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6.02 [정동칼럼]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외교
  2. 2017.05.22 [정동칼럼]촛불개헌

문재인 정부 출범 3주가 흘렀다. 비상식과 적폐, 그리고 부재와 공백의 시대를 지나 하나씩 살려내고, 건져내며, 바꾸려는 모습들이 짧은 시간의 속도마저 추월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역동적이다. 상식의 회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반전과 대조가 만들어내는 과거와의 격차에 가슴이 뛰며,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정치의 귀환을 보며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과장된 희망이 가미된 것이라고 해도 벅찬 시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희열만큼이나 낯선 동시에 자각몽처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촛불혁명으로 시작해서 탄핵 인용으로 이어진 모든 과정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승리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광화문의 기적’의 결실이며,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은 이제 “이게 나라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세월호처럼 침몰하던 대한민국을 건져 올렸고, 건져진 대한민국은 다시 세월호를 건져 올린 것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래도 시작에 불과하다. 필자는 대선 직전 칼럼에서 3개의 질곡을 극복할 수 있는 지도자를 열망했었다. 촛불혁명의 의미를 심장 깊이 새김으로써 민주주의 훼손의 역사, 불평등의 헬조선을 만든 천박한 자본주의, 그리고 기득권 안보장사꾼들이 만든 분단체제의 종북프레임을 청산할 막중한 임무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싶다. 혼자 이뤄낼 수도 없고, 한 번의 정권창출로도 불가능하지만 목표는 선명해야 한다. 설익은 통합론으로 청산과 갱생의 시대적 요구를 희석해서는 안될 말이다. 진정한 반성 없이 거짓 통합론 뒤에 숨어 어떻게든 모면하고 살아남으려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6월 2일 (출처: 경향신문DB)

사드 추가 반입에 대한 보고 누락은 이런 적폐를 드러낸 충격이자 경고다. 권력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오히려 사드 배치를 가속화시켰던 것은 민족의 생존과 국익을 결정하는 외교·안보·통일정책을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삼았고, 이는 정부가 바뀐 뒤에도 변하지 않았음을 재확인해준다. 탄핵 인용 후 대행정부는 국익보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뛰는 행동대원 같았다. 게다가 사익까지 챙겼다면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미·중은 한국을 인질로 갈등을 격화하고, 일본은 재무장을 가속화하고, 러시아는 호시탐탐 개입을 도모하며,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는 극히 어려운 외교환경에서 최선의 자세와 최상의 실력으로도 모자란데, 그들은 무능과 반란 사이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트위터에 올렸던 안도현 시인의 시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황이다.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은 깨지고 박살 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참고 기다리면서 엉덩이가 짓물러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그날은 고대하는 마음과 마음들이 뒤섞이고 걸러지고 나눠지고 침전되고 정리된 이후에 온다.”

대선 직전 시사주간지 ‘타임’은 표지모델로 문재인 후보를 내세우면서 ‘협상가(the negotiator)’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지금 한국 외교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우리 외교는 일차방정식의 진영외교, 친미편승외교, 또는 아웃소싱외교로 불안정한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이해상관자(stakeholder)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도리어 모두로부터 소외를 가속화해왔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것이고, 사드 철수는 중국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구도가 되었고, 이는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우리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권력의 제로섬 게임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경고하는 함의를 가진다.

너덜너덜해진 한국 외교는 신정부가 말하는 국민외교로 회복해야 한다. 국민외교는 국민을 위한 위민(爲民)외교이자, 국민에 의한 의민(依民)외교이다. 균형외교라는 트라우마를 가진 용어는 동원하지 않더라도 중국과의 협력을 증진하면서도 대미관계의 손상을 초래하지 않는 외교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이 가치외교를 던지고 힘의 외교를 앞세울 때 우리는 오히려 다자외교를 통해 가치를 강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평화결손의 한반도가 그 결손을 메움으로써 세계에 희망을 던질 수 있다. 한국 우선의 국익을 추구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향해, 세계를 향해 협력과 평화공존, 민주주의 같은 가치외교의 기치를 올려야 한다. 시발점은 남북관계 개선이고 종착점은 동북아평화가 될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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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이제 ‘촛불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나는 촛불혁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당연한 진리를 국민들이 국민 대표들 앞에 당당히 확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이라 믿는다.

