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하기 싫은 수사였구나. 지난달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기소하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든 생각이다. 전직 대통령까지 구속된 역사적 수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촐했다. 달랑 9장짜리 보도자료에 특별수사본부 공보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비공개 브리핑이 전부였다. 지난해 11월 최순실씨 등을 기소할 때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발표하는 모습을 생중계까지 했던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입맛에 맞는 수사를 골라 의도대로 끌고 가며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한 과거와 너무 다르다.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의 거센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수사가 시작됐고, 그 수사의 최종 목표가 자신들과 한몸인 박근혜 정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긴 했지만 사실상 특검의 ‘설거지’를 한 셈이고, 우병우 전 수석의 혐의를 파면 팔수록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신이 났을 리 없다. 그때 이미 검찰은 다가오는 운명의 그림자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최고 사정기관이라 불린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그 자리는 중앙정보부가 차지하고 있었고,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보안사령부, 국가안전기획부 등이 검찰을 압도했다. 검찰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다. 고문, 조작 등의 불법수사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자리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법률 전문가 집단의 ‘법질’이 대신하게 되면서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이 지난 11일 커피를 마시며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검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2003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다. 참여정부 들어 판사 출신 여성 법무부 장관(강금실)이 임명되고 파격적인 고검장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찰 내 반발이 커지자 노 전 대통령이 검사들을 직접 설득하겠다며 만든 자리다. 과거처럼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검찰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대화와 소통으로 공감대를 찾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사들은 그 자리에서 ‘검사스러웠다’. 고졸인 노 전 대통령에게 대학 학번을 묻고, 수사정보를 통해 얻었을 것이 분명한 대통령의 과거나 친·인척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여야 거물 정치인을 줄줄이 구속한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다시 한번 위상을 떨쳤고, 참여정부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권불십년. 이제 검찰도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된 것 같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다수가 된 데다 새 대통령이 바로 참여정부 검찰개혁 실패를 민정수석 자리에서 경험한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에 낸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 때) 검찰개혁의 출발선을 검찰의 정치적 중립으로 봤다. 즉, ‘정치검찰’로부터 벗어나는 걸 개혁의 핵심으로 본 것”이라며 민정수석으로 오면서 검찰과의 전용회선(핫라인)까지 끊었다고 소개했다. 권력과의 유착이 검찰의 가장 큰 폐해라 보고 권력을 잡은 스스로가 그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과의 유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이 참여정부 2인자로 불린 문 대통령을 잡기 위해 엄청 뒤를 캤지만 나오는 것이 없어 오히려 놀랐다는 얘기도 돌았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에 비법조인 출신 조국 서울대 교수를 임명한 데 이어 판사 출신의 법무비서관, 전직 국회의원 민정비서관, 감사원 출신 공직기강비서관 등으로 민정수석실 진용을 짰다. 검찰 출신은 반부패비서관 한 명뿐인데, 그조차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로 박근혜 정권에 찍혀 옷을 벗은 인물이다. 참여정부 출범 때와 흡사하다. 인권변호사인 문재인 민정수석, 부산대 총학생회장을 했던 이호철 민정1비서관, 판사 출신 박범계 민정2비서관, 여성 변호사 황덕남 법무비서관, 인권변호사인 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등 모두 비검찰 출신이고, 사정비서관만 오래전 검사를 그만둔 양인석 변호사였다.

문 대통령이 과거의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는 조만간 증명될 것이다. 바야흐로 개봉박두다. 제목은 <검찰의 운명>. 당장의 관전포인트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누가 캐스팅되느냐다. 문 대통령이 장고하는 건 검찰개혁을 위한 최적의 배역을 찾기 위해서 같다. 이 작품은 음모와 복수가 난무하며 누가 권력을 뺏고, 빼앗기느냐가 결정되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국민들에겐 우리 사회의 부패와 범죄 근절을 위해 사정기관들이 서로 견제하며 경쟁하는 복리를 안겨주고, 검찰도 본래 존재가치인 ‘인권보호’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준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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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많은 것을 집어삼켜 버렸다. 그 뒤에 숨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이들이 많으리라. 그로 인해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한 또 다른 이슈가 있으니 바로 강한 야당에 대한 염원을 대변하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출범이다.

