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해당되는 글 21건

  1. 2017.07.21 [사설]박근혜 정무수석실, 선거에 보수단체 동원했다니
  2. 2017.06.22 [여적]문재인의 기념시계
  3. 2017.05.26 [사설]청와대 특수활동비 ‘셀프 삭감’, 권력기관 전체로 이어져야
  4. 2017.03.15 [여적]주인 잃은 청와대 진돗개
  5. 2016.12.16 [사설]청와대가 대법원장 사찰했다니, 묵과할 수 없다
  6. 2016.12.02 [사설]민심 뒤집기 나선 청와대·새누리, 아직 정신 못 차렸다
  7. 2016.12.01 [경향의 눈]야만의 시절과 망국의 춤
  8. 2016.11.29 [사설]친박마저 퇴진 건의, 대통령의 조건 없는 사임만 남았다
  9. 2016.11.28 [사설]박 대통령은 침묵을 깨라, 더 많은 촛불이 필요한가
  10. 2016.11.25 [정동칼럼]“그리고, 우리 모두가 울었다”
  11. 2016.11.24 후회 없이 꿈을 꾸겠다
  12. 2016.11.23 [서민의 어쩌면]김기춘법을 만들자
  13. 2016.11.21 [사설]세월호 참사 때 할 것 다했다는 청와대
  14. 2016.11.18 [사설]보수 재결집 꾀하는 박 대통령, 한국의 보수를 우습게 안다
  15. 2016.11.16 [사설]야 3당은 대통령 퇴진과 그 이후 계획을 세우라
  16. 2016.11.14 [사설]박 대통령, 세월호 7시간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라
  17. 2016.11.04 [김경집의 고장난 저울]계견승천의 시대를 끝내라
  18. 2016.11.02 [사설]청와대 정문 무시로 출입한 최순실의 대통령 행세
  19. 2016.10.31 누가 정상이고, 누구의 혼이 비정상인가
  20. 2016.10.28 [사설]대통령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새 총리가 중립내각 이끌라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지난해 4·13 총선에서 보수단체를 동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런 정황이 담긴 옛 정무수석실 문건을 발견해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취재한 바로는 문건 작성 시점이 지난해 1월이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수단체들이 힘을 모아 정부 지원 세력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독려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보수단체 이름이 문건에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박근혜 정권이 보수단체를 이용해 여론몰이에 나선 정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까지 공작을 꾸몄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만약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지 않고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면 같은 일이 반복됐을 것이다.

청와대는 옛 정책조정수석 산하 기획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보수논객 육성 활성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 대책 등의 내용이 담긴 ‘국정환경진단 및 운영기조’(2015년 4~6월) 문건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15년 7월에 작성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에는 신생 청년 보수단체들에 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왔다. 특검은 전직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보수단체에 자금 지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실장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자금을 요청하면, 전경련은 재벌들로부터 돈을 걷어 극우·보수단체에 차명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동안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재벌이 보수단체에 지원했다고 특검이 파악한 금액만 70억원에 이른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선거 공작과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정권 유지와 재창출을 위해 민의를 왜곡하고 특정 이념 확산에 골몰했다. 청와대가 기획하면 재벌은 돈을 대고 보수단체는 회원들을 동원하는 구조였다.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는 보수단체의 집회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관제 데모’, 재벌개혁 반대 집회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로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 정권이 교체됐다고 흐지부지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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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방문한 사람들이 대통령을 직접 보는 것 말고 부수적으로 얻는 게 기념품용 ‘대통령 손목시계’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과 친필 사인이 새겨진 손목시계가 처음 제작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다. 1978년 12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 참가한 간접투표 방식을 통해 제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여론무마용 손목시계’를 만들어 돌린 것이다. 전두환 정권 때도 기념시계를 만들었는데 스위스 제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시계 제작기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 제작된 ‘대도무문(大道無門·옳은 길을 가는 데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 시계’는 시민들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렸다. 앞면엔 한자 이름(金泳三)을, 뒷면엔 좌우명 ‘大道無門’을 새긴 이 시계는 다른 숫자는 없고 ‘0’과 ‘3’만 크게 쓰여 있어 ‘영삼(03)시계’로도 불렸다. ‘대도무문’ 시계는 1992년 대선 때 대량 유포돼 금권선거 논란이 거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념시계 뒷면에는 ‘남북정상회담 첫돌과 광복 56주년을 기념하여’ 등과 같은 글귀를 새긴 게 특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시계 뒷면엔 ‘원칙과 신뢰,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문구가 새겨졌고, 케이스엔 권양숙 여사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의원들과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대통령 기념시계가 배포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야당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자마자 봉황 문양이 없는 기념시계를 제작해 “‘대통령 놀이’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가 다음달 초까지 문재인 대통령 기념시계 제작을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기념품을 찾아봤지만 제작비가 저렴하고 만족도가 높은 선물로는 시계만 한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안이 없는 한 대통령 기념시계는 앞으로도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대통령 기념시계를 어떻게 차별성 있게 디자인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기억에 남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국정운영의 성공이다. 최고의 디자인은 바로 최고의 업적이기 때문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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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5일 내년 예산부터 특수활동비를 올해보다 31%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편성된 올해 특수활동비는 53억원(42%)을 절감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특수활동비를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조치는 당연히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하기에 앞서 커피를 직접 잔에 따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수활동비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집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엄연히 국민 세금인데도 영수증 없이 쓸 수 있게 했다. 어디에 썼는지 사용처도 공개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눈먼 돈’이요, ‘깜깜이 예산’이다. 그렇게 쓴 돈이 지난 10년간 8조5631억원이었다. 최근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70만~100만원씩을 건넨 ‘돈봉투 만찬’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다른 기관들도 부하 격려금 등으로 펑펑 나눠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2008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매달 특수활동비 4000만~5000만원 중 일부를 생활비로 쓴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특정업무경비를 단기투자상품에 넣어두고 재산 증식에 이용한 파렴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헌재 소장에서 낙마했다. 이런 일들이 터질 때마다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단맛에 익숙해진 해당 기관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되레 매년 증액해 지난해에는 19개 기관 특수활동비가 8870억원이었다. 국가정보원이 절반가량(4860억원)을 쓰고, 국방부(1783억원), 경찰청(1298억원)이 다음이었다. 국정원은 댓글 작업에 동원한 아르바이트 직원에게도, 아스팔트로 몰려나오는 극우 단체들에도 특수활동비에서 돈을 빼내 줬다. 이런 데 쓰려니 특수활동비가 필요했지 싶다. 이제 공직자가 세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업무 특성상 꼭 필요한 데가 아니면 폐지하거나 최소화하고, 사용 뒤엔 반드시 증빙자료를 남기도록 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회의를 위한 식사 외에 가족의 식비, 의복비 등은 모두 사비로 결제하겠다고 했다. 관저에서 사용하는 치약·칫솔도 개인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진작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당연한 처사다. 대통령을 필두로 공직사회는 더 투명해지고 더 깨끗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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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치고 애견인 아닌 경우가 드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백구와 황구, 스피츠, 치와와 등 다양한 품종의 반려견을 키웠다. 당시 ‘큰영애’로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중 스피츠 ‘방울이’와 진돗개 ‘진도’를 좋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 2마리는 재산압류 때 경매에 부쳐져 40만원에 팔렸다. 다행히 개를 산 낙찰자가 되돌려줬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반려견 ‘누리’의 사연은 슬프고 애잔하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자택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않고 소개하던 반려견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집을 떠나 실종돼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주인이 심장마비로 죽은 줄도 모르고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10년을 전철 역 앞에서 기다리다 숨을 거둔 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하찌’를 연상케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함께 선글라스를 끼며 각별한 애정을 쏟은 반려견 ‘청돌이’의 사진을 퇴임 후에도 자주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키우는 진돗개 '평화', '통일', '금강', '백두', '한라'

