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과학'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9.08 [녹색세상]창조과학과 근본보수
  2. 2017.09.04 [기고]문재인 대통령께

수십년 전 내가 공부했던 베를린 공과대학은 바이마르 시대와 제3제국 시기 나치의 아성이었다. 100여명에 달하는 과학기술자들을 몰아내는 데 나치 학생과 교수들이 앞장섰고, 전쟁 중에는 무기 연구로 히틀러에 충실히 봉사했으며, 학교 안에 우크라이나에서 끌고온 강제노동자 수용소까지 두고 이들을 부려먹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군은 이를 교정하기 위해 베를린공대 학생들에게 인문교양을 수강하도록 했지만, 나치에 부역했던 과학기술자들은 유용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교수와 연구자로 대학에 남을 수 있었다. 내가 학생과 조교로 몸담았던 화학부에서는 화학무기 연구에 남다른 흥미를 보였던 골수 나치 게르하르트 얀더가 1961년 은퇴할 때까지 오랫동안 학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렇게 과학기술자들은 오직 유용하다는 이유로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 그 결과 연합국은 나치 과거에 상관없이 이들을 수천명 이상 자기 나라로 ‘모셔’갔고, 독일에 남은 사람들은 큰 어려움 없이 요직을 차지할 수 있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유용성에만 주목하는 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한 것 같다. 그리고 이 경향은 독재정부나 민주정부 모두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이라면 독재정부는 애국심을 부추기고 꽤 큰 보상을 내걸면서 유용성을 활용하려 했다면, 민주정부는 반민주, 반지성 성향을 가진 과학기술자를 ‘생활보수’, ‘다양성’, 종교의 자유, 일만 잘하면 된다 같은 면죄부성 말로 정당화해줌으로써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의 도구적인 성격에만 주목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얼마 전 정부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창조과학자가 속한 집단도 과학기술을 도구로 취급한다. 이들에게 과학은 성경의 창조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러므로 과학 중에서 이 증명에 장애가 되는 것은 부정해야 할 것이 된다. 진화론, 빅뱅이론, 천체물리학, 지질학, 고생물학은 성경의 창조과정을 부정하기 때문에 배격되어야 한다. 그러나 통계역학이나 엔트로피 이론, 오래전에 폐기된 대격변설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져 창조를 증명하는 데 활용된다.

그런데 창조과학이 배격하거나 받아들이는 과학이론들은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모두 수천년에 걸친 인류의 지적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고, 그 발달과정 속에는 우주, 자연, 생명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으며, 서로 연관되어 있어 홀로 떨어져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들 과학이론을 분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입맛에 맞는 것을 취사선택하는 창조과학은 과학 속에 깃들여 있는 사상과 철학을 제거하고 단순한 도구로 취급하는 반지성적 활동이다. 반지성은 생활보수가 아니라 근본보수와 연결된다. 수천년에 걸쳐서 발달해온 과학은 열린 지성의 산물이다. 오류가 드러나면 인정하고 고치면서 발달해왔던 것이다. 반면에 창조과학은 걸림이 되는 것은 철저히 배격하고 유용한 도구만 찾는 닫힌 활동이다. 근본보수도 마찬가지로 성찰과 반성이 들어가기 어려운, 닫혀 있는 태도이다. 창조과학이 근본보수와 연결되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활보수라는 표찰을 부여받은 창조과학자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과학기술을 단순한 도구로만 보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친 사유의 결실로도 보는 눈이 있었다면, 근본보수로 나아가기 쉬운 창조과학자에게 중책을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청산에는 과거 정부의 범죄적 성격의 활동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도구로만 보았던 태도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독재시대부터 지속되어온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파동이나 뉴라이트 창조과학자의 장관 임명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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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가을이 벼락처럼 떨어지자 여름이 게 눈 감추듯 사라져버렸습니다. 흩날리는 봄꽃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4개월. 그동안 새 정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들이 원하는 많은 일을 추진해왔습니다. 불철주야 정부를 진두지휘하는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과학기술 관련 인사는 실패였습니다. 박기영 교수와 박성진 교수의 고위직 지명은 과학기술자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 나올 때마다 실망은 좌절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 실패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새 정부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듭니다.

과학기술은 누적적으로 발전합니다. 어제의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오늘의 실험을 이어가고, 다른 연구자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연구를 계획합니다. 지뢰밭을 지나갈 때, 앞사람이 안전하다고 꽂아놓은 표시를 뒷사람이 밟고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빨리 가기 위해서 거짓표시를 꽂는 사람에게 관용은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공(功)이 크더라도 연구결과 조작에 연루된 사람은 과학계에 발붙일 수 없습니다. 과학계에서 황우석 교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 등 '이념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초대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가 8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논란 해명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혹시라도 청와대에서 ‘누구나 과(過)는 있게 마련이고 일만 잘하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면, 그는 과학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조작은 과학에서 조금의 관용도 받을 수 없는 범죄입니다. 과학기술계는 구호를 앞세우고 필요하다면 거짓도 서슴지 않는 불도저형 리더십보다 과학을 제대로 아는 정직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과학은 의심에서 출발합니다. 의심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물질적 증거를 모아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과학입니다. 태양이 정말 돌고 있을까 의심했던 갈릴레오는 별의 운동 자료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지구가 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그것에 결과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창조과학은 성경에 있는 문자 그대로의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과학을 끼워 맞춥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과학은 아닙니다. 과학으로 신을 입증하려는 것이 제대로 된 기독교신앙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내용은 조악하다 못해 황당한 수준이라 여기서 논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창조과학을 과학이라 주장하며 그 세를 넓히기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해왔다는 점입니다. 2012년 이들의 청원으로 교과서에서 진화론이 빠질 뻔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생물학계의 개입으로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 사건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소개되며 한국이 국제과학계의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박성진 후보는 한국창조과학회의 이사를 맡았던 핵심인물입니다. 청와대가 그를 비호하며 내놓은 해명은 “개인이 가진 종교는 공직자로 임명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신앙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입니다. 하지만 창조과학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입니다. 저는 박성진 교수가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믿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사이비과학의 폐해를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20세기 초 구소련에서는 과학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트로핌 리센코가 스탈린의 총애로 과학계 지도자가 됩니다. 그는 반(反) 마르크스주의 이론이라며 유전자의 존재조차 믿지 않습니다. 결국 그의 엉터리 정책으로 소련의 농업은 붕괴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일부 사이비과학 추종자들이 백신접종을 거부하여, 박멸되었던 홍역이 귀환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창조과학과 같은 사이비과학은 과학에 대한 심각한 위협입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런데 창조과학의 핵심인물이었던 사람이 과학기술 관련 부처의 장이 된다면 이것은 그 자체로 코미디입니다. 저는 제가 지지하는 정부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김상욱 | 부산대 교수·물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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