박근혜 정권 등장 이후 지난 2년 반은 여당 독주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이는 야당의 지리멸렬과 헛발질이 그 독주를 가능케 해주었고, 이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다양한 반칙의 장으로 이어졌다.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그 독주를 두려워하는 양식 있는 이들은 모두 이를 견제할 강한 야당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진보와 보수 혹은 좌파와 우파의 구분짓기는 어려운 일이다. 보수 우익을 자처하는 주류들이 대체로 세계사적인 보편적 기준으로는 극우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신들을 중심으로 삼아 실상 중간에서도 우측에 자리할 새정치연합으로 대표되는 세력을 진보 혹은 좌파로 매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탈이념의 시대가 요원한 것이라면, 한국에서 진정한 좌파의 성공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이제 이 불합리한 구도를 한국적 현실로 인정해야 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부산물인 좌익 혹은 종북 콤플렉스 때문에 좌로 분류되길 주저하는 중도 자유주의자들이 ‘한국적 좌파’라는 독배 수용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지난 세기 민주화에 공헌한 그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운동식 접근 방법 역시 안타까운 부분이다. 2010년 초 한 미국 대학의 나름 진보 성향 교포 교수로부터 들은 한국에서의 ‘민주화’ 혹은 ‘민주주의’에 대한 길거리 구호가 이제는 “촌스럽게 느껴진다”는 얘기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이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론 그 진단의 현실성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 먹고살기 바쁜 대중들에게 그러한 구호들은 더 이상 관심 대상이 아니다. 다양한 길거리 시위 현장을 주도하는 운동 세력의 노후화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이제 운동시대의 종말을 논하기에도 이미 늦어 버린 감이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엘리트 정치에서 그 해답의 일단을 찾아보자.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 구성 직전 조국 서울대 교수가 유력한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그와 일면식도 없지만 그의 화려한 이력과 멋진 외모, 따뜻한 인품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없을 것이다. 대다수의 이른바 폴리페서들이 연구에 소홀한 것과 달리 조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인용지수에서 법학 분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대한 성실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스스로 강남좌파를 자처하는 그가 ‘한국적 좌파’ 확장의 기대주임은 분명하다.

한국 사회에서 강남은 반감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기도 한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21세기 한국의 보통 성인들은 근검절약을 중시하지만 그것을 더 이상 금과옥조로 삼지는 않는다. 대부분 자신의 자녀들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강남으로 상징되는 부촌에 살게 되길 희망한다.

실제로 강남 등 부촌에 터를 잡고 사회경제적 지위를 누리거나 혹은 그러한 삶을 좇는 이들 중에서도 약자의 아픔을 공유하고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고자 하는 제2, 제3의 조국 교수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한국적 좌파’의 새로운 희망으로 조국 교수와 같은 이른바 강남좌파의 외연 확대를 꿈꾸는 건 아직도 시기상조일까.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의 불감증에 아파하는 무당파 중간 집단을 그 대열로 합류시키길 기대하기는 무리일까.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10일 당 쇄신안을 마련할 혁신위원을 발표하기 위해 국회 대표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당 외부 인사로 조국 서울대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교수, 임미애 경북 북부권 규제개혁협의회 위원장, 정채웅 변호사, 전춘숙 전 '한국여성의 전화' 대표를 선발하고 당내 인사로는 우원식 의원과 박우섭 인천남구청장, 이동학 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이주환 당 당무혁신국 차장, 최인호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 등 5명이 혁신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출처 : 경향DB)


수년 전 강준만 교수의 문제 제기로 촉발된 강남좌파 논쟁의 냉소성을 넘어서 이제 이를 최소한 진지한 공론의 장으로 재등장시킬 필요성을 절감한다. 미국 유학파 교수로 강남 언저리에 살고 있는 필자부터 기꺼이 ‘한국적 좌파’의 독배를 마실 준비가 되어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개혁대상이 되어버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반발로 조국 교수는 혁신위원회의 위원들 중 한 명으로 위촉되었다. 그렇지만 위원장을 맡은 김상곤 전 교육감 역시 따지고 보면 강남좌파의 원조 격 아니던가. 이들이 첫 회의를 갖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잡음이 일어 혁신위원회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이다. 한국 야당의 미래를 짊어진 이들이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천천히 죽어가는 늙은 정당”을 기사회생시키길 기대한다.


