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북 익산시에 의심신고가 접수된 토종닭 농장에 대한 검사 결과 AI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토종닭 21마리를 키우는 이 농장은 이번 AI 발원지로 의심받는 전북 군산 종계 농장과 8~9㎞ 정도 떨어져 있다. 지난달 23일 군산 종계 농장에서 오골계 500마리를 들여온 경기 파주 양계 농장에서도 AI가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AI가 종식됐다고 판단하고 방역체계를 평상시 수준으로 전환했지만 사흘 만인 지난 2일 제주시 애월읍의 토종닭 사육농가에서 AI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6일 현재 AI 양성 판정을 받은 농장은 군산을 비롯해 제주, 파주, 부산 기장 등 전국적으로 12곳에 이른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AI로 가금류 3787만마리가 살처분되고 계란값이 폭등하는 등 피해가 막심했는데 또다시 AI가 창궐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정부는 신속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에 나서야 한다. 특히 이번 AI 바이러스는 H5N8형으로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5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오리에 있는 한 토종닭 사육 농가에서 공무원들이 살처분을 하고 있다. 기장군은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농가에서 키우던 닭과 오리 4천228마리를 살처분하고 반경 3㎞ 이내 농가에서 키우는 닭과 오리도 살처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제에 여름철에도 AI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상시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 통상 AI는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것으로 여겼다. 겨울이나 초봄 등 날씨가 추울 때는 닭이나 오리 체내에서 1개월가량 생존하지만 기온이 30도가 넘으면 사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상황이 급변했다. 2014년에는 7월29일까지, 2015년에는 6월10일까지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6월에 AI가 발생했다. 한국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AI 상시발생국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AI는 철새에 의한 이동 감염이 아니라 가금류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전파된, 이른바 순환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금류 사육환경 개선, 백신 도입 및 개발, 전문인력 양성, 연중 방역체계 구축 등으로 방역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이번 AI 사태도 오골계 등을 기르는 소규모 농가가 증상을 확인하고도 은폐하거나 신고를 지연한 것이 화를 키웠다. 보상비가 적어 AI 의심신고를 기피한 것도 원인이지만 기본적으로 농가의 경각심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신고 농장주에게 제재 수위를 높이고 소규모 양계 농가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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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공포가 전국 축산 농가를 덮칠 기세다. 지난 5~6일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8일에는 경기 연천으로 북상했다. 9일에는 충북 보은의 구제역 최초 발생 농가에서 1.3㎞ 떨어진 한우농장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전염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전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연천의 젖소 농가에서 검출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보은과 정읍에서 검출된 ‘O형’과 다른 ‘A형’으로 확인됐다. 같은 시기에 O형과 A형 바이러스가 동시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국내에 보유 중인 백신이 A형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데다 전국 소 283만마리에 접종할 물량도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구제역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구제역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9일 한 수의사가 경북 안동 정하동의 축산농가에서 소들에게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 닷새 만에 확산 추세를 보이는 것은 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 탓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이 발생하자 “소의 구제역 항체형성률이 97.5%에 달한다”며 전국 축산 농가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자신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과 정읍 축산 농가의 구제역 항체형성률이 각각 19%와 5%에 그친 것은 백신 접종을 게을리했거나 기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제역 방역시스템에 구멍이 났는데도 축산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탓하며 책임을 떠넘기려 한 것이다. 농식품부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항체형성률을 엉터리로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소 구제역 항체형성률 97.5%’는 전국 소 10마리 중 9마리에 항체가 생겼다는 뜻이 아니라 전국 축산 농가 10곳 중 9곳이 정부 백신 정책에 단순 참여한 수치로 틀통난 것이다. 이런 엉터리 통계를 근거로 구제역 방역대책을 세워놓고 “전국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수역사무소(OIE)에 조작된 백신 접종 통계자료를 제출한 것도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농식품부는 백신 접종만으로는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범정부 차원의 방역대책을 수립·집행해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선주자로 나설지를 놓고 정신을 팔 때가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때처럼 늑장대처로 일관하면 구제역마저 재앙 수준으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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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축전염병 방역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가금농가가 초토화된 데 이어 브루셀라 전염병에 구제역까지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6일 수포가 형성되는 등 구제역으로 의심되던 충북 보은 농장의 젖소를 구제역으로 확진한 데 이어 전북 정읍에서는 한우농가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며칠 전 발생한 브루셀라가 잠잠하자 더 가공할 전염병이 들이닥친 것이다.

