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그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위원들과의 접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 발표 자료를 보내주면 최순실씨가 밑줄을 치면서 수정했다”고 말했다. 인사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최씨의) 수정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2015년에도 (자료를) 조금 전달한 게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 열람했다는 내용이 JTBC에 보도된 다음날인 10월25일 1차 대국민담화에서 “(최씨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에 의하면 연설문 외에 인사 자료까지 최씨에게 건네졌고, 취임 3년차인 지난해까지도 이런 자료 유출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차 대국민담화부터 박 대통령은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해볼 생각이었던 셈이다.

청와대 문건유출 등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11월 20일 기소한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발표한 2차 대국민담화도 거짓이었다. 박 대통령은 “어느 누구라도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져야 하고,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했지만 정작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통령 대면조사 등을 요구하자 수사 자체를 거부했다. 급기야 세월호 참사 당일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았으면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피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다”고 답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실 박 대통령의 거짓말은 이전부터 일관됐다. 지난 9월 언론과 야당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관한 의혹을 쏟아내자 박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이라고 했다.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참담한 것은 대통령의 거짓말이 놀랍지 않고 시민들도 대통령의 거짓말에 충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나라가 엉망이 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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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일단락됐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핵심 증인인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은 공개된 청문회장에 끝내 나서지 않는 등 시민 우롱으로 일관했다. 어제 국정조사특위는 19년 만에 구치소 현장 청문회를 했다. 최씨는 청문회장까지 나오기를 거부했고, 의원들은 수감동을 찾아가 비공개 신문을 했다. 검찰 출두 당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던 최씨는 이날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속 짜증을 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아느냐”는 질의에 최씨는 “모른다”고 잡아뗐고,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에서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 정유라씨 부정입학 의혹에는 “딸은 이화여대에 정당하게 들어갔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묻자 최씨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기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백번 양보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답변 내용과 태도는 기가 찰 일이다. 최씨는 사익을 꾀하려고 정부와 청와대를 주물렀다가 국정 마비 상태로까지 몰고 온 장본인이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 도깨비가 박 대통령을 홀려 일을 했다는 건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앞줄 왼쪽)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오른쪽)이 26일 수감 중인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가 개최한 현장 청문회에서 여야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부구치소 제공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고질이 재발한 점은 아쉽다. 의원들은 의혹을 재탕, 중복 질문을 했다. 특히 새누리당 이완영·이만희 의원은 위증 교사 의혹을 불렀다. 이는 국정조사제도의 근간을 흔들 중차대한 문제로, 수사를 통해서라도 규명돼야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있었다. 정·관·재계가 어떻게 최씨와 얽혀 이익을 주고받았는지, 그 민낯이 생중계됐다. 누리꾼의 실시간 제보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시민참여형 청문회 가능성도 보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증인·참고인 출석 거부와 모르쇠 답변, 위증 등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 증언·감정법과 형법상 ‘국회 회의장 모욕죄’ 형량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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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가 공개됐다. 탄핵 사유를 반박한 박 대통령의 논리라는 게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 위반 혐의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 뇌물죄와 강요죄 등 각종 법률 위반 혐의는 ‘검사의 의견’이나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과나 반성은 일언반구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박 대통령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는다.

 

대통령 탄핵사건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 사유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다. 김창길 기자

 

탄핵안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라고 했다. 미르재단 등은 공익사업이고,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대가를 조건으로 기금을 부탁한 것은 아니므로 뇌물수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단 관련 제3자뇌물수수죄도 부인했다.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압권은 박 대통령이 현대자동차를 압박해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에 관한 답변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시야가 제한돼 있는 직업공무원들로 이뤄진 보고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의 한 방법으로 동서고금을 통해 널리 인정돼 왔다”고 했다. 정몽구 회장에게 KD코퍼레이션 특혜 민원을 하는 자리에 직접 동석했으면서도 이런 식이니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국민의 생명권을 등한시한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답변도 기가 막힌다. 박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해경 등에 피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하고 신속하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했다”고 했다. 집무실로 출근하지도 않고 숙소인 사저에 틀어박혀 무슨 일을 했는지 확인도 되지 않는데 정상 근무했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알다시피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15분으로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완전히 잠긴 지 5시간, 사고 신고 8시간이 지났을 때다.