임기가 남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았다고 이러한 촛불혁명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촛불현장의 뜨거웠던 열기와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떠올려볼 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이 국민 모두의 머리와 가슴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날까지 촛불혁명은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19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개 정당 원내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들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개헌이 정치권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야당 원내대표는 “국회 개헌특위를 즉각 가동하고 대통령도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국회가 개헌의 주체임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또 다른 야당의 한 원내대표는 “대선 전 국회 개헌특위에서 민주당을 제외하고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합의한 내용이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헌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분들의 말 속에는 개헌의 주체가 ‘국회’라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아니다. 헌법 제1조에 따르면 개헌에 대한 권력도 국회가 아니라 당연히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 보면, 개헌논의가 항상 정치권에서 정치인들의 필요에 의해 촉발되고 개헌이 정치인들이 짠 정치일정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권력구조나 대통령 임기조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문제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중에 독재로 치달은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상의 권력구조나 대통령 임기조항을 손댔다. 심지어 1987년 6월항쟁의 결과 쟁취해낸 개헌의 기회에서도 주인인 국민들이 아니라 정치인인 여야 8인 대표들이 개헌안을 만들었다. 6월항쟁에서 피를 흘린 국민들은 개헌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그래서 6월항쟁은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고, 그 후 약 30년이 지나도 나아진 것 없는 답답한 현실 앞에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개헌을 한다면, 이제 국민 주도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 연초부터 국회에 개헌특위가 설치돼 활동 중이지만 국민 여론수렴은 뒷전인 모양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개헌의 내용이 무엇인지 듣기보다는, 또다시 분권형 대통령제니, 의원내각제니 하면서 정치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권력구조 개헌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통령제가 문제여서 이 부분을 개헌해야 한다고 말하는 국회의원들 중에는 바로 그런 대통령을 보좌해온 분들이 없지 않다. 누가 권력구조 개헌을 통해, 말로는 ‘국민을 위한 개헌’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이나 자기 당의 권력 참여지분 확대에 더 치중하는지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물론 현행 헌법 제128조에 의해 개헌발의권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헌법 제1조의 정신으로 이 조항을 읽으면, 개헌의 방향과 개헌안의 주된 내용은 국민들이 정하고 국회나 대통령은 이를 받아 발의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일정에 따라 당리당략에 따른 주고받기로 만든 개헌안에 대해 국민들이 국민투표로 찬반의사만을 표시하게 해서는 ‘국민 주도의 개헌’이 될 수 없다. 또한 국민 주도의 개헌절차를 밟다보면 당연히 개헌의 주된 방향과 내용도 국민들이 결정하게 된다.

헌법에는 권력구조 조항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권조항, 경제민주화 조항, 지방자치조항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더 중요한 조항들이 많이 있다. 촛불현장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된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배제되고 기존의 정치인들만 참여하는 개헌논의 과정 속에서는 결코 반영될 수 없다. 비정치인으로 구성된 헌법심의회가 우편이나 각종 소셜미디어상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개헌안을 마련해 낸 아이슬란드 개헌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 주도의 개헌이 외국에서도 대세를 이룬다.

개헌은 국민들이 주도하게 하고, 국회와 정부는 적폐청산, 일자리 등 민생, 외교안보 안정화,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한 정치개혁에 노력을 집중하면 된다. 촛불혁명의 시작도 국민이 했듯이, 그 수행도 국민이 개헌을 통해 이루어내야 한다. 이번 개헌이 반드시 국민 주도의 ‘촛불개헌’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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