구제역은 소·돼지·양·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가축에게 감염되며 국내 확산 때마다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지난해 3월 충남 홍성군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지 11개월 만의 재발이다. 당국은 보은 농장에서 기르던 젖소 195마리를 전부 살처분한 데 이어 사람과 가축의 이동을 막고 긴급방역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사육소와 돼지에게 백신을 투여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 

지난달 경기 포천에서 폐사한 후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고양이들의 가족 고양이 3마리의 모습. 이들은 모두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원래 살던 지역에 방사할 예정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제공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 사육소의 백신항체 형성률이 평균 97.5%, 돼지는 75.7%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젖소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방역당국의 발표와 달리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방역당국도 낮은 항체 형성률에 놀랐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백신 자체가 효능이 떨어지는 ‘물백신’이라는 말도 나온다. 구제역이 발생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만일 ‘농가의 소홀’이거나 ‘물백신’ 때문이라면 방역당국은 관리를 다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엄청난 대가를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 3200여만마리가 살처분되는 참상을 빚은 것은 물론 계란값이 폭등하고 다른 식품 가격까지 덩달아 올랐다. 그런데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6일 전북 김제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가 또 접수됐다. 이 상황에서 구제역까지 창궐한다면 그야말로 가축농가는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은 이날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구제역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 추가 조치도 내려야 한다. 초동방역 실패를 두 번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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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몇 오라기 수염은 더 돋았지만(忽然添得數莖鬚)/ 여섯 자 키는 도무지 더 자라지 않는군(全不加長六尺軀)/ 거울 속 얼굴은 해마다 달라져도(鏡裡容顔隨歲異)/ 철부지 같은 마음속은 지난해의 나 그대로(穉心猶自去年吾)”(박지원, ‘원조대경’(元朝對鏡·설날 아침에 거울을 보며))

아차 하는 사이에 새해 하고도 또 며칠이 지났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다. 새해 첫날에 먹은 마음이 벌써 옅어지는가 싶어 부끄러움을 느끼며 떠올리느니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시다. 박지원은 스무 살을 맞은 설날 아침 거울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위의 시를 읊었다. 새해가 밝았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심만으로 새로워질 일상은 없다. 시간은 천체의 운행을 따라 흐를 뿐이다. 사람은 구체적인 일상을 살아가며 시간에다 저마다의 매듭을 짓는다. 이 매듭이 모여 역사가 된다. 막연한 작심은 사흘 못 가 풀어지게 마련이다. 하루아침에 나와 사회가 달라지고 새로워지길 바라는 막연한 마음이야말로 철모르는 마음일 테다.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 일대에서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화생방지원대 소속 장병들이 K-10 제독차로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먹는 얘기를 하자고 해도 그렇다. 지난해 11월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삽시간에 전국으로 번졌고, 해 바뀐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월3일까지 닭 2582만마리가 살처분·매몰되었다. 두 달이 못 되는 사이에 전국에서 사육되던 닭 가운데 16.6%를 사람 손으로 죽여 파묻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죽은 닭 가운데 산란계, 곧 달걀을 받자고 기르던 닭이 2245만마리나 된다. 그러더니 가정에서 그나마 마음 놓고 먹던 단백질원인 달걀을 아끼고, 백반집에서 거저 주던 달걀말이며 달걀부침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사정은 간단하지 않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2003년 이래 거의 매해 발생하고 있다. 거의 2년 주기로 몇천만마리의 닭, 오리, 메추리를 죽여 파묻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밀식사육, 곧 햇빛도 들지 않을 만큼 좁은 사육장에 빽빽하게 가금류를 가두어 키우는 방식에 있다는 분석은 진작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말해버리는 것으로 분석을 마쳐도 될까. 달걀로 논의를 좁혀 보자. 정은정 사회학 연구자에 따르면, 오늘날 생산지 일선의 농민이 달걀 한 알을 생산하는 비용은 120원쯤이 된다. 그런데 중간 상인에게 달걀이 넘어갈 때에는 채 100원이 못되는 90원 선에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고도 한참 더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쳐 달걀은 우리 밥상에 오른다. 생산자는 가격에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가격 조정력은 유통 부문이 쥐고 있는 셈이니, 농민은 더 많은 닭을 쳐 더 많은 달걀을 받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복잡한 말을 통으로 외우거나, 몇 년 치 살처분 통계를 일일이 살필 수는 없다. 하지만 상황이 여기에 이르러서도 “그래서 달걀 한 판이 얼마예요?” 말고 다른 의문이 없다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준비도 안된 것이다.

