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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16 [특파원칼럼]욕쟁이 아줌마 해결단

‘중국의 아줌마’ 하면 공원에서 단체로 광장무를 추는 모습이나 테이블에 둘러앉아 마작을 하는 이미지가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는 오로지 욕설로 채무 상환, 의료 사고, 재개발 갈등 등 각종 분쟁을 조정해 온 욕쟁이 아줌마 해결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허난(河南)성 상추(商丘)시 일대에서 활약하던 아줌마 욕쟁이 해결단원들은 평균 나이 50세의 중년 여성 30여명으로 구성됐다. 주로 욕설, 모욕, 공갈을 사용해 빚 독촉을 하는데 하루 ‘출장비’는 100∼200위안(약 1만7000∼3만4000원).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씩 ‘현장’으로 몰려가 “나쁜 놈” “남자 구실 못하는 병신” 같은 욕설을 폭탄처럼 쏟아내면, 이를 견디지 못한 채무자들이 당일에 빚을 청산했다. 빠르면 1시간 안에 받아내기도 했다. 처음에는 품앗이 성격이었지만 해결 능력을 인정받아 점차 규모가 커졌다. 2013년 1건이었던 의뢰 건수는 5건(2014년), 20건(2015년)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한 달에 3건씩 일감이 들어왔다. 그러나 이들의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인기를 모으던 아줌마 해결단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허난성 후이(輝)현 법원은 지난달 1심 판결에서 주요 조직원 14명에게 2년에서 11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농촌 부녀자들이 불법 채권 추심에 뛰어든 단순한 사건이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중국의 느슨한 금융법 집행, 장애인 복지 문제, 부족한 사회보장제도, 무계획적인 뉴타운 개발 같은 현존하는 사회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은 조직원 가오(高)는 45세 때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모두 잃었다. 욕쟁이 해결단원이 된 것도 우연이었다. 4년 전쯤 지인의 빚을 받아내는 데 따라갔다가 ‘욕’ 도움을 준 게 시작이었다. 그는 ‘나 같은 장애인도 쓸모가 있구나’라는 자존감이 생겼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고 딸은 직장 때문에 도시에 살고 있어 시력장애인 혼자 끼니를 챙긴다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수입은 매월 기초 생활 수급비로 지급되는 200위안이 전부였다.

이 해결단이 주로 맡았던 일은 허난성의 뉴타운인 류장(劉庄)촌과 관련된 채무였다. 평범한 농촌이었던 이곳은 시내와 가까운 이점 때문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등 개발 붐이 일었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 경기가 요동치고,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서 공사장에서 일하다 임금을 떼인 노동자, 건설업자에게 자재 대금을 받지 못한 사업가 등 각종 채무 사건이 넘쳐났다. 지방 정부는 주로 수백만원 규모인 이들의 빚까지 해결해 주지 못했다.

채권 추심 회사에는 15∼40%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욕쟁이 해결단은 100∼200위안의 일당만 주면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 아줌마들이 몸값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공안 당국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쌍방이 모두 폭력을 쓴 경우가 아니면 기소하지 않고 현장 조사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욕’으로만 무장한 아줌마들의 채권 추심에는 오랜 기간 공권력이 닿지 않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해자들이 이들의 욕설과 모욕적 언행으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 분담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상하 위계질서가 있었다는 점에서 조직폭력배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며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했다. 피고인들은 “우리가 위법 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조직폭력배는 아니다”라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들의 행동은 불법이다. 그러나 장애가 있거나 저소득층인 농촌의 중년 아줌마들에게 조직폭력배 혐의를 적용한 것은 과도해 보인다. 중국 법원은 아줌마라는 이름 속에 숨은 채권 추심 조직 폭력배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가 만든 빗나간 ‘변종’이라는 설명이 더 타당해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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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