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표를 냈다.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동시에 사표를 낸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수용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지금 대통령이 사의를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두 사람은 정부와 청와대 내 대통령 법률 참모로서 권력 유지의 양 축이다. 법치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두 사람이 대통령 곁을 떠나겠다는 것은 대통령직을 버티는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야당에선 “사정 라인의 두 축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침몰하는 난파선에서 선원들이 하나둘씩 탈출하고 있는 광경”이라고 했다. 어떻게 묘사하든 대통령을 비호해온 둑에 구멍이 뚫린 것이요, 내부 붕괴를 보여주는 징조가 분명하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진경준 전 검사장 비리 때 사표를 냈으나 반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때 책임지고 물러났어야 했다. 이제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신세가 된 상황에서 사표를 냈다고 해서 새로울 것은 없다. 최 수석은 임명장을 받은 지 불과 5일 만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습하고 무너진 공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새로 온 민정수석이 임명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만둔 것은 충격적이다. 대통령의 막가파식 대응이 법률가의 양심과 동떨어진 데다 더 이상 합리적인 설득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민정수석실이 본연의 ‘대통령 직무 보좌’가 아닌 대통령 개인을 위한 비리 변론 지원기관으로 전락한 데 대한 자탄의 성격도 짙다.

사의를 표명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퇴근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이제 관심은 다른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들의 사퇴가 이어질지 여부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의 사연(私緣)에 얽혀 국기를 문란하게 한 것도 모자라 공권력인 검찰권까지 부정했다.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검찰을 국정 고비마다 활용해왔던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에선 불공정 운운하니 이런 코미디도 없다. 이러니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누군들 옆에 더 붙어 있고 싶겠는가. 이대로는 탄핵 정국을 끌고 가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헌법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위임 받은 권력을 사익을 위해 사용하고 헌법을 유린했다. 4·19혁명 당시 허정 외무부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고 충언했고, 이 대통령은 다음날 전격 하야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사람들의 이탈 행렬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저지른 잘못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최순실이 국정에 손댄 흔적을 보면 청와대와 공직자가 수족처럼 움직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헌정 문란의 공범이자 방관자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그동안의 과오를 뉘우치고 엎드려 사과해도 모자랄 처지다. 그런데도 한편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한국사 국정교과서 강행 등 국정 폭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촛불민심도, 시민들의 분노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 판국에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미국에 가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협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두 손 들고 무릎을 꿇은 격이니 도대체 어느 나라 관리인지 할 말을 잃게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부터 국가 기강을 흔들고 자기 안위만 챙기고 있는데 고위 공직자라도 정신 차려서 국정을 바로잡기를 기대하는 일도 무리다.

새누리당 남경필 지사·김용태 의원 탈당에 이어 법무장관·민정수석 사표, 김무성 전 대표의 탄핵 선언 등 당·정·청에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여권 내부에서 금이 가고 바닥이 꺼지는 균열의 본격화라고 할 수 있다. 총리도 부총리도 짐 보따리를 싸놓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소송을 대표하는 법무장관까지 가세했으니 사실상 멈춰 선 정부가 됐다. 검찰은 대통령에게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받으라고 최후 통첩을 보낸 상태다. 이번엔 또 무슨 궤변으로 검찰 수사를 거부할지 모를 일이다. 그럴수록 설 곳이 없으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사상누각’이라고 했지만 되레 청와대가 ‘모래 위의 성’이 돼 가고 있다. 이제 대통령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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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지난 11월4일 싸뒀던 여행 가방을 풀고 노숙 가방을 싸서 광화문광장으로 나와 텐트 노숙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블랙리스트로 찍힌 문화예술인 7500명이 시국선언을 하던 날이었다. 첫날 텐트 20여 동을 모두 경찰에게 빼앗기고 광장에서 맨몸으로 자야 했던 때가 어제인 듯한데 벌써 20일째다. 처음엔 문화예술인들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사람들 몇이 시작했던 작은 텐트촌이 이젠 60여 동의 다양한 개인 단체들의 텐트와 마을창고, 마을회관 등이 들어선 작은 마을이 되었다.

각각의 텐트에는 입구마다 주인의 성격을 보여주는 개성 있는 현판들이 달렸다. 이제 작은 마을 하나를 이루었지만 전국의 수많은 거리와 광장과 함께 연계해 2011년 9월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 월가를 점령하고 ‘1%에 맞선 99%의 항쟁’을 꿈꾸었던 즈카티 공원이나, 같은 해 ‘아랍의 봄’을 이끌었던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처럼 넓혀 갈 꿈을 꿔본다. 그렇게 광장과 거리로 모인 노동자 민중시민들의 직접 민주주의만이 박근혜 정권을 제대로 심판하고, 한국사회를 새로운 민주주의의 단계로 진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실제로도 그렇다. 11월12일 100만이 모인 거리와 광장이 있고 나서야 머뭇거리던 야권은 박근혜 퇴진 당론으로 슬며시 입장을 바꾸었다. 해체가 정답일 새누리당 내에서도 탄핵 주장이 나오고, 법원은 청와대 앞 도로에 대한 합법적인 행진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권력의 하수인 역할에 충실했던 검찰 역시 최순실과 안종범·정호성의 공소장을 통해 부족하나마 ‘거의 모든 혐의에 대하여 기소된 3인이 대통령과 공모 관계’였음을 적시하였다. 검찰 역시 박근혜씨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주범인 ‘피의자 박근혜’에 불과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피의자 박근혜’가 아직도 국사를 보고받고, 국정에 대한 결정들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단 하루도 재앙이며 악몽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피의자 박근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질서 있는 2선 후퇴’를 위해 거국중립내각을 얘기하는 야권도 악몽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비판으로 영수회담의 기회를 잃은 야당 대표가 ‘피의자 박근혜’가 ‘계엄령’을 선포할 수도 있다며 자신의 행보를 변호한다. 만약 실제로 그런 사람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 더더욱 ‘즉각 퇴진’을 요구해야 하지 않는가.

그 힘을 만들 수 있는 ‘거리와 광장’을 꿈꾼다. ‘피의자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심판을 넘어,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한국사회의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가치관의 혁명, 노동자시민 항쟁을 꿈꾼다. ‘안될 거야’, ‘어려울 거야’라고 제풀에 접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래, 우리 모두가 새로워지는 그 사회로 이제 그만 넘어가자’는 새로운 윤리의 혁명이 되기를 바라본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새로운 시대의 봄을 꿈꿔본다.