오로지 “얼마예요?”에 갇혀서는 생산의 일선, 방역의 일선에서 지금 죽을 만큼 힘든 사람들이 매일 피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살필 수 없다. 그간 우리가 적정한 달걀 가격을, 정말 치러야 할 곳에 치러 왔는가 하는 반성을 할 기회를 잃는다. 그저 “그래서 얼마예요?”가 질문의 전부라면, 그 대답은 “그러면 수입합시다”가 전부가 된다. 이 간단한 대답 뒤에는 그 다음이 없다.

달걀은 그냥 단백질 공급원이 아니다. 거칠게 요약해, 달걀은 한국인이 100% 자급하는 몇 안되는 ‘식량’이기도 하다. 쉬운 결론은 진짜 공부해야 할 데를 아예 가리는 나쁜 결과를 불러온다. 우리는 “얼마예요?”를 벗어나 확인해야 한다. 농민은 그동안 현장에서 100원도 못 받고 달걀을 유통에 넘겼다. 이런 현실이 밀식사육 및 사육두수 조절 실패의 원인일 수 있다. 나아가 한 번 더 물어야 한다. 새해의 달걀 수입이 100% 자급하던 달걀의 생산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은 없는지. 몇 달 뒤 달걀값 폭락의 빌미가 되지 않을지. 이 물음 없이 오로지 10년 전과 다름없는 장바구니 달걀값을 바라는 것은 다만 철모르는 마음일 뿐이다. 철모르는 마음으로는 달걀 하나에서도 지난날과 정말로 다른 오늘과 내일을 기획할 수 없다.

고영 음식문헌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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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렸다는 이유로 닭과 오리들을 산 채로 땅에 묻고 있다. 인간에게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이유로, 또 다른 양계장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런 끔찍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어느 누가 이 행위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며칠 전에 밥상에 올라온 달걀프라이가 어쩌면 오늘 생매장당한 닭이 낳은 알로 만든 것일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사다 준 케이크나 과자 속에도 며칠 전 생매장당한 닭이 낳은 알이 섞여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공범자들인 셈이다.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을 뿐 누구도 이 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살처분이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사람은 공문서에 결재 도장만 찍었을 뿐이겠지만, 그 또한 살처분이라는 건조한 이름으로 진행되는 생매장의 아비규환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제 손으로 수만 생명을 파묻는 포클레인 기사나 양계장 주인만이 그 끔찍한 행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 더 민감하거나 둔감한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의 영혼에 상처가 새겨진다.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음성군 한 오리 농가에서 지난달 21일 살처분한 오리들을 묻기 위해 땅을 판 뒤 대형 비닐을 깔고 있다. 연합뉴스

키우던 닭을 파묻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양계장 주인의 경우 단순히 사업 실패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그이가 감당해야 했던 절망감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는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결정을 하기 전에, 마땅히 그 책임을 나눠 지게 될 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과연 그 책임을 나눠 질 것인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랬다면 과연 누가 동의할 수 있을까. 만에 하나 자신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으니 수백만마리의 닭을 생매장하자고, 그 양계장 주인이 절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 그러자고 동의할 사람이 있을까.

