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7.27 [경향의 눈]미래에서 온 535조달러 청구서
  2. 2017.06.05 [산책자]‘미래’를 외면한 트럼프

숫자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그 크기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같은 숫자도 단위에 따라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숫자 535 뒤에 조 단위가 붙고, 또 그 뒤에 달러가 붙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액수가 된다. 535조달러. 우리 돈으로 약 60경원이다. 경은 조보다 1만배나 크다. 0의 개수만 16개나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결코 마주칠 수 없는 숫자다. 얼마나 큰 액수인지 짐작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비교를 하면 피부에 와닿을지 모르겠다. 1400조원대인 한국 가계부채보다 429배나 많은 액수다. 18조1247억달러(2015년 기준)인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해도 약 30년치에 해당하는 돈이다. 어쨌든 이 천문학적인 535조달러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은가.

현재 인류가 처한 문제 중 하나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다. 그 심각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농도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까지 지구의 CO2 농도는 280PPM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5년, 400PPM을 돌파했다. 400PPM은 흔히 지구온난화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린다. 끔찍한 대재앙의 전조다. 그래서 기후과학자들은 400PPM 수준인 CO2 농도를 350PPM 아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3도 높았다. 기후과학자들은 350PPM 아래로 낮춰야만 금세기 후반에 기온 상승폭을 1도로 묶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2015년 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기준 2도 이내로 묶는 것이 목표다. 이 추세로도 지구 기온은 엠 간빙기 때만큼이나 높아질 수 있다고 기후과학자들은 우려한다. 엠 간빙기는 13만~11만5000년 전 지구가 뜨거웠던 시기다. 지금보다 빙하가 훨씬 적고 해수면은 6~9m나 높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재앙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CO2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줄이지 않고 CO2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이론적으로는 CO2를 제거하면 된다. 즉 대기 중에서 CO2만 추출해 밀폐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CO2 포집·저장 기술이다. 문제는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쉽지 않고, 그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프랑스·중국·영국·호주의 기후과학자들이 충격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2100년까지 대기 중 CO2 1조t을 추출해 저장하려면 535조달러가 든다는 내용이다. 논문은 유럽지구과학협회가 지난 18일 펴낸 ‘지구시스템다이내믹스’ 최신호에 실려 있다. 연구자들은 이 비용을 ‘미래세대의 부담’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535조달러는 우리가 CO2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후손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인 것이다. 현재 전 세계인구를 75억명으로 추산하면 1인당 부담액은 8억원이나 된다. 미래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액수다.

어떻게 535조달러가 나왔을까. 계산법은 이렇다. CO2 배출량 증가율을 현 추세인 2%로 가정했을 때 금세기 말까지 대기 중에서 추출해야 할 CO2 양은 1조t에 이른다. 이를 모아서 지층 아래에 저장할 경우 드는 비용이 535조달러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CO2 배출량을 2021년부터 매년 6%씩 줄인다면 2100년까지 추출할 CO2 양은 1500억t으로 줄어든다. 이 가운데 1000억t은 농업과 산림정책 개선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 경우 비용은 최대치의 6분의 1 수준인 89조달러로 떨어진다. 하지만 연구팀은 CO2 포집·저장 기술은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펜스테이트대학이 지난해 한 실험을 보면 추출한 CO2를 저장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연구팀은 지층에서 자주 발견되는 사암과 석회암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암석에는 구멍이 많고, 지하수는 소금을 용해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곧 물과 CO2가 만나면 소금물의 산성이 더 강해지고, 그 물은 바위를 녹인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CO2를 지층에 저장하는 방법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535조달러는 너무나 큰 액수이다 보니 좀처럼 믿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당장 나와 무관하다고 여길 수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숫자가 아니다. 무시해서도 안된다. 우리 자식들과 후손, 인류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어쩌면 535조달러는 미래가 인류에게 미리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535조달러짜리 청구서를 받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명하다. 미래세대로부터 지구를 파괴한 세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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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내가 가 본 세계 여러 곳의 자연사박물관 중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전시를 하고 있다. 입장하면 만나는 대형 홀에 가득한 동물들의 박제는 홍수 앞에서 모든 종의 생명체를 보존하려고 했던 노아의 고민을 웅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물관 전체에 기상 현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가끔은 번개도 치고 밝기도 바뀐다. 2015년 12월12일 타결된 파리기후협약을 상징한다. 이 협약은 지금 국가로 인정받는 197개국 중에서 시리아와 니카라과를 제외한 195개국이 서명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 이 협약은 작년 11월4일부터 포괄적인 구속력을 가진 국제법으로 효력이 시작되었다.

파리기후협약이 대체한 이전의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기체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 중국, 인도 등이 빠져 있어서 실효성이 작고 참가하고 있는 당사국들의 불만도 컸다. 하지만, 파리협약은 이런 한계를 넘은, 지구 역사의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류 역사는 다시 크게 후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한 뒤 뒤돌아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 _ 신화연합뉴스

지구온난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심지어 그의 탈퇴 선언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도, 선언만으로도 그는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갈등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인류 역사에서 전 인류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기로 한 역사적인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지성이 이루어낸 연구 결과를 이해할 능력은 없고 개인적인 욕심에 눈이 어두운 지도자를 뽑은 결과가 이렇게 처참하다.

지구온난화가 진실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되었다. 40년 전에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라는 책을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지구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주장한 것이다. 러브록이 살아 있는 지구에게 인간은 여드름 같은 존재이고 지구의 자정 능력으로 인간이 훼손한 것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발생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화석 연료의 사용이나 온실 기체의 배출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더 나아가 러브록이 다국적 석유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서 이런 주장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이 논란에 등장하는 다국적 석유기업은 이번에 트럼프가 야기한 소동에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가 임명한 미국의 국무장관이 다국적 석유기업 출신이다.

20년 전에 비외른 롬보르가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와 관련해서 통계적 오류를 범하고 있고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이 지구의 여드름 정도가 아니라 암세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산업화 이후 배출한 온실기체와 지구 기온이 상승한 것 사이의 관계는 명백하다. 그리고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파국이 온다는 것도 분명하다.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악몽>에서 고기후학의 증거들로 과거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링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 자료를 모아 1도씩 평균 온도가 오를 때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었다. 0.7도쯤 오른 지금 당장 북극이 좁아지고 그로 인해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이 요동치고 있다. 2도 오르면 거대 가뭄이 발생하고 밀림의 생물종 중 3분의 1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3도 오르면 더위로 인한 인간 생존의 한계점에 도달한다. 4도 오르면 바다와 면한 모든 지역이 수몰되고 수억 명의 피난민이 발생한다. 5도 오르면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분출되고 해양사면이 붕괴해서 쓰나미가 빈발한다. 6도 오르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대멸종이 진행된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금 멈추자는 것도 아니고, 고작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해보자는 정도의 약속이다. 심지어 지구온난화가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롬보르조차도 2.5도를 별문제가 생기지 않을 선으로 잡았다. 급진적이지 않지만 희망을 품었던 이유는 인류 전체가 처음으로 멸망으로 가는 시계를 되돌린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을 벌겠다는 탐욕으로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자료들이 사실을 가리켜도 그들의 마음을 돌릴 길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손에 인류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쥐여주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가 속거나 실수했을 때를 대비해서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주일우 | 이음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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