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최저임금안이 지난 7월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되었다. 올 상반기 내내 이견과 갈등의 중심에 있던 최저임금 이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다양한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계와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은 OECD 최고 수준이며, 학계의 연구들에 따르면 임금 불평등이 가계소득 불평등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불평등을 완화하여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데 최저임금은 핵심적인 전략이다.

다만, 최저임금은 매우 강력한 정책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꽃인 가격을 조정하여 전국적 표준을 설정하는 정책이다. 2000만 임금노동자의 거의 25%인 500만명이 직접 적용 대상이 되고 700만 자영업자들도 영향권 안에 들어온다.

가격정책은 물가, 수요, 생산성, 복지지출, 구조조정 등에 매우 광범위한 효과를 가져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세번째)과 함께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 편의점 점주 등 퇴근길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의 퇴출과 저숙련 인력의 일자리 기회 축소라는 구조조정 효과가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의 과정은 기쁨과 환호, 분노와 좌절, 갈등과 대립의 과정이다. 90%의 승자보다 10%의 패자가 정치를 지배한다. 고통의 한계비효용이 쾌락의 한계효용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과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가격정책의 부담이 크다면 소득정책의 결합과 보완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계층의 일자리 상실과 실업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고 소득보장정책으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

2017년 사업주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3조원 지원한 것이나 근로자를 지원하는 근로장려세(EITC·Earned Income Tax Credit)를 4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근로장려세는 최저임금의 대체재 성격의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가 근로장려세 수혜자일 수 있다.

일종의 구조조정펀드인 일자리안정자금을 한시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좀비기업 과잉과 존속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자영업 감소 속도를 보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또한, 근로장려세가 차상위 계층 대상 정책이기 때문에 저임금 일자리 기회조차 어려운 가계소득 최하위 10%의 빈곤층에 대해서는 또 다른 소득보장정책이 필요하다. 기초연금 조기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최저임금의 계층별 효과를 고려하여 소득보장정책의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소득 보장 수단으로 저임금·저생산성 일자리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비전인지에 대한 고민도 제쳐둘 수는 없다.

저숙련 인력들은 저임금 일자리만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정책 이외에 저임금 일자리 개선과 구조조정의 장기적 비전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모두 급한 것은 맞다. 저임금 노동자나 자영업자, 소상공인 모두 어려운 것도 맞다. 그러나 2017년 최저임금 20.6% 인상을 추진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민주당이 2018년 6월 선거에서 패배했다.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여야 합의의 정치가 부재하고 노사 간 신뢰가 약한 사회에서 장기 시야와 정책 방향을 가지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의 장기적 전망을 가지기 위한 사회적 신뢰와 대화, 타협은 필요하다.

최저임금은 우리 경제, 산업, 노동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키를 쥔 정책 수단이다. 취약계층 고용 감소와 같은 부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나지만, 내수 확대, 일자리의 질과 생산성 제고, 산업구조 고도화, 복지지출 절약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최저임금 인상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다양한 정책 조합을 고려하고, 이해당사자들의 타협을 유도하면서 단기적으로 과잉정치화된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좀 더 장기적인 시야에서 사회적 합의와 타협으로 이끌어내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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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만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한국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올릴 계획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2015년 소비와 빈곤, 복지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최저임금이 늘어나는 데 찬성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오를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이는 일자리를 잃고, 어떤 이는 소득이 는다는 것, 즉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전체적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경험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뜨거운 감자와 같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임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일자리를 찾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임금은 하락하고, 적으면 올라간다. 그런데 대체로 비전문직 노동시장은 구직이 많다. 따라서 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이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에 정부가 개입해 최저임금을 올려 근로자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에서 결정된 임금이 효율성에 근거한 것이라면, 최저임금은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빈곤을 줄이고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오히려 실업자들을 더 양산할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1992년 미국 뉴저지에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18.8% 인상한 뒤 고용에 변화가 있는지 연구한 적이 있다. 식당 매니저들에게 최저임금을 올린 뒤 종업원을 줄였는가를 물어 통계를 냈다. 이를 근거로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는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없진 않지만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미미하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1996년 직원고용명부를 토대로 같은 연구를 한 데이비드 뉴마크는 종업원이 줄었다고 결론냈다.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6470원에서 16.4% 올린 바 있다. 2년간 인상률은 29%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손쉽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특히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유독 많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준비 없는 상태에서 감내할 수준 이상으로 오른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 지점에서 정부는 몇 가지를 빠뜨렸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역효과를 진지하게 고민했는가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서민들의 지갑이 빵빵해져서 소비가 늘고, 투자로 이어져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만을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최저임금이 오르자 소상공인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섰다. 디턴 교수의 지적대로 ‘어떤 이는 소득이 늘지만, 어떤 이는 일자리를 잃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올 들어 고용 증가는 참담한 수준이다. 연간 30만명에 이르렀던 고용 증가는 올 상반기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완대책도 소홀했다.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 연장, 근로장려세제 확대, 가맹본부와 원청업체의 갑질 근절과 함께 상가임대차보호와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관련된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대책들을 먼저 만들고 소상공인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의구심이 든다.