설령 최악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져서 몇십명이 죽게 될지라도 그 위험성은 우리 모두가 감내해야 할 일이다. 두 발 달린 동물, 날개까지 달린 동물을 A4 종이 한 장 넓이도 안 되는 공간에 가둬놓고서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고 알 낳는 기계로 살다 가게 만드는 반생명적인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닭과 오리들을 그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한 책임은 우리 모두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

사실 동물과 인간이 바이러스를 서로 주고받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이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애완동물 때문에 감염되는 질병도 적지 않다. 독감보다 훨씬 위험한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러니 전국의 모든 애완동물을 생매장해야 한다면 어느 누가 동의하겠는가. 이름 없이, 단지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생매장당하는 수십 수백만 생명들의 비명소리에 귀를 막지 말자. 조류인플루엔자보다 무서운 것은 생명에 대한 우리들의 무감각이다.

현병호 교육잡지 ‘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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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떼죽음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에서 처음 신고된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 퍼지면서, 살처분된 닭과 오리가 2000만마리를 넘어섰다. 며칠 전엔 2014년의 H5N8형 고병원성 AI까지 다시 나타났다. 역대 최악의 피해다.

AI 확진 판정이 나면, 반경 3㎞ 내의 닭과 오리는 모두 죽인다. 고병원성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으려면 ‘예방적’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살처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3873만마리, 한번 확진 때마다 26만마리를 죽였다. 이번에는 하루 평균 60만마리를 도살하고 있다.

가축은 살처분 후 ‘매몰’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몰이 살처분인 경우도 많다. 포대자루에 닭이나 오리를 몇 마리씩 집어넣고 구덩이에 파묻어버린다. 생매장이다. 2010년 말의 구제역 때는 돼지 300만마리가 대부분 생매장되었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이번 AI 사태를 재앙 수준으로 키운 정부의 방역대책, 특히 ‘골든타임’을 놓친 허술한 초동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엄청난 피해의 근원은 ‘공장식 축산’이다. 대규모 사육이 아니면, 살처분 규모 자체가 이토록 커질 리가 없다. 게다가 축산공장은 AI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최적지다. 일단 AI가 들어오면 방사 사육되는 닭들과 달리 밀폐된 축사에서 밀집 사육되는 닭들은 속수무책이다. 그런데도 AI를 막겠다며,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축산공장은 그대로 둔 채 멀쩡한 닭들만 엄청나게 죽이는 어처구니없는 일만 반복하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2월 22일 (출처: 경향신문DB)

공장식 축산의 근본 문제는 생명을 물건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마트 진열대 위에 놓인 정갈한 포장육과 계란 같은 상품으로 가축을 접한다. 상품이 되기까지 가축이 겪는 사육 과정, 그들의 일생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엄연한 생명체인 가축에 대해 ‘공장’과 ‘살처분’이란 말을 무심히 사용한다. 하지만 공장은 물건을 생산하는 곳이지, 생명을 낳고 기르는 곳이 아니다. 처분하는 것은 물건이지 생명이 아니다.

상품으로 간주되는 가축은 이윤의 극대화에 가장 효율적으로 설계된 공간에서 사육된다. 효율은 학대의 다른 말이다. 극도의 밀집 공간에서 오는 심한 스트레스로 가축들은 매우 공격적으로 변한다. 닭은 ‘깃털쪼기’와 ‘동종포식’, 돼지는 ‘꼬리물기’를 하기 때문에, 태어나면 부리와 꼬리부터 잘리는 고통을 당한다. 가축들은 자신들의 배설물에서 나온 암모니아로 꽉 찬 공기를 마시며 일생을 보내다 폐기된다. 살처분보다 그리 나을 것도 없다. 어느 쪽이든, 참혹한 과정과 결말이다.

공장식 축산은 돈과 이윤에 집착하며 생명을 경시하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축은 돈 벌려고, 먹으려고 키우는 ‘것들’이라고 치부해버리지 말자. 동물을 함부로 다루는 사회는 결코 사람도 존중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생명을 생명으로 대하지 않을수록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능력도 잠식된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동물의 살처분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라면, 끔찍한 상상일지 모르지만 사람과 살처분의 거리는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다.

