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해당되는 글 182건

  1. 2016.11.02 [사설]청와대 정문 무시로 출입한 최순실의 대통령 행세
  2. 2016.11.02 [사설]최씨 언니·동생·조카 등 최씨 일가가 이 나라를 뜯어먹었나
  3. 2016.11.01 [시론]역사의 심판을 받겠는가
  4. 2016.11.01 [사설]우병우 대신 최재경인가, 여전한 대통령의 검찰통제 발상
  5. 2016.11.01 [사설]새누리당 지도부는 수습할 권위를 잃었다, 즉각 물러나라
  6. 2016.11.01 [사설]국정 주도권 쥐려는 박 대통령, 수사받는 게 우선이다
  7. 2016.10.31 누가 정상이고, 누구의 혼이 비정상인가
  8. 2016.10.31 대통령 박근혜
  9. 2016.10.31 [기고]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10. 2016.10.31 나도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싶다
  11. 2016.10.31 [여적]말문이 막혀
  12. 2016.10.31 [사설]범죄혐의 청와대, 무슨 명분으로도 압수수색 거부할 수 없다
  13. 2016.10.31 [사설]최순실 돌연 귀국 등 행동통일, 조직적 은폐의 사령탑 있나
  14. 2016.10.28 [정동칼럼]강남으로 이전한 청와대와 무늬만 대통령
  15. 2016.10.28 [사설]대통령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새 총리가 중립내각 이끌라
  16. 2016.10.28 [사설]나라 망치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청와대·최순실 패거리
  17. 2016.10.27 [기고]진실 뒤의 정치
  18. 2016.10.27 [김종철의 수하한화]그들은 뭘 하고 있었나
  19. 2016.10.27 [녹색세상]정의 없는 국가는 강도떼다
  20. 2016.10.13 [사설]국·과장까지 내쫓았다는 대통령 권력 사유화 의혹

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에 앉아 ‘11문(정문)’을 통해 검문 없이 오갔다는 것이다. 장관들도 출입증 제시와 얼굴 대조를 거친 뒤에야 진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하니 최씨의 위세는 장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법과 시스템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사적 인연에 의한 통치를 행한 것이며 이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공동 정부’였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2일 (출처: 경향신문DB)

최씨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을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온갖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로 올라오는 각종 기밀문서들을 훑어보고 직접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그동안 현 정부에서 장관들의 대통령 대면보고가 차단돼 있으며 이는 매우 비정상적이란 우려가 높았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일 국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는 11개월 동안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관련 부처 책임자와 교감이 가능한 대면보고의 중요성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관들과의 대면보고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전화 한 통으로 빨리빨리 하는 게 편리하지 않으냐는 이유를 댔다. 그런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는 무시로 청와대를 드나들도록 허용했다는 소식은 정말로 경악스럽다. 최씨와 국정을 상의하고 있으니 장관들과 논의할 시간은 불필요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청와대는 최씨의 과거 출입기록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각종 의혹에 대해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나라를 위해서 좀 냉정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것은 정말 무책임하다. 사실이 아니라면 떳떳하게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최씨가 언제 청와대를 출입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최씨가 자주 청와대를 드나든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돌았다. 친박 실세들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마땅히 최씨를 멀리하도록 대통령에게 진언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친박 실세들은 대부분 최씨 전횡을 몰랐다며 잡아떼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만 누리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정말 후안무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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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이어 그 언니 최순득씨와 조카 장유진씨(장시호로 개명)도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 자매와 매주 만나는 한 지인은 “최순실은 최순득이 지시하면 그대로 움직이는 현장 반장이며, 최순실을 비선 실세라 하는데 최순득이 숨어있는 진짜 실세”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테러를 당한 뒤 요양했던 곳도 박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최순득씨 집이라고 한다. 최순실씨의 브레인이 장유진이며, 그가 국정농단의 핵심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씨 모녀의 호가호위도 모자라 일가족이 나랏일을 주무르고 있었다니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영국 가디언은 “굴착기 운전자가 대검찰청 청사로 돌진했다”는 내용까지 보도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최근 제기된 의혹을 보면 이번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태민씨 일가 국정농단’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새로 불거진 의혹은 지난 6월 설립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최씨의 조카 장씨의 역할과 관련되어 있다. 영재센터는 1년 새 6억7000만원의 정부 예산을 챙겼고 이 과정에 장씨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기존 단체와 기능이 중복되는 데다 실적이 없는 단체에 이런 큰 금액이 지원된 것은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장씨는 1300억원이 투입된 강릉 빙상장의 사후 활용계획 등에 관여했다는 말이 나온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에까지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최순실씨의 첫째 언니의 아들 이모씨는 최씨가 쓰던 태블릿PC 명의자인 김한수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고교동창이다. 김 행정관은 최씨를 이모라고 불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씨가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3급이 된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의 권력을 공유했던 셈이다.

박 대통령의 영적 지도자였던 최태민씨의 가족은 이제 40년 가까운 박 대통령과의 친분과 배경을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이권까지 챙겼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최씨 자매 재산의 출발점이 과거 육영재단에서 횡령된 돈이라는 의심마저 나오고 있다. 이들 가족이 13조원에 달하는 평창올림픽의 이권에 개입하려 했다니 다른 곳에서 또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국가 예산을 제 곳간처럼 여긴 최씨 일가라면 못할 일이 무엇이었을까.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장씨가 보름 전 국가대표 출신 모씨에게 전화를 해서 (장씨가 한 일에 대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했다. 검찰은 서둘러 의혹에 연루된 최씨 가족들을 찾아 소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국정농단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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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은 온 세계의 모순을 걸머진 화약고가 되어 있다. 우리는 식민지 경험에 이어 분단구조 아래에서 독재정권을 겪으면서 빛나는 민주화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런데 보수반동 정권이 연달아 들어서서 모든 걸 뒤엎어 놓았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 갈등과 분열의 양상이 온 사회에 걸쳐 짙게 깔렸다. 무엇보다 인사정책을 보면, 고위 공직자를 불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요리조리 병역을 기피하고 출세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채웠다. 게다가 무슨 은혜를 갚는다고 해 자신의 선거캠프에 있던 사람이나 곁에서 아첨하는 인사를 골라 요직에 앉혔다. 이는 바로 족벌주의나 환관정치로 추악한 권력의 남용이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울먹이고 있다. 이석우 기자

다음. 재벌에게 법인세 인하 등 온갖 특혜를 주고 노동자의 권익을 짓밟았으며 민주인사를 종북좌파로 몰아붙여 숨을 죽이게 만들었다. 남북대화는 파탄을 가져왔으며 사드 배치 문제로 인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를 두고 단돈 10억엔을 받고 마무리 짓는 해괴한 일도 벌였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막고 고사하게 만들었고 시민단체의 활동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마침내 ‘박근혜 게이트’(최순실 게이트는 틀린 말)가 곪아서 터졌다. 양식이라고는 한 푼 없는 무식하고 사이비종교를 받드는 최순실이라는 간악한 여인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막후에서 국정을 농단하다 못해 기업인에게 강요해 비리재단을 만들고는 사유화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9세기 끝 무렵, 고종과 민비는 진령군이라는 무당에게 빠져 국고를 탕진하였고 진령군은 그 위세를 업고 온갖 이권을 차지하고 재물을 갈취한 게 100여년 전에 일이다. 추악한 권력이 현대 민주정치 제도 아래에서 재현되었다.

