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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7 노래하듯 즐겁게 집짓기

매일 매일 ‘메르스’ 뉴스만 보고 듣고 사는 와중에 얼마 전 눈에 띄는 전혀 다른 뉴스가 있었다. ‘집 짓고 나면 10년 늙는다, 왜 그럴까?’라는 제목의 오마이뉴스 기사였다. 횟수로 3년째 집을 짓고 있는 와중이라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클릭해서 읽어봤다. 공감을 원했건만 공감은커녕 코웃음이 나오는 가운데 약간 비위마저 상하게 하는 뻔한 기사였다. 요는 ‘10년 늙기 싫으면 설계비 아까워하지 말고 설계는 설계자에게 맡기고, 시공도 직접 한다고 까불지 말고 전문 시공팀에 맡겨라, 그리고 맡겼으면 그들을 무조건 믿고 따르라’는 것. 뭔가 냄새 난다 싶어서 살펴보니 역시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대표가 쓴 글이었다. 그나마 이런 댓글이 있어서 속이 후련했다.

“건축주가 짜증 나는 요소는 위의 다섯 가지가 아니다. 대충 비슷한 설계도 약간만 바꿔서 5000만원씩 받아내는 설계사가 첫 번째. 자잿값으로 원가의 2배씩 뜯어내는 시공. 돈만 뜯어내는 감리--- ㅋㅋㅋ. 정말이지 집을 두 채 세 채 짓는다면 직접 건축을 공부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다- ㅋㅋㅋ.”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다행히 우리에겐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뜯기고 싶어도 뜯길 만한 돈이 없었다. 대신 돈은 없지만 시간이 있었다. <조화로운 삶>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니어링 부부의 후예답게 스스로 자기 집을 짓겠다는 배짱도 있었고.

물론 끈기도 필요했다. 내게는 없고 내 남편에게만 있는 엄청난 자산, 끈기. 남편은 그 끈기로 무려 7개월 동안 혼자 4만장의 벽돌을 쌓아올려서 지금의 1층 구조를 완성했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듯 미련한 짓이었는지도 모른다. 전문 벽돌공 둘과 그의 조수 네 사람이 2~3주, 길어도 4주면 쌓고도 남을 일을 1000만원도 안 되는 인건비를 아끼겠다고 그걸 혼자 쌓았으니…. 그 때문에 ‘고행에 가까운 개고생’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고생스럽지. 그런데 그게 어떤 면에서 그림 그리는 거랑 비슷해. 목표를 향해 하나씩 내 손으로 쌓아올리는 중독적인 재미가 있거든. 오체투지까지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명상 효과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을 의심할 필요가 없어. 스스로 아니까. 얼마나 꼼수 없이 튼튼한지.”

새들은 제 둥지를 스스로 마련하며 늘 노래를 부른다. 2층 목조 구조에 지붕 작업까지 마친 남편은 요즘 다시금 구들방을 위한 벽돌 작업을 하며 휴대폰으로 재즈나 블루스 음악을 듣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니 애덤스라는 블루스 가수가 부른 노랫말이 떠오른다. “당신이 흔들어보지 않는 한 무엇이 흔들릴지 결코 알 수 없지.”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직접 해보지 않고는 결코 안다고 할 수 없다. 이제야 알겠다. 왜 니어링 부부가 존 버로스라는 수필가의 말을 빌려 “살면서 가장 큰 기쁨 가운데 하나는 자기가 살 집을 짓는 것이다”라고 했는지. 우리는 3년째 집을 지으며 수많은 희열(고통이 있기에 희열이 있다)을 느꼈다. 그 희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고.

‘어린이 창조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가 집짓기 놀이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쯤에서 건축가들에게 묻고 싶다. 정녕 전문가만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지. 거미나 까치, 오소리처럼 인간이 제집을 스스로 짓던 때가 있었다. 그 대단한 창조력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스스로 자기 집을 짓는다는 건 그 사라진 창조력을 되찾는 엄청나게 재미난 일인데, 그 재밌는 걸 전부 전문가한테 맡겨두고 진정 돈만 잘 내면 해피한 건지. 학자이며 생활 예술가였던 니어링 부부는 그 어렵다는 돌집을 어떻게 열 채씩이나 짓고 100세 가까이 행복하게 살았는지. 그것도 스스로 곡기를 끊어서 죽어야 할 정도로 건강하게.

플래그라는 뉴욕의 건축가에게 영향받은 니어링 부부는 <조화로운 삶>에 이렇게 썼다. ‘보통의 머리에 경험도 재산도 별로 없는 사람일지라도 시간과 끈기, 마음만 있으면 누구라도 수수하게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다.’

사실이다. 세상에는 자기 손으로 자기 집을 지은 수많은 아마추어 빌더들이 있다. 실용적이고 경제적이고 아름다울뿐더러 장인 정신이 깃든 핸드빌트 집. 1973년 여름에 출판되어 무려 42년 동안 30만부 이상이 팔린 <셀터>와 그 후속편 <행복한 집구경>이라는 책이 그 수많은 예를 증명한다.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의 숨어 있는 잠재적 창조력이 고무되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그와 함께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라는 책도 추천한다. 단순 소비자의 한계에서 벗어난 그 시작부터 끝까지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제작자로 변신한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될 거라고 예고하는 책이다.

참고로 서점가에서 여전히 뜨거운 <1억원대 집짓기>라는 책은 추천하지 않겠다. 땅값, 토목공사비, 설계비, 건축 인허가비까지 포함시키면 1억원이 아니라 2억원, 3억원, 그 이상이 드는 비싼 집들이 태반이라 돈이 많지 않은 건축주는 되레 주눅 들기 십상이니까.


김경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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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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