성탄절이 눈앞이다. 이래저래 올해는 ‘기쁜 성탄!’ 인사만 건네기는 힘들게 되었다. 2000년 전도 그랬다. 당시의 권력자 헤롯 대왕은 베들레헴 인근 두 살 이하의 사내아기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비명과 통곡소리가 진동했다. 유대인들의 왕으로 태어난 아기 예수를 제거해서라도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권력에 눈먼 탐욕이 빚어낸 참극이었다. 오늘 우리는 엄청난 규모의 살처분을 감수하면서도 공장식 축산을 고집한다. 우리도 무엇엔가 눈이 먼 것은 아닐까.

조현철 | 서강대 교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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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계란은 건강의 적이라는 누명을 썼다. 1913년 러시아 생물학자 니콜라이 아니츠코프가 “콜레스테롤이 토끼의 혈관을 막는다”는 주장을 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계란은 심혈관질환의 주범이 됐다. ‘계란은 하루에 하나만’이라는 법칙도 생겼다. 그러나 지난해 오래된 철칙이 무너졌다. 미국 정부가 “건강한 성인에게 콜레스테롤이 든 음식이 해롭지 않다”고 발표한 덕분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이유로 계란을 한 개만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계란은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한다. 우유와 더불어 단일식품으로 여러 가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먹거리로 사랑받는다.

한국은 난생설화가 나올 만큼 계란을 사용한 역사가 깊다.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 온전한 모습의 신라시대 계란이 출토되기도 했다. 금관 등 부장품과 함께 매장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계란은 주로 병아리를 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문서상 계란을 이용한 요리법은 조선시대 들어서 발견된다. <음식디미방> <주방문> 등에 기록돼 있다. <주방문>에는 계란을 밥 위에 얹어 찌는 알찜의 설명이 나온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판매수량 제한 조치가 시작된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소비되는 계란은 백색란은 거의 없고 대부분 갈색란(99%)이다. 둘 사이에 성분상의 차이는 없고, 소비자들이 갈색란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000년 184개, 2010년 236개, 2014년 254개로 늘어나는 추세다. 3일에 두 개꼴로, 주요 단백질 보충원인 셈이다.

