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파업이 두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사상 유래 없이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은 불편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늘 그렇듯이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앞장서서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호도하고, 사측은 노조의 교섭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의 진행상황은 이렇다. 금년 봄, 코레일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노조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이사회 결의만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였다. 이에 노조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임금체계 변경을 노조의 동의 없이 진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성과연봉제의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코레일 노사 간의 분쟁이 제대로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파업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데는 고용노동부의 왜곡된 법해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성과연봉제 저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즉, 고용노동부는 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해 파업 이전부터 ‘이미 개정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권리분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나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코레일은 이를 토대로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의 이러한 지침은 궤변일 뿐이다.

노동부 지침대로 노조법은 권리분쟁을 파업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권리분쟁은 이익분쟁과 달리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리분쟁은 법·단체협약·취업규칙 등 유효하게 성립하고 있는 권리규범에 의해서 ‘확정된’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을 의미한다.

권리는 이익이 권리규범에 의해서 확정된 것이며, 확정된 권리가 아니면 법원은 권리구제를 해줄 수 없다. 아직 확정되지 아니한 이익에 관한 분쟁이 단체교섭과 파업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다.

현재 코레일 사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취업규칙 개정이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조는 근로기준법상 거치게 되어 있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노조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권리규범의 효력에 관한 분쟁으로 아직 권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권리를 확정시키기 위한 분쟁이다.

법원의 판결에 의해 권리규범의 효력이 인정되기 전까지는 취업규칙 개정에 따른 권리의무는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그에 관한 분쟁은 전형적인 이익분쟁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쟁의행위가 가능하다. 노동부가 얘기하는 권리분쟁 상황은 유효한 성과연봉제 규정이 있는 것을 전제로 그 규정의 해석·적용·이행에 관하여 노사 간에 다툼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코레일은 개정된 성과연봉제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라면 노조가 ‘효력정지 가처분’이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니 그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해야지 파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해결방식이 별도의 권리분쟁인 것과는 별개로 현재의 분쟁은 성과연봉제 도입 규정이 유효한지, 그에 따라 근로자에게 이익이 될지 불이익이 될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이익분쟁인 것이다. 그런 소송과는 별개로 여전히 이익분쟁은 존재하므로 노조의 파업은 정당한 것이다.

필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까지 권리분쟁이니 이익분쟁이니, 그래서 쟁의행위가 가능하니 그렇지 않느니 따져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참담하다. 성과연봉제의 도입과 같은 문제가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노조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노동법의 ‘노’자만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그런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거나 나아가 권리분쟁이라는 논리로 궤변을 일삼는 자가 대한민국의 노동부다.

그런 퇴행적 노동행정은 2016년 11월 현재의 퇴행적 시국과도 관련이 있는 것인가! 노동자들의 권리실현에 조력하여야 할 노동행정이 오히려 노동법의 규범력을 앞장서서 무력화시키는 처사는 무엇이란 말인가?

노동부는 진정, 노동법의 규범력을 약화시킴으로써 권리분쟁을 노사 간의 힘의 대결로 해결했던 구시대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인가?

김성진 |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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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 노조 조합원 8663명을 직위해제한 코레일의 조치는 모두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평조합원은 물론 노조 간부 120여명에 대한 직위해제도 잘못이라고 했다. 철도노조가 제기한 부당 직위해제 구제신청을 중노위가 받아들인 것이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12월 철도 민영화 반대 등을 내걸고 사상 최장기간(23일간) 파업을 벌였고, 코레일은 철도 역사상 최다 인원을 직위해제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했다. 당시 대규모 직위해제를 두고, 파업 참여 조합원을 압박해 업무에 복귀시키려는 무리한 조치라는 비판이 많았다. 중노위 판정은 노동자의 파업권에 맞서 사측이 부당하게 인사권을 남용하는 악습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판정은 예견된 결과다. 법원은 2009년 철도파업 당시 코레일이 ‘직무수행능력 부족’을 이유로 980명을 직위해제한 후 노조가 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서울행정법원은 “직무수행능력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없으며, 파업 참여를 막고 업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직위해제 처분이어서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코레일은 그럼에도 지난해 철도파업이 시작되자마자 또다시 인사규정의 ‘업무수행능력 부족’을 빌미로 무더기 직위해제를 강행했다. 파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노조 간부 등 400여명을 중징계하고, 1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보복조치를 계속해왔다. 사측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처” 운운했지만, 정작 스스로는 대법원 판례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무법적 행태를 일삼았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코레일 사측이 ‘철도 한마당 결의대회’를 여는 한편(왼쪽),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관제집회’라며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중노위 판정은 파업이라면 무조건 백안시하는 박근혜 정부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 모임으로 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지만, 노동권 보장 수준은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지난 5월 발표한 ‘세계노동권리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39개국 가운데 최하위 등급인 5등급으로 분류됐다. 5등급은 ‘노동권이 지켜질 것이란 보장이 없는 나라’를 가리킨다. 노동법은 있지만 노동자들이 그 혜택은 받지 못한다는 뜻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ITUC는 5등급을 부여한 이유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교직원노조 법외노조화와 함께 철도파업 노조원 대량 해고 및 손배 소송을 적시했다.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인정함으로써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노·정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기업 또한 노조를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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