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이후 두 달 넘도록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에 관제데모로 의심받는 탄핵 반대 시위가 대대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은 탄핵심판의 진행을 늦추는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

헌재의 심판을 통해 탄핵을 결정하는 현행 헌법의 규정은 장점이 있다. 탄핵심판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진실이 드러날 수 있으며, 탄핵이 필요한지에 대해 국민이 숙고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통령이 임명한 권력자들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에 심판 과정에서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국민은 탄핵을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헌재에서 진행되는 탄핵심판에서 국민은 숙의하는 민주주의의 주권자가 아니라, 구경꾼이 되고 있을 뿐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14차 촛불집회의 참석자들이 연사들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헌재에 의한 탄핵심판은 결정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몇 달씩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재판을 지연하려는 시간끌기 전술에도 취약하다. 탄핵심판 기간은 곧 국가권력의 공백상태를 의미하기에 이는 심각한 결점이다. 또한 국가권력의 진퇴 여부가 국민 다수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권재민이라는 헌법가치와도 충돌한다. 헌재가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독립된 권한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의 통치권력은 다수 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다시 말해 헌재에 의해 탄핵이 결정되는 것은 권력 공백의 장기화와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을 불러온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탄핵 여부를 결정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권력 공백의 기간이 지금보다 훨씬 단축되고, 민주적 정당성도 있어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종원 | 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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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금수저인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은 닮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한 줌도 안되는 지분으로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지지율 4%에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새누리당과 정치권을 쥐락펴락한다. 이정현 같은 친박계 의원들을 내세워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새누리당을 통해 입법·행정·사법부 관료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재벌 총수들은 더 심하다. 지분율이 1%도 안되지만 순환출자를 이용해 그룹 계열사 전체를 지배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에버랜드 대주주로 등극한 뒤 에버랜드 보유 지분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을 지배했다.

형제자매와 연을 끊고 산다는 점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 동생 지만씨는 “피보다 진한 물이 있다”는 말로 누나와의 관계를 표현했다. ‘진한 물’은 최순실씨다. 박 대통령 동생 근령씨의 남편 신동욱씨도 “아내가 해야 할 일들을 최순실씨가 했다. 최씨로 인해 형제간의 관계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삼남매는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가 세운 육영재단의 소유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박 대통령이 처음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1982년에는 최태민씨를 고문으로 임명했다는 이유로 근령·지만씨가 반기를 들었다. 이후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근령씨는 동생 지만씨와의 송사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재벌 2·3세들도 유산 상속 등을 놓고 암투와 소송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삼성가 이맹희·건희 형제의 분쟁, 현대가 정몽구·몽헌 형제의 ‘왕자의 난’이 과거 일이라면 효성(조현준·현문), 금호(박삼구·찬구), 롯데(신동주·동빈)의 골육상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산 다툼은 그 재산이 이들의 노력으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6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두한 재벌 총수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보고 있다. 이석우 기자

배신을 혐오하는 것도 박 대통령과 재벌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조폭 우두머리처럼 부하들에게 맹목적인 의리와 복종을 강요한다. 윤리나 도덕, 개인의 가치 판단이 끼어들지 못하게 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 비자금 등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현대차는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에어백 센서 결함과 세타2 엔진 불량 문제를 경향신문 등에 제보한 김모 부장을 해고했다. 한화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정권과 재벌의 유착을 비판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내치고, 친박이 비박을 욕하는 것과 판박이다. 배신을 혐오하는 것은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배신자를 응징하는 것은 그만큼 배신이 두렵기 때문이다. 배신자가 늘면 이들이 쌓은 성은 저절로 무너진다.

박 대통령은 검찰에 당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3개월 전만 해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생각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최고의 특수부 검사라는 평판을 들었던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민정수석으로 앉혔다. 그러나 결국 김수남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움직인 40여명의 검사들에게 탈탈 털렸다. 막강한 재벌 총수들도 검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 다양한 방법으로 검찰 수뇌부를 관리하고 수사가 시작되면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줘가며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고용한다. 하지만 검사 비리 문제 같은 것으로 검찰이 코너에 몰린 상황이라면 도움이 안된다. 검찰은 재벌의 뒤통수를 치면서 한순간에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는 신공을 발휘한다. 최태원(SK)·김승연(한화)·이재현(CJ) 회장이 그렇게 해서 감옥에 가게 됐다는 시각이 있다. 작년에는 포스코가, 올해는 롯데가 그런 이유로 검찰에 당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전직 대통령은 화합을 명분으로, 재벌 총수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사면을 받는다. 

