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중 가장 강한 농도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던 올봄, 어린 자녀를 둔 엄마·아빠의 속은 타들어갔다. 어른들도 목이 아파 외출을 꺼리는 날, 아이들은 공원에 오종종 모여 ‘현장학습’을 했다.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찼다. 어린이의 호흡량은 어른의 3배. 어른이 심각하다고 느낄 수준이면 아이에겐 ‘재난’에 가깝다.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환경부는 초미세먼지·미세먼지 주의보 때 교육현장에서 야외수업이 ‘자제’될 것이라고 했지만 수업 조정 판단은 어린이집·유치원 원장과 학교장 재량이다. 게다가 한국은 미세먼지 기준이 느슨해 ‘고농도’에 신음해도 주의보는 쉽게 발령되지 않는다. 원성이 높아지자 올 1월 환경부는 ‘건강취약계층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주의보’보다 더 엄격한 ‘예비주의보’를 만들게 해 교육현장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전국 지자체 가운데 예비주의보가 시행되는 곳은 없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3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을 찾은 아빠와 딸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17일 교육부와 함께 한번 더 아이들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이번엔 서울시교육청과 엇박자다. 이날 정부는 ‘야외수업 자제’ 기준을 기존 ‘예비주의보’ 이상 단계에서 그 이전 단계인 ‘나쁨’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은 ‘보통’일 때도 야외수업을 자제시키겠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기준 조정을 검토해 다시 발표하겠다”고 했다. 애초 서로 충분히 논의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혼란이다.

환경부가 다음달 8일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힌 미세먼지 담당자 대응교육도 이상하다. 전국 유치원·학교 담당자만 대상이다.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할 어린이집이 빠졌다. 복지부는 “어린이집안전공제회에서 어린이집 교사 대상으로 미세먼지 내용을 포함한 안전교육을 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도, ‘미세먼지 담당자’ 대상의 교육도 아니다. 대응교육조차 따로따로다.

지난겨울과 이른 봄, 아이들이 최악의 미세먼지 속에서 ‘각자도생’한 후에야 내놓은 대책이다. 적어도 각 주체가 ‘딴소리’ 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

송윤경 | 정책사회부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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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초미세먼지(PM2.5) 기준을 오늘부터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초미세먼지로 수도권 공기가 나쁠 때 취하는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발령 요건을, ‘다음날 미세먼지 예보가 수도권 3개 시·도에서 모두 나쁨’일 때로 낮췄다. 저감조치가 발령되면 공공기관 차량에 대해 강제로 2부제 운행을 실시한다.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대기배출 사업장과 공사장은 스스로 운영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반면 공공기관 방문 민간인 차량의 2부제와 민간 사업장·공사장의 조업 단축은 예외로 했다.

초미세먼지 발생이 잦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들이 초미세먼지 대책 발령 요건을 완화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2월15일 비상 저감대책 시행 한 달 보름여 만에 추가로 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사이 수도권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14차례 발령됐지만 정부는 비상조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보완대책을 내놓은 것은 땜질행정, 탁상행정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서울의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기록한 3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도심 하늘이 잔뜩 흐려 있다. 이준헌 기자

무엇보다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공기관 차량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조업단축을 위한 세부 실행계획이 없다. 조업단축을 지키지 않을 때 어떤 제재를 할 것인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만 기대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지난해 봄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 때도 유치원 운동회와 각종 스포츠 행사가 열렸던 사실을 기억한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나온 것이 그해 6월3일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지난해 말의 ‘초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였다. 아무런 소용없는 이런 대책 남발로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다. 미세먼지 배출원 실태를 파악하고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올해 미세먼지는 지난해보다 더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고등어구이 논란’ 등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민감도는 높아졌다. 2년 전 상황이지만 때마침 일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분의 1로 낮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의 노력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증거다. 임기응변으로는 미세먼지에 빼앗긴 봄을 되찾을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봉책 아닌 실천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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