계란은 계절적인 요인이나 전염병 등으로 인해 수급에 변동이 생긴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분식집에서 공짜로 제공하던 계란말이는 사라졌다. 김밥 속 계란 지단은 크기가 절반으로 줄고, 기사식당의 ‘서비스 계란 프라이’도 끊겼다. 일부 마트에서는 ‘1인 1판’으로 판매를 제한하기도 한다. 물량 부족 탓에 계란 중개상이 문을 닫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계란 절벽이 현실화하자 급기야 정부는 산란용 닭과 계란을 항공기로 긴급 수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AI 초동대응에 실패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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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으로 번진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고병원성(H5N6형)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살처분된 닭·오리 등 가금류는 2000만마리가 넘는다. 하루 평균 60만마리가 살처분돼 전국에서 사육 중인 닭·오리의 13%가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안성천의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H5N8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H5N8형은 2014년 전국으로 번져 가금류 1400만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큰 피해를 냈다는 점에서 두 유형의 AI 바이러스가 동시다발로 확산되면 농가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AI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갈수록 늘고 있다. 달걀 한 판 값이 한 달 새 15~20% 급등해 일부 대형마트는 ‘1인 1판’ 제한 판매를 하고 있다. 학교 급식에도 차질이 생겼고, 영세 빵·과자 제조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소득안정 등에 드는 국가예산만도 3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19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차단을 위해 시민 출입이 제한된 서울 강서구 강서습지생태공원 안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AI 재앙이 초래된 것은 초동대처에 실패하고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 무능력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 한 달 만에 관계장관회의를 처음 열었고, AI가 전국으로 확산된 지난 16일에야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올렸다. 방역 골든타임을 놓친 뒤에도 살아있는 토종닭의 유통을 허용했다가 이틀 만에 다시 금지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지자체와의 공조체제도 붕괴됐다. 일부 지자체는 허위 방역신고서를 제출했고, 세종시의 한 산란계 농가는 AI 의심신고 전 닭 10만마리를 출하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때처럼 초기 대응에 실패해 위기를 키운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일본은 지난달 21일 아오모리현에서 AI가 발생한 지 2시간 만에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렸다. 아베 총리는 관저에 ‘AI 정보연락실’을 설치하며 방역상황을 직접 챙겼다.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78만마리에 그쳤다. 총리를 중심으로 AI 피해를 줄인 일본 사례에 견줘봐도 한국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방역 컨트롤타워를 직접 관장해 AI가 더 큰 재앙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챙겨야 할 것은 대통령급 의전이 아니라 민생이다. 국가적 재앙이 된 AI 추가 확산을 막는 것보다 시급한 민생 현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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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지 열흘이 지났다.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연일 지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논란이 많은 ‘박근혜표 정책’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는가 하면 대통령급 의전까지 요구하면서 야당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시민들은 비상시국에 황 대행 문제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황 대행의 행보를 보면 야당에 일부러 싸움을 거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인사와 정책에서 돌출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유임을 국회와 상의없이 결정하더니 임기가 끝나가는 현명관 마사회장의 후임자 임명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마사회장 임명이 얼마나 급하길래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누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의 변경이 없다고 굳이 공언한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 탄핵에 ‘박근혜표 정책’을 중단하라는 뜻이 포함된 만큼 정책 추진을 중단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상대국과의 신의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것은 촛불민심을 거스르는 일이다. 상대국조차 정책 추진에 의구심을 드러내는데 우리가 먼저 이행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보수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보수진영의 대표인물로 부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가관인 것은 황 대행이 대통령급 의전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하면서 국회사무처장에게 의사당 밖까지 마중나와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국회는 총리를 넘어서는 의전으로 예우했다. 황 대행은 지난 3월에도 과잉 의전으로 빈축을 샀다. 공식 일정이 없는데도 관용차를 타고 서울역 KTX 열차 탑승장까지 진입하면서 탑승하기 위해 들어오는 시민들을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이러니 촛불집회에서 퇴진구호가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 난제가 겹쳐 있다. 국회와 힘을 모아도 부족한 이런 판국에 대통령 대행이 야당과 각을 세우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황 대행은 야당이 제안한 국회와 정부 간 협의체 구성에 반대한 뒤 정당대표와 개별 회동을 하자고 역제의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도 비판받을 행동이다. 황 대행은 겸허한 태도로 과도기를 이끄는 ‘국정의 관리자’라는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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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국정혼란으로 서민들의 마음이 무거운데, 물가마저 생활을 팍팍하게 하고 있다. 농심은 20일부터 라면 18개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하기로 했다. 그동안 누적된 물류비와 인건비 등의 상승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한다. 대형마트의 라면코너는 가격 인상을 앞두고 소비자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국내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농심이 가격 인상을 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올릴 것으로 예상되자 서둘러 구매에 나선 것이다. 하필 이 시점에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 배경이 석연치 않다. 맥주, 콜라, 빵·케이크 제조업체가 가격을 올리자 라면까지 슬그머니 이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값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시민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양계 농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계란은 가격 대란 수준이다. 이미 10% 이상 올랐는데도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AI가 장기화하면 그 영향이 다른 농산물에도 파급될 수 있다. 또 무·양배추·상추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2~3배 올랐다. 겨울채소의 산지인 제주도 농가가 지난 10월 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맞은 뒤 피해복구가 되지 않은 탓이다. 당분간 채소가격은 고공행진이 불가피하다. 휘발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합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ℓ당 1500원을 훌쩍 넘었다. 그런데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서민들이 돈을 빌려 쓰는 환경은 악화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내년 초 연 4%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버는 돈은 늘지 않는데 지출이 증가하니 서민 생활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8월 중 0%대에 머물렀으나 11월에는 전년 대비 1.3%로 대폭 상승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민생대책점검회의를 열면서 겨울철 서민생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내외적으로 엄중한 여건 속에서 특히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중점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뛰는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말만 앞세우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존재할 명분이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야당과 시민을 상대로 싸우지 말고 민생 문제에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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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두 개의 ‘AI’ 시대가 교차하는 시간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인공지능이 인간지능과 겨루고 우주를 탐험하는 시대에, 인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고 작은 바이러스 하나 이겨내지 못해 중세시대 흑사병에 준하는 난리를 겪고 있다. 매일 수만, 수십만 생명을 땅에 묻는 대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닭, 오리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되어 대규모로 퍼질까 벌벌 떨고 있다. 문을 겹겹으로 닫고 방역을 해도 전염병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해답을 알려면, 원인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인류는 수백만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전염병을 겪지 않았다. 아무도 홍역, 천연두,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 1만년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다면, 1만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인류는 야생동물을 붙잡아 가축화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의학 인류학자들은 인류 진화의 시작으로부터 질병의 3개 주요 시기를 확인했다. 첫 번째 시기는 야생동물을 가축화한 1만년 전. 야생에서 살던 동물들을 소유하고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질병도 같이 들어왔다. 소와 양을 가축화할 때 홍역 바이러스를 같이 들여왔다. 천연두는 낙타에서 왔다. 백일해는 야생 돼지를 가축으로 만들면서 얻게 됐다. 닭을 가축화하면서 장티푸스를 얻었고, 오리를 가축화하면서 독감에 걸렸다. 나병은 물소에서, 일반감기는 말에서 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는 질문한다. 북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유럽인이 왜 원주민의 질병에 당하지 않고 어째서 유럽인의 질병으로 원주민 95%가 죽었는가.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전에 가축화된 버펄로는 없었고 따라서 홍역도 없었다. 돼지가 없으니까 백일해도 없었고, 닭이 없으니까 장티푸스도 없었다. 반면 유럽인은 야생동물 가축화로 이런 질병들을 얻었고, 수백만명이 죽었고, 아메리카 대륙 침략으로 이 질병들을 퍼뜨렸다.