송경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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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호 담당자는 최순실이 출입기록도 남기지 않고 청와대를 출입하는 것을 몰랐고, 측근을 관리해야 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그녀가 저지르는 국정농단을 알지 못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은 물론 그녀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 말고도 모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중 세월호 사건 당일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몰랐다는 건 그가 대통령을 보필해야 하는 비서실장이라는 점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최순실을 모르는 건 소위 문고리 3인방도 마찬가지였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에게 대통령 보고 자료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면서도 그녀를 모른다고 했고, 이재만 전 비서관 역시 최씨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한 바 있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모셨던 이들이 박 대통령이 죽고 못 사는 최씨를 모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측근들은 하나같이 모른다며 입을 모은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쯤 되면 최순실이 과연 존재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간다. 언제든 모습을 감출 수 있고 순간 이동이 가능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도 그녀를 못 볼 수 있을까? 대통령보다 높은 ‘VVIP’라 생각했기에 감히 얼굴을 쳐다볼 엄두를 못 낸 것일까? 청와대 거주민 중 유일하게 최순실을 아는 박 대통령 역시 그녀가 연설문을 잘 쓰는 것만 파악했을 뿐 내면이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11월4일 대국민담화 때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라며 눈물을 흘리던 박 대통령의 모습은 친박의 수장 이정현 의원과 몇몇 박사모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최씨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 순간에도 그게 국가를 위한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굳게 믿었던 모양이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리 모르는 게 많은 것일까? 뺑소니보다 만취 상태를 선택한 크림빵 가해자처럼, 이들은 안다고 시인해서 범죄자가 되는 대신 무능한 공직자로 남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무식한 건 죄가 아니다, 다만 부끄러울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위에서 예로 든 분들은 그 부끄러움을 감당할 뻔뻔함이 있었기에 기꺼이 무능을 택했다.

지난 9월 말부터 발효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간 수많은 정치인과 공직자가 돈을 받은 뒤 대가성을 부인해 처벌을 받지 않는 광경을 지겹게 봐왔던 터라, 여론은 이 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뻔히 아는 사실을 몰랐다고 함으로써 혐의를 벗으려는 공직자들은 대가성을 부인하는 공직자보다 덜 나쁜 것일까? 직급이 낮은 분들이야 조금 무능해도 괜찮겠지만, 높은 직급에 있는 이들의 무능은 사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국가적으로 훨씬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무능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다.

그래서 난 국회가 소위 ‘김기춘법’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직책상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모른다고 우기면 알고 범죄를 저지른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자는 취지다. 법안을 처음 제안한 내 이름 대신 ‘김기춘법’이라 명명한 까닭은 그가 “모른다”는 말을 단기간에 가장 많이 한, 후안무치한 분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를 변화시킨 것처럼, 김기춘법도 시행만 된다면 공직자들의 언행을 순식간에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최순실씨 잘 알죠. 하도 자주 와서 주민등록등본을 아예 청와대로 옮기라고 농담한 적도 있어요.”(안종범)

“안 수석은 가만있어요. 최순실씨를 저만큼 자주 본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그래요? 매일같이 보고서 갖다 준 사람이 바로 납니다.”(정호성)

“사실 그날 대통령이 사생활이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문밖에서 코를 대보니 희미하게 프로포폴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대통령께서 사생활을 누리고 계시는구나.”(김기춘)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이지만,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김기춘법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할 이유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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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군중이 매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의 의회’를 열고 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능가하는 분노의 함성과 외침이 만추의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권력의 사유화’로 박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통치불능의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듯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한 지도자는 국가를 이끌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1974년 7월25일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닉슨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바버라 조던 하원의원은 “국민의 공적신뢰(public trust)를 배신한 대표는 탄핵될 수 있다”고 연설하였다. 대의 민주주의하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대표에게 권력을 한시적으로 ‘위임’한 것이지 ‘신탁’한 것이 아니다. 대표는 주권자인 국민의 수탁자(fiduciary)가 아니라 대리인(agent)일 뿐이다. 수탁자는 피수탁자인 국민의 공익을 위해 정치권력을 행사하도록 위임받았지만, 위임받은 기간 동안 피수탁자인 국민에 대한 책임성으로부터 면제된다. 반면에 대리인으로서 대표는 주인인 국민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지도록 기속(羈束)되며, 따라서 국민의 공적신뢰를 상실한 대표는 권력을 회수당할 수 있다. 대의 민주주의하에서 국민이 대리인인 대표, 특히 대통령의 권력을 회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주기적 선거를 통한 퇴출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탄핵제도를 헌법에 넣음으로써 입법부가 국민을 대리하여 공적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을 비롯해 대표들의 권력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 19일 전국 60여 곳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96만명(경찰 추산 26만여명)이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부산 서면 촛불집회(왼쪽 사진)에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만명이 참가했다.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 새누리 해체’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오른쪽 위). 광주 집회에선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광주시민들이 도청 앞 분수대에 횃불을 켜고 열었던 ‘민주성회’가 재현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는 26일 5차 촛불집회에 최대 3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은 미국식 탄핵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 65조는 대표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을 소추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일당과 범죄를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특검에 의해 추가 범법행위가 밝혀지기 이전에도 탄핵 소추를 당할 수 있다.

탄핵은 헌법에 명시된 합법적 절차이나, 현 탄핵사태가 헌정위기로 발전할 것인가의 여부는 박 대통령의 대응에 달려 있다. 여야의 탄핵 소추 시도에 대해 박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의 충실한 ‘대리인’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임성으로부터 면제된 ‘수탁자’처럼 행동함으로써 자유 헌정주의의 기본 정신을 위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탄핵 소추에 필요한 ‘적법한 절차(due process)’를 밟는 데 협조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탄핵 소추가 의결되었을 경우를 대비하여 대통령 권한 행사가 정지된 기간 동안 과도정부를 대행할 국무총리의 임명도 거부할 태세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이 하원에 의해 탄핵 소추된 것은 그의 범법행위보다도 검찰의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법이 충실하게 집행되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인 제임스 매디슨은 “대통령이 헌법을 전복하려고 시도한다면 탄핵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닉슨은 헌법을 전복하려 함으로써 국민과 의회를 분노케 했고 퇴출된 후에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이 갈수록 더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것은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면서 최순실 사건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탄핵 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 최고 공인으로서 지켜야 할 공적신뢰를 배신하였기 때문에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거리와 광장에서 분출되고 있다. 이제 거리에서 분출되고 있는 분노를 의회 대표들이 장내로, 의사당 안으로 끌어들여 처리해야 한다. 계속 ‘거리의 의회’가 ‘제도권 의사당’을 압도할 경우 국민적 분노는 통제불능 상태가 될지 모르며,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 박 대통령은 탄핵에 필요한 절차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국회와 검찰에 협조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라, 더 책임성 있는 민주주의로 전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노자는 “멈추어야 할 때와 장소를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다(知止不殆)”라고 가르쳐 주었다. 박 대통령은 이미 멈추어야 할 지점을 너무 멀리 넘어가 버려 위태롭게 되었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만족해야 할 최적점을 발견하는 것이다(知足不辱). 박 대통령이 만족해야 할 최적점은 국민의 일반의사이다. 광장에서 표출되고 있는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면 박 대통령은 닉슨처럼 치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임혁백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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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무회의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의 ‘피의자 대통령’ 수사 발표 이후 여론을 의식해 불참했다고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다. 그러다보니 교체 통보를 받은 유 부총리가 부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도 모자라 국무회의까지 주재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은 국가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보다 못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과 대통령 중 누구 편에 설지 결단하고, 황 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들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 내각 꼴이 이렇다. 총리부터 짐 보따리를 쌌다가 다시 풀었고, 김병준 총리 지명자는 잊혀진 이름으로 전락했다. 경제는 두 명의 부총리가 어정쩡한 동거를 하고 있다.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자진사퇴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순실 개입 정황이 속속 확인되면서 쑥대밭이 됐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순실 딸 정유라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선수 관련 얘기는 허위사실”이라고 비호한 사실이 드러나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장관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공직 사회 전체가 너나없이 손을 놓고 무력감에 빠져 있다. 사실상 ‘식물정부’ 상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동력은 소멸된 것이나 다름없다. 경제위기 상황 속에 당장 내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400조원 규모의 예산안 처리, 세법 개정안 등이 올스톱됐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내년도 경제정책 기조조차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외교안보 현안의 추동력도 꺼진 상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지금 누가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 필요한 공문마저 제때 내려가지 못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박 대통령의 지도력은 물론 정부 신뢰가 추락한 상태에서 국정 추진력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청와대는 업무수행 기능이 마비됐고 부처 간 정책조율도 난항을 겪고 있다. 온 나라가 ‘최순실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장기전 태세다. 지금 같은 국정 마비 상태를 계속 끌고 갈 작정이라면 끔찍하다. 툭하면 ‘애국심 타령’이었던 그가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망가지고 있는 나라 걱정부터 해야 마땅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국정이 표류하게 내버려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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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하야하라.” 서울 도심에서만 100만여명!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월드컵 때도,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비폭력으로 평화롭게 진행한 집회였다.