대통령들이 반려견을 키우는 이유는 일반 애견가와 다르지 않을 터이다. 반려견과의 교감은 사람에게 심리적인 위안과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경쟁·비교 사회에 지친 현대인을 보듬는 데 반려견만 한 존재도 없다. 돈과 권력, 사회적 지위, 나이 등의 편견 없이 한결같이 주인을 따르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통령들에게 반려견은 인간적 면모를 홍보하는 정치적 수단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반려견을 정치에 자주 활용했다. 대통령 취임 때 자택 인근 주민에게서 선물받은 진돗개 한 쌍이 새끼 5마리를 낳자 청와대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이름을 공모했다. 새해 업무보고에서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을 강조했고 비선 실세 의혹 당시에는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고 말했다.

이랬던 박 대통령이 파면당한 뒤 진돗개들을 청와대에 둔 채 자택으로 돌아가 유기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분양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자칫 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반 항목이 하나 더 늘어 14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배신을 싫어한다는 대통령이 배신을 모르는 반려견을 배신하는 그 지독한 모순과 이기심이 무섭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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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 등 법관들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명시한 헌법을 정면 부정하는, 헌법 질서 문란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감이다.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당시 이 신문사 사장을 지낸 조한규씨는 어제 열린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을 사찰한 내용”이라며 문건을 특위에 제출했다.


2014년 1월6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은 ‘대외비’라고 표시가 돼 있다. 문건에는 ‘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 중 등산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이라는 제목으로 양 대법원장의 동향과,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대법관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이라는 제목으로 최성준 당시 춘천지법원장(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평판 등이 적혀 있다. 조씨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 민정비서관실에서 작성했지만 (별도로) 수집한 문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문건은 ‘정윤회 비선농단 의혹’을 취재하던 세계일보 기자가 2014년 당시 확보한 것이다. 조씨는 이 문건이 보도되지 않은 이유에 관해 “정윤회 문건 보도로 청와대의 고소가 들어왔고, 기자들이 30시간 이상 검찰 조사를 받는 바람에 후속 보도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청문회 도중 불거진 대법원장에 대한 사찰 의혹이 알려진 15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퇴근하며 기자의 질문을 받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지윤 기자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적힌 청와대의 사법부 통제 발상을 고려하면 문건은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김 전 수석 비망록엔 2014년 9월6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법원 지나치게 강대·공룡화 견제수단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도록’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2014년 6월24일경부터 9월7일 임기만료인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으로 호남 출신을 배제하고, 검찰 몫 획득을 위해 양승태 대법원장 등과 교류하라’는 내용의 메모도 있다. 선박사고를 낸 선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세월호 사건의 정부 책임을 언급한 판사를 인사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법관 사찰은 개인의 약점을 잡아 정당한 사법권 행사를 방해하려는 불순한 의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건이 도·감청이나 불법 미행을 통해 작성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는 지난 4년간 챙겨야 할 국정은 최순실씨 등 비선에 내주고, 해서는 안되는 일만 골라서 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법원은 청와대에 해명을 촉구했지만 지금의 청와대와 박 대통령은 그럴 자격도 능력도 안된다. 결국 청와대의 법관 사찰 의혹도 박영수 특검의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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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황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후 그의 퇴진 방법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지리멸렬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며칠 전 일부 원로 정치인들이 제시한 ‘4월 말 퇴진, 6월 말 대선’을 어제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탄핵에 앞장서겠다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비박근혜계가 손바닥 뒤집듯 견해를 바꾼 것이다. 대통령이 물러나겠다는데 굳이 탄핵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부박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다.

청와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가 퇴진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퇴진 시점을 정하지 않은 채 국회에 공을 던진 뒤 벌어진 정치권의 혼란상을 즐기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임기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안은 애초부터 빈 카드이며, 탄핵대오를 흩트러뜨려 반전의 기회를 찾기 위한 시간벌기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어제도 박 대통령 스스로 퇴진 시점을 밝히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앵무새처럼 “여야가 합의해달라”고만 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3차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가 정한 일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민규 기자

이런 태도라면 설령 협상한다 해도 청와대는 협상 결과를 꼬투리 잡아 시간을 벌 것이 뻔하다. 보수세력이 결집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비열한 꼼수이자 치사한 연명책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비박 세력 또한 얄팍한 계산을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의 재탄생이 아니라 친박이 힘을 잃은 자리에 자신들이 들어가 낡은 새누리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적당히 타협하기로 한 이유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박 대통령은 3차 담화에서 자신은 오로지 선의로 국정을 수행했다고 말해 인식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다. 그제는 국민 대통합을 총괄하는 장관급 자리에 세월호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극우성향의 목사를 앉혔다. ‘순수하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했다는 대구 서문시장 방문도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차 안에서 눈물 흘렸다는 내용까지 대변인이 브리핑하는 것을 보면 대구에서 지지여론을 불러일으켜 보겠다는 계산이 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겉으로는 국가를 위해 일한다지만 다 거짓말이고 오로지 자신의 명예만을 생각한다는 것을 시민들은 다 안다.

박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그의 퇴진 약속은 허구일 뿐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행동은 촛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전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시민의 시선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뛰어넘어 정치의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보고 있다. 어떤 술책도 끝없이 타오를 촛불을 견딜 수 없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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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거짓의 가면을 쓰고 ‘망국의 춤’을 췄다. 비선 실세와 문고리 3인방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정책이 아닌 ‘기업 목조르기’를 설계했다. 일부 고위 관료들은 권력놀음에 취해 ‘최순실 부역자’를 자처했다. 재벌은 부패한 정권에 뒷돈을 대며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런 지난 4년은 야만의 시절이었다.