심재훈 | 단국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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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콘서트]“진보 드림팀이 불량·무능정권 교체”

2011 03/08주간경향 915호
ㆍ‘탁현민 시사콘서트’ 출연 조국 교수 - 선대인 부소장 ‘리허설 대담’

두 사람은 유쾌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고, 미래를 개척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 같은 힘이 있다. 두 사람은 동지 의식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법학 분야에서 사랑받는 학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부동산과 경제 문제를 시원하게 풀이해주는 연구원으로 살고 있다. 희한하게 이름도 독특한 두 사람이 <주간경향>과 탁현민 P당 대표가 함께 하는 ‘탁현민의 시사콘서트’ 두 번째 강연자로 초대됐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와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다. 시사콘서트 출연에 앞서 <주간경향>이 두 사람을 만나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요즘 가장 ‘핫한’ 두 사람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2012년 진보적인 정권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 교수(왼쪽)와 선대인 부소장


두 사람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탁현민의 시사콘서트’가 어떤 형식인지는 알고 있나.
조국(이하 조) : “탁현민 교수를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문화활동을 많이 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와 탁 교수가 활동영역이 다르지 않나.(웃음) 아직도 시사콘서트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선대인(이하 선) : “나도 그렇다.(웃음) 강연은 진지하게 해도 된다고 들어서 참여하게 됐다. 우리 강연 전후로 콘서트가 열린다는데, 어떤 분위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시사콘서트가 특별한 강연 형식인 것 같다.”

조 : “대부분의 강연은 우리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데, 시사콘서트라는 방식은 생소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우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 지난달(1월)에 선 부소장과 함께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이 두 번째로 함께 강연을 하게 됐다. 잘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언제 처음 만났나. 미국에서 처음 봤던 것 같다.”

선 : “내가 일간지 기자를 그만두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유학 중일 때 조 교수는 하버드대 동아시아 연구소 초빙교수로 왔다. 다른 교수님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거기에서 조 교수를 처음 봤다. 조 교수는 당시에도 참여연대에서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하면서 많은 활동을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분을 이역만리에서 만나니까 너무 반가웠다.”

조 : “그때 선 부소장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학생의 신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전직 기자의 딱딱함은 별로 없었다. 선 부소장이 책을 낸 것을 읽어보면서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증과 논거에 기초해서 대안을 내놓는 것도 좋았다.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선 : “지난해 초 조 교수 연구실을 방문한 것은 기억하나. 당시 조 교수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다.”

조 : “선 부소장은 경제라는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일정 수준의 독자라면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놀랍다. 원래 경제학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와 경제학이 떨어진 상태다. 선 부소장이 정치와 경제의 결합을 다시 시도하는 것 같다. 대학에 있는 경제학자들이 선 부소장의 활동을 보고 반성해야 할 게 많다.”

선 : “너무 띄워주는 것 같다.(웃음) 조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외모도 멋있는데, 글까지 멋있다. 글 속에 멋이 지나치면 내용이 빈약한 경우가 많은데, 조 교수의 글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한다. 조 교수는 글 속에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조 교수의 매력에 빠지면 나오기 힘들다.(웃음)”

두 사람이 요즘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두 사람의 말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 부담되지 않나.
조 : “우리는 정치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이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하지 않는다는 것도 정치적인 행동일 뿐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랑할 게 아니라 잘못하는 일이다. 법과 제도를 공부하는 사람이고, 법이 어떻게 해석되고 집행되는지 연구하는 것이 정치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선 : “조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내가 다녔던 케네디스쿨은 공공정책 대학원인데, 공공분야의 리더를 키우는 학교다. 공적인 가치를 사회에서 구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문화적인 충격을 느꼈다. 일간지 정치부 기자로 일하면서 정치 혐오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곳 사람들은 정치를 경원시하지 않는다. 정치는 공공서비스를 위한 책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조 : “내가 하는 일은 사회과학인데, 가치중립적인 것이 없다. 오히려 가치지향적인 일이다. 정치인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영향을 주는 행위다. 그런데도 학자에게 ‘학문을 하든지, 정치를 하든지’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미국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칼럼을 통해 부시 전 대통령을 욕한다.”

선 :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를 경원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탐욕스러운 사람만이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조 교수의 말대로 ‘앙가주망’(현실참여)은 정치적인 행위를 동반하지 않아도 양심있는 지식인이라면 해야되는 의무다. 조 교수는 요즘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로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는가.”