짱돌과 최루탄과 쇠몽둥이가 난무하던 1980년대 집회 광경이 생각난다. 나는 그때 서울에서 333번 시내버스 운전 일을 하고 있었다. 거리엔 늘 데모대와 경찰이 대치했다.

내가 봤던 경험으로만 보면 데모가 가장 심했던 때는 1987년 6월이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체육관에서 간접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4·13 호헌조치’를 선언한 뒤, 각지에서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랐고 6·10항쟁으로 이어졌다. 시민과 학생들은 백골단에 몽둥이로 맞아 머리가 터지고 피를 흘려도 항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쓰인 손팻말과 플래시를 켠 스마트폰,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전국 37개 도시에서 100여만명이 데모한 6월26일이 아니었나 싶다. 버스 운행을 하다 데모 때문에 길이 막혀 서울역 정류장에 서 있었다. 버스 안에 있던 손님들이 다 내리고 한 명도 없었다. 서울역 광장에도,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도 데모대가 꽉 차 있었다.

그때였다. 서울역 광장 쪽에서 대학생 한무리가 백골단에 쫓겨 내가 서 있는 버스 쪽으로 도망쳐 오고 있었다. 얼른 차 문을 열었다. 최루탄 냄새를 훅 풍기면서 학생들이 타는데, 이게 웬일인가? 학생들이 주머니에서 회수권(당시의 학생들 버스 요금)을 하나씩 꺼내서 요금통에 넣으면서 올라오는 게 아닌가. “빨리 타! 빨리!” 하고 소리 지르니 학생들은 그때서야 부리나케 버스로 올라온다. 다 탄 뒤 얼른 문을 닫았다. 아슬아슬했다. 뒤이어 백골단 열댓 명이 쫓아왔다. 그중 몇 놈이 문을 두드렸다. 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백골단은 열이 받아 몽둥이로 버스 문과 유리창을 두드렸다.

그때 남대문 쪽에서 또 다른 시위대가 내가 탄 버스 주변에 있는 백골단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손에는 보도블록을 깬 돌을 쥐고 있었다. 결국 백골단은 도망갔다. 버스 문을 열어 줬더니 학생들이 “고맙습니다!” 하면서 우르르 내렸다. 학생들은 길에서 돌멩이를 집어 들고 다시 시청 앞으로 행진하면서 소리쳤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

6월29일, 전두환은 4·13 호헌조치를 철회하고 민정당 대표 노태우가 6·29선언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와 야당의 직선제 개헌을 수락했다. 민중의 힘으로 얻은 값진 승리였다. 비록 그 뒤에 노태우가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그때 쟁취한 직선제는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토대가 됐다.

2016년. 이젠 시위 현상이 많이 바뀌었다. 쇠몽둥이를 휘두르던 백골단도 해체됐고 최루탄과 짱돌도 사라졌다. 시위대는 청와대 400m 앞 효자동, 폴리스라인과 차벽 앞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국정을 운영하면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무슨 폭력? 세월호가 침몰하는데 구조는커녕 진상규명조차 안 하는 것,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죽게 하고 책임자 처벌을 안 하는 것, 자본이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노예로 만드는 것, 약점이 있는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 최순실에게 갖다 바친 것, 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는 것 등은 모두 당장 내 목숨을 빼앗는 폭력이다.

누군가 내 목을 조르고 있다면 손가락이라도 꺾어야 한다. 1987년 백골단에 쫓겨 내 버스를 타면서, 회수권을 내던 착한 학생들이 짱돌을 던진 행위는 목을 조르는 자의 손가락을 꺾는 행위다. 지금 박근혜·최순실 사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때보다 결코 가볍지가 않다.

국가 수장으로서 자격을 잃은 박근혜 정권과 부패한 지배층, 그리고 수구 언론은 민중에게 선진국처럼 ‘폴리스라인까지만’ 합법집회, 평화시위를 하라고 ‘애원’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합법집회, 평화시위’를 하는 선진국은 대체 어느 나라인가? 선진국엔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져도 폭동이 일어난다. 하물며 나라를 말아먹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젠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나? 계속 그렇게 민중들의 목을 조르면 손가락이 부러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건모 | ‘작은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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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본격화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를 의심케 만들었다. 현재 드러난 박 대통령의 불법행위는 중대하며, 특히 국가운영을 일개 사인이 농단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에 몇 주에 걸쳐 서울에서만 수십만에서 100만에 이르는 국민들이 모여 박 대통령에게 퇴진하라고 요구했다.국민들은 사실상 박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박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권위와 신뢰를 모두 상실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퇴진을 거부하면서 차라리 탄핵을 하라며 시간 끌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난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지금과 같이 현직 대통령을 국민들이 물러나게 한 사례로 유의미한 것은 1960년의 4·19혁명일 것이다. 4·19혁명 당시 서울에서만 100여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진 끝에 이승만 대통령은 그해 4월26일 아침 ‘국민이 원한다면’ 하야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국민적 압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한 선언이었고, 실제로는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붙여 어떻게든 대통령직을 유지하려 했다.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와 기자회견들이 계속되자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 대통령의 고집을 알아챈 국회에서는 같은 날 만장일치로 ‘시국수습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서는 이 대통령의 즉시 하야, 부정선거의 재선거 등을 포함하여 당시의 시국을 정리할 간단명료한 내용이 제시되었다. 당시 국회는 시국을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대통령 하야와 시국수습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 셈이다. 이러한 결의안은 위력을 발휘하여 이 대통령은 결국 다음날 ‘국회의 결의를 존중하여’ 사임하겠다는 사임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위기를 돌아보건대 국민이 사실상 대통령을 탄핵한 상황에서 국가를 수습할 중임은 국회에 있다. 국회는 국민의 주권을 대리하는 기관인 만큼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질서 있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결의안, 곧 시국수습결의안을 작성하여 의결해야 한다. 국회에서의 이러한 결의는 4·19혁명의 전례가 있는 이상 박 대통령에게 큰 압박이 될 것이며, 잘되면 복잡한 탄핵절차 없이 국정을 수습할 계기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이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표를 결집시킨다면 곧바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시국수습결의안은 지금의 혼란한 정국을 풀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종원 | 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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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돌아섰다. 검찰이 등을 돌린 것은 시민들에게 총을 겨눈 군과 경찰이 시민의 편에 선 것과 같다. 살아 있는 권력에 굴종하고 죽은 권력만 물어뜯는다는 ‘하이에나 검찰’의 재빠른 변신이다. 검찰은 촉이 빠르다. 검찰의 표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란 뜻이다.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