박근혜는 거짓으로 무너졌다.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공약부터 거짓이었다. 경제민주화는 취임 6개월도 안돼 폐기됐다. 기초연금·반값 등록금·4대 중증질환 100% 보장 등 복지공약은 파기 또는 축소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엔 틈만 나면 규제완화를 주술처럼 외쳐댔다. “규제는 암덩어리다. 단두대에 올려 규제 혁명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거짓이었다. 겉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속셈은 ‘기업 삥뜯기’를 위한 밑밥 깔기였다. ‘노동개혁 5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원샷법’ ‘규제프리존법’ 등은 규제완화의 외피를 두른 ‘대기업 민원 해결법’에 다름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사과를 하며 흘린 눈물도,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말도 거짓이었다.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며 세월호특조위 활동기한을 연장하지 않은 것은 ‘7시간 미스터리’가 밝혀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터이다.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게이트의 주범이란 사실이 밝혀진 뒤 2차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보인 눈물도 거짓이었다.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다. 검찰 조사는 물론 특별검사의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하더니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190만 촛불에 포위돼 섬처럼 고립된 청와대에서 장기농성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 뒤편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힌 3차 대국민담화에서도 끝내 거짓의 가면을 벗지 않았다. 국회를 분열시켜 탄핵을 모면하려는 간교한 정치적 술수를 감춘 채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 거짓으로 쌓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무너졌는데도 또 다른 거짓의 성(城)을 쌓으려는 대통령을 시민들은 마음속에서 탄핵한 지 오래다.

재벌들의 도덕성은 정권과의 부당거래로 무너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재벌과 대통령이 한 몸이 돼 재단 출연금이란 명목의 뇌물을 주고받은 부당거래 사건이다.

재벌들은 청와대와 최순실의 압박이 두려워 미르·K스포츠 재단에 뒷돈을 댄 ‘강제모금의 피해자’가 아니다. 권력에 협조한 뒤 각종 현안을 해결하려 한 ‘자발적 공범’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을 낸 삼성은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켰다. SK는 배임죄로 두 번씩이나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던 총수가 사면으로 풀려났다. 롯데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뒤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냈다가 되돌려 받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보다 정권의 비호와 묵인 속에 다른 경제주체의 몫을 빼앗으며 몸집을 키워온 게 한국 재벌의 어제이자 오늘이다. 재벌들은 영화 <부당거래>에 나오는 대사처럼 “(정권의)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4년간 한국 사회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무너졌다. 시중에 떠도는 “임금은 착취이고, 세금은 수탈이고, 물가는 갈취이고, 일자리는 노예이고, 부동산은 거품이고, 복지는 생색이고, 안전은 재앙”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청와대에 한 대당 5만~10만원짜리 백옥·마늘·감초·신데렐라 주사가 반입될 때 서민들은 가계부채와 주거난으로 무너졌다. 노동자들은 ‘쉬운 해고’로 일자리를 잃고 무너졌다. 청년들은 돈도 실력으로 여기는 금수저들의 반칙으로 무너졌다. 교육계는 비선 실세와 결탁한 교수들의 교육농단과 복면 집필진이 밀실에서 만든 친일·독재 미화 국정 역사교과서로 무너졌다. 문화예술계는 검열과 블랙리스트로 무너졌다. 의료계는 길라임 대통령과 최순실 자매의 대리처방으로 무너졌다. 체육계는 비선 실세와 협작한 ‘왕차관’의 미운털 찍어내기로 무너졌다.

무너진 사회는 주권자인 시민들이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야만의 시절에 종지부를 찍고, 변혁을 일궈온 것은 시민들이다. 수백만 촛불민심은 거짓의 가면을 벗기고, 망국의 춤도 멈추게 할 것이다. 그게 나라도 살고, 시민도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야만의 시절을 견뎌온 시민들에게 대통령의 버티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능욕의 시간만을 늘릴 뿐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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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이 어제 모임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 퇴진’을 직접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에 주목한다. 전날 전직 국회의장 등 원로들의 퇴진 제안에 이어, 여당 주류까지 퇴진 요청에 동참한 것이다. 늦었지만 전국에서 190만 촛불이 켜지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친박 핵심들도 인식하게 됐다는 증좌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들 제안을 스스로 누차 밝힌 대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주류 중진들은 어제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박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는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국가와 본인을 위해 명예로운 퇴진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건의를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4~5% 지지율에 머무는 박 대통령을 지탱해주던 마지막 보루였다.

서청원 의원은 회동 후 “국가와 대통령을 위해 탄핵보다는 ‘질서있는 퇴진’이 맞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만, (야당의 본회의 표결 추진 전에) 선언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들은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서 의원도 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원유철·김재경·홍문종·나경원·주호영·정우택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 등 주류·비주류 중진의원 6인 협의체가 2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당내 분위기도 급속히 퇴진 쪽으로 기울고 있다. 대통령 탄핵 추진 요구에 펄쩍 뛰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친박 중진들의 건의에 대해 “박 대통령이 여러 의견을 듣고 있으니 참고하시지 않겠느냐”며 “고명하신 국가 원로들 고견을 바탕으로 당 어른들도 시국수습 의견을 낸 것 같아 보인다”고 평가하며 변화된 태도를 보였다.

마지막까지 민심에 맞서던 친박 주류도 대통령 임기 축소에 동의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촛불민심은 5주째 계속되면서 바람에 꺼지기는커녕 늘어가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는 박 대통령이 연루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퇴진 요구를 넘어 “체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조만간 국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현재 흐름이라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지지도는 한국 역사상 최저인 4%(한국갤럽)까지 떨어졌고, 국회 제1당이자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3위로 전락했다.

유권자와 부대껴야 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민심 흐름을 절감하고 있다. 오죽하면 한 친박 의원이 “맞아 죽을까봐 무서워 지역구에도 못 내려가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이겠는가.

정권도 내부에서 붕괴하고 있다. 사의를 표한 뒤 박 대통령의 집요한 만류를 뿌리쳐온 김현웅 법무부 장관 사표가 결국 수리됐다. 교육부마저 박근혜 정권이 추진해온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철회안을 내놓는 등 원심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친박 주류 핵심의 태도 변화로 ‘청와대에서 장기 농성’이라는 박 대통령의 기존 전략은 폐기될 수밖에 없다. 이제 선택지는 둘로 줄었다. 퇴임 시한을 못박고 국회와 정부에 질서있게 권력을 인계하는 방안과, 끝내 버티다가 친박까지 가세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된 뒤 청와대에서 유폐돼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다. 특히 탄핵이 추진되면 헌법재판소에서 소추안이 인용되든 안되든 나라 꼴이 엉망이 된다는 점은 박 대통령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비정상인 한국 국정을 정상화하는 방안인지 두 번 다시 물을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퇴진 선언에 개헌이나 면책 등 이런저런 조건을 달거나 퇴임 시점을 명확하게 못박지 않으면 탄핵 회피용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퇴진 선언을 계기로 국회 내 탄핵 절차 진행을 훼방한 뒤 다시 지지부진하게 끌려고 한다면 더욱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90만명의 촛불시민이라면 그 정도 꼼수는 능히 들여다보고 남을 것이다.

