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및 사회 정책 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이날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분배구조 악화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 정책, 그리고 추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분배와 실업 상황이 ‘재난에 가깝다’는 말로 심각성을 강조했다. 통계청 통계에 독자적인 분석까지 가미해 소득 상위계층과 달리 하위 20% 계층과 차상위 계층의 소득이 급감하면서 분배가 구조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논거도 제시했다. 해법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을 재강조했다. 일자리의 양을 늘려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일자리의 질을 높여 임금격차를 줄임으로써 분배구조 악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왼쪽)이 4일 춘추관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브리핑한 뒤 기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연합뉴스

장 실장의 분배구조 악화 얘기에 공감하지 않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굳이 통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와 소득은 늘지 않으며 삶의 질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경제 정책의 목적이 고루 잘살게 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은 분명 기이하고 또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를 통한 소득 확충이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더 이상 특별한 견해가 아닐 정도로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다만 정책은 정교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소득악화 문제에 대한 우선 대책으로 일자리 추경이 필요하다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세심한 계획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장 실장은 추경에 육아·퇴직급여·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각당의 공통공약을 반영하고 민원성 사업을 배제했다고 설명했지만 규모부터 짠 뒤 사업내용을 결정하는 접근법은 미덥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세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릴 경우 정부부채 증가 등 부작용이 생긴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의 일자리 부족은 경기 순환적 차원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이런 측면에서 장기적 로드맵과 함께 이를 위한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증세 얘기도 꺼내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시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에도 더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우려와 불안감을 해소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은 선의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에 걸맞은 재원대책과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내놓고, 이해관계자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이해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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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했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는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했다. 김 부총리 지명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차관·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강 외교장관 지명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 분야에서 최초·최고 여성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닌 외교 전문가다. 피우진 보훈처장에 이어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뚫은 파격 인사라는 점에서나, 외교부의 서열주의와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나 호평을 받을 만하다. 다만 장녀의 위장전입 흠결은 유감이다. 문 대통령은 “병역면탈·부동산 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능력을 앞세워 인사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김동연, 강경화, 정의용, 장하성(왼쪽부터)

이들은 모두 친문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내각은 아니지만 신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싱크탱크를 주도한 바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보수성향 경제학자다. 문 대통령은 “저와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지만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잡아야 한다”고 했다. 능력과 전문성 위주의 탕평·통합인사를 하겠다는 지향점이 뚜렷해 보인다. 취임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가 넘는 것도 시민 대다수가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이런 ‘사이다 인사’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교안보 사령탑이 늦게나마 구축된 것은 다행이다. 국가안보실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된 이래 모두 군 출신이 맡아 왔다. 그러다 보니 통일외교안보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복잡한 국제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약했다. 더구나 지금처럼 북핵·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자유무역협정(FTA) 등 얽히고설킨 외교안보 분야의 난제들을 군 출신들에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안보실장에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기용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종전 대통령비서실에 있던 외교안보수석 자리를 없애고 국가안보실로 통합한 것은 외교안보 업무를 통합관리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임명한 것도 그런 측면을 고려한 결과라고 믿는다. 문 특보가 대통령을 도와 외교안보 문제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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