하나 더 있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지정하고 건국절을 새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세계 민주국가에서는 교과서를 검인정이나 자유 채택제로 선택해 역사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르치고 있다.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는 국가는 현재 김일성 교조를 강요하는 북한과 종교교육에 충실한 이슬람권 국가뿐이다. 또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지정하는 건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하고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작업이다. 왜 이러는가? 이승만 때문인가, 박정희 때문인가?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일대와 전국 여러 곳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일어나 박근혜와 최순실을 규탄하고 ‘박근혜 하야와 탄핵’을 외쳤다. 이 기세대로라면 동학농민혁명과 3·1운동, 4·19혁명, 6월항쟁이 다시 일어날 분위기이다. 오늘날 그런 사태가 일어나야 모순의 사회를 바로잡고 국가 기강을 세우며 역사의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승만은 하야하고 박정희는 살해당하고 전두환은 감옥에 가지 않았는가?

지금 여당에서는 비리에 연루된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하고 대통령의 중립을 보장한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게 그 해결 방법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어림없는 해결책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중심제이므로 그 권한을 어떤 편법으로 어떻게 분산하든 박근혜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미봉책을 국민 정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양식 있는 인사는 그런 자리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 봐야 그 나물에 그 밥이 되고 말 것이다. 너무나 썩어 문드러져서 어지간한 집도로는 치유가 불가능하다. 이를 푸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독재의 향수를 잊고 일대 결심을 굳혀 이 사회의 비리와 갈등을 풀어가는 것이다. 편중 인사를 전면 철폐하고 양식과 청렴, 전문성과 능력을 헤아려 공직자를 임명하고 환관과 같은 간상모리배를 제거하는 기풍을 만든다. 재벌의 특혜를 막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저소득자의 권익을 보장하며 남북의 대화 물꼬를 트고 반민주적 국정 교과서를 철폐한다. 그러고 나서 참된 민주가치가 무엇인지, 소득 불균형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처절한 성찰을 해야 한다. 이를 해내지 못한다면 마지막으로 사퇴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명시한 최고 통치자다. 통치자는 용기와 결단력과 판단력이 있어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자질이 모자라면 물러나는 것이 국가를 위해 현명한 선택이다. 하야를 선택하라. 일시의 혼란은 긴 역사에 비추어 보면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터지는 둑을 미봉으로 막으려 하다가 정작 둑이 터지고 나면 모든 게 쓸려간다. 그때는 개인도 나라도 그르친다. 박근혜 대통령의 준엄한 자기 성찰과 결단이 요구된다.

루이 16세는 거대한 프랑스 혁명의 노도(怒濤)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단두대에 올라갔다. 이게 역사의 교훈이요, 심판이다.

이이화 |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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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수리한 후 후임 민정수석에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임명했다. 이원종 비서실장,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수리했지만 박 대통령은 홍보수석과 함께 민정수석부터 인선한 것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두고 우병우 민정수석이 담당하던 자리에 또다시 검찰 간부 출신을 앉힌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인사다.

특히 최 신임 수석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정치검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2007년 새누리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결정부터, MB 내곡동 사저 땅 헐값매입 사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에서 정치검사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는 인품과 수사력 모두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는 검사라는 긍정 평가도 있다.

최 민정수석 카드가 부적절한 이유는 단지 그의 과거 이력이나 여권 인사들과의 특수한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현재 국정난맥상을 초래한 장본인인 우병우 민정수석 후임에 또다시 검찰 간부 출신을 임명한 것은 주권자들이 바라는 인적쇄신과 정반대로 간 것이다. 청와대 비서진 중 가장 중요한 자리인 비서실장을 놔두고 박 대통령이 서둘러 민정수석부터 임명한 의도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최 수석을 통해 당장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우병우에서 최재경으로 민정수석이 교체됐다고 해서 검찰이 청와대 눈치 보지 않고 최씨에 대해 소신껏 수사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농단에 단호한 처벌 의지를 보이고자 한다면 검찰 개혁 의지가 확고한 중립적이고 신뢰할 만한 인물을 찾아야 했다. 민정수석은 검찰뿐 아니라, 경찰, 감사원, 국세청의 정보와 이들 권력기관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막강한 권력을 정치검사로 의심받는 인사에게 넘김으로써 다시 한번 주권자를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발상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박 대통령은 여전히 사태의 위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최재경 민정수석 임명으로 가뜩이나 신뢰하기 어려운 검찰 수사는 더 믿기 어려워 졌다. 국회는 당장 검찰을 대체할 수사 주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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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나경원 의원 등 비박근혜계 새누리당 의원 40여명이 어제 긴급 회동을 갖고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올바로 수습하려면 당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우·김세연 등 중립성향 의원 21명도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사태를 수습해야 하니 지도부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비박계 의원 40여명이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동 열어 거국내각 구성과 현 새누리당 지도부의 즉각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궤변이다. 국가적 혼란을 맞아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론 하야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을 위해 방어막을 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로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박 대통령이 지명하는 상설특검을 설치하는 등 실효성 없는 수습안을 제시하면서 시간을 번 뒤 박 대통령 체제를 복원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박 대통령의 국정 파행을 견제하라는 시민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감싸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고서 뒤늦게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당 지도부의 태도만 봐도 당을 이끌 자격을 상실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당이 할 일은 박 대통령에게 성난 민심을 전달하면서 수사에 응하도록 촉구하는 것이지만 당 지도부는 이를 굳이 회피해왔다. 어제 당내 쇄신을 요구한 의원들이 진실규명을 위해 박 대통령이 수사에 적극 응해야 한다고 입장을 모은 것과도 대비된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지금 우선 해야 할 일은 시민 앞에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석고대죄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머슴을 자처한 이정현 대표는 지난 석달 동안 박 대통령의 머슴 노릇만 했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안다. 이런 당 대표를 당의 얼굴로 그대로 두고는 새누리당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시민들이 온통 나라를 걱정하는 마당에 국정문란을 방조한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가 기득권을 지키겠다면 누가 그 당을 지지할 것인가. 필부만도 못한 공인 의식을 가진 새누리당 지도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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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국정농단에 연루된 청와대 참모진을 사퇴시킨 데 이어 총리 등 인적쇄신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31일에는 일정을 비우고 쇄신 방안에 대해 홀로 심사숙고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 공백 우려에 북핵 문제 등 주요 외교·안보 사안을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거국내각을 제안하며 구체적인 총리 후보까지 거론하고 있으며 최씨를 소환한 검찰에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최씨와 몇몇 청와대 참모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서둘러 파문을 덮으려는 심사이자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시민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울먹이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시민이 선거로 위임한 통치권을 아무런 공직도 맡고 있지 않은 일개 민간인에게 넘긴 사람은 바로 박 대통령이다. 최씨가 재단 설립에서부터 대통령 연설문, 경제, 문화 등 온갖 분야의 국정에 맘껏 개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사람이 박 대통령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가 사안의 본질이다. 시민들은 최씨가 국정 시스템을 유린하도록 허용한 박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왜 대통령이 선을 넘어야 했는지 진상을 알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진솔한 설명과 사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러질 않았다. 최씨를 둘러싼 숱한 의혹 제기를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으로 일축했고 연설문 유출의 구체적 증거가 제시되자 형식적으로 사과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의 인식은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독립적인 수사 주체가 박 대통령을 성역없이 수사하지 않는 한 진상을 파헤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라는 설득력 없는 논리로 수사를 꺼리는 현재 검찰로는 진상 규명이 어렵다. 수사는 기소 전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정부·여당은 대통령 비호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헌법학자 출신의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도 자신의 저서에서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에 해당하지 않는 죄를 범한 경우에 수사기관은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미만이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렵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하다. 사실상 국정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내치 외치 모든 국정에서 손을 떼고 이선으로 물러날 것을 선언한 다음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자신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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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방패를 돌려주세요!”