조 : “요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포병’과 ‘보병’을 예로 들면서 나는 진지에서 보병을 도와주는 포병 역할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정당에 들어가서 정치인으로 살지는 않겠지만,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치적인 역할은 하겠다는 뜻이다. 선 부소장은 정치활동을 할 생각인가.”

선 : “한국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게 내 인생의 목표다. 현재는 내가 몸담고 있는 연구소를 키우고, 재벌 광고에 눈치보지 않는 경제 미디어를 출간하고 싶은 게 목표다. 내 역할도 조 교수처럼 포병이 맞는 것 같다. 다만 조 교수는 포병 역할만 한다고 했지만, 나는 공공서비스를 위해 내 역할이 필요하다면 보병 역할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 : “선 부소장은 보병 역할도 잘할 것 같다.(웃음)”

선 :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웃음) 우선은 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을 뿐이다.” 

4월 재·보선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두 사람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바라보나.
조 : “지난해 6월 지방선거보다 4월 재·보선 야권 연합이 더 어려울 것이다. 지방선거 때는 야권이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그람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의지적 낙관’이겠지만, 야권 모두 연합을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 : “현실적으로 야권 연합이 되느냐 마느냐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이명박 정부는 가장 ‘불량한’ 정부다. 대다수 서민을 경제적으로 핍박하고, 나라의 빚을 폭증시킨 정부다. 공정사회 친서민을 외치지만, 실제 정반대로 치닫는 정부다. 빨리 끝내야 할 정부라는 것을 모두 인식해야 한다.”

조 : “나는 이명박 정부를 ‘무능한’ 정부라고 이야기한다.(웃음) 정치도, 경제도 무능하다. 국정원도 엉망이다. 구제역도 그렇다. 이 정부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 불량·무능정부는 국민적인 불행이다. 치사한 정권이기도 하다. 하는 일마다 치사하다. 바꿔야만 한다.”

선 : “조 교수가 말한 ‘드림팀 정부’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한 정당 안에서 불가능하다면 모든 진보세력 안에서 최고의 인재 풀을 뽑아서 현실적으로 여당과 경쟁하면 될 것 같다.”

조 : “연립정권 없이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하다. 세력을 구성할 때 실력에 따라 대표선수를 뽑아야 한다. 지역이 아니다. 저쪽에는 박근혜라는 막강한 미래권력이 존재한다. 야권의 대권후보라는 사람들은 지지율이 10% 이하다. 지금처럼 박근혜 대 야권이 싸우면 지게 된다. 팀으로 가야 한다. 야권 후보는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지경부 장관은 누구, 국방부 장관은 누구다’라는 식으로 진용을 짜서 박근혜와 상대해야 한다.”

선 : “박근혜 전 대표는 거대 권력이다. 야권은 난쟁이들이다. 조 교수의 말대로 야권의 연대가 필요하다. 다만 야권이 연합에만 치중하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책 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민을 위한 정책 개발 노력도 치열하게 해야 한다. 나에게 2012년 대선은 정말 절박한데, 조 교수는 어떤가.”

조 : “마찬가지다. 2012년은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이 동시에 바뀌는 해다. 입법과 행정이 바뀌면 사법권력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때 정권을 바꾸지 않으면 5년을 더 견뎌야 한다. 사람들이 패배주의에 빠질 수 있다. 불량·무능 보수가 권력을 다시 잡으면 곳곳에 사람을 심어서 권력과 이익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포기하는 상태가 될 것이다. 이번 시점에 어떻게든지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

선 : “동감한다. 2007년 대선 결과를 보고 지인들에게 ‘배고프다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식’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현실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된 선진국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데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나마 진전된 것을 짓밟으면서 악화시켰다. 410조원의 공공부채가 폭증했다. 2010년대는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에게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새로운 정부가 필요하다. 정권교체가 필수적이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65년 부산 출생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법학대학원 법학박사
한국형사법학회 정암형사법학술상 수상(2003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저서는 <진보집권플랜> <보노보 찬가>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등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1972년 부산 출생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정책 석사
동아일보 기자
한국기자협회 선정 이달의 기자상 4회 수상
저서는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프리라이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등


<글·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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