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12.12 [사설]탄핵 순간까지 인사 횡포 부린 박 대통령
  2. 2016.12.12 ‘혼밥 대통령’의 비극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기 40분 전에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2014년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을 맡아 특조위를 무력화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을 상대로 정치편향적이라고 사퇴를 요구하며 결근투쟁을 벌였는가 하면, 세월호 진상조사를 혹세무민이라며 특조위 활동을 세금 도둑이라고 몰아 유족들 가슴을 난도질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추천됐다가 낙하산 비판이 일자 사흘 만에 물러났다. 지난 8월엔 현직 부장판사가 오피스텔 성매매로 적발되자 “성매매금지법은 폐지돼야 하고 성매매하는 사람 누구도 처벌해서는 안된다”며 성매매 옹호 입장을 밝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으로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놓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304개의 구명조끼에 촛불이 켜져 있다. 시민들은 이날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을 촉구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함께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청와대에 후임 민정수석이 왜 필요한지 납득할 수 없지만, 마지막 인사로 이런 문제 인물을 기용했다는 건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세월호 문제 전문가를 민정수석에 앉혀 헌법재판소 탄핵심리와 특검에서 다룰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준비하려는 포석일 것이란 분석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더욱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와 사법시험 동기라는 점에서 뭔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만약 이런 ‘법률 방패’ 의도가 사실이라면 정말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대통령이다. 야당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리 보전을 해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인사”라며 “마지막까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민심 저항의 결정판”이라고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열흘 전엔 국민대통합위원장에 막말 전력을 가진 최성규 목사를 임명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 역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단식 농성·서명운동 중단을 요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었나”라는 신문광고를 낼 정도로 편향적인 인물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 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으로 시작해 임기 내내 오만과 불통 인사로 지탄을 받아오더니 쫓겨나는 순간까지 ‘마이웨이 인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나마 이번 인사가 마지막이라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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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밥상 이야기’라는 메뉴를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www.jirisan.com)가 있다. 사이트 주인장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밥상 사진을 올린다. 반찬과 식재료에 관한 간단한 코멘트와 음식에 대한 기억이나 소소한 이야기가 함께 올라온다. 식당에서 사 먹는 밥이 아니라 집밥 사진이다. 아침, 점심, 저녁 대중없고 세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밥상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남의 집 밥상 구경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이다. 아무리 서먹한 사이라 해도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기 마련이다. 뭘 먹느냐에 따라 회의석상에서 나올 일 없는 이야기도, 숟가락을 놓고 컵에 물을 따르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풀려나온다. 그 사람과의 새로운 기억이 생긴 만큼 ‘밥이라도 한 번 먹은’ 관계는 이전과 다른 질감을 갖게 된다.

“그녀는 생각난 듯이 앉은뱅이 의자를 밥상 앞에 당겨놓고 벽에 걸린 밀짚모자를 내려 자신이 앉은 맞은편에 내려놓는다. 혼자 밥 먹기 싫을 때마다 하는 행동이다. 앉은뱅이 의자를 맞은편에 두고 밀짚모자를 내려놓고 있으면 누군가와 마주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경숙 소설 <바이올렛>에 나오는 구절이다. 예전에 읽었지만 ‘혼밥’이 싫은 주인공의 심정과 의지할 사람 없는 외로운 주인공의 처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인상에 남아있었다. 이 대목을 호출한 건 바로 대통령의 ‘지극한 혼밥 사랑’이었다.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기까지 쏟아진 수많은 충격적인 기사 중에서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대통령의 혼밥은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기 위해 국물이 없는 돼지불백을 선호하는 택시기사나, 돈도 시간도 부족해 ‘컵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는 취업준비생들의 혼밥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이 밥 먹자고 부르면 그야말로 ‘열 일 제쳐 두고’ 달려올 사람도 많을 텐데 업무 시간에 혼자 밥을 먹는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깨어 있으면 집무 중이시고 주무시면 퇴근한 것”이라는 김기춘 실장의 표현대로라면 대통령의 식사 시간이야말로 엄연한 업무 시간 아닌가? 대통령이 “평소 혼자 TV를 보며 식사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는데, 국민 대신 TV와 함께 업무를 본 셈이다. 이쯤 되면 청와대 관저 TV 시청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늘 관저(집)에서 혼자 식사를 했다고 하니, 그동안 집에서 혼자 TV 보면서 밥 먹는 자유로운 직장 생활을 해온 셈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어도 진작에 직장 생활이 끝났을 일인데,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먹을 것을 나눠먹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위로다.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속 풍경은 비극적이지만 따뜻하다. 아들을 사고로 잃고 슬퍼하는 부부를 만난 빵집 주인은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라며 갓 구워낸 롤빵을 건네고, 부부는 시나몬 롤빵을 나눠먹으며 아침이 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즉석에서 해결책을 제시해 타인의 슬픔을 위로한 빵집 주인과 달리,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일에도 평소처럼 혼자 관저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대통령이라면 응당 국민과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지금껏 자식을 잃고 상처받은 국민들을 불러 따뜻한 밥 한 끼 나눈 적 없다. 대통령의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일이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매주 일요일 회의를 하러 들어왔다는,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최순실과도 밥은 같이 안 먹은 분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을까?

직무정지된 이후에도 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고독하고 익숙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신분만 대통령’인 분께, 지금이라도 함께 먹는 밥을 권하고 싶다. 혼밥을 좋아하는 대통령을 뽑은 국민은 이미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대통령은 맡은 책임을 지는 자로서 외로워야지, 식탁에서조차 외로운 사람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지은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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