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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28 혁명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존경하는 동료시민 여러분.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어떤 추악함을 품고 있는지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는 4%라는 기록적인 대통령 지지율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사람들이 청와대를 에워싸고도, 광화문과 종로거리에 여전히 엄청난 인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거리는 여전히 깨끗했고, 불타거나 깨지는 것 하나 없이 질서정연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저는 광장의 질서가 어떤 두려움들을 깔고 있다고 느낍니다. 폭력과 희생자는 없을수록 좋고, 누구에게나 안전한 광장이 되자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일까요? 이미 권위를 상실한 대통령일까요? 차벽 뒤의 경찰일까요? 아니면 선진국의 언론일까요? 지지율 4%라는 놀라운 결과를 두고 여전히 버티고 있는 대통령도 굉장하지만, 이 압도적인 여론을 등에 업은 우리들의 조심스러움도 놀랍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광장의 주인인가요? 아니면 법원의 허락과 경찰의 선처를 바라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인가요? 저는 최근 일고 있는 ‘폭력 대 비폭력’의 논쟁에 허망함을 느낍니다. 지금의 비폭력은 오직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시위대를 마구잡이로 연행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뿐입니다.

5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찰이 차벽에 평화시위를 해달라며 걸어놓은 현수막은 저에겐 모욕처럼 느껴졌습니다. 트랙터를 몰고 열흘을 달려온 농민들은 서울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고속도로에서 경찰에게 봉쇄당했습니다.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지 않는다고 폭력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새벽에,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우리의 약한 고리들을 경찰은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주권자로서 우리는 권력에 저항하는 수단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 ‘너는 프락치가 아니냐’와 같은 내면화된 강박과 굴종이 아니라요. 보수언론과 기회주의자들이 우리를 평범한 시민이라 부르고, 시민의식이 돋보이는 평화시위를 찬양하는 것은 우리에게 족쇄를 채우기 위함입니다. 그들은 언제든지 불순세력과 폭력시위로 우리를 매도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정작 광장에 나온 동료시민들에게 충분한 배려와 예우를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광장에서 대통령의 여성성을 조롱하면 마음이 상하는 것은 그걸 듣는 다른 여성 동료시민들입니다. 생각 없이 내뱉는 대부분의 욕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사소한 문제보다 시국이 더 중요하다고요? 그런 말은 이 모든 시국이 끝난 뒤에도 그들을 위한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광장을 좁게 만드는 것은 물리적 충돌이 아니라 이렇게 다른 동료시민들의 존재를 하나하나 지워가는 행위에서 비롯됩니다. 정권을 수백 번 바꿔낸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요? 그렇게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가 어느 날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동료시민 여러분, 우리는 이 나라의 처음부터 끝까지 뿌리박혀 있는 불의와 싸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을 새롭게 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것을 대신해줄 그 어떤 책임 있는 세력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곧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혁명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권력의 시간과 자본의 시간을 정지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만의 호흡으로 새로운 시간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가 싸우는 것은 단지 차벽 너머에 있는 하나의 권력이 아니라, 우리를 고통에 빠트린 모든 억압과 불의, 그리고 그것에 끌려다니던 지난날의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는 누구의 인정도 바라지 말고 스스로 떳떳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새로운 법을 만들고, 또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혁명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최태섭 | 문화비평가·‘잉여사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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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