국정복귀 일성으로 던진 ‘엘시티 철저 수사’ 지시는 지금 박근혜가 갖고 있는 패가 흑싸리 껍데기만큼 보잘것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 됐다. 특검 후보로 반짝 거론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엘시티 이영복 회장과 친분이 있다. 부산의 룸살롱 마담이었던 그의 내연녀 임모씨(혼외아들의 생모)에게 레스토랑을 차려준 사람이 이영복이다. 하마터면 채동욱에게 조사를 받을 뻔한 박근혜는 ‘채동욱 특검’ 시나리오를 좌절시켰다. 대통령의 엘시티 발언은 김수남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김 총장도 이영복과 잘 아는 사이라는 것이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검찰총장에게 보내는 모종의 메시지란 얘기가 돌았다. 문재인·김무성 연루설까지 더하면 1타3피, 1타4피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정에 고심하는 수준이 이 정도다. 김 총장에게 물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영복 회장을 아시는가.

“그렇잖아도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으로부터 그런 첩보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 얼굴을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악수 한번 한 적도 없다. 난 부산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 전혀 모른다.”

-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는 뭔가.

“아마 대통령도 비슷한 정보보고를 받은 것 아닌가 싶다.”

- 검찰총장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 문재인·김무성 연루설은.

“지라시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써대는 소설이다.”

박근혜는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던지고 있다. 최순실을 덮으려 개헌을 꺼내든 것을 보면 그의 심리상태가 얼마나 비정상인지 알 수 있다. “거짓 자기를 스스로 자기라 믿으며 마음의 평화를 지켜가는 리플리 증후군과 비슷하다”(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는 의학적 소견은 그래서 더 무겁게 들린다.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다. 미국의 여류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범죄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에서 유래했다. 주인공 톰 리플리가 재벌 아들인 친구를 죽인 뒤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자기 말이 탄로날까봐 불안에 떠는 단순 거짓말쟁이와 달리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는다.

박근혜의 거짓말은 리플리의 수준을 넘어섰다. 최순실 보도에 대해 “사회 혼란 일으키는 유언비어”→“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위사실”→“연설문 도움받은 정도”→“선의로 한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또 다른 거짓말을 내놓는 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감찰에 나선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기문란’이라며 내쫓았던 그다. 이제 와선 “나도 최순실에게 속았다”고 한다.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계속 맡아야 한다는 자기방어 논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비정상적 자기합리화, 자기왜곡, 공감능력 상실이다. 100만 촛불민심 앞에서 뻔뻔할 수 있고, 어떤 위기에서도 멘털 갑으로 버틸 수 있는 이유다. 불행히도 김종필 전 총리의 “5000만명이 시위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예언은 점점 맞아가고 있다. 의학 교재엔 리플리 증후군의 위험성도 쓰여 있다. ‘본인의 상습적인 거짓말을 진실인 것으로 믿게 되면 단순한 거짓말로 끝나지 않고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위험이 높아진다.’

지금 박근혜에게 나라를 맡기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미친 마부에게 말을 맡기는 것과 진배없다. 리플리는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재능 있는 박근혜씨’는 현실의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그의 거짓말 릴레이와 막가파식 버티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검찰 수사도 못 받겠다고 하더니 국회 추천 총리도 철회하겠다고 한다. 중대범죄의 주범이 청와대를 진지 삼아 농성 중이다. 성(城)안에 갇힌 줄 모르고 성 밖 시민을 상대로 결사항전 태세다. 자기 살겠다고 나라야 결딴 나든 말든 상관없다는 짓이다. 내일은 또 뭘 꺼낼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대통령은 치료를 받으셔야 할 것 같다.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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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에 의해 포위된 청와대에서 홀로 웅크린 채 거짓 해명에 억지 부리기, 버티기로 일관하는 사람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야금야금 국정 복귀의 기회만 노리다가 여론이 악화되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억지다 싶으면 찔끔 물러서가며 오로지 대통령 자리를 지킨다는 일념으로 시민에 맞서고 있다. 최순실씨 등 3인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그동안 나돈 이야기로 어느 정도 단련된 시민조차 깜짝 놀라게 하는 것들이었다.

정권 초기에 잠시 연설문 등의 표현에서 최씨의 조언을 받았다고 한 박 대통령의 말은 온통 거짓이었다. 지난 4월까지 외교문서는 물론 장차관 인선 검토 자료까지 줄기차게 최씨에게 넘기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 등의 설립과 모금 전 과정을 깨알같이 지시한 것도 모자라 재벌 총수에게 최씨의 납품 청탁까지 챙겨준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KD코퍼레이션이라는 업체로부터 현대자동차에 원동기용 흡착제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최씨는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했고 박 대통령은 정몽구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를 관철했다.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대통령이 한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22일 (출처:경향신문 DB)