일상의 자유로움에서 박 대통령과 재벌을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숙소에 누워 있어도 알아서 보고가 올라오고,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지시가 내려간다. 없는 듯하면서도 있고, 있는 듯하지만 확인할 수 없다. 이들은 오로지 질문을 할 뿐 답변은 하지 않는다. 누가 적어준 것을 그대로 읽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말을 하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수천만 시민이 TV로 바라보고 있는데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 이런 소소한 것까지 박 대통령과 재벌은 닮았다. 논어에 ‘인지장사 기언야선(人之將死 其言也善)’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죽음을 앞두면 선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나이를 먹어도 늙지 않고 치명적인 병에 걸려도 죽지 않는다. 스스로는 개과천선하기 어렵다. 바로 이것이 추운 겨울에도 시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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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과 곧잘 비교됐던 미국 대통령은 앤드루 잭슨(1767~1845)이다. 미국 제7대 대통령이었던 잭슨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비주류 출신이다. 정치조직을 활용하지 않고 유권자를 상대로 유세를 벌여 당선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인 잭슨의 지지계층은 노동자·농민 등 서민이었다. 하지만 주류 정치인들은 그를 ‘서부 출신 촌뜨기 대통령’으로 경시했다. 그래서였을까. 잭슨은 대통령 취임 이후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각료들을 제쳐두고 측근들과 국정을 논의했다. 이에 반발한 각료들은 잭슨이 ‘키친 캐비닛’(주방 내각)을 운영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가정에선 일반 손님은 응접실(Parlor)까지만 들이고, 친한 사이만 주방(Kitchen) 출입을 허용한다. 이에 빗대 미국 정가에선 잭슨 대통령 재임 이후 공식 내각을 ‘팔러 캐비닛’, 비공식 자문위원을 ‘키친 캐비닛’으로 부른다. 대통령에게 격의 없는 조언을 하는 키친 캐비닛은 임명직이지만 보수는 없고, 1년에 4차례 백악관에서 모임을 갖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친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장관에 임명하기 전 키친 캐비닛의 일원으로 활용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재일동포 출신 이홍범 박사 등을 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안 답변서에 ‘키친 캐비닛’이란 용어가 느닷없이 등장했다.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연설문을 고치게 한 것은 ‘국민 눈높이 자문’을 받은 것이며, 이를 속칭 ‘키친 캐비닛’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자 “미국 따라하려면 오바마처럼 세월호 참사 당일에 뭐했는지 분 단위로 공개하라”는 등의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둘(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는 치킨 캐비닛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 국민은 치킨 캐비닛에 권력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썼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순실이 ‘키친 캐비닛’이라니, 프로포폴 전담 캐비닛이었느냐”고 했다. 박 대통령은 서민 대통령으로 미국인의 존경을 받으며 20달러 지폐 앞면에 인물초상이 새겨진 잭슨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것 같다. 미국 시민이 알까 걱정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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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에서 12월에 걸쳐 한국에서 벌어진 평화시민혁명의 의미를 지금 가늠하기에는 너무 이른지도 모르다. 일단은 잠정적 진단으로 봐주시길 바란다.

 

국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투쟁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를 이끌어냄으로써 1차 관문을 통과했다. 2만명에서 시작한 집회는 매번 참가자가 늘어나 급기야 2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전국에서 참여하는 초거대 집회로 발전했음에도 순조롭게 열렸다. 정말 놀랍게도 부상자, 구속자 한 명 없이 평화롭게 순항했다. 세계가 놀랐고 우리 자신도 놀랐다. 우리는 이 세기적 평화시민혁명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왜 가능했는지 곰곰이 헤아려야겠다. 이 진지한 점검에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미래가 걸려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필자는 갖는다.

 

한국에서 평화시민혁명이 분출한 시점은 미국에서 트럼프 정권의 집권이 예정되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역학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이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혹은 개입축소정책으로 재조정되려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한국의 동향을 북한을 비롯한 미국·중국·일본 등 관련 당사국들이 예민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보수로, 배타주의로, 자국이기주의로, 인종주의로 흐르고 있지만 한국의 평화시민혁명은 정의로, 화해와 공존으로, 공동체주의로 향하고 있다. 핵무장으로 자신의 생존을 찾으려는 북한은 국정파탄과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집권자를 국회에서 탄핵하고 재판에 넘기는 한국의 평화시민혁명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사드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으로 미·일 군사동맹에 한국을 편입시키려 하지만 평화시민혁명에 부닥쳐 주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와 대북정책에서 자신에 어깃장을 놓는 박근혜 정권이 못마땅했지만 평화시민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의 중도하차가 분명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태도를 재조정하려 할 것이다.