지난 29일 오후 8시40분.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 2만여명이 모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일부 시민이 대치하고 있던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았다. 근처에 있던 20~30대 시민들은 “방패를 돌려줍시다”라고 외치며 방패를 머리 위로 파도타기 하듯 넘기면서 경찰에 돌려줬다.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무금융노조가 연 '박근혜 하야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분 뒤 “당신들 프락치 아니냐. 평화롭게 해서 청와대 어떻게 가느냐”고 외치며 시민들의 행진을 막아선 의경을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에도 많은 시민들이 “때리지 맙시다” “폭력으로 충돌 일어나지 않게 서로 어깨동무 합시다”라고 말하며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물리적 충돌을 막아냈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해산하기 시작한 밤 10시쯤에는 흰색 대형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 여기 버려주세요”라고 외치는 시민들도 등장했다. 그 덕택에 수많은 인파가 머물다 간 거리는 깔끔했다.

경찰은 30일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에 따라주고 이성적으로 협조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향후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준법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찰의 이례적 발표에 정부가 덧씌운 ‘불법·폭력 시위’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껏 시위를 사전봉쇄하는 데 주력하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눌러온 경찰과 보수언론의 악의적인 프레임에 갇혀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런 지적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사회 전체가 분노로 들끓고 있기에 자칫 경찰과 시민들 사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평화시위의 상징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 위법과 탈법을 서슴없이 저질렀던 최순실씨와 청와대를 상대로 시민들은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반응했다. 누가 비정상이고, 누가 정상인가.

김원진| 사회부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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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문구 그대로 ‘세상이 바뀌었다’. 우리가 알던 나라는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 뒤에 최순실이 있고, 그가 국정의 주요 사안을 컨트롤해왔다는 상상을 초월한 진실 앞에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 그리고 모욕감마저 느끼며 ‘혼이 비정상’이 될 지경이 됐다. 그동안 대통령이 내린 잘못된 판단과 결정에 분노하고 좌절해온 사람들은 자신이 ‘허깨비’를 상대로 싸워왔음에 허탈해했다.

“국민은 금치산자(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가 조종하는 세월호에 탄 느낌”이라는 한탄 속에 세월호 참사를, 개성공단 폐쇄를, 한·일 위안부 합의를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 영화감독 박성미씨는 트위터에 “가장 아픈 사실, 2014년 4월16일, 해경이고 해군이고 모두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대통령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금치산자와의 계약은 무효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역사에 대한 상식을 바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논란이 될 예정인 공무원 한국사 문제’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음 중 가장 나중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일까? ㉠빗살무늬 토기에 식량을 보관해놨어. ㉡첨성대에서 별들을 관측할 수 있어. ㉢상평통보 덕분에 장사가 편해졌어. ㉣통치자는 모든 행위를 무속 성직자에게 허락받아야 했어.”

정치사회를 이해하는 틀도 바뀔 판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한국 국정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정치학’ ‘법학’ ‘행정학’이 아니라 ‘무속학’을 알아야 한다”고 비꼬았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무속신앙에는 무속신앙으로 대응해야 하는 법, ‘시굿선언’을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책임을 묻고, 처벌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제일 경계해야 할 사람은 다 알면서 모른 척 충성하고 열매 따 먹다가 지금 비판 대열에 합류한, 여당 정치인들” “최순실한테 몰아주기 하지 말고 책임져라 새누리당”과 같은 말들이 유독 와 닿는 이유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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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기본은 공과 사의 구별이고 정직이다. 나는 일찍이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이 성공하기를 마음속 깊이 빌었다. 나는 대통령이 여자이고 독신이기 때문에 그 어느 대통령보다 진실하고 깨끗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증거물이 발견될 때까지 자신의 위법행위를 숨기고 거짓말을 하고 국민을 속이고, 자신의 개인적인 친분을 위해 국법을 어기고 기업의 목을 비틀고 학문의 전당을 짓밟는 무법자의 대부 역할을 해왔음이 밝혀지고 있다.

