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4.19 세월호 전 인양단장 ‘낙하산’ 꽂은 해수부
  2. 2015.04.20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세월호가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 인양됐다. 미수습자들을 찾아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또다시 시작됐는데, 공직사회에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11월까지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을 맡았던 전직 해양수산부 고위공무원이 산하 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것이다.

해수부는 지난 17일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새 원장에 연영진 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59)을 임명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뒤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없애겠다고 법까지 제정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정작 세월호 수습을 맡은 공무원을 보란 듯 관피아로 앉힌 것이다.

해수부는 “진흥원은 안전문제나 이권과 관련된 산하 기관이 아니고, 관피아 방지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라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는 본질을 비켜간 설명이다. 그간 관피아 방지법은 규제 대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낙하산 공무원 문제가 비단 안전문제, 이권 관련 기관에서만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어서다.

세월호가 참사 1091일 만에 육지로 완전 인양된 이튿날인 지난 12일 해질 녘 전남 목포신항 부두에 모로 누워 있다. 선진국들은 승객이 모두 산 사고라도 철저히 조사해 교훈으로 삼는 반면, 한국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백서도 못 내고 강제 해산되는 등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해수부는 또 연 전 실장이 해양과학 연구·개발(R&D)을 담당했고, 진흥원 산파역도 했다는 점을 들어 낙점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국민들에겐 황당한 발상으로 들릴 수 있다. 공무원이 재직 중 산하 기관을 만들고 퇴직 뒤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가. 이런 논리라면 공무원들은 퇴직 후 들어갈 기관 만들기에 더 노력할지도 모를 일이다.

연 전 실장의 임명 시점도 공교롭다. 진흥원장에 지원한 직후 이미 관피아 논란이 대두됐고, 그 뒤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원장 인사는 무기한 연기됐었다. 대선도 불과 20여일 앞뒀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옛 식구에게 자리를 내어줄 마지막 기회를 노린 것은 아닐까.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까지 인양된 직후 인양추진단장을 맡던 인사라니 더 곱잖은 시선을 받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절망을 극복하고 거리로 나섰던 것은, 우리 사회를 바꿔보자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 전 실장의 영전 소식을 들은 미수습자 가족이나 유가족 마음은 어떨까. 해수부가 세월호 때문에 흘렸다는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나.

박용하 | 경제부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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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사랑을 다룬 문학작품은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유구하다. 격정적이고 숭고한 사랑을 보여준 <로미오와 줄리엣>, 끝내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밖에 없었던 한 젊은이의 사랑을 묘사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리고 <소나기>의 풋풋하고 순정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도처에서 사랑을 다룬 문학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기이한 사실 가운데 하나는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경우 등장인물 대부분이 죽는다는 점이다. 로미오도 죽었고 줄리엣도 죽었다. 베르테르도 죽었고 윤초시댁 증손인 소녀도 죽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죽음이라는 플롯을 애용한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결국 죽음이 아니고서야 진정한 사랑을 드러내기가 묘연하다는 인식이 전제되어서였으리라.

다시 말해 현실 혹은 삶에서는 진정한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지녔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랑을 다룬 문학작품이야말로 사실은 사랑의 불가능성을 다룬 것이며 사랑에 대한 이 비극적인 인식이야말로 우리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진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태초에 사랑이 있었네> 역시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다만 이 소설의 인물들은 기대한 것만큼 숭고하거나 격정적이지도 않고 우아하거나 은근하지도 않다. 원하는 것을 소유해보지 못한 적이 없는 부유한 사내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여자를 소유하게 되었다. 그 여자는 사내에게 사랑을 바랐으나 사내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여자를 대한다. 여자가 떠난 뒤에야 사내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깨닫게 되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 모든 걸 버리고 길을 나선다. 여기까지는 진부하다 못해 진저리가 쳐질 만큼 익숙한 사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남다른 점은 바로 그 뒤의 상황인데 사내는 작은 항구 도시 술집에서 작부로 일하는 여자를 찾아내고 매일처럼 그 술집을 찾아간다. 여자는 사내를 구박할 뿐만 아니라 버러지 취급을 하며 온갖 모욕을 주지만 사내는 이 모욕을 참고 견디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으며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독자로서 이 사내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내가 사랑을 증명하는 방식 역시 이전에 그가 그러했던 것처럼 독선적이며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내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사내의 태도는 아름답다기보다 섬뜩하다. 집요함과 절박함은 있으나 사내는 여전히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이 사내를 비난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통째로 지불하려 한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단 한 번도 소유해 본 적 없는 무리에 속했던 사내가 그 무리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사내는 불가능해 보이는 그 일을 해낸 셈이며 그런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진상규명을 외치며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친구를, 선생님을 잃고 남겨진 이들의 시간이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참사를 불러일으킨 근본적인 패러다임과 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이들은 지금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고 있다. 학살과 다름없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요구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없다는 신념을 지닌 대통령부터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 시대를 떠받치는 패러다임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요구는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해체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렇지만 패러다임과 대결을 벌여야 하는 그이들은 무척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이들은 슬픔을 삼킨 채 거리로 나섰고 경찰의 폭력에 짓밟혀 피 흘리고 있다. 오직 그이들이 이 시대가 용납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그런 이유로, 인간의 역사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실현함으로써 한 걸음씩 전진해왔음을 돌이켜볼 때,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는 그이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

손홍규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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