이제 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 조건 없이, 가급적 이른 시점의 날짜를 분명히 택해 사임한다고 약속해야 한다. 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스스로가 초래한 국정 난맥상에 깨끗하게 사과를 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퇴진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또 변호인 뒤에 숨어 검찰 수사를 방해할 것이 아니라, 숱하게 제기된 모든 의혹과 관련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때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가 살아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것도 시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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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시위의 새 역사를 썼다. 전국을 밝힌 190만 촛불은 사상 최대 규모요, 촛불의 절정이었다. 춥고 눈·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훼손된 민주주의를 시민 손으로 직접 되살리려는 촛불은 횃불로, 들불로 번져 활활 타올랐다. 시민들은 활력이 넘쳤고 외침은 엄중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에워싼 인간띠 잇기는 청와대를 포위하며 행진을 벌였다. 6살 아들과 함께 나온 젊은 엄마는 “이미 민심이 대통령을 이겼다”고 했다. 시민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길에서도 버려진 손팻말 등 쓰레기를 주웠다. 광화문광장을 일순간 암흑으로 바꾼 ‘1분 소등 행사’에서 시민들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외치며 다시 불을 붙였다. 감동과 전율이 몸에서 몸으로 전해졌다. 남녀, 세대, 지역, 이념을 떠나 모든 시민이 하나가 된 자리였고, 대화합 축제의 장이었다.

주말인 26일 오후 8시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50만개의 촛불이 1분간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함성이 이어졌다. 촛불은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옆으로는 종로·청계천로·새문안길, 율곡로까지 메우며 밝고 힘있게 다시 켜졌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침묵은 진실을 덮을 수 없다.” 시민들은 너나없이 목청껏 울분을 토해내며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시작했다. 전국 60여개 도시에서도 눈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40만개의 촛불이 함께 타올랐다. 사진공동취재단

광장에 나오지 못한 수많은 시민들도 마음은 함께했을 것이다. 시민들은 비폭력·평화 시위를 유지했으며 경찰은 평화시위 보장 약속을 지켰다. 외신들도 “사상 최대 피플 파워” “거대한 콘서트”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대통령은 국격을 추락시켰지만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품격을 보여줬다.

청와대는 주말 집회 이후 “국민의 뜻을 다시 한 번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의 소리를 잘 듣고 겸허한 자세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마나한 반응만 5주째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말로는 시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시민들의 화만 돋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담화 이후 3주일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10월20일), 국무회의(10월11일)를 마지막으로 주재한 이후 공식 회의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법무부 장관·청와대 민정수석이 낸 사표조차 1주일이 다 되도록 처리를 못하고 있다. 참모가 던진 사표조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대통령의 현재 모습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교육부의 반기(反旗) 조짐에도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어쩌면 지금까지 모든 국정 현안을 판단하고 결정해줬던 비선 측근들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검찰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대면조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엔 국회 국정조사가 본격 개시되고, 야당이 추천한 특검도 임명해야 한다. 대통령으로선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된 셈이다. 더는 입을 닫고 넘어가기 어렵게 됐다.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시민의 분노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혹시 역풍을 기다려 국면전환을 하겠다는 속셈이라면 가당치도 않고 이뤄질 수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무엇이 수많은 시민들로 하여금 한 달 동안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게 했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200만 촛불의 명령은 탄핵 전에 퇴진하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대통령 스스로 결단해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강제로 끌려 내려오기 전에 스스로 사퇴 일정을 제시하고 물러나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바른길이다. 청와대는 시민들에게 포위됐고, 섬처럼 고립됐다. 들끓는 민심은 이제 폭발단계에 이르렀다. 더 얼마나 많은 촛불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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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으로 청와대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언론에 보도된 ‘오보 괴담 바로잡기’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모두 11개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첫번째 글이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이것이 팩트입니다’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해명 아닌 해명이야말로 대통령이 당장 그 직을 그만둬야 할 이유들을 확인해주고 있다.

첫번째, 이 글은 “대통령은 관저 집무실 및 경내에서 당일 30여차례의 보고와 지시를 내렸다”로 시작한다. 첫 문장이 문법적으로 틀렸지만 어지간히 급했구나 하고 넘어가자. 문제는 ‘관저 집무실 및 경내’라는 표현인데, 조금 뒤에 “청와대에는 관저 집무실, 본관 집무실, 비서동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 밝힌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 안에 3개임을 나도 처음 알게 되었지만, 대통령이 일과시간에 일할 곳은 숙소에 딸린 관저 집무실이 아닌 본관이다. 몸이 불편했다거나 하는 납득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평일에 관저에 머문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어디서든 보고를 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운하며 대통령은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강변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법률대리인인 나승철 변호사가 22일 박근혜 대통령 고발장을 접수시키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이 시장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직무유기죄 및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고발했다. 이준헌 기자

두번째, 마음 한구석이 켕겼는지 관저에 머문 사실을 희한한 논리로 합리화한다.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와 같이 분초를 다투는 업무는 현장의 지휘 체계와 신속한 구조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회의 준비를 위해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경내 대면회의 대신 20~30분마다 직접 유선 등으로 상황보고를 받고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한다. 6000t급의 큰 여객선이 갑자기 침몰하는 긴박한 순간에 대통령이 보좌진과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공유하며 바로바로 대응해야 옳을까, 아니면 참모들이 회의하느라 바쁘면 구조에 방해가 될까봐 전화 지시와 서면보고(맙소사!)에 의존하는 것이 나을까? 청와대의 해명은 한마디로 궤변이다.

세번째, 압권은 “이날의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이라는 주장이다. 계속 상황을 확인하던 대통령은 오후 2시50분 안보실장이 앞서의 보고가 잘못되었다고 전화로 알리자 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해경청장에게 전화로 철저한 구조를 지시했다는 오전 10시30분도 세월호가 이미 뒤집혀 구조가 힘들어진 때였지만, 이 시각부터 대통령이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한 시각까지 헛되이 흘려버린 4시간20분이 언론에 책임을 미루며 변명해도 될 짧은 시간인가? 언론 오보부터가 국가 비상대응체제가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터진 일이었다. 기초적인 상식마저 무너진 논법이다.

네번째,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시점부터 오후 5시15분 중대본에 도착하여 ‘구명조끼를 입은 학생들을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드냐’는 엉뚱한 질문을 할 때까지 다시 2시간 이상이 흘러갔다. 중대본으로 이동하며 수행원의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동영상을 2~3분만 찾아봐도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명은 단 한 줄도 없다. 궤변에도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대통령이 중대본을 떠난 후 그날 밤 내내 어떤 회의도 열리지 않았고 관련 지시도 전무했음을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확인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심신이 적어도 그날 어떤 원인에 의해 국정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그 원인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해명 글의 마무리는 인용하기조차 거북하지만, 직접 홈페이지를 뒤져볼 여유가 없는 독자를 위해 그대로 옮긴다. “그러나 결국…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울었다.”