권력에 취해 오기와 오만과 아집으로 대통령직을 만인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군주로 착각하고 각료를 비롯한 참모 및 당·정관계를 수직적 주종관계로 추락시키고 나만이 옳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참모들의 직언을 배신으로 보복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을 지적하고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을 강조한 참모를 배신자로 낙인 찍어 정치적 살인을 시도했다. 과거 공화당 통치시절 당 사무총장이었던 고 김성곤 의원이 정부와 당의 개혁을 주장하다 배신자로 낙인 찍혀 안기부(국정원)에 끌려갔다. 살아 있는 닭의 털을 뽑듯 김 의원은 카이젤 콧수염을 생으로 뽑히는 고문을 당했고, 그는 후유증으로 얼마 안 가 억울하게 삶을 마감했다. 피는 역시 속이지 못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친분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위법 행위를 자행하며 국민을 속이는 대통령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지금 대통령은 사이비 종교의 최면술에 걸린 듯 이성을 잃었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하야로 국정 공백이나 국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4·13총선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의식과 판단, 그리고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보여준 민중총궐기에서의 시민의식, 그리고 국민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며 최순실 감시자가 된 현실을 보면 그렇다.

그리고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을 위해 조성된 800억원이라는 돈이 과거 전두환과 노태우가 조성한 비자금과 어떻게 다른지 기금조성에 대한 수사에 운명을 걸어야 한다.

검찰은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로 부패한 집권세력이 기업의 돈을 갈취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악용하는 폐습을 뿌리 뽑아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검찰임을 증명해야 한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은 정직하게 사실대로 진술해 다시는 권력이 기업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악습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한다. 닭 모가지는 비틀어도 날은 밝지만 기업의 모가지를 비틀면 보릿고개가 다시 옴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국민 모두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그리고 법이 다스리는 나라, 법치국가를 만들어 보자.

이영수 | 재이손산업(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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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 1948년 헌법이 제정될 때부터 이 조항은 있었다. 그러나 1968년에 태어난 나는 과연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었나? 최근 최순실·박근혜의 민주주의 유린 사태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자가 집권하고 있었다. 20살이 될 때까지 나는 자유의 공기를 맡지 못했다. 대학 1학년 때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1987년 12월 전두환의 친구였던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노태우의 득표율은 36.6%에 불과했다. 그런데 100%의 권력을 차지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당시 야당과 민주화운동 세력은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해서 관철시켰지만,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주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 김영삼이 집권했고,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민주주의가 조금씩 자리를 잡는 듯했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본은 지키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큰 흐름으로 보면 1987년 이후에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재벌개혁을 얘기했지만, 재벌의 힘은 더 커졌다. 언론개혁을 얘기했지만, 기득권을 가진 언론의 힘은 더 커졌다. 행정개혁과 사법개혁을 얘기했지만, 철옹성 같은 행정관료, 사법관료들의 힘은 줄어들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통치의 대상이었고, 국가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 와중에서 우리 삶은 더욱 나빠졌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예전에는 없었던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라는 단어가 일상용어가 되었다. 부와 지위의 세습 현상이 심해졌고,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수저’를 가르는 ‘수저론’이 등장했다.

