는 장애인고용지원제도와 장애인 직업훈련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견학을 올 정도가 되었으니 장애인에 대한 한국의 사회적 인식과 인프라는 과거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정보 부족으로 장애인 고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일할 수 없는 구직자들을 보면 사회인식이 바뀌어야 함을 느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SETEC에서 열린 '제11회 서울시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찾은 참가자들로 취업관이 붐비고 있다. _ 연합뉴스


이러한 편견에 맞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자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축제로, 올해로 31번째를 맞는다. 오는 15일부터 4일간 충남 천안시에서 개최될 예정인 이 행사에 전국 17개 시·도에서 뽑힌 382명의 선수들이 36개 직종에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룬다.

사실 우리나라 장애인 기능인력들의 실력은 세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6번이나 종합우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아직도 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이러한 실력을 알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영화 <잠수종과 나비>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아들에게 건네는 “앞으로 많은 나비를 만나라”는 대사로 마무리된다. 우리나라 장애인 구직자들도 장애로 인해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비상하기를 꿈꿔본다.


박승규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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