대통령을 변호한답시고 이런 글을 올린 참모들이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가 얼마나 중대한 사고인지, 희생자와 미수습자 가족들이 2년 반이 넘도록 겪어온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직도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해명 내용만으로도 대통령이 곧장 물러나거나 탄핵당할 명백한 사유가 된다. 정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진실 하나를 거듭 확인한다. 청와대의 오만하고 우둔한 자들은 세월호 참사 앞에 진심으로 흐느껴 울어본 적 없다는 것을. 이들은 내리막길을 달리는 ‘불타는 수레’에 기름을 붓고 있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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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과 국민 여론은 거듭 대통령의 하야다. 하지만 대통령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헌법을 무기로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겠다고 작정했다는 뜻이다. 선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마지막 가능성으로 남았던 대통령의 정치는 완료됐으며 명예혁명과 망명을 운운했던 일각의 로망은 소멸했다. 남은 것은 국회의 정치와 시민의 정치다. 국회의 정치는 이제 외길로 보인다. 탄핵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로 가는 길, 대통령의 헌법과 국회의 헌법이 맞붙는 막다른 길이다. 반면 시민의 정치는 이 길과 함께 또 다른 길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사문화된 원칙을 되살려 엘리트 독과점 정치의 대의 민주제를 넘어서겠다는 국민혁명의 길이다.

날마다 특종과 속보와 가십성 뉴스가 홍수를 이루지만 국민은 허우적거리며 떠내려가지 않는다. 대통령의 하야를 마땅하게 여기는 민심은 하야한들 지난한 탄핵으로 간들 그다음이 마땅치 못한 이 난국을 냉정하고 차분하게 직시하고 있다. 국민은 마음속에서 대통령을 지웠기 때문이다. 진상 규명과 처벌은 응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가 무엇을 위해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 것인가이다. 초겨울의 주말문화이자 저녁문화가 된 광장 행렬이 100만 촛불을 켜면 때맞춰 청와대 실내등이 꺼지고 경복궁과 북악산이 깜깜해지는 광경은 우연이 아니다. 낮과 밤, 평일과 주말을 교차하는 이 빛과 어둠의 대비는 국민 저마다의 간절한 ‘보디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거대한 ‘미디어 아트’다.

이 ‘국민예술’이 열망하는 국회의 정치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의 4대 국정과제를 사사로운 먹잇감으로 갈취한 ‘비선 실세’의 공범들과 이들을 공권력으로 뒷바라지한 국가 시스템의 적폐를 대청소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진 국회를 정당득표 연동 비례대표제를 통해 일신하라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탄핵 정국을 경과하는 동안 국회의 정치가 보여줘야 할 기본이다. 이것을 실천하지 않고 대통령 선거로 가서 차기정부가 하겠노라 공약한들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민심은 안다. 51%로 당선된 대통령을 95%가 마음에서 버리게 된 국민의 자괴감은 더 이상 무력감이나 패배감이 아니라 새 판 짜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집단지성의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이 점에서 민심의 향배를 요약하면 이렇지 않을까 한다. 못 볼 것의 끝을 끝내 보았다, 돌이킬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는 데까지 왔다, 그리고 이 몹쓸 사태를 단숨에 정리할 방법을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국회는 죄인의 심정으로 탄핵의 외길에서 입법, 행정, 사법, 헌법재판, 선거관리에 이르는 헌법기관 전체의 정상화를 위한 대장정에 그 어떤 지름길도 샛길도 없음을 직시하고 국가 대개조의 가시밭길을 정직하게 걸어가라고 말이다. 이렇게 국민과 소통하며 탄핵 정국이 일단락되어야 대통령 선거가 의미를 갖는다.

시민의 정치는 국회의 정치를 견인하되 따로 가야 할 길이 있다. 그것은 100만 촛불이 부른 그 노래의 후렴구 그대로다. “후회 없이 꿈을 꾸겠다 말해요”이고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이다. 이 꿈을 계속 꾸고 싶어서 소설가 부희령은 “오래오래 광장을 지킬 수 있으면 되는 거”라 믿지만 그러기 위해선 “촛불이 꺼지면 언제든지 옆 사람에게 붙여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강풍이 불고 한파가 와도 모일 수 있는 공간을 국민과 함께 만들 공적 주체는 누구일까. 이 난국에도 국민의 일상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후의 헌법기관, 바로 전국 17개 광역 지방정부와 의회이며 228개 기초 지방정부와 의회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국민은 경험했다. 중앙권력의 갑질 횡포에 위축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지만 주민자치를 위해 깨알같이 많은 일을 해 왔으며 특히 위기 때 국민이 믿고 의지할 언덕이 되었던 공공이 누구였는지 말이다. 그 지방정부와 의회가 전국 각지에 한겨울의 촛불 민심을 환대하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시민의 정치는 겨울밤 내내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천일야화를 이어갈 것이다. 이 천일야화를 통해 헌법을 공부하고 민주주의 교과서를 집필하며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행복한 나라를 후회 없이 꿈꿀 수 있어야 한다. 대중문화 평론가 황진미의 통찰대로 “허깨비가 사라진 이후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꿈꾸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정치가 갖는 힘이자 국민혁명을 만들어가는 길이다.

새로운 민주공화국이라면 국회의 정치와 시민의 정치를 연결하는 플랫폼은 대통령이나 중앙정부가 아니라 충분한 권력을 가진 지방자치의 각양각색 정치여야 할 것이다.

내년이면 6월 국민항쟁 30년이다. 그 사이에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여섯 명의 대통령을 뽑았다. 국민이 원하는 바는 일곱번째 대통령을 뽑기 전에 헌법 제1조의 원칙이 살아 숨 쉬는 민주공화국을 맘껏 꿈꾸는 일이다.

김종휘 성북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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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호 담당자는 최순실이 출입기록도 남기지 않고 청와대를 출입하는 것을 몰랐고, 측근을 관리해야 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그녀가 저지르는 국정농단을 알지 못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은 물론 그녀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 말고도 모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중 세월호 사건 당일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몰랐다는 건 그가 대통령을 보필해야 하는 비서실장이라는 점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최순실을 모르는 건 소위 문고리 3인방도 마찬가지였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에게 대통령 보고 자료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면서도 그녀를 모른다고 했고, 이재만 전 비서관 역시 최씨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한 바 있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모셨던 이들이 박 대통령이 죽고 못 사는 최씨를 모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측근들은 하나같이 모른다며 입을 모은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쯤 되면 최순실이 과연 존재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간다. 언제든 모습을 감출 수 있고 순간 이동이 가능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도 그녀를 못 볼 수 있을까? 대통령보다 높은 ‘VVIP’라 생각했기에 감히 얼굴을 쳐다볼 엄두를 못 낸 것일까? 청와대 거주민 중 유일하게 최순실을 아는 박 대통령 역시 그녀가 연설문을 잘 쓰는 것만 파악했을 뿐 내면이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11월4일 대국민담화 때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라며 눈물을 흘리던 박 대통령의 모습은 친박의 수장 이정현 의원과 몇몇 박사모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최씨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 순간에도 그게 국가를 위한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굳게 믿었던 모양이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리 모르는 게 많은 것일까? 뺑소니보다 만취 상태를 선택한 크림빵 가해자처럼, 이들은 안다고 시인해서 범죄자가 되는 대신 무능한 공직자로 남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무식한 건 죄가 아니다, 다만 부끄러울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위에서 예로 든 분들은 그 부끄러움을 감당할 뻔뻔함이 있었기에 기꺼이 무능을 택했다.