 

박 대통령은 19일부터 시작되는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의 1심 재판 결과 뒤에 헌재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헌재의 재판 진행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가 혼란은 안중에 없고 자신의 집권 기간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겠다는 뜻이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시민들 가슴에 또 한 번 못질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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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호 담당자는 최순실이 출입기록도 남기지 않고 청와대를 출입하는 것을 몰랐고, 측근을 관리해야 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그녀가 저지르는 국정농단을 알지 못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은 물론 그녀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 말고도 모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중 세월호 사건 당일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몰랐다는 건 그가 대통령을 보필해야 하는 비서실장이라는 점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최순실을 모르는 건 소위 문고리 3인방도 마찬가지였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에게 대통령 보고 자료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면서도 그녀를 모른다고 했고, 이재만 전 비서관 역시 최씨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한 바 있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모셨던 이들이 박 대통령이 죽고 못 사는 최씨를 모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측근들은 하나같이 모른다며 입을 모은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쯤 되면 최순실이 과연 존재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간다. 언제든 모습을 감출 수 있고 순간 이동이 가능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도 그녀를 못 볼 수 있을까? 대통령보다 높은 ‘VVIP’라 생각했기에 감히 얼굴을 쳐다볼 엄두를 못 낸 것일까? 청와대 거주민 중 유일하게 최순실을 아는 박 대통령 역시 그녀가 연설문을 잘 쓰는 것만 파악했을 뿐 내면이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11월4일 대국민담화 때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라며 눈물을 흘리던 박 대통령의 모습은 친박의 수장 이정현 의원과 몇몇 박사모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최씨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 순간에도 그게 국가를 위한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굳게 믿었던 모양이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리 모르는 게 많은 것일까? 뺑소니보다 만취 상태를 선택한 크림빵 가해자처럼, 이들은 안다고 시인해서 범죄자가 되는 대신 무능한 공직자로 남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무식한 건 죄가 아니다, 다만 부끄러울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위에서 예로 든 분들은 그 부끄러움을 감당할 뻔뻔함이 있었기에 기꺼이 무능을 택했다.

지난 9월 말부터 발효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간 수많은 정치인과 공직자가 돈을 받은 뒤 대가성을 부인해 처벌을 받지 않는 광경을 지겹게 봐왔던 터라, 여론은 이 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뻔히 아는 사실을 몰랐다고 함으로써 혐의를 벗으려는 공직자들은 대가성을 부인하는 공직자보다 덜 나쁜 것일까? 직급이 낮은 분들이야 조금 무능해도 괜찮겠지만, 높은 직급에 있는 이들의 무능은 사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국가적으로 훨씬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무능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다.

그래서 난 국회가 소위 ‘김기춘법’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직책상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모른다고 우기면 알고 범죄를 저지른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자는 취지다. 법안을 처음 제안한 내 이름 대신 ‘김기춘법’이라 명명한 까닭은 그가 “모른다”는 말을 단기간에 가장 많이 한, 후안무치한 분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를 변화시킨 것처럼, 김기춘법도 시행만 된다면 공직자들의 언행을 순식간에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최순실씨 잘 알죠. 하도 자주 와서 주민등록등본을 아예 청와대로 옮기라고 농담한 적도 있어요.”(안종범)

“안 수석은 가만있어요. 최순실씨를 저만큼 자주 본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그래요? 매일같이 보고서 갖다 준 사람이 바로 납니다.”(정호성)

“사실 그날 대통령이 사생활이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문밖에서 코를 대보니 희미하게 프로포폴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대통령께서 사생활을 누리고 계시는구나.”(김기춘)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이지만,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김기춘법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할 이유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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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추가 조사를 통해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의해 형사범죄의 피의자로 규정된 것도 초유의 일인데 사법체계마저 거부하다니 충격적이다. 국가적 비극이자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우선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에서부터 추가 출연 강요, 최씨의 대기업 갈취,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사건 전반에 개입했다. 국가 비밀자료 유출도 드러난 것만 47건으로, 장차관 인선 검토 자료와 외교문서까지 포함돼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은 100%라고 말 못하겠지만 거의 99%는 저희들이 입증 가능한 부분만을 썼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범죄가 감출 수 없을 만큼 분명하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이라고 한 것도 예우일 뿐, 실제 역할과 위상을 고려하면 주범이라고 표현하는 게 타당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 21일 (출처: 경향신문DB)