그래 놓고 검찰 조사 내용은 상상과 추측에 불과하며, 수사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말 잘 듣던 검찰이 하루아침에 변해 없는 혐의를 뒤집어씌웠다는, 삼척동자도 코웃음 칠 억지주장이다. 어제는 돌연 국회가 추천해주는 총리를 임명해 내치를 맡기겠다는 자신의 제안까지 거둬들였다. “(야당이 제시하는)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야당 핑계를 댔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주말 즈음에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자숙하는 체하다 지나가면 다시 배짱을 부리는 것도 오직 한 가지 대통령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자리마저 아무 쓸모가 없게 되었다. 검찰을 종처럼 부릴 수도 없고, 재벌 총수를 불러 돈을 뜯을 수도 없는 자리로 변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도 주재할 엄두를 못 내는 그 자리의 쓸모는 오직 하나, 당분간 수사를 피하는 것이다. 나라 꼴이 어떻게 되든 지금 그에게 중요한 일은 대통령이라는 석자가 붙은 자리를 지키는 것뿐이다. 그것을 위해 박 대통령은 저잣거리 사람들도 하지 않는 막무가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절대 제 발로 나가지 않을 테니, 나를 끌어내릴 수 있으면 해보라’며 생떼를 부리고 있다. 지금 이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중·고등학생도 주시하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대통령이 국가를 얼마나 흔들 수 있는지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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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은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9차례나 적시해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2년 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나 지난여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사건 등에서 정권의 충견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의 변신은 전적으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박 대통령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을 움직였다.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돌았지만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최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소개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의혹도 밝혀진 게 없다. 우 전 수석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줬다가 지난 6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돈을 돌려받은 과정에서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몰래 변론’ 같은 개인 비리 외에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최씨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 개입해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재벌 수사도 미완성이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삼성 등 재벌과 청와대 간의 거래가 보다 정밀하게 밝혀져야 한다.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도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일정대로라면 검찰은 2주쯤 뒤 특검에 모든 수사 자료를 넘기고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일이 산더미인데 몸만 풀다가 가는 셈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수사팀은 검사보 4명, 파견 검사 20명 등으로 구성된다. 검사 32명으로 구성된 현재의 검찰 특별수사본부보다 인력이 적다. 특검의 수사 기간은 준비기간 20일을 포함해 최장 120일이지만 대통령이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90일이다. 검찰 수사마저 거부하는 박 대통령의 행태를 고려하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검찰에 수사할 시간을 1~2주라도 더 주는 것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효과적이다. 정권에 굴종했던 검찰이 시민의 기대에 부응할 기회를 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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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최순실 일당’에 대한 공소장에 등장하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0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이미 대통령이 10대 그룹을 만나고 안종범 전 수석이 전경련과 300억원 규모로 출연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실무적으로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고 회의를 했을 뿐”이라며 “재단 규모나 참여 기업 결정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공소장을 보면 그의 해명대로 최 차관 이름은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해 지난해 10월21~24일 열린 실무 회의 부분에만 나온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최 차관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의 지휘를 받는 위치에 있었다. 실무 회의에서 최 차관은 “10월 말로 예정된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에 맞춰 300억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하고 출연하는 기업은 삼성, 현대차, SK, LG, GS, 한화, 한진, 두산, CJ 등 9개 그룹이다” “아직까지도 출연금 약정서를 내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그 명단을 달라”며 지시·독촉한 것으로 공소장에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상목 1차관(오른쪽)과 함께 답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갖고 돈을 요구한 사실도, 뜬금없이 중국 총리의 방한 일정이 거론된 게 실은 기업들 출연이 지연되자 최순실씨가 때마침 예정된 외교일정까지 들먹이며 독촉 명분으로 삼은 것이라는 사실도, 기업들의 미르재단 출연금 규모가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갑자기 불어난 것도 전혀 모른 채 그저 직속 상관이 “지시한 대로” 실무를 봤을 뿐이라는 게 최 차관의 해명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최 차관은 박근혜·최순실 주연의 블록버스터급 막장드라마에 ‘지나가는 사람 5’쯤 되는 단역배우 역할을 한 셈이다.

자신이 하는 일의 맥락이나 앞뒤 정황도 모른 채 기업들에서 수백억원의 돈을 받아내는 일을 기계적이고 맹목적으로 처리해버린 이 고위관료에게 그가 생각하는 ‘국익’이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만약 자신이 처리한 ‘실무’가 거대한 범죄행위의 일환이었다는 걸 당시에 알았다면 거부하고 맞서 싸울 수 있었을지도 묻고 싶다. 공손하고 침착한 톤으로 해명을 한 최 차관과의 통화를 마친 후 집에 가는 길 내내, 영혼 없는 엘리트 관료의 전형을 본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경제부 |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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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농단에 개입한 정황이 또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김 전 비서실장 소개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부인했다. 여권의 핵심인사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저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때 김 전 실장과 최씨도 동행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비서실장 교체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이 최씨 소유의 강남 소재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빌딩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담도 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최씨를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발뺌해왔다. 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발표를 한 검찰도 김 전 실장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 전 실장이 비선과 공적 라인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비서실장 사임 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세워 국정에 개입했고, 우 전 수석이 사임한 후에도 김 전 실장이 막후에서 국정을 챙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를 조사하지 않는다면 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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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추가 조사를 통해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의해 형사범죄의 피의자로 규정된 것도 초유의 일인데 사법체계마저 거부하다니 충격적이다. 국가적 비극이자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우선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에서부터 추가 출연 강요, 최씨의 대기업 갈취,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사건 전반에 개입했다. 국가 비밀자료 유출도 드러난 것만 47건으로, 장차관 인선 검토 자료와 외교문서까지 포함돼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은 100%라고 말 못하겠지만 거의 99%는 저희들이 입증 가능한 부분만을 썼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범죄가 감출 수 없을 만큼 분명하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이라고 한 것도 예우일 뿐, 실제 역할과 위상을 고려하면 주범이라고 표현하는 게 타당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 21일 (출처: 경향신문DB)

그동안 박 대통령 측은 범죄 연루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야당과 여론이 박 대통령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밝힌 만큼 이젠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하며 수사를 거부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을 당하는 상황이 됐다”고 항변했다. 국정을 농단하고도 거짓말로 모면하려던 행동은 잊은 채 다시 피해자 시늉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도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았다며 특검에서 무고함을 밝히는 한편 합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가리자며 탄핵절차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자기 편인 줄 알고 수사를 통해 다 밝히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다니 그저 황당할 뿐이다. 특검법이 통과됐으니 검찰 조사는 건너뛰고 특검 조사를 받겠다는 소송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이 나왔다고 국정 최고기구인 청와대가 한순간에 말을 뒤집고 국가 시스템을 거부한 것은 막가파식 대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의도는 검찰에서 방어에 실패하자 다시 특검과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논쟁을 하며 장기간 버티겠다는 것이다. 보수 일색으로 꾸려놓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진용을 믿고 탄핵절차로 가자는 심산인데 여론을 모르는 딱한 처사다. 95%의 시민에게 이미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 법정 투쟁에 의지해 연명하려는 모습에 연민의 정을 금치 못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에 전면 복귀하더니 엊그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를 신설해 여론전에까지 나섰다. 범죄적 행위와 세월호 참사 무능 대응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곁가지 해명으로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다. 최경환·홍문종 의원 등 당내 친박세력도 당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줌도 안되는 세력이 국정을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국민 여론과 맞서는 꼴이다.

어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만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국회에 요청했다. 여당 내에서조차 탄핵론이 나온 만큼 박 대통령이 특검의 칼날을 벗어난다 해도 탄핵은 피하기 어렵다. 그제 4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10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박 대통령이 계속해서 무리수를 두며 휘발유를 붓고 있으니 촛불이 더 크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 때 사라진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까지 드러나면 여론은 더 험악해질 게 뻔하다.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는 한때나마 자신을 지지한 시민과 국가에 대한 배신이자 반역이다. 박 대통령이 56년 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보다 못한 선택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와 국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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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에 젊은 세대를 붙잡기 위한 언론들의 노력은 힘겹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대표되는 이들은 ‘입에 스마트폰을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활자보다 영상에 친숙하고, TV 대신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다.