지난 9월 말부터 발효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간 수많은 정치인과 공직자가 돈을 받은 뒤 대가성을 부인해 처벌을 받지 않는 광경을 지겹게 봐왔던 터라, 여론은 이 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뻔히 아는 사실을 몰랐다고 함으로써 혐의를 벗으려는 공직자들은 대가성을 부인하는 공직자보다 덜 나쁜 것일까? 직급이 낮은 분들이야 조금 무능해도 괜찮겠지만, 높은 직급에 있는 이들의 무능은 사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국가적으로 훨씬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무능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다.

그래서 난 국회가 소위 ‘김기춘법’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직책상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모른다고 우기면 알고 범죄를 저지른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자는 취지다. 법안을 처음 제안한 내 이름 대신 ‘김기춘법’이라 명명한 까닭은 그가 “모른다”는 말을 단기간에 가장 많이 한, 후안무치한 분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를 변화시킨 것처럼, 김기춘법도 시행만 된다면 공직자들의 언행을 순식간에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최순실씨 잘 알죠. 하도 자주 와서 주민등록등본을 아예 청와대로 옮기라고 농담한 적도 있어요.”(안종범)

“안 수석은 가만있어요. 최순실씨를 저만큼 자주 본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그래요? 매일같이 보고서 갖다 준 사람이 바로 납니다.”(정호성)

“사실 그날 대통령이 사생활이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문밖에서 코를 대보니 희미하게 프로포폴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대통령께서 사생활을 누리고 계시는구나.”(김기춘)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이지만,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김기춘법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할 이유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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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홈페이지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에 글을 올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의혹에 관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굿판을 벌이거나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괴담이 퍼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결과적으로 의구심만 더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11분이 지난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로 서면보고를 받았다. 이후 10시15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화로 지시하고 10시30분에는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는 이것이 전부였다. 이후 안보실과 정무수석실·교육문화수석설 등으로부터 오전 10시36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14차례에 걸쳐 서면·유선보고를 받았지만 추가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16일 청와대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 대통령이 근무 시간에 왜 숙소가 있는 관저에 머물렀는지도 의문이다. 그런 난리 상황에 박 대통령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면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청와대는 이에 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간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15분이다.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잠긴 지 5시간이 지났을 때다.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뚱딴지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짧게는 3분, 평균 20분 간격으로 쉼없이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강변했다. ‘박 대통령의 7시간’ 규명은 특검의 몫이 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뿐 아니라 청와대 주요 참모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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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재장악을 위한 반격에 나서자마자 그 첫 번째 방책으로 보수 결집을 획책하고 있다. 5%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조금만 더 끌어올리면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숨은 보수파를 결집시키기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 자신은 청와대에서 장기농성을 하면서 바깥에서 보수 구원병을 조직해 난국을 돌파하는 전술인 셈이다. 제 살길을 찾자고 나라를 벼랑 끝으로 몰고 시민을 분열시키는 막장 승부수까지 던지는 대통령을 보면서 할 말이 없어진다.

박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보수와 진보진영 간 대결 조장도 불사하겠다는 뜻이 역력하다. 최근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정책은 하나같이 보수와 진보 간 견해가 다른 것들이다. 그제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장소인 성주 롯데골프장과 남양주시 퇴계원 군용지를 맞바꾸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유보해야 마땅한 사업에 도리어 속도를 높이고 있다. 4년 동안 가만히 두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갑자기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인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 협상 재개 선언에서부터 14일 가서명까지 초고속으로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0만 촛불’의 퇴진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16일 밤 청와대가 어둠 속에서 적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는 국내 정치 상황과 별도로 외교안보 현안은 지속추진해야 한다는 일부 보수여론을 등에 업고 지지층을 규합하겠다는 의도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도 보수 결집용으로 동원되고 있다. 보수성향의 교육단체인 교총까지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도 강행하고 있다. 퇴진 압력에 물러나기 일보 직전에 몰린 대통령이 국가의 중대사를 서둘러 결정하는 것은 고금을 둘러봐도 상식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이나 철도파업 등 민생과 직결된 현안은 다 제쳐두고 갈등을 조장하는 정책만 추진하는 저의는 보수층 결집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 없다. 다음 정권이 짊어질 부담을 배가시키는 대통령이 밤잠을 설치며 나라 걱정을 한다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친박 인사들의 억지춘향식 박 대통령 옹호작전도 시작됐다. 어제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뜬금없이 박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일방적으로 추궁해선 안된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사퇴 요구를 마녀사냥으로 폄훼했다. 대통령이 비선 실세에 의지해 국정을 농단하는데도 총리 자리에 있으면서 한마디 못한 사람이 무슨 염치로 나서는지 모르겠다. 당내 친박 인사들도 일제히 박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다. “불순 세력이 있다”는 등 막말까지 하면서 지지세력을 모으려 갖은 애를 썼다.

박 대통령의 보수 결집은 국정을 망치는 행위이자 이 땅의 보수세력을 모욕하는 일이다. 국정농단과 보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지금 박 대통령이 시민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이념의 차이나 정책의 선호 때문이 아니다. 보편적 가치, 특히 전통적으로 보수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비선에게 특권을 주기 위해 권력을 사용한 것이야말로 명예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보수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이런 일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보수 결집을 시도하는 것은 보수층의 양식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어제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500여 보수단체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광화문 거리로 나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며 새누리당 해체와 건전 보수당 재창당을 주장했다. 이것이 진정한 보수의 목소리다.

