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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14 중국 관광객 증가에 관한 하나의 가설

최근 들어 언론에서 중국 관광객이 화제다. 작년에만 432만명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으며, 씀씀이도 커서 이들이 지출한 금액만 7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침체된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이들이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수적 증가와 맞물려 중국 관광객의 소비 패턴도 변화하는 모양새다. 신용카드의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소비 지출은 기존의 숙박·쇼핑 업종에서 점차 음식·의료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의문이 떠오른다. 중국 관광객이 경기 진작의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혹시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서울의 문화적 지형까지 변모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 말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가설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뉴타운 재개발 아파트가 원주민을 몰아내고 경제력을 갖춘 신규 전입자들을 받아들였듯이, 서울의 주요 상권 역시 호주머니가 얇아진 기존의 소비자를 밀어내고 중국 관광객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에 따르면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행위자는 해당 상권의 건물주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아파트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 추구에서 건물 매입을 통한 임대 수익 추구로 자본소득 전략을 전환한 이들이다.

이들이 임대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상권의 변화를 추동하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2000년대 후반 중국인·일본인 관광객의 급증과 관련된 것이다. 관광객들이 동대문이나 명동 등지에 몰리자, 이전까지 이 지역에서 소비 활동을 벌이던 청년층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주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홍대를 비롯한 대학가로 활동영역을 옮기면서 해당 지역의 상권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임대료의 상승을 불러온다. 그리고 해당 대학가의 문화적 특성도 빠른 속도로 변모한다. 공연장, 전시장, 서점 등 각종 문화공간들은 사라지고, 임대료 압박을 견뎌내기 위해 재료비 최소화와 회전율 최대화를 추구하는 수많은 ‘맛집’과 카페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입맛’으로 납작하게 평면화되는 것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증가로 지난 7월 관광수지 적자가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추절을 앞두고 29일 서울 소공동의 한 면세점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_ 연합뉴스


2010년대 초반에 이르면 이 과정은 두 번째 단계에 도달한다. 그 변화의 추동력은 중국 관광객 400만명 돌파와 그들의 소비 패턴 변화이다. 이제 중국인 관광객들은 더 이상 동대문이나 명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서울의 도시적 일상을 즐기기 위해 청년층이 몰리는 대학가로 활동범위를 넓힌다. 그리고 해당 상권의 건물주는 임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두 번째 호재를 맞이한다.

한편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월세 상승의 압박으로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겨우 자리를 잡았던 자영업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음식점, 카페, 의류매장 몫이다. 이쯤 되면 상권 규모와 임대 수익은 사실상 임계점에 도달하지만, 본래 지역의 문화는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이런 흐름은 강북의 여느 상권과 별 다를 바 없는 모양새로 해당 지역을 동질화할 뿐 아니라 종종 퇴행의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중국인 관광객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 급급한 결과다.

이제 마무리해보자. 사실 위 가설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건물주와 자영업자 간의 이해관계만이 아니다. 대학 내에 공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대학생, 청년실업에 허덕이는 취업준비생, 미혼의 젊은 직장인이 문화적 소비의 공간을 두고 중국 관광객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청년층의 문화가 스펙 경쟁, 카페·맛집 탐방, 멀티플렉스 영화 관람 등에 관한 빅데이터의 형태로 SNS상을 떠돌더라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박해천 | 동양대 교수·디자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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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