혼란의 핵심은 영세사업자들이 너무 많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 한국에서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는 683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5%를 차지한다. 주요 선진국(12%)의 두 배 수준이다. 그렇다고 줄어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구직활동을 하다가 여의치 않자 창업에 나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염두에 둘 것은 기존 산업에서 일자리가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라는 사실이다. 청년 일자리든, 노년층 일자리든 일자리는 대부분 새로운 산업이나 비즈니스에서 나온다. 기존의 산업은 자동화, 효율화를 통해 일자리를 줄일 뿐이다. 미래의 먹거리가 될 산업이나 비즈니스를 찾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를 통해 영세자영업자를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직장을 잃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회는 소자본으로 무리한 창업에 뛰어들게 만든다. 최저임금 사태를 보면 정부는 단기간에 모든 것을 완수하겠다는 조급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당장이 아닌 미래를 위한 대책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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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약 달성을 위해서는 내년에 2020년도 최저임금을 19.7% 인상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이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기상여금과 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서 약 20만명 노동자들의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2.4%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임대료, 재료비, 가맹비 등은 손댈 수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올라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말한다.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적절하게 반영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시 새벽 시간(자정~오전6시) 동맹 휴업을 내걸었던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16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보문동 영광빌딩 4층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방안에 맞설 공동 대응책에 대해 논의를 마치고 '나를 살려내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문제는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이 이 같은 대립적 현실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열악한 임금 현실을 개선해 저임금 노동자들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회적 합의다. 그러나 보수세력은 최저임금이 고용불안, 경기악화 등 모든 경제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나아가 저임금 노동자와 중소자영업자들 간의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고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은 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은 원청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 등에 시달리고 영세자영업자들은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에 타격을 받고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이 납품단가만 제대로 올려줘도 최저임금 인상을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영세상인들도 임대료 급등을 피할 수 있다면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경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대기업, 건물주 등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는 것이다.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저임금 노동을 통해 얻은 수익이 대기업이나 건물주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수세력이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가맹점 본사의 ‘갑질’을 막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는 외면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만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말 전도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에 요구해온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과 함께 가맹비 인하와 근접 출점 금지 확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하며 동맹휴업이나 심야 가격할증을 벌이겠다는 강경노선에서 한발 물러섰다. 소상공인들도 생존권 확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이용해 최저임금을 공격하고 있는 보수세력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이다. 보수세력이 더 이상 최저임금의 대의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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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결정하자 편의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가장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장사를 접고 차라리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 “자영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편의점 점주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르면 월 평균수익(155만원)이 아르바이트 월급(157만3770원)을 밑돌아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장도리]2017년 7월 18일 (출처: 경향신문 DB)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20일 내놓은 ‘2017년 상반기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만을 터뜨리기에 앞서 청년 알바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등 노동착취 행위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부가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편의점·패스트푸드점·대형마트 등 399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1%가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체불 사업장은 35.9%로, 5044명이 17억원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 서면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기재사항을 누락한 사업장은 절반이 넘는 56.4%나 됐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도 5.8%에 달했다. 고용주에게 최저임금을 요구하면 해고당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청년 알바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고용주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인턴계약 등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를 피해가기도 한다. 고용주가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법 위반을 이유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편의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청년 알바들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체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알바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내년 최저임금이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고, 24.4%는 ‘알바 고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정당한 임금 지급과 최저임금 준수는 고용주의 기본 의무다. 청년 알바에게 노동착취 행위를 일삼는 고용주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노동부는 철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위법 행위가 드러난 고용주를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 알바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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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초의 시급 노동 대가는 4320원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수습 기간을 적용한 최저임금 90%인 3890원이었다. 첫 아르바이트의 주된 업무는 피자를 만들어 포장하는 일이었다. 4년이 지난 2016년에는 숙련되어 당시 최저임금보다 470원 높은 6500원을 받았지만 필요 이상의 소비를 참아내는 삶은 3890원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근로계약서를 사장님과 나누어 가질 수 있었고 의자에 한 번도 앉지 못한 바쁜 날에는 1시간의 시급을 보너스로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야간수당과 주휴수당까지는 챙기지 못했다.