 

두 번째로 찾아온 인류 질병의 큰 시기는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시작됐다. 당뇨, 비만, 심장병, 암 등 ‘문병의 질병’이라 불리는 질병들이 만연하게 됐다. 하지만 적어도 전염병만큼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끝났다고 생각했다. 페니실린 덕분이다. 소아마비와 천연두를 박멸했다. 전염병을 상대로 한 전쟁은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염병 추세는 최근 다시 반전된다. 1975년 즈음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의 수가 다시 증가한다. 과거의 전염병과는 또 다른 전염병이었다. 30년 만에 30개 이상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미국 의학 연구소는 이를 ‘미생물 위협의 대재앙’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지금 불과 30여년 전에 시작된, 인류 질병의 3기 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무엇이 변해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것일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가금류 관련 사람·차량·물품 등을 대상으로 이틀간 이동중지(스탠드 스틸) 명령이 발령된 13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한국양계농협 경기광주집하장 계란 저장고가 적정 재고의 10% 수준으로 비어 있다. 연합뉴스

 

21세기 전염병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식량농업기구(FAO), 유엔, 그리고 국제수역사무국(OIE)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이 신종질병을 출현하게 하고 전파하게 하는 원인을 찾아냈다.

 

외래종을 애완동물로 삼기 위한 밀반입 무역, 그리고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행위가 원인으로 밝혀졌는데, 그보다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전 세계에 걸쳐 동물단백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문제였다. 고기를 많이 먹는 것, 그리고 그를 가능케 하는 공장식 축산이 ‘미생물 대재앙’의 원인이라 규명된 것이다.

 

육식과 사육이 문제라고? 인간은 이미 선사시대부터 다른 동물을 길들이고 먹어오지 않았는가? 뭐가 문제인가? 그렇다. 인류는 1만년 전에 비인간 동물을 가축화했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을 지금처럼 대하지 않았다. 닭들은 마당과 뒤뜰에서 햇빛을 받으며 뛰어다녔고 부리를 땅바닥에 쪼았다.