이대로라면 절대 신문을 읽지 않을 ‘미래의 독자’를 붙잡기 위한 기성 언론들은 머리를 싸맨다. 짧고 재미있는 동영상, ‘바이럴(입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한없이 가벼운 존재’일까.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만든 말레이시아의 영상미디어 ‘레이지(R.age)’는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지난 8~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DMA) 2016’에서 레이지의 이안 이 편집장은 “리얼한 사회적 주제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도달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지는 최근 말레이시아의 아동 성범죄를 다룬 ‘내 휴대폰의 포식자(Predator In My Phone)’ 시리즈로 주목받았다. 총 21개의 영상 중 일부는 10분을 넘는 긴 동영상이었지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 아동 성범죄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한 사회적 캠페인까지 이끌어냈다. 이 편집장은 “말레이시아에서는 아동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이 없다. 모바일에서 아동 성범죄 반대 버튼을 누르도록 해 수백만개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며 “마우스 클릭으로 참여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은 이미 35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했으며, 한 달 뒤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레이지의 성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청소년들이 앞장서 거리로 나왔다. 지난 19일 촛불은 수능을 끝낸 학생들의 합류로 더 뜨겁게 타올랐다. SNS에 “투표권도 없는 학생들에게 어른이 미안하다”는 기성세대의 ‘반성’이 잇따른다. 이들은 정치적 주체이며, 어른보다 현명하며, 더 빨리 행동하고 있다. 이들을 ‘생각 없다’고 치부한 건 기성세대가 기존의 문법만 고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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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은 지 30년이 됐고, ‘박근혜’는 그 여섯번째로 선택받은 대통령이다. 어디 순탄한 정권은 없었다. 임기 초 90% 넘는 지지를 받다가 떠날 때쯤에는 곤두박질친 대통령이 있었고,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은 대통령도 있었다. 몇 번의 정권을 지나다보니 주기라는 것도 있다. 취임 초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비리로 걸려들면 정권의 도덕성이 상실돼 국정의 추가 비틀거린다. 측근들, 친·인척 이름이 나오면 국정을 이끌 힘이 쫙 빠진다. “역사는 평가해 줄 것이다. 역사로부터 평가받겠다”면서 ‘역사와의 대화’를 시도하며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곧장 여론의 역풍을 맞고 흐지부지된다. ‘미래 권력’ 자리를 다투는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현재 권력’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짐 쌀 준비를 한다. 물론 후임 대통령이 와도 1~2년은 고생을 해야 한다.

누구는 대통령의 5년이 비슷하게 반복돼 온 것을 ‘불행한 역사’라고 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정권 5년 동안 내세울 만한 공(功)이 있었다. 과(過)도 있었지만 반면교사가 되면서 사회가 발전해왔다. 청와대 운영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본부 이영렬 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이 20일 서울 중구 한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그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2014년 말 이른바 ‘정윤회 비선 파동’이 났을 때다.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에 파견됐다 나왔던 공무원 ㄱ씨의 허탈한 표정이 아직 생생하다.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우리가 실패하면서도 수십년간 쌓아온 시스템이란 게 있는데 그게 송두리째 무너졌잖아요.” ㄱ씨도 자신이 청와대에 있을 때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몰랐을 것이다. 비선 실세 국정농단의 양태들이 드러난, 말도 안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대놓고는 말을 못할 것이다. 공무원이니까. ㄴ씨는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중앙부처 5급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을 때, 고참으로부터 들은 “일선 공무원들은 장관을 위해, 장관은 대통령을 위해, 대통령은 국민을 바라보고 일을 한다”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그래서 설령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되는 일도 결국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여기고 했었다고 한다. 요즘 민심 동향 파악이 임무인 공무원들도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특별히 전할 민심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하는 일에 5%가 지지하고, 딴소리 말고 즉각 퇴진하라는 여론이 계속 늘어 70%대에 이른 상황이니 ‘위’에다 무엇을 보고하겠는가.

그동안 대통령은 두 번 사과했다. 처음은 마지못해 한 티가 역력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래서 두번째 사과를 했지만 “내가 이러려고 ○○○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는 패러디를 양산했을 뿐이다. 사과의 성패는 사과하는 이의 말과 의도뿐 아니라 상대방의 관심과 태도, 즉 쌍방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비난받을 자신의 행동을 명확히 설명하고 그에 따른 사회규범을 수용할 뜻을 밝혀야 한다. 위기 모면에만 급급한 이런 식의 대통령 사과는 백날 해봐도 소용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들어야 하는 말이 있는데 그 얘기를 안 하기 때문이다. 말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단계도 지났다.

평화롭게 마무리된 지난 토요일 집회는 ‘세상의 바보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었다. 헌법을 유린당한 국민들에게 ‘헌법(대통령 권한) 수호’만 얘기하고 “대통령 관련 의혹 중에 입증된 게 하나라도 있느냐”고 머리를 들고 있다.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이 없는데, 대통령 자신도 결국은 민심에 굴복할 수밖에 없음을 알 텐데 이판사판에 다름없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도 열었다. 가용 공적 수단을 총동원해 민심과 맞서겠다는 것인데, 기세등등했던 대통령이 초라해 보인다.

대통령은 검찰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공범’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주에 받겠다던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자신이 선택한 특별검사로부터 수사를 받겠다고 한다. 어차피 ‘대통령 박근혜’가 아니라 ‘피의자 박근혜’로 지내야 할 시간들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던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는 ‘창조 비리’의 수단이었음이 국정농단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국정에 복귀한다고 한들, 갖은 수를 써서 남은 1년3개월 임기를 채우겠다고 한들, 무엇을 하더라도 될 일도 없고 될 리도 없다. 그동안 온나라가 난장판이 될 게 뻔하다. 안보의 위기, 경제의 위기는 가중되고, 국격과 국익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버티면서 이제 국회는 탄핵 절차에 돌입할 태세다.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한다. ‘개인 박근혜’의 자존심은 접어두고, ‘국가’와 ‘역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주길 바란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의 자존감을 세워줬으면 한다. 그것이 마지막 남은 ‘명예’일지도 모른다. 떠날 때는 말없이.

안홍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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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다. 분노를 유발하는 외부 자극은 인간의 표정과 몸짓, 생리적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표정은 일그러지고 눈썹 근육은 위축된다. 눈을 부라리며 분노의 대상을 응시하고, 근육이 긴장하면서 권투 선수의 기본자세와 같은 몸짓이 생겨난다. 사람이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언제든 주먹을 내지를 수 있도록 손으로 향하는 혈류량도 늘어난다. 화가 나면,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외부 자극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내뱉는 언어도 과장되고 공격적으로 된다.

분노를 유발하는 외부 자극은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과 도발에서부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회적 부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분노는 이런 외부 자극에 대한 인간의 방어수단이다. 우리의 몸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도록 만들어 준다. 위협으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분노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는 없다. 격렬한 분노 상태가 계속되면, 몸이 버텨내지를 못한다. 탈진해서 일순간 맥없이 풀어져 버리거나, 자기 분노를 스스로 못 이겨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지난 19일 전국 60여 곳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96만명(경찰 추산 26만여명)이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부산 서면 촛불집회(왼쪽 사진)에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만명이 참가했다.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 새누리 해체’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오른쪽 위). 광주 집회에선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광주시민들이 도청 앞 분수대에 횃불을 켜고 열었던 ‘민주성회’가 재현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는 26일 5차 촛불집회에 최대 3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의 심경은 복잡하다. 부끄러움, 허탈감, 배신감, 나라가 사달이 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대통령의 태반주사 의혹에 이르러서는 역겨움까지 느끼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적인 감정이 분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 그리고 그들의 수하들이 벌인 온갖 일은 우리 사회의 근간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국민의 분노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감정의 발로이다. 공동체를 위협하는 원천이 뿌리 뽑혀야 분노가 풀어질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한 친박 국회의원의 말처럼 청와대와 수구세력은 버티기 모드로 들어갔다. 우리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장기전을 준비하는 첫번째 마음가짐은 차갑게 분노해야 한다는 것이다. 뜨거운 분노는 오래갈 수 없다. 흥분하면 실수를 하게 된다. 극우단체를 동원한 물리적 충돌의 덫에 걸려들 수도 있다. 어차피 오래갈 일이라면 차분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우리 중의 누군가가 지나치게 흥분하면 서로 자제시켜야 한다. 극우단체들이 촛불집회 옆에서 난장판을 부려도 ‘저 사람들은 왜 저러고 사나?’라며 구경하면 될 일이다. 분노라는 감정적 에너지를 소비할 하등의 가치가 없다.