급기야 어느 날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최소한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마저 무너졌다. 국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예산을 주물렀고, 인사에 개입했으며, 불법모금을 했고, 국가적인 정책 결정에까지 개입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미국의 닉슨 대통령보다 100배는 무거운 잘못을 저질렀다. 국민들이 자신에게 위임한 권력을 엉뚱한 사람들이 행사할 수 있게 한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런 사태를 알고 있었을(몰랐다면 더 문제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물러나야 한다.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대통령을 자기 당의 후보로 내세웠고, 지난 3년7개월 동안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었던 새누리당도 사죄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상황을 수습하는 수순은 이래야 한다. 먼저 야당과 시민사회가 시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연석회의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연석회의에서 중립총리·거국내각 구성도 논의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제안하는 거국중립내각은 진정한 의미의 거국중립내각일 수 없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황교안 총리와 장관들의 사퇴를 끌어내고 내각을 구성해야 진정한 의미의 거국중립내각이 된다. 새누리당은 무조건 여기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중립총리·거국내각을 제대로 세운 후에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와는 별개로 국정을 농락한 부분에 대해 거국내각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 사임과 조기 대선 실시가 불가피할 수 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임하면 60일 내에 대선을 치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중립총리와 거국내각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조기 대선을 실시해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물러나는 것으로 끝낼 상황이 아니다. 이런 일을 겪고도, 비민주적인 정치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제2의 박근혜, 제2의 최순실이 나올 수 없는 정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연석회의는 거국내각 구성 등의 현안뿐만 아니라 정치개혁도 논의해야 한다. 논의해야 할 정치개혁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대부분의 정치 선진국이 택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가 잘되고 부패가 없으면서 높은 행복도를 보이는 국가들은 대부분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이 배분되는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존재하는 이상, 결선투표제도 도입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제도를 바로잡는 것은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전제조건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헌법 개정이다. 지금처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체제로는 헌법 1조 1항의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없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 과정을 거쳐 보다 민주적이고 분권화된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리하면, ‘중립총리·거국내각 구성 → 조기 대선 → 선거법 개정 → 헌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2의 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물론 권력을 가진 쪽에서는 저항할 것이다. 거대야당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수록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싶은 시민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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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망찰’이라는 말은 정신이 얼떨떨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어다. 황망한 나머지 얼굴이 바래지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 때 곧잘 쓰인다. 시쳇말로 ‘말문이 막히는’ 지경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된 뒤 수상 여부에 대해 침묵하던 밥 딜런이 엊그제 한림원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상을 받을 거냐고요? 당연하죠”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의 묵묵부답에 대해 “그 뉴스가 나를 ‘말문이 막히게(speechless)’ 만들었다”고 했다. 흔히 말문이 막히는 것은 놀라는 경우다. 딜런의 말문 막힘은 놀랍고 믿기 어려운 소식에 대한 영광의 여운일 테다. 반면 한국 시민들은 딜런과 정반대로 믿기 힘들 정도로 화나는 소식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최순실씨가 2014년 11월3일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의상실에서 녹색 재킷을 들어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일주일 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TV와의 인터뷰 때 이 옷을 입고 있다. TV조선 화면 캡처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의견을 묻고 도움을 받는’ 정도로 설명했지만 연설문 수정은 말할 것도 없고 주요 인사 개입, 문화·체육 분야는 물론 외교·안보 정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또 깊숙하게 이뤄진 국정농단 의혹에 숨쉬는 것조차 힘겨울 지경이다. 박 대통령을 두고 최씨의 ‘꼭두각시’ ‘아바타’라는 표현이 예사로이 쓰이는 현실이다. 사태 이후 모르쇠로 발뺌하는 청와대 비서관들의 모습, 그 와중에도 “대통령이 가장 힘들 것”이라며 머리를 조아리는 얼빠진 모습도 말문을 잃게 한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두고 사교(邪敎) 얘기가 나돌고, 최씨의 남자는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보도까지 떠올리면 우리가 숨쉬는 한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도널드 트럼프의 성추문 폭로 등 막장 드라마로 치닫던 미 대선을 “그들(트럼프 진영)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힐러리 클린턴 진영)는 품격 있게 간다”는 말로 정리했다. 이후 이 표현은 미 대선의 상징어가 됐다. 최순실 사태를 어디까지 봐야 하고, 실망해야 할까.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단지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한국의 비극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우두망찰 상황에서 품격을 지키며 담대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최씨의 막장 드라마를 끝내고, 시민의 분노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사태의 직간접 당사자인 대통령에게 오롯이 달려 있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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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씨와 연루된 청와대 참모진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실패했다. 최씨가 국정을 맘 놓고 주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 대통령과 청와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의 대상일 뿐이다. 국가비밀 보호 운운하며 검찰과 대치하거나 협상을 벌일 위치에 있지 않다. 시민들의 더 큰 저항을 부를 행태만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을 유출한 것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은 지난 29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청와대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청와대는 법률상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며 자료 제출로 맞섰다. 검찰은 자료가 부실하다며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30일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공무상 비밀이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에 비밀문서가 보관돼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청와대 논리는 코흘리개에게도 통하지 않을 망발이다.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 주요정책 등 극도 보안이 요구되는 자료가 흘러가도록 도왔고 그가 청와대 인사권까지 휘두를 수 있도록 방기한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말이 안된다. 민간인 최씨의 권력이 검찰 수사권보다 센 것이냐는 질문에 무어라 답할 것인가. 최씨의 국정농단은 과거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권력형 비리와 차원이 다른 전례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 탄핵을 요구하며 분노를 분출하고 있는 것도 바로 대통령이 몸통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검찰의 수사의지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고발이 이뤄진 지 27일 만에야 수사에 나섰고 청와대 눈치만 보다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은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자료 협조에 소극적이라며 청와대에 목소리를 높이다 돌연 “청와대가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갈등 진화에 나선 건 청와대에 굴복한 것과 마찬가지다. 안 수석과 우 수석, 문고리 3인방이 30일 물러났기 때문에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이들이 사용했던 청와대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청와대의 증거인멸 시도를 도와주다간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아도 시민은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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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은거해온 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어제 오전 극비리에 귀국했다. 최씨의 측근으로 중국에 머물던 ‘문화계의 황태자’ 차은택씨도 “귀국해서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권력을 등에 업고 장관 인사와 국가예산, 재벌기업을 주무르며 국정을 농단한 두 사람이 서로 입을 맞춘 듯 조기 귀국으로 선회한 것이다. 특히 두 사람이 돌연 귀국의사를 밝힌 지난 28일 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에 대해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지시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다음날 청와대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누군가에 의해 짜인 각본처럼 국정농단 비리의 두 주범과 청와대, 검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30일 오전 최순실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극비 입국하는 장면이 한 시민의 휴대폰 카메라에 찍혔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일사불란함이 ‘성역없는 수사’보다는 ‘파문 축소’에 맞춰진 듯 석연찮은 행보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고도 압수수색 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이틀 연속 입씨름만 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그사이 청와대 비선 실세로서 특권을 마음껏 누리던 최씨는 극비리에 입국해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검찰이 알고도 봐준 것인지, 모르고 있다 놓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최씨는 입국 직후 변호사를 통해 검찰에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고 검찰은 곧바로 ‘오늘은 소환하지 않겠다’고 호응했다. 최씨 측과 검찰 수뇌부가 귀국 전에 사전 교감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최씨의 돌연 귀국과 일련의 움직임이 진상규명을 위한 자발적 행동이라기보다 조직적 은폐를 위해 이번 사태를 지휘하는 사령탑이 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하루라도 빨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해 ‘말맞추기’나 ‘증거은폐’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적거리던 검찰의 수사 태도를 보면 여전히 권력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최씨는 구체적 증거가 드러난 국가기밀 유출 등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최씨는 여전히 검찰 조사에서도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각본도 짜였을지 모른다. 그동안 검찰은 항상 박 대통령이 제시한 ‘수사 가이드라인’에 맞춰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박 대통령과 검찰이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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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세간에 회자된 모든 의혹이 속속 근거 있는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권력서열에 관한 얘기, 연설문 수정 의혹, 십상시와 팔선녀 등등. 비서실장만 몰랐던 듯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못 박아 부정했지만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명명백백한 증거가 노출되기까지. 역사의 시계가 ‘잃어버린 몇 년’ 정도가 아니라 지금 우리를 봉건시대로 되돌려 놓고 있다. 대통령은 최순실 관련 의혹 제기를 두고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로 깎아내리고, 국민과 언론의 근거 있는 의혹 제기를 비방과 유언비어, 괴담으로 매도하고 불법과 무질서로 낙인찍었다.

그러나 여느 피의자처럼 물증을 들이대니 시인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도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에게 연설과 홍보 정도 의견을 구했다는 선에서, 사과 시점까지 드러난 물증에 맞는 맞춤형 사과였다. 그러나 물증은 거기까지가 아니었다. 최씨의 비선 비서실은 의견을 구하고 옷을 골라주고 연설문을 수정한 정도가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쳐 손댄 흔적이 드러났다.

JTBC가 최순실씨 컴퓨터에서 입수했다고 24일 공개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제목 옆에 ‘신문용‘ ‘재수정’ ‘프롬프터’ 등이 쓰여 있어 대통령 발언 이전 받은 초고임을 알 수 있다. JTBC 제공

대통령의 사과로 통치자로서 능력 없음이 드러났다. 보좌진이 정비되지 않은 시기까지 절친의 도움을 받았다는 대통령의 해명은 준비 안 된 대통령임을 실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와대 비서실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하고 비선의 도움으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기에 지금 나라 꼴이 이 모양이었던 것이다.