내가 일하던 가게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피자집이었다. 창업개설비(가맹비·교육비·인테리어비·간판비 등)부터 이따금 불쑥 내라는 광고비, 카드 수수료와 배달앱 수수료까지 나갈 돈은 한두 푼이 아니었다. 이미 계약 당시 예상했던 마진이 나지 않기 시작했는데 같은 상권에 다른 프랜차이즈 피자집 3개가 더 입점하더니 이번엔 하루 주문량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렇다고 가게 임대료를 낮춘다거나 가맹비를 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엔 사람을 줄였다. 처음엔 3명이 했던 일을 1년 후엔 2명이, 또 1년 후엔 나 혼자서 하게 되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조원들이 29일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청와대 방향으로 3보1배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어쩌다 사장님과 최저임금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그래도 사장님은 저보다 더 많이 버시잖아요!’와 ‘나도 이번 달에는 너만큼밖에 못 벌었어!’라는 내용이었다. 점점 언성이 높아질 때 우린 직감했다. 우리 입장만 우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 무렵 사장님은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어 낮엔 가게 일을 하고 밤에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일하지 않는 날엔 시민운동을 했다. 그렇게 사장님과 나는 영업이 끝나면 다른 투쟁을 시작했다. ‘각개전투’라는 말 말고는 서로 외로워지는 싸움을 설명할 수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서 알바와 사장의 고통은 ‘알바 살리자고 최저임금 올릴 거면 지금 당장 최저임금도 주기 힘든 소상공인의 생계를 책임져라’는 말로 치환된다. 이는 둘 중 하나가 적자생존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오는 몇십억원 손해와 이득이라는 단순한 숫자놀음도 이 난제의 해답이 될 수 없다. 높아진 임금이 내수경제 활성화를 불러올지 소상공인의 멸망을 불러올지는 그 어떤 경제학 논리로도 단언하기 힘들다. 그러니 이젠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높아진 임대료, 그 어떤 규제도 없이 작은 상권에 난립하는 동종 업계들간의 경쟁, 그리고 납득할 수 없는 근거조항으로 징수되는 가맹비부터 헤집어 진짜 해답을 찾아가는 논의를 시작하자.

올해도 어김없이 2018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시작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전보다 우호적인 정부가 출범했으나 작년과 똑같은 위원들이 앉아있다. 작년 협상 당시 가위바위보로 임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사용자위원의 추태가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드러났다. 구의역, 경산 CU에서 일하다 죽은 최저임금 노동자는 또 다른 노동자로 손쉽게 대체됐다. 노동자가 손쉬운 소모품이 되는 시대,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월급으로 규정하는 시대에서 생계유지도 되지 않는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시작되는 최초 노동은 일종의 낙인효과를 가져온다. 최저 인간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자존을 회복하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의 진짜 이유 중 하나다.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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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1987년에 발족했으니, 올해로 30년차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30번 결정될 동안 만족스러웠던 적이 있는가.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낮다고 평가하고 사용계는 너무 높다고 평가한다.

지난 30년 동안 노사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은 불만족스럽게 여겨졌다. 이 때문에 발족 30년차를 맞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개편하여 ‘국민이 만족할 만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사자가 참여하는 구조를 유지한 채 최저임금위원회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축이 있다. 먼저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위원들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원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위원회를 상시적 기구로 활용해야 한다.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7월 16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17년 최저임금은 올해(6천30원.월급 126만270원)보다 7.3% 인상된 시급 6천470원 월급135만 2천230원으로 결정됐다. 연합뉴스

그러나 핵심은 직접 교섭에 참여하는 노사 및 공익위원의 구성과 관련된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9인, 노동자위원 9인, 공익위원 9인 등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노사위원은 최저임금 당사자를 대표하기 때문에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노사 대립으로 매년 법정 시한을 넘기기 일쑤고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파행으로 이어진다. 결국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공익위원의 최종 제시안이 모두 의결안이 된 것만 봐도 공익위원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위원의 편향성 시비는 끊이질 않는다. 사실상 공익위원은 없고 노와 사가 9 대 18 아니냐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공익위원의 결정적 역할을 감안하면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의 실패는 공익위원제도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익위원 임명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사용자 측에 편파적인 인사들로 채워지는 구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대안으로 시민배심원을 공익위원으로 선정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배심원을 선정해 재판에 참여하도록 한다. 물론 배심원의 평결은 권고적 효력을 갖지만,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할 경우 판사는 그 이유를 판결문에 분명히 밝혀야 하는 등 일정한 제약이 있다. 국민참여재판이 시민배심원제를 채택한 이유는 국민의 일반적이고 건강한 상식과 눈높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국민 임금 하한선으로서의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시민이 직접 심판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노사·시민배심원으로 구성해 편파성 시비를 없애자는 것이다. 이 경우 노사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극단적 방식으로 표현하는 교섭안을 제시해 소모적 힘겨루기를 하기보다 배심원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최저임금은 노사와 시민이 소통한 결과라는 점에서 숙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될 수 있으며, 노사관계가 보다 성숙한 수준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정수는 더욱 내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축소할 필요가 있다. 현행 27명 구조는 실질적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위원 정수를 축소하되, 노총 위원장이나 경총 회장처럼 조합원과 회원사를 대표하는 책임성을 가진 교섭권자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 당사자인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을 대변할 주체가 참여해 대표성이 축소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위원 임기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위원 임기는 3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다선 위원은 최저임금 결정의 맥락에 대한 이해도는 높다. 그러나 필자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배석하면서 장점을 상쇄하는 단점을 수차례 목격했다. 최저임금 결정 근거나 설득 논리가 매년 똑같을 정도로 관성적이다. 위원회 논의가 관성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진 인원이 지속적으로 보강될 수 있도록 위원 임기를 2차례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법의 목적은 노동자를 위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회 구조를 잘 정비해야 한다. 조금만 손보면 훨씬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위원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최혜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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