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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7 [여적]존안자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저녁 자리에서 “청와대에 와 보니 존안자료가 없더라”고 말했다고 해서 뒷말이 많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미흡했던 점을 은근히 존안자료 탓으로 돌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인사자료를 놓고 신·구 권력이 공방을 벌이는 게 볼썽사납다는 비판과 정부나 정권의 교체와 무관하게 인사자료는 공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옳은 말이지만 이를 존안자료와 결부시키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존안자료란 무엇인가. 존안(存案)의 사전적 의미는 ‘없애지 않고 보존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밀기록이나 비밀에서 해제 또는 재분류된 일반기록 가운데 특별히 보존하는 기록을 일컫는 일종의 행정 용어로 쓰이고 있다. 중국 청나라 행정 기본법규를 담은 ‘대청회전(大淸會典)’이나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할 정도로 그 쓰임새가 보편적이고 오래됐다. 1965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가 언론의 반대로 폐기한 ‘비밀보호와 보안조사에 관한 법률안’에서 ‘정보자료를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도 있다. 지금은 공공기록물관리법 등 법률에는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보안업무규정 등 하위 규정에서 비밀의 존안과 관련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존안자료는 아마 청와대·국정원·검찰·경찰·기무사 등의 인사 관련 존안자료로 보인다. 권력·정보·사정·감찰기관의 인사 존안자료는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장이던 김중권씨가 그 실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여자관계가 깨끗해야 하겠더라”며 존안자료가 사생활의 내밀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음을 밝혔다. 이런 성격의 존안자료는 5·16쿠데타 직후 육군방첩부대가 만든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그 대상이 공직자뿐 아니라 교수·기업인·언론인·재야인사에까지 이르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금은 민간인 사찰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존안자료’ 하면 이런 어두운 과거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경향DB)

존안자료든 인사파일이든 그것이 없어서 검증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변명은 군색하다. 최근의 ‘인사참사’는 존안자료의 문제라기보다 검증 기준과 방법,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철저한 검증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것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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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