국민에게 전할 대통령의 말씀이 아무런 공적 직책도 없어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그저 수십 년 친하게 지내온 사람에 의해서 주물러졌다는 사실에 온 국민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우리가 들었던 대통령 연설문이 공적 시스템에 의해서 완성돼 대통령의 입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었다. 국정운영 능력이나 시스템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비선 실세의 의견을 듣고 마련한 자료를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읽어 가면 고개 숙여 받아 적기 바빴던 장면이 국정운영의 모습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내 말을 따르라는 봉건영주의 독주는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행사하는 민주공화정의 모습은 아니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과 정계입문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친한 몇 사람에 둘러싸여 불통 대통령이 되어갔던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비서실이 그들의 활동공간인 강남으로 이전한 모양새다. 대통령 보고 자료가 전달돼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모임이 열리고 행정관들이 드나들고 상왕 실장인 최씨가 둥지를 튼 곳이 바로 비선 청와대 비서실이었다. 대통령 사과 당시 도열한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관들은 이름뿐이었다.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해 비선에게 국정운영을 맡긴 꼴은 대통령이 즐겨 쓰던 ‘비정상’ 바로 그 자체였다. 이토록 비선 실세가 호가호위하도록 방조한 것은 대통령이다. 국정을 농단하도록 힘을 건네준 이도 대통령이다. 특별감찰관을 해임시킨 이유가 비선 실세의 걸림돌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민정수석조차 비선 실세의 손에 의해 추천되고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하니 최씨를 포함한 비선 실세들은 날개를 단 듯 국정을 농단했다. 그러고도 최씨와의 관계조차도 부인하고 최씨와 관련한 의혹 제기를 비방과 폭로성 발언, 괴담 수준으로 치부했다. 그래서 대통령의 언어는 단 한마디도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씨알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비정상이 난무하는 비상시국이다. 비선 실세를 키워 불법과 무질서가 판칠 수 있도록 부추기고 방조한 장본인이 바로 청와대와 대통령임이 드러났다. 대통령은 경찰의 날 축사에서 ‘불법과 무질서가 용인되면 사회의 발전도, 미래도, 희망도 없다’고 했다. 그 말의 첫 적용대상자가 청와대와 대통령이 될 상황이다. 이 사태를 그대로 덮어두고 책임 있는 자의 사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발전도, 미래도, 희망도 없다.

국가지도자와 정치인은 신뢰를 먹고 산다. 법을 위반하면 법적 책임을 물어 교도소로 보내야 하고,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유권자의 심판을 받거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치적 책임이 바로 그것이다. ‘무늬만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 불신임은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를 통하든 특별검사의 수사에 의하든, 비상거국내각을 구성하든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틀 안에서 비정상이 정상화돼야 한다. 먹고 살기 바쁘고 살인적 물대포도 두려운 시민들을 더 이상 아스팔트로, 광장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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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상이 드러나면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어제 황교안 총리 주재로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었지만 아무런 수습책도 내놓지 못했다. 국정의 한 축인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 퇴진론이 분출하는 속에 친박근혜 세력까지 붕괴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물음에 탄핵 또는 하야해야 한다는 응답이 42.3%로 나와 내각·청와대 인적쇄신(21.5%)으로 마무리하자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90% 투표했던 대구·경북지역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안보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이 자초한 국정문란으로 식물정권이 되어버린 비극적인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소속 회원들이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최순실게이트에서 비롯된 국정농단 논란과 관련한 청소년 시국선언 선포 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청와대는 내주 중 총리와 청와대 일부 보좌진을 교체하는 방안을 거론한다고 한다. 안이하기 그지없는 생각이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어떤 것을 들고나와도 시민이 용납하기 어렵다. 이미 대학가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이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스스로 특검 수사를 자처하는 것이 옳다.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되면 어차피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시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부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탄핵과 하야 등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속하고도 질서 있는 국정 수습책이지 선명성 경쟁이 아니다.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은 여야가 다 참여하는 거국적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다. 여야 합의로 새 총리와 주요 장관을 뽑은 뒤 중립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내년 대선까지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어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가 리더십으로 현 체제가 유지돼서는 안된다”면서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거국 중립내각이 구성돼서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전 대표가 동의했으니 일정한 공감대는 형성된 셈이다. 새누리당도 이 국면을 회피할 생각만 하지 말고 국정 안정화를 위해 중립내각 구성에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도 중립내각을 수용해야 한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남은 임기 1년3개월 동안 최소한의 역할만 하겠다고 공개 선언해야 한다. 그게 박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최소한이나마 책임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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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최순실씨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아주 평범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이었다(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언론 인터뷰)’는 최씨의 국정농단에 어린 학생들조차 부모에게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니냐 묻고 대학가에선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외신들은 또 하나의 대통령 비서실이 한국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심각한 안보·경제위기 속에 흔들리는 국정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나라가 비상상황임에도 최씨 및 그와 결탁한 청와대 참모들이 보여주는 황당한 문제인식과 후안무치한 행태에 시민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가 26일 오후 독일 헤센주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일보 제공

독일로 도피한 최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을 신의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대통령 연설문 개입이 민주 정치체제를 유린하는 심각한 행위임에도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된 의혹과 인사 개입 의혹은 모조리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사과문에서 연설문 유출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것과 유사하다. 대통령 사과문을 가이드라인 삼아 청와대와 교감을 나눈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보이지 않는 권력을 위해 봉사한 청와대 참모진에게선 위기감과 절박감을 찾을 수 없다. 국정농단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대통령도 국민 못지않게 피해 입고 마음이 아픈 분”이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더니 27일에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에 대해 “일하는 것을 보니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제 눈엔 안 보였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대통령 보고서를 전달하고 국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조력한 정황이 있는데도 무슨 배짱으로 이런 건지 알 수가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을 끌어들이는 과정에 개입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최씨 비리를 방기한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은 과연 이들에게 일말의 공직의식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하게 한다. 청와대를 나오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면 처음부터 공직에 앉지 말았어야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빗발치는 인적쇄신 요구에 대통령이 숙고 중이니 좀 기다려 보자는 식으로 연막만 피우고 있다. 상처받은 민심을 조금이라도 치유하기 위해선 최씨를 당장 소환하고 신속한 인적쇄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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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학자 랄프 키즈는 2004년 사회생활에서 진실과 신뢰가 실종되어 부정직과 기만이 판치는 점에 주목해 <진실 뒤의 시대>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진실 뒤’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들춰 냈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롬니는 ‘진실 뒤의 정치’ 수법을 구사하며 오바마를 비판했다. 이것은 2016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행한 여러발언의 모델이 됐다. 그리고 2016년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이탈파는 ‘진실 뒤의 정치’를 내걸어 일정한 지지를 얻었고 관철됐다. 자기들이 하고 있는 짓이 남길 후과를 생각해 보지도 못한 채.