 

간략하게 살펴봤지만 평화시민혁명은 남북한 분단대결 체제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미묘한 시기에 한반도 내부와 주변에 큰 파장을 던지면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적으로는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사태 때문에 지난 60년 가까이 지속된 박정희·박근혜 프레임의 모든 사고와 행태가 한국 국민으로부터 폐기되었다. 이제 독재와 부정부패를 저질렀으면서 반성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지배자의 군림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 혁명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아울러 이승만 이래 미국 일변도의 의존체제가 불가피하게 전환을 강요당하는 시기에 진입하게 되었다. 우리가 미국에 그렇게 하도록 요구해서가 아니라 미국 자신이 더 이상 군비확장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군사동맹을 폐기하거나 축소해가겠다고 대선 전부터 약속했다. 이 추세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전략대화는 한반도에서의 대결보다는 힘의 균형 쪽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평화시민혁명은 한반도에서의 평화공존, 교류번영을 추구하고 남북의 현상변경을 추구하지 않을 경우 양 대국의 이해와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핵 문제에서 이런 흐름에 함께하느냐가 관건이 되겠다. 남북의 대화·교류가 필요한 까닭이다. 한국은 아베 정권의 일본과 대화를 이어가되 일본의 평화운동 진영과 긴밀한 논의를 깊이 있게 나눠야 한다.

 

박근혜와 그 일파가 나라망신을 저지르고 위험에 빠뜨렸다면 평화시민혁명은 세계의 찬사를 받으면서 국격을 높였다. 평화시민혁명은 이제 한국과 한반도의 운명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내 평화를 새롭게 확장하는 데 공헌하게 될 것이다. 이 위기의 지구촌에서 한국이 평화시민혁명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기적이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와 그 일파들을 극복하고 나라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우리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이부영 |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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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에 제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반박 답변서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저지레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한 모양이다. 소가 웃을 노릇이다. 밥만 먹고 이야기만 들었다면 키친 캐비닛이라 한들 뭐라 하겠는가? 그런 거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른 무엇인가를 도모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두 사람이 한 일에 대한 적절한 비유는 키친 캐비닛이 아니라 한겨레신문이 최근 지적했듯 ‘가족기업’이다. 최순실은 남편, 박근혜는 아내라는 얘기다. ‘재산마저도 집단 운영해온 공동운명체’라고 하니, 구태여 부른다면 ‘키친 캐비닛의 대화’가 아니라 ‘베갯머리 송사’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정희 유신체제 때는 박근혜는 구국선교단이라는 거창한 조직의 대표를 맡고 최씨네는 실질적 경영자 역할을 하는 가족기업을 운영했다. 지금 최씨네가 가지고 있는 재산의 종잣돈은 이때부터 조성된 것이 분명하다. 최태민이 구국선교단을 조직하고 박근혜에게 명예총재를 맡긴 후부터 최씨네는 돈방석에 올라앉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돈을 다 냈다’는 것이 최씨네 식구로부터 나온 증언이다.

 

대통령 탄핵사건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 사유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다. 김창길 기자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 실험은 박정희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박근혜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대학교 재단을 책임지고 있던 때에도 그들의 궤적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가족기업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돈을 빼돌리는 일이다. 이들은 공공재를 개인화하는 일을 능사로 알았다. 당시에 일어났던 온갖 부정이 그러했다. 박근혜가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던 동안 대학 경영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었다. 부정입학, 경리부정, 재산매각대금의 불분명한 처리 등 문제 제기가 꼬리를 물었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비리의 현장에는 어김없이 최씨네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과 똑같은 모습의 가족기업이었다. 결국 그 일로 박근혜 재단이사장은 학원민주화 과정에서 자리를 내놓았는데, 당시의 부정비리가 최근 청와대에서 일어난 것과 복사를 한 듯 닮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은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번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직을 농단한 것이다.

 

지난 주말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육영재단과 관련한 살인 암투를 보여주었는데, 그 핵심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거기에서도 오랫동안 가족기업을 굴려온 최씨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이 구국선교단, 영남대학교, 육영재단, 그리고 청와대를 이용해 얼마나 많은 돈을 어떻게 빼돌렸는지를 이번 기회에 파악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일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닐 듯하다. 그리고 가족기업을 통해서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재산은 모두 토해 내도록 해야 한다.