지금 박 대통령이 하는 일은 국가가 망가지든 말든 나 혼자 살겠다는 행태다. 부패는 진보·보수를 떠나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낸 국가 위기 상황에서 반성은커녕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반국가 행위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지금 박 대통령을 따를 수도 없고, 따라서도 안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숨어 분열 책동으로 연명을 꾀하는 일을 중지해야 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고개 숙였던 사람이 잘못이 없다며 다시 고개를 든다면 현실을 매우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농단과 권력남용, 부패를 위해 박 대통령을 지켜줄 보수는 없다. 박 대통령, 정신 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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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은 가부 차원을 넘어 이제 시간의 문제가 됐다. 시민 마음에 박근혜 정부는 이미 실각한 대통령과 아무 일도 못 하는 식물정부로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상의 국정 중단 상태가 앞으로 1년 넘게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일을 매듭짓지 못하면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대통령 퇴진과 중단된 국정을 재개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마침 야 3당 모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간 ‘대통령 2선 후퇴’라는 모호한 입장에 서 있던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도 그제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기 위한 비상시국기구 구성을 위해 구체적 노력에 들어가겠다”며 “조속한 국정 정상화와 국민이 원하는 민주정부 이행을 위해 힘을 합쳐 퇴진 운동에 박차를 가하도록 전력투구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문재인 전 대표도 “박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그간 질서 있는 퇴진을 촉구해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의 퇴진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는 점에서 (문 전 대표와)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과 이후 국정 복원 방법을 놓고 각각의 야당, 차기 대권주자별로 입장 차가 있겠지만 대의 앞에서 작은 부분일 뿐이다.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해 국회 전원위원회 소집이나 탄핵 검토 소위 운영은 물론 기왕에 국민의당이 진행 중인 서명 작업과 소셜미디어에서의 의견 취합 등도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한다. 국회 추천 총리 선임과 그의 추천에 따른 내각 교체 등도 논의해 가사상태인 정부를 깨워야 한다. 조기 대선 등 정치 일정을 위해서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을 2016년 11월 시민항쟁 이전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할 방안을 궁구해야 한다.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10항쟁 등 시민들이 일어서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번번이 군부와 그 후예들이 권좌를 가져가는 일이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여의도 정치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최적화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낙담하기보다는 분노해 일어선 ‘100만 촛불 민심’을 가장 잘 받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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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년8개월 재임 동안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막에 덮인 의혹이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다. 박 대통령은 당일 오전 10시30분 전화로 구조 지시를 했고,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를 놓고 굿, 성형수술 등 억측이 제기돼왔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여당 새누리당은 ‘대통령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며 정보 공개를 막았고, 청와대는 “청와대에서 업무를 봤다”고만 해왔다. 최근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청와대는 당일 오전 10시36분부터 오후 5시11분까지 “15차례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성형수술 의혹에는 담당 의사의 골프장행을 알리바이처럼 대고 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대면보고는 왜 안 받았는지, 대책수립 지시는 무슨 연유로 내려가지 않았는지 답하지 않고 있다.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만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은 관저에 있었다”고 말했을 뿐이다.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는 정부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넘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한 사건이다. 행정부 수반이자, 시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참사가 난 평일 근무시간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 묻는 것은 주권자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다. 대통령 또한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한 시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소상하게 답해야 한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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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수상하다 못해 부끄럽다.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에서 갑자기 대통령의 무능과 부패를 꾸짖는다. 특종 경쟁까지 점입가경이다. 낯설다. 좋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스스로 지금까지의 행태부터 반성해야 한다. TV조선에서 박근혜 불러놓고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운운하던 건 어쩌고. 반성이 없으니 기회주의로만 보인다. 그런 처신으로 그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 같지는 못할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수구정치인들의 야합이다.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저지른 패악의 결과다. 해방 후 친일매국 부역세력을 청산하지 못해서 악의 뿌리들이 카르텔을 형성했다. 지금의 참담한 상황은 그 유산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뿌리까지 들어내고 뽑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축복인지도 모른다. 부역을 종결시킬 기회다. 역사는 그런 악의 뿌리가 3대를 가지 못하는 수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양국충(楊國忠). 당 현종 때 양귀비의 육촌 오빠인 자다. 황제의 총애를 받은 누이를 업고 재상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술과 도박에 빠져 살던 무뢰배였다. 오죽하면 친척들까지 상종하지 않으려 했을까. 재상이 되자 천하의 일을 다 쥔 듯 마음껏 권력을 휘둘렀다. 국가의 중요한 일도 마음 내키는 대로였다. 공경대부들조차 턱짓과 표정으로 지휘했다. 무소불위 그 자체였다. 그의 손을 거치면 안 될 일이 되고 거치지 않으면 될 일도, 되어야 할 일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무려 40여 개의 직책을 겸임했다. 천하의 모든 관직을 양국충이 쥔 셈이다. 그쯤 되니 양(楊)가 성을 가진 자들치고 한 자리 차지하지 않은 자들이 없었다. 오죽하면 양씨 가문에서는 ‘닭이나 개조차 하늘로 날아오를 지경’이라고 했을까! 계견승천(鷄犬昇天)의 시대였다. 양국충을 추종하던 무리가 조정과 지방의 수령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눈에 들면 권력의 공과 사가 따로 없었다. 그러다 끝내 ‘안사의 난’을 맞았다. 양국충은 패퇴하여 현종을 따라 도망가다가 격분한 장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나라와 백성을 망친 주범이라 여겨 격분하였기 때문이다. 그를 추종하던 자들 역시 파국을 피하지 못했다. 도승지 사고조차 미치지 못하는 전 비서실장은 코웃음을 쳤다. 봉건시대에도 없을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그러나 며칠 뒤 모든 일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대통령도 피해자라며 감싸는 발언도 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렸다. 당 대표는 연설문 자문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자기도 연설 전 여기저기 물어본다고. 가벼운 자다. 주제넘은 옷을 입었다. 당 대표의 격이 아니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란 판에 변명과 침묵뿐이고 심지어 엉뚱하게 물귀신 버릇까지 어김없다.

‘시민의 삶’을 산 적 없고 스스로를 공주나 여왕쯤으로 여기는 사람을 지도자로 섬긴 자들이다. 실체를 이미지와 포장으로 차단했다. 물론 그 포장의 속내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도 ‘기꺼이’ 거기에 홀린 유권자들도 문제이긴 하다. 어떤 이는 말한다. 그 사람들하고 책 읽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 겹친다고. 공부하지 않고 분별하지 못했기에 그런 선전과 이미지에 스스로 속은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그런 줄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줄 서고 아양 떨던 자들이다. 오죽하면 한 심리학자는 “극우보수와 최순실이 박근혜씨를 ‘사육’해 대통령으로 내세웠다”고 말할까. 이쯤이면 대통령의 자격도 능력도 정지된 것이다.

청와대 수석, 장관, 차관도 최순실에게 선을 대며 들락댔다.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장관의 목도 날아가는 걸 봤다. 그 여인에 가까이 선 자까지 호가호위를 누렸다. 광고감독으로는 유능했을지 모르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겁결에 닿은 줄이 청와대까지 쥐락펴락하는 비선 실세였다. 능력을 넘어선 탐욕으로 나라를 유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자의 손에 놀아난 꼭두각시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었다. 능력도 자질도 없는 자가 이 나라 문화를 다 말아먹어도 비판은커녕 거기에 줄 댈 방법만 모색했다. 최순실과 차은택이 의지할 태산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태산이 아니라 얼음산일 뿐이었다. 해 나면 금세 녹을 뿐인.

대통령이 장관들의 대면보고를 받지 않았다. 그럴 거면 뭐하러 장관을 세웠을까. 게다가 여론을 무시하고 능욕하며 국민감정 짓뭉개고 앉힌 장관들이다. ‘베이비토크’의 어휘력과 문장력 때문이었다. 장관의 말을 알아들을 줄 모르고 해야 할 말도 모르니 안 만나는 게 상책이다.

장관 해 먹기 참 좋았을 것이다. 부르는 일 없으니 긴장할 것도 없고. 앞뒤도 맞지 않는 이상한 정책 지시하면 그대로 아래에 전하면 그뿐이었을 테니. 그러면서 나라는 멍들고 썩어갔다. 조선시대 정쟁 심할 때조차 같은 붕당의 대신들마저 자기 부서를 위해 논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 내각을 차지한 자들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자기들끼리는 신났다.