완벽한 거짓은 완벽해 보이는 진실 뒤에 숨어 있다. 그래서 우리 눈앞에 보이는 진실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진실이 숨겨지는 것이다. 미국 정치에서 ‘진실 뒤의 세계’는 2004년이나 2010년 즈음에만 나타났다고 볼 수 없다. 2001년 9·11 이후 부시 정권에 의한 아프가니스탄전쟁이나 이라크전쟁은 문자 그대로 ‘진실 뒤의 세계’의 사건이었다. 부시는 9·11을 구실로 한순간에 전쟁광들이 그렸던 세계전략을 구사했고,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고, 난민이 됐다. 이런 진실과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1968년 8월4일 베트남전쟁으로 비화된 통킹만 정보조작 사건을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정치는 종종 ‘진실 뒤의 세계’에 있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0월25일 (출처: 경향신문DB)

일본 게이오대 호소야 유이치(細谷雄一)는 “일본 정치가 이상해졌다”면서 ‘진실 뒤의 세계’에서는 ‘허위가 일상에 침투해 진실은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지금 일본의 정치 세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허위를 말해도 검증되지 않고 비판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아베의 안보정치는 야당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제 정치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거짓말을 하고 나서도 ‘과장’이라고 변명하고, ‘잘못 말했다’고 눈가림 사과만 하면 넘어갔던 것이다. 정치가 정의를 실현하는 게 아니라 허위를 선동하고 그것을 정당화하고 일상화하는 것이다. 공포를 선동하는 전략을 선택해 건설적인 정책 논쟁의 기회를 포기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헌법 개정을 거론했으나 거부 의사를 보였던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임기내 개헌 관철이라는 국면전환용 초강수를 내보였다. 개헌 이유는 논외로 치고 이런 정치변화의 주도권을 손에 쥐려는 사실의 이면에 무엇이 숨겨있는지 읽어내야 한다. ‘진실 뒤의 정치’를 강행하는 반민주주의적, 반헌법적 의도를 적나라하게 캐내야 한다. 대통령이 민생안정과 경기회복, 북핵 위기관리라는 제 할 일을 제쳐두고, 왜 국민들을 또다시 ‘정쟁의 홍수’에 빠트려 놓으려고 하겠는가? 바로 대통령 주변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덮으려는 게 아니었겠는가.

당장 한국정치에서 기만과 허위의 정치가 아니라 ‘진실 뒤의 세계’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일은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 뒤의 세계’를 없애려는 집요하고 꾸준한 정치실천, 바로 의회민주주의의 진화와 부활을 촉구한다.

허상수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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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다고 해야 하나? 황당하다고 해야 하나? 국회에 나와서 임기 내에 개헌을 주도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할 때만 하더라도 독선적인 표정이 역력했는데, 바로 이튿날 “국민들께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사과한다면서도 빤한 거짓말을 몇 마디 하고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퇴장하는 것을 보고 그걸 진솔한 사과라고 받아들일 ‘국민’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래도 늘 자기만 옳다는 독선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권력자가 저렇게 힘이 빠진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낯선, 결코 유쾌하다고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생각할수록 기괴스럽다. 국정원의 개입 덕분이든 뭐든 박근혜 정부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권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정권의 막후에서 국가운영을 사실상 조종하고 좌우해온 실질적인 권력은 최아무개라는 개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난 몇 년간 박근혜 정권이라고 생각했던 정부는 실제로는 허깨비에 불과했고, 실상은 최아무개 정권이었다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그 누구도 모르고, 아무도 그 권력행사를 위임해준 바 없는 일개 사인(私人)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배를 받고, 통치를 당해왔다는 게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을 유출한 것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떤 학자들은 그동안 한국의 대통령제를 규정하여, 삼무(三無) 대통령제라고 말해왔다. 즉 무책임, 무반응, 무소불위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일에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제 마음대로 국가를 운영하는 습성에 길들여진 최고 권력자의 제왕적 통치방식을 그렇게 불러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즉 ‘무개념’을 추가하여 ‘사무(四無) 대통령제’라고 불러야 할 형편이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로지 권력을 장악하는 데만 급급할 뿐, 국가란 무엇인지, 공과 사는 어떻게 구별되는 것인지, 대통령직이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도 없는 인물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에 나라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지금 통절하게 경험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지난 몇 년간 이 나라에는 참으로 말도 안되는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가장 가깝게는 농민 백남기의 죽음을 둘러싼 국가권력의 불가사의한 패륜행위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백남기 그분이 경찰의 무자비한 물대포를 맞고 뇌가 망가져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공권력은 굳이 부검을 하여 정확한 사인을 알아내겠다면서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유족의 마음을 갈가리 찢고, 수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부검을 하겠다는 것은 무슨 수로든 사망의 원인을 조작하여 자신들의 책임을 얼버무리겠다는 속임수라는 것은 누가 봐도 빤하다.

그런데도,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라는 형식논리를 들이대며, 이 무도하고 파렴치한 작태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리 썩을 대로 썩었다는 대한민국 공권력이라고 하지만 자기들도 인간인데 이렇게까지 반인륜적인 폭거를 행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세월호 문제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 사회에 만연한 돈밖에 모르는 풍조, 부실하기 짝이 없는 관리·감독체계, 꼭대기에서 밑바닥까지 공적 책임의식의 철저한 붕괴 등등으로, 어차피 사고는 났고, 수많은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었다. 그렇다면 국가는 마땅히 사고의 원인을 규명·조사하는 데 적극 나서거나 협력해야 했다. 그래서 국가 자신의 책임이 막중한 만큼 공정한 조사가 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 민간 특별조사기구에 의한 진상조사를 적극 돕고 성실히 뒷받침해야 마땅했다. 법률적 형식논리를 따지기 전에, 그것이야말로 국가라는 공동체가 계속 존립하려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인 행위라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보아온 대로, 이 정권은 진상조사를 돕기는커녕 끊임없이 방해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시한마저 자의적으로 정한 뒤, 결국 조사활동 자체를 강제로 종료시켜 버렸다. 사고 이후 2년이 더 넘었는데도, 그리고 지금도 광화문에서는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피눈물로 호소하며 농성 중인데도, 국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세월호’는 아직도 미스터리 속에 싸여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은 언제 해소될지 기약이 없다. 현대국가 가운데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국가권력이라는 게 대체 뭐길래 이토록 반인륜적인 작태를 계속 보여주고 있는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개성공단 폐쇄도, 사드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에게 남북 문제는 힘들고 고달프지만 어쨌든 조심스럽게 관리하여 평화를 유지하면서 궁극적으로 통일을 도모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업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자면 우리 사회의 최량의 지혜를 발굴·결집하여 최대한의 합리성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오랫동안의 인내와 용기와 지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을 이 정권은 하루아침에 폐쇄해 버렸다. 그 결과 많은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가까스로 남아 있던 남북 간 교류의 마지막 통로가 닫혀 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무모한 결정이 납득은 안되지만, 어쨌든 국가 최고 권부에서 내린 결정인 만큼 거기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논의와 숙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아무개라는 이가 국가 중대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도 그의 개입이 있지 않았을까, 모골이 송연하지만,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기서 정말 짚어야 할 게 있다. 국가운영이 이토록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사람들, 그리고 집권당 고위 인사들이라는 자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나 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직언은커녕 그저 어린애들처럼 고분고분 순종만 하면서 국록(國祿)만 축내고 있었다는 얘기인가?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이는 이번 사태의 진상이 드러나기 전에 국회에서 ‘봉건시대라면 모를까 운운’하며 최아무개라는 숨은 권력자의 권력행사를 부정했다. 하지만 지금 드러난 진상은 오늘의 대한민국 최고 권부는 옛 왕조시대보다 훨씬 더 질 낮고 무책임하고 비겁한 자들의 소굴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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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 집행이 무산되었다. 처음부터 억지였다. 사건 현장과 병원에 도착한 직후 백남기 농민의 상태, 파기해서 없다던 경찰의 ‘상황속보’는 사인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말해준다. 그런데도 경찰은 ‘병사’로 왜곡된 사망진단서를 빌미로 끝내 부검영장을 받아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수압 15바’의 물대포 위력이 어떤지 보여주었다. 수박이 깨지고, 나무판이 뚫리고, 철판이 휘어진다. 살인적이다. 사인은 더욱 명확해졌다. 불필요한 부검의 포기가 순리고 상식이다. 고인과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데도 경찰은 끝까지 영장을 집행하겠다며 유족을 위협했다.