그동안 박 대통령 측은 범죄 연루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야당과 여론이 박 대통령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밝힌 만큼 이젠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하며 수사를 거부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을 당하는 상황이 됐다”고 항변했다. 국정을 농단하고도 거짓말로 모면하려던 행동은 잊은 채 다시 피해자 시늉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도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았다며 특검에서 무고함을 밝히는 한편 합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가리자며 탄핵절차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자기 편인 줄 알고 수사를 통해 다 밝히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다니 그저 황당할 뿐이다. 특검법이 통과됐으니 검찰 조사는 건너뛰고 특검 조사를 받겠다는 소송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이 나왔다고 국정 최고기구인 청와대가 한순간에 말을 뒤집고 국가 시스템을 거부한 것은 막가파식 대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의도는 검찰에서 방어에 실패하자 다시 특검과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논쟁을 하며 장기간 버티겠다는 것이다. 보수 일색으로 꾸려놓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진용을 믿고 탄핵절차로 가자는 심산인데 여론을 모르는 딱한 처사다. 95%의 시민에게 이미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 법정 투쟁에 의지해 연명하려는 모습에 연민의 정을 금치 못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에 전면 복귀하더니 엊그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를 신설해 여론전에까지 나섰다. 범죄적 행위와 세월호 참사 무능 대응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곁가지 해명으로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다. 최경환·홍문종 의원 등 당내 친박세력도 당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줌도 안되는 세력이 국정을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국민 여론과 맞서는 꼴이다.

어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만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국회에 요청했다. 여당 내에서조차 탄핵론이 나온 만큼 박 대통령이 특검의 칼날을 벗어난다 해도 탄핵은 피하기 어렵다. 그제 4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10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박 대통령이 계속해서 무리수를 두며 휘발유를 붓고 있으니 촛불이 더 크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 때 사라진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까지 드러나면 여론은 더 험악해질 게 뻔하다.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는 한때나마 자신을 지지한 시민과 국가에 대한 배신이자 반역이다. 박 대통령이 56년 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보다 못한 선택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와 국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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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씨와 연루된 청와대 참모진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실패했다. 최씨가 국정을 맘 놓고 주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 대통령과 청와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의 대상일 뿐이다. 국가비밀 보호 운운하며 검찰과 대치하거나 협상을 벌일 위치에 있지 않다. 시민들의 더 큰 저항을 부를 행태만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을 유출한 것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은 지난 29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청와대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청와대는 법률상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며 자료 제출로 맞섰다. 검찰은 자료가 부실하다며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30일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공무상 비밀이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에 비밀문서가 보관돼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청와대 논리는 코흘리개에게도 통하지 않을 망발이다.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 주요정책 등 극도 보안이 요구되는 자료가 흘러가도록 도왔고 그가 청와대 인사권까지 휘두를 수 있도록 방기한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말이 안된다. 민간인 최씨의 권력이 검찰 수사권보다 센 것이냐는 질문에 무어라 답할 것인가. 최씨의 국정농단은 과거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권력형 비리와 차원이 다른 전례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 탄핵을 요구하며 분노를 분출하고 있는 것도 바로 대통령이 몸통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검찰의 수사의지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고발이 이뤄진 지 27일 만에야 수사에 나섰고 청와대 눈치만 보다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은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자료 협조에 소극적이라며 청와대에 목소리를 높이다 돌연 “청와대가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갈등 진화에 나선 건 청와대에 굴복한 것과 마찬가지다. 안 수석과 우 수석, 문고리 3인방이 30일 물러났기 때문에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이들이 사용했던 청와대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청와대의 증거인멸 시도를 도와주다간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아도 시민은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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