두번째 마음가짐은 딴 데 정신이 팔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작정치와 여론조작은 저들의 전매특허이다. 해운대 엘시티의 유력 정치인 연루설, 조직적인 실시간 검색순위 조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작과 조작은 이미 시작되었다. 유명 연예인 스캔들이 터질 수 있고, 간첩단 사건이나 남북 간 무력충돌과 같은 북풍이 재현될 수도 있다. 개헌 카드를 되살려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돌릴 수 있다면 저들은 어떤 일이든 능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눈과 귀를 떼지 말아야 한다.

세번째 마음가짐은 분열의 언어를 경계하는 것이다. 분열은 청와대와 수구세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조장될 수 있다. 평범한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유는 특정 세력, 특정 정치인, 특정 정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국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런 마당에 각 세력, 정치인, 정당, 그리고 이들의 지지자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내부에 총질하고 서로를 흠잡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촛불의 힘을 키우기 위한 경쟁과 비판은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각자의 힘을 키우기 위한 갈등과 비난에 대해서는 국민이 가차 없이 레드카드를 들고 호루라기를 불어야 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군 훈련소 시절의 교관이 있다. 다른 교관들과는 달리 그는 화를 내거나 고함을 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는 항상 웃는 표정과 부드러운 말투로 우리가 훈련을 제대로 할 때까지 한없이 우리를 뺑뺑이 돌렸다. 말 안 듣기로 소문난 군의관 훈련생들이었지만 그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화를 내거나 고함치는 교관들은 그때만 잘 피해서 넘기면 되지만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 교관의 별명이 ‘무한반복’이었다.

마음가짐만 잘하면 시간은 우리 편이다. 빨리 결론을 내 달라고 정치권을 독촉할 이유도 없다. 성급한 결론은 청와대와 수구세력을 이롭게 할 공산이 크다. 우리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국민의 권리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자. 지치지만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답답한 이는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다.

이진석 |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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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야당과 재야단체의 직선제 개헌 요구가 높아지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모든 개헌 논의를 금지하겠다”는 4·13호헌 조치를 발표한다. 그러나 서울대학생 박종철 열사가 정부 발표와 달리 ‘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6월항쟁이 본격화된다. 6월10일 전국 18개 도시에서 대규모 가두집회가 열렸고, 26일에는 100여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여당인 민정당의 노태우 대표는 “직선제 개헌을 하겠다”며 6·29선언을 했다. 야당도 합의하면서 개헌이 이뤄졌지만 그해 12월16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다. 그는 1979년 12·12쿠데타의 주역 중 한명이었다.

당시 상황은 다시 광장과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얘기해 준다. 우선 헌법까지 바꿨지만 직선제라는 협소한 정치체제의 변화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만들어진 야당의 한계는 당시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음도 새삼 깨닫게 된다.

강원도 원주시 중·고등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2016년 11월을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100만개의 촛불이 모이자 시민혁명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가야 할 길은 멀고 지난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도 싹트고 있다. 가장 큰 장벽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나는 버틸 테니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퇴진운동으로 전열을 다시 가다듬었지만 오락가락하는 야당의 태도도 벽이다. 소위 대선주자들의 이해타산과 백가쟁명식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광장의 촛불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촛불은 이제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첫번째는 우리가 왜 촛불을 들었는지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샤머니즘’에서 ‘길라임’에 이를 정도로 소설·영화보다 더 픽션 같은 일들이 터지면서 광장의 촛불을 점화시켰다. 그러나 촛불은 이미 타오르고 있었다.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헬조선’으로 내몰린 시민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속에 촛불을 한자루씩 켜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광장에 모여 왜 촛불을 들게 됐는지를 얘기하고 어떤 세상을 함께 만들지에 대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야만 촛불의 힘은 기존 정치권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다행히 오는 19일부터는 전국적으로 촛불광장에서 토론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하니 바람직한 일이다.

두번째는 ‘시민불복종’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대통령이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상황에서 광장의 촛불이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민불복종은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849년 발표한 논문 ‘시민불복종의 의무’에서 도입됐다. 그는 논문을 통해 흑인 노예제를 지원하는 미국 정부에 대항한 납세거부를 지지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이기에 앞서 인간이어야 한다. 옮음보다 법을 더 존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민불복종은 이후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에 의해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한국에서는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정통성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부에 대해 시민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시민불복종밖에 없다. 촛불은 시민불복종의 시작일 뿐이다.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된다면 시민은 광장에서 뜻을 모아 모든 형태의 시민불복종을 조직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들의 업무가 특정 집단의 이권에 이용된 것이 분명해진 이상 정상적 업무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은 2016년 11월을 향해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대해 토론할 것’과 ‘시민불복종을 조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대광 전국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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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이 갑자기 물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때문에 각 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내년 대선에 어떤 공약을 새로 내놓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이었다. 사실 이에 대한 답변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지금까지 비슷한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 정치인들이 내놓은 대안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년이 되면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나 청와대 이전, 대통령의 사적관계에 대한 철저한 정리 등이 정당과 정치인들의 새로운 약속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무엇을 없애거나 더 도덕적이겠다는 선언을 한다고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은 실제로는 해체되지 않았고 오히려 관료조직은 더 커졌으며 한편에서는 최근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해경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졌다. 따라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이후 정치개혁의 대안은 청와대 부속실을 폐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위임받은 권력이 시민들의 의지와 별도로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 게이트는 연설문을 손보거나 사적이익을 추구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대기업들에서 자금을 모금했고 이를 대가로 기업들의 민원을 매우 꼼꼼하게 들어줬다. 그것은 각종 노동기본권에 대한 후퇴이고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호였다. 국가 차원의 전략육성산업이라며 문화산업을 치켜세우고 그것을 통해 사적이익을 꾀했다. 그 과정에서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집행되는지에 대해서 관료제도는 오직 비선 실세들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를 감사해야 할 감사원도 국정원도 제대로 작동하기는커녕 공모했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대통령과 지인들의 비리를 넘어 민주주의 시스템의 철저한 파괴라 불러야 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그것은 시민들의 직접통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다시 세우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시민들에 의해 선출되고 위임받는 권력은 대통령과 국회다. 대통령과 청와대 권력이 시민들의 통제를 벗어나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에서 대안은 또 하나의 위임받는 권력, 즉 입법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적극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예산은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 주변의 선호에 의해 마음대로 결정되고 집행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예산법률주의의 도입과 현재 행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예산편성 권한의 입법부로의 이전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감사원 역시 더 이상 청와대 권력이 관료들을 통제하는 전가의 보도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입법부의 통제하에 실질적으로 행정부 관료제를 견제하고 감사할 수 있는 역할로 개혁되어야 한다.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이 아닌 국회 산하로 옮겨 입법부와 행정부의 비대칭적인 권력관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특검’ 이야기가 바로 나오는 것도 문제다. 특검을 하자는 것은 결국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검찰은 권력형 비리만 수사하는 곳이 아니다. 시민들의 각종 생활과 안전에 관계된 수많은 범죄수사 등에서 검찰의 일상적 역할은 더 크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검찰을 이렇게까지 믿지 못한다면 시민들의 일상적 안전과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를 위해 시민들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어야 한다. 검찰은 청와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시민들의 통제를 받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사장 직선제 등의 제도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 등의 권한을 재검토하고 더 강화해야 한다. 시민들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의 국정조사, 청문회는 특정 범죄사실을 수사하는 검찰의 역할과 그 본질이 다르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범죄만이 문제는 아니다. 비록 합법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나 실제로는 시민들의 민의와 어긋난 수많은 정책집행들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입법부의 각종 조사와 감사는 검찰의 수사보다 더 폭넓게 시민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 입법부가 더 강도 높게 조사하고 기존 정책들을 재검토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도 시민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하에서 살아가야 한다. 광장에 나온 촛불은 지금 대통령 개인의 자격을 묻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그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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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100만 촛불 민심’이 분출한 뒤 야 3당이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여왔다. 광장에서 필요로 할 때에는 뒷전에 있다가, 광장이 비좁아지니까 앞에 서보려고 어깨 밀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야 3당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그간 발끝만 바라보던 청와대와 친박이 고개를 들고 보수 진영에 반격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때 야당들이 정치적 셈을 하는 것은 몰염치를 넘어 촛불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정의당 심상정 대표(왼쪽부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야 3당 대표 회동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그나마 뒤늦게 깨닫고 자성하는 듯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어제 “지난 2~3일 사이 야권 공조에 대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약간 삐걱거렸던 야권 공조가 정상화된다”며 “이번주를 지난 시점에 야 3당 합동의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5일 합동 의원총회 등 공동행동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만나 박 대통령 퇴진을 공동목표로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검찰에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토록 촉구하며, 국정조사와 특검 추천 공조, 시민사회와 협력하기로 했다.