“이미 승인을 했는데 시범적으로 해보자.” 지난 18일 환경부 장관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범’은 ‘모범을 보인다’는 뜻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시범적으로 진행돼 왔을까? 사업 승인의 핵심 근거인 경제와 환경 관련 보고서는 모두 부실·조작으로 드러났다. 경제성 분석보고서 조작 혐의로 양양군청 공무원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양양군이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과 조작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평가서를 검토한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모두 사업 불가 의견을 냈다.

24일 서울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백남기 농민 부검에 반대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행진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이어졌다. 연합뉴스

“국감에서 지적한 것 중에 팩트가 아닌 것들이 많다. 일일이 대응하면 국가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안 맞을 것 같다.” 장관의 해명은 너무나 궁색하고 무책임하다. 시범적으로 “국가 정책을 추진”하려면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필수다. “팩트가 아닌 것”에는 오히려 “일일이 대응”해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서는 ‘환경영향평가서 규정’에 따라 반려하고, 책임자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시범적으로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하지만 환경부 장관은 일단 승인이 되었으니 무조건 밀어붙이겠단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공권력과 국가 정책이란 이름으로 막가파식 행패가 횡행한다. 잘못을 덮으려는, 떳떳하지 못한 의도를 관철하려는 권력의 음습함이 피어난다. 그러나 빛은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빛나는 법. 경찰이 부검을 하겠다고 억지와 행패를 부릴수록 국가폭력에 의한 ‘외인사’라는 진실과 폭력 경찰의 실체만 더 선명해진다. 환경부 장관이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방패로 설악산 케이블카를 밀어붙일수록 사업의 부실과 조작이라는 진실만 더욱 선명해진다.

진실을 가리려고, 사건을 더 큰 사건으로 덮어버리는 짓도 서슴지 않는 권력이다. 언제는 국정의 블랙홀이라며 일축했던 ‘개헌’을 자신에게 블랙홀이 필요하자 선뜻 꺼내든다. 그러나 결국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루카복음) 드디어 ‘최순실’의 진상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정이 사적으로 농단, 농락되고 있었다. 공권력이 사권력으로 전락했다. 정치권력의 존재 이유는 공동선에 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권은 이미 자신의 존재 이유를 상실한 거다. “정의 없는 국가는 강도떼”다(아우구스티누스, 신국론). 환경부 장관과 경찰의 막가파식 행패도 우연이 아니다.

강도떼가 되어버린 권력 앞에서 세상이 온전할 리 없다. 갖가지 권력형 비리,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위안부 밀실 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시도, 화상경마도박장, 핵발전소, 4대강 사업, 가리왕산 원시림 파괴. 어지럽지만, 재앙은 계속된다. 밥쌀 수입과 백남기 농민의 죽음, 케이블카 사업으로 위기에 내몰린 설악산의 산양을 비롯한 뭇 생명들. 정의 없이, 이 땅에 평화는 없다.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현 국면을 덮을 또 다른 블랙홀을 찾아서는 안된다. 거짓으로 가득한 권력의 폭주를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는 것은 파국밖에 없다. 어제는 바로 10·26이었다.

조현철 서강대 교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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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 딸의 승마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해 좌천됐던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이 3년 만에 결국 옷을 벗었다고 한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이 지난 7월 잇따라 명예퇴직했는데, 박 대통령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문체부에) 있어요?”라며 문제 삼은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 권력 사유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번 사례야말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는 공무원을 대통령이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축출한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0월13일 (출처: 경향신문DB)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2013년 박 대통령 지인 최순실씨의 딸이 국가대표 선발 승마대회에서 2위로 밀려나자 청와대 지시에 따라 승마협회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청와대가 원하는 내용이 아닌, 승마협회의 전반적 문제가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들의 경질이 정치 문제로 비화하자 문체부는 “업무능력이 떨어져 전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을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폭로가 나오면서 외압 의혹이 사실상 정설로 굳어졌다.

청와대와 문체부는 이번에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 모두 자의로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며 박 대통령의 인사개입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을 믿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만약 외압이 없었다면, 업무능력이 떨어져 3년간 한직을 맴돌던 인사가 명예퇴직을 하자마자 스포츠 유관단체에 자리를 얻을 수 있었겠는가. 노 전 국장이 옮긴 단체는 문체부가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 옷을 벗는 대가로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줬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당초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문제로 시작된 ‘최순실 의혹’은 고구마 줄기를 방불케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제는 ‘최순실 게이트’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지경이다. 청와대가 “사실무근”을 되풀이한다고 넘어갈 단계는 지났다. 관련자들의 국회 출석과 엄정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 여당이 계속 뭉개고 검찰도 덮으려 한다면 특별검사를 도입해서라도 의혹을 남김없이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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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