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축전염병 방역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가금농가가 초토화된 데 이어 브루셀라 전염병에 구제역까지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6일 수포가 형성되는 등 구제역으로 의심되던 충북 보은 농장의 젖소를 구제역으로 확진한 데 이어 전북 정읍에서는 한우농가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며칠 전 발생한 브루셀라가 잠잠하자 더 가공할 전염병이 들이닥친 것이다.

구제역은 소·돼지·양·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가축에게 감염되며 국내 확산 때마다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지난해 3월 충남 홍성군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지 11개월 만의 재발이다. 당국은 보은 농장에서 기르던 젖소 195마리를 전부 살처분한 데 이어 사람과 가축의 이동을 막고 긴급방역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사육소와 돼지에게 백신을 투여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 

지난달 경기 포천에서 폐사한 후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고양이들의 가족 고양이 3마리의 모습. 이들은 모두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원래 살던 지역에 방사할 예정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제공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 사육소의 백신항체 형성률이 평균 97.5%, 돼지는 75.7%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젖소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방역당국의 발표와 달리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방역당국도 낮은 항체 형성률에 놀랐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백신 자체가 효능이 떨어지는 ‘물백신’이라는 말도 나온다. 구제역이 발생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만일 ‘농가의 소홀’이거나 ‘물백신’ 때문이라면 방역당국은 관리를 다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엄청난 대가를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 3200여만마리가 살처분되는 참상을 빚은 것은 물론 계란값이 폭등하고 다른 식품 가격까지 덩달아 올랐다. 그런데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6일 전북 김제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가 또 접수됐다. 이 상황에서 구제역까지 창궐한다면 그야말로 가축농가는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은 이날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구제역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 추가 조치도 내려야 한다. 초동방역 실패를 두 번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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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