19일에는 제4차 민중총궐기 광화문 집회가 열린다. 야 3당은 집회 안팎에서 촛불에서 드러나는 민의를 부족함 없이 대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 정당 간, 대선주자 간 경쟁은 그 이후에나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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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정유라, 풍파를 견딜 나이가 아니다.” 최순실씨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의 한마디가 젊은 세대를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억울하게 죽어간, 정유라씨보다 한 살 어린 김군은 풍파를 견딜 나이인가?

풍파를 견딜 나이라서 삼성의 하청업체들은 20대 노동자들에게 메탄올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일을 시켜서 실명에 이르게 했단 말인가? 한 달이 멀다 하고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에서 들려오는 하청노동자 상당수가 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에 태어난 이들인데, 이들에게 불어오는 풍파는 정당한 것인가?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정반대의 측면에서 접근해보자. 삼성과 현대차 등 재벌 그룹의 2세, 3세들은 20대 초반에 본사 또는 핵심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기획실 요직은 물론 이사와 임원으로 등극하는데, 이들은 충분히 세상의 풍파를 견딜 나이라서 그런 것이란 말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이놈의 세상은 청년들에게 너무 많은 풍파를 견딜 것을 요구한다. 일자리는 부족하거나 질 낮은 일자리뿐이어서 ‘미생(未生)’을 강요당한다. 임금과 고용만 불안한 게 아니라 다치거나 죽기 쉬운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하지만 흙수저와 달리 금수저에겐 이런 풍파를 이겨낼 수단이 차고 넘친다. 억울하면 돈 없는 부모를 탓하라? 그래, 우선 금수저에겐 부모의 돈과 권력이 있다. 그런데 재벌과 관료들, 비선 실세들이 가진 권력이란 것도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거나 위임된 것이 아니다.

선출도, 위임도 안되었는데 어떻게 그들은 권력을 갖게 되었는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그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적당한 인물을 골라 선거에서 선출되도록 돕는다. 아니, 심지어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이 선출되더라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구워삶으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그리고 관료들이 합심해 만든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재벌들이 774억원을 상납한다. 최근 속속 폭로된 내용들에 따르면 재벌들의 출연은 노동개악·성과퇴출제·민주노조 말살을 정부가 추진하도록 하기 위한 뇌물이거나 수고비 성격임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또다시 구체적인 대가성이 약하니 어쩌니 하며 면죄부를 주려 하겠지만, 재벌들의 상납금은 최소한 ‘보험금’으로 볼 수 있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무려 759조원에 달한다. 774억원으로 759조원을 지킬 수만 있다면 0.01%의 보험료이니 얼마나 수지맞는 장사인가.

이런 방식으로 재벌과 관료, 비선 실세들로 구성된 ‘금수저 커넥션’이 구성되고 대를 이어 돈과 권력이 상속된다. 선거에 나서지도 않고 대중에게 검증되지도 않은 이들이 입법·사법·행정부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국정농단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11월12일 100만 촛불로 구체화된 대중의 분노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이다. 너희들이 뭔데 우리 운명을 좌지우지한단 말이냐!

재벌독재와 관료독재, 비선 실세의 독재를 뿌리뽑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헌법’ 얘기가 많이 거론되는 요즘 트렌드를 따르자면, 한국의 헌법이 이런 독재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해둔 조항이 2개 있다. 하나는 헌법 제21조가 규정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 제33조에 따라 노동조합을 만들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권리이다.

노동자와 시민은 100만 촛불의 형태로 집회결사의 자유를 발동하고, 저항의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 국면으로 노동조합 결성과 단체행동이라는 권리를 발동시킬 차례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민중총궐기의 중심축에 민주노총이 서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민주노총은 오늘 11·12 민중총궐기에 이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파업을 결의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한다. 재벌독재, 관료독재를 끝장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노동조합이라는 사실을 2000만 노동자와 5000만 국민에게 보여줄 것이다.

이것은 출발점일 뿐이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고작 10%다. 노동자 10명 중 1명만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이렇게 낮은 조직률을 보이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다.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 징계, 고소고발 등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불법이 아니냐고? 검찰과 관료들은 재벌과 사장들을 처벌하지 않는다. 재벌과 사장, 검찰과 관료가 함께 ‘금수저 커넥션’을 구성하고 민주노조 말살과 노조 탄압을 눈감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100만 촛불의 여세를 이어갈 노동조합 결성의 물결을 만들어갈 때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금수저들은 풍파를 이겨낼 많은 수단이 있지만, 헬조선에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우리에겐 촛불과 함께 노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청년들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풍파!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그 풍파를 이겨낼 힘이 생긴다. 저임금도, 비정규직의 고통도, 위험의 외주화도, 노동조합의 힘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오늘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지만 시험지에도, 수험과목에도, 노동조합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제 학교에서도 노동조합을 가르치게 해야 한다. 교사들도 나서고 학생들도 함께 요구하자. 100만 촛불과 노동자들의 총파업이라는 살아 있는 역사의 실천을 통해 민주주의와 노동조합 힘의 크기가 비례한다는 점을 보여줄 때이다.

박근혜 퇴진! 노동조합과 함께!

오민규 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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