 

현재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닭들은 햇빛이 닿지 않는 밀폐된 축사 안에 수십만마리가 수용돼 밀집 사육되고 있다. 세계의 질병 전문가들은 오늘날의 공장식 축산이 고병원성 바이러스의 온상이며, 강력한 전파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한결같이 증명하고 있다. 에이즈의 원인인 HIV 바이러스가 체액으로 전파되는 것과 다르게, 인플루엔자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몇 달 만에 인류의 절반을 감염시킬 수 있는 병원체로 간주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원인은 공장식 축산의 세계화, 육류 소비의 증가에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진화 전문가인 얼 브라운은 “고밀도 닭 사육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진화를 위한 완벽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방사 사육되는 닭, 또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의 닭들은 AI로부터 무사하다. 자외선과 햇빛은 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햇빛에 직접 30분만 쏘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완전히 활동을 멈추지만 그늘에서는 며칠간 지속될 수 있고, 습기를 머금은 거름에서는 몇 주도 버틴다.

 

이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역대 최악의 재해로 번지고 있다. 최초 발생 이후 한 달이 채 안되는 12월15일 현재까지 무려 1400만마리의 닭, 오리 등이 살처분됐다.

 

2014년에는 100여일에 걸쳐 1400만마리가 도살 처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역대 최단기간 최대피해를 입어 기록을 경신했다. 이 엄청난 전염병을 살처분과 소독으로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문제는 공장식 축산이다. 대체 얼마나 더 말해야 이 위험을 인식할 것이며, 얼마나 더 경고해야 똑같은 학살을 중단할 것인가.

 

황윤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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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 의심 신고 52건 중 43건이 고병원성(H5N6형)으로 확진됐고, AI 발생 농가는 전국 127곳으로 늘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27일 만에 고병원성 AI로 확진됐거나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된 닭·오리 등 가금류는 1000만마리가 넘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는 역대 최단 기간 내 최대 피해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 소요액만도 350억원에 이른다.

11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에 나선 경남 창원시 공무원들이 의창구 주남저수지 인근 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매년 2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겨울을 나는 주남저수지 주변에서 지난 8일 죽은 큰고니 사체가 발견됨에 따라 1차 검사(음성)에 이어 2차 검사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올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AI 바이러스는 전파속도가 빠르고 폐사율이 높은 ‘H5N6형’이어서 농가의 피해를 키울 것으로 일찌감치 예견됐다. 그런데도 방역당국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 방역당국이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AI가 급속도로 확산된 지난달 24일에야 위기관리 단계를 ‘주의’에서 ‘경보’로 올리고, 3차례에 걸쳐 농가·도축장 등 8만9000곳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린 게 전부다. 방역의 성패는 신속한 선제적 대응에 달렸는데도 국정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공무원들이 방역작업에 손을 놓은 데다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농가의 피해를 키웠다. AI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데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농식품부 산하 수의직 공무원은 300여명에 달하지만 충북 2곳 등 전국 25개 기초자치단체에는 방역 전문인력이 아예 없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위기의식을 갖고 AI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가을철에 닭·오리 등 가금류를 미리 도축해 비축하고, AI가 발생하는 겨울철에 농가가 사육을 중단하면 일정액을 지원하는 휴업보상제를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자체에 가축 방역관 등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AI 바이러스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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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방역당국의 늑장대처로 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생한 AI는 수도권과 중부 내륙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 최대 닭 산지인 경기 포천의 산란계 농장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 제주와 영남지역을 빼놓고 전국을 휩쓸고 있는 AI로 살처분된 닭과 오리만 100만마리에 육박한다. 이번 AI 바이러스는 종전 H5N1형과 달리 전염성이 강하고 폐사율도 높은 H5N6형이다. 아직까지 농가 간 전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농가끼리의 2차 전염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23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의심신고가 접수돼 관계 당국이 살처분과 방역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AI의 확산은 방역당국의 늑장대처 탓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가 처음으로 확진된 지난 17일 이후 1주일간 손을 놓고 있다가 24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리고, 전국의 가금시설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특히 건국대 수의과대가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 인근 하천에서 채취한 철새 배설물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 H5N6형으로 지난 11일 확진됐는데도 농식품부는 “농가가 아닌 철새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안이하게 대응했다. 전문가 회의를 연 것은 AI 첫 확진 이후 5일이나 지난 뒤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정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방역당국 공무원들마저 사실상 손을 놓아 AI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난국의 상황일수록 방역당국은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AI의 추가 확산과 농장 간 전염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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