최순실이 진짜 실세임을 재빨리 안 자들은 거기에 줄 대는 일에만 몰두했다. 경제가 무너지고 청년들이 절망해도 남의 일이었다. 관리들은 그녀의 눈치 보기 바빴고 그녀 주변의 쓰레기들은 돈 쓸어 담을 일에만 몰두했다. 언론도 거들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발 잽싸게 빼는 기회주의에 편승하고 있다.

문장 하나 제 능력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대통령. 애당초 깜이 아니었다. 닭은 날지 못한다. 물론 급하면 퇴화한 날개로 짧게는 난다. 주변에서 그 닭에 봉황과 공작의 깃털을 붙였다. 닭은 스스로 봉황이라 여겼지만 추종세력은 실체를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입 다물었을 뿐이다. 퇴행과 퇴화의 결정판이다. 그게 하필 지금, 가장 어려운 때 벌어졌으니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그런데 진행되는 꼴은 거의 희극 수준이다. 온갖 양아치들이 득시글대며 부나비처럼 권력을 농단했다. 그 실체가 이제야 드러났다. 그러자 뜬금없이 개헌 카드로 덮으려 했지만 용감한 한 언론의 폭로로 그 암수는 금세 무산되었다. 그걸로 이미 끝났다. 그런데 아직도 봉황이라고 착각한다. 엉뚱하게도 오동나무 위에는 온갖 새들의 깃으로 위장한 칠면조가 봉황으로 여기며 앉았다. 그 칠면조가 돌아왔다. 닭과 칠면조가 세상을 능멸했다.

젊은 철학자 임건순은 우리의 비극은 바로 ‘못 배운 사람들의 맹신과 배운 놈들의 부역’ 때문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책도 읽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는 지도자, 그 지도자와 똑같은 유권자. 그게 우리 비극의 근인(根因)이다. 정신 차리고 공부해야 한다.

부역자들을 반드시 밝혀내고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래야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 반민특위의 무산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니 지금 반드시 그들을 단두대에 올려야 한다. ‘닭이나 개조차 하늘로 날아오를 지경’을 끝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바로 선다.

김경집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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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에 앉아 ‘11문(정문)’을 통해 검문 없이 오갔다는 것이다. 장관들도 출입증 제시와 얼굴 대조를 거친 뒤에야 진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하니 최씨의 위세는 장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법과 시스템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사적 인연에 의한 통치를 행한 것이며 이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공동 정부’였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2일 (출처: 경향신문DB)

최씨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을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온갖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로 올라오는 각종 기밀문서들을 훑어보고 직접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그동안 현 정부에서 장관들의 대통령 대면보고가 차단돼 있으며 이는 매우 비정상적이란 우려가 높았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일 국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는 11개월 동안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관련 부처 책임자와 교감이 가능한 대면보고의 중요성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관들과의 대면보고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전화 한 통으로 빨리빨리 하는 게 편리하지 않으냐는 이유를 댔다. 그런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는 무시로 청와대를 드나들도록 허용했다는 소식은 정말로 경악스럽다. 최씨와 국정을 상의하고 있으니 장관들과 논의할 시간은 불필요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청와대는 최씨의 과거 출입기록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각종 의혹에 대해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나라를 위해서 좀 냉정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것은 정말 무책임하다. 사실이 아니라면 떳떳하게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최씨가 언제 청와대를 출입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최씨가 자주 청와대를 드나든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돌았다. 친박 실세들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마땅히 최씨를 멀리하도록 대통령에게 진언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친박 실세들은 대부분 최씨 전횡을 몰랐다며 잡아떼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만 누리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정말 후안무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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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방패를 돌려주세요!”

지난 29일 오후 8시40분.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 2만여명이 모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일부 시민이 대치하고 있던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았다. 근처에 있던 20~30대 시민들은 “방패를 돌려줍시다”라고 외치며 방패를 머리 위로 파도타기 하듯 넘기면서 경찰에 돌려줬다.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무금융노조가 연 '박근혜 하야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분 뒤 “당신들 프락치 아니냐. 평화롭게 해서 청와대 어떻게 가느냐”고 외치며 시민들의 행진을 막아선 의경을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에도 많은 시민들이 “때리지 맙시다” “폭력으로 충돌 일어나지 않게 서로 어깨동무 합시다”라고 말하며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물리적 충돌을 막아냈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해산하기 시작한 밤 10시쯤에는 흰색 대형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 여기 버려주세요”라고 외치는 시민들도 등장했다. 그 덕택에 수많은 인파가 머물다 간 거리는 깔끔했다.

경찰은 30일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에 따라주고 이성적으로 협조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향후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준법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찰의 이례적 발표에 정부가 덧씌운 ‘불법·폭력 시위’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껏 시위를 사전봉쇄하는 데 주력하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눌러온 경찰과 보수언론의 악의적인 프레임에 갇혀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런 지적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사회 전체가 분노로 들끓고 있기에 자칫 경찰과 시민들 사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평화시위의 상징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 위법과 탈법을 서슴없이 저질렀던 최순실씨와 청와대를 상대로 시민들은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반응했다. 누가 비정상이고, 누가 정상인가.

김원진| 사회부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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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상이 드러나면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어제 황교안 총리 주재로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었지만 아무런 수습책도 내놓지 못했다. 국정의 한 축인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 퇴진론이 분출하는 속에 친박근혜 세력까지 붕괴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물음에 탄핵 또는 하야해야 한다는 응답이 42.3%로 나와 내각·청와대 인적쇄신(21.5%)으로 마무리하자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90% 투표했던 대구·경북지역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안보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이 자초한 국정문란으로 식물정권이 되어버린 비극적인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소속 회원들이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최순실게이트에서 비롯된 국정농단 논란과 관련한 청소년 시국선언 선포 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청와대는 내주 중 총리와 청와대 일부 보좌진을 교체하는 방안을 거론한다고 한다. 안이하기 그지없는 생각이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어떤 것을 들고나와도 시민이 용납하기 어렵다. 이미 대학가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이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스스로 특검 수사를 자처하는 것이 옳다.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되면 어차피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시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부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탄핵과 하야 등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속하고도 질서 있는 국정 수습책이지 선명성 경쟁이 아니다.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은 여야가 다 참여하는 거국적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다. 여야 합의로 새 총리와 주요 장관을 뽑은 뒤 중립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내년 대선까지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어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가 리더십으로 현 체제가 유지돼서는 안된다”면서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거국 중립내각이 구성돼서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전 대표가 동의했으니 일정한 공감대는 형성된 셈이다. 새누리당도 이 국면을 회피할 생각만 하지 말고 국정 안정화를 위해 중립내각 구성에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도 중립내각을 수용해야 한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남은 임기 1년3개월 동안 최소한의 역할만 하겠다고 공개 선언해야 한다. 그게 박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최소한이나마 책임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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