 

전두환, 노태우의 부정축재에 대해 취한 방법으로 최씨네와 박근혜 가족기업의 부정축재를 환수해야 한다. 그래야 저 음험한 가족기업의 모의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분칠하는 후안무치의 민낯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앉은 곳마다 능수능란한 방법으로 돈을 빼먹어온 저 어두운 역사를 천하에 보여주어야 한다. 환수한 나랏돈은 나라에 돌려주고, 학교의 돈은 학생들을 위해 쓰도록 하고, 공익재단의 돈은 재단이 돌려받아 사회를 위해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잘못이 있었다면 그것은 최순실이 저지른 일이고 자신은 몰랐다고 탄핵소추 반박 답변서에서 재차 무고를 주장했다. 이 주장이 맞는지는 특검이 구체적으로 증거를 확인하며 밝힐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최씨네와 박근혜 가족기업의 반복적인 ‘영업수법’으로 미루어보아 박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으로 보인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머리에는 전략만 있고 성찰은 없다. 물론 그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입을 앙다물고 전위를 맡고 친박이 새누리당의 스크럼을 다시 짜며 후위를 맡아 특검과 헌재 심판을 돌파할 계획으로 보이는데,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이 저지른 동일수법 전과기록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일 |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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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꼭 열흘이 지났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 퇴진이 헌법과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당·정·청은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과 황당한 논리를 늘어놓으며 되레 탄핵민심을 짓밟고 있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헌법 위반 5건, 법률 위반 8건의 탄핵 사유를 모두 부정했다. 나아가 “최순실 등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헌재는 충분히 사실심리를 할 필요가 있다”며 탄핵심판 진행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헌재가 검찰과 특검에 수사자료를 요청하자 곧바로 이의신청을 낸 것 역시 명백한 지연 전략이다. 그러면서 “최순실 국정 관여 비율은 1% 미만” “측근비리가 발생한 역대 대통령도 모두 탄핵 대상”이라는 따위의 해괴한 논리를 들고나왔다. 정유라 친구 아버지의 현대차 납품 특혜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터무니없는 변명 일색이고 시민 상식과 거리가 먼 억지 주장이다.

 

[장도리]2016년 12월 20일 (출처: 경향신문DB)

 

그야말로 혼이 비정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순실은 키친 캐비닛”이란 주장에 이르러선 차라리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수차례 대국민담화를 통해 울먹이며 시민에게 용서를 구하던 위선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지 나만 살고 보겠다는 ‘막가파’식 태도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원내대표에 이어 비상대책위까지 접수하려는 ‘도로 친박당’의 당권 장악 시나리오를 착착 진행 중이다. 친박계 추대와 지지로 뽑힌 신임 정우택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내년에 진보좌파가 집권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했다. 또 좌파, 색깔론 타령이다. 어제는 비대위원장을 놓고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람은 곤란하다”며 ‘유승민 불가론’을 폈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 위반과 범죄행위의 실질적 공범이고 부역자 집단이다. 대통령과 함께 친박도 탄핵당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석고대죄하기는커녕 여전히 대통령을 감싸며 한 줌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니 아예 민심과 담을 쌓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참으로 뻔뻔스러운 정당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마찬가지다. 황 대행은 연일 지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보를 하고 있다. 황 대행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고, 임시로 과도기를 이끄는 탄핵 시기 국정의 관리자에 불과하다. 대통령과 동반퇴진해야 할 총리가 속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마치 선출된 대통령이나 된 듯한 오만한 행동을 하고 있다. 늦게나마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여권의 일사불란한 일련의 행태는 당·정·청이 합심해 지지자들을 끌어모아 계속 정권을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으로 보인다. 촛불민심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여권의 반격이 가능했던 데는 야당의 책임도 크다. 야당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국정농단 세력의 발호 움직임에도 우물쭈물하며 허송세월했던 게 사실이다.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자중지란에 빠져 시민들을 답답하게 한 바 있다. 시민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는 모습을 보는 것도 한두 번이다. 시민의 뜻은 신속하게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다.

 

야 3당은 촛불민심을 수렴해 구체제를 청산하고 시민들이 요구한 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말뿐이 아닌, 진짜 수권정당의 능력을 보여줄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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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의 한 장면을 펼쳐보자. 백정인 꺽정이는 양반인 덕순이와 죽이 좀 맞는 편이었다. 하지만 서로 존대와 하대를 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 차별을 순순히 받아들일 임꺽정이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 존대와 하대에 대해 논쟁이 오가던 중, 머리 깎고 병해대사가 된 갖바치 선생이 꺽정이의 성정을 좀 다스려 보려 한다. “우리말에 층하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겠지. 그렇지만 어른 아이는 고사하고 양반이니 상사람이니 차별이 있는 바에야 말이 자연 그렇게 될 것 아닌가.”

 

계급 차별을 없애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꺽정이의 반론에 대해 병해대사는 이렇게 논리적으로 응수한다. “벌써 영 내리는 사람과 영 받는 사람에 차별이 있지 아니한가.” 그러나 순순히 물러설 임꺽정이 아니다. “못쓸 차별을 없애려면 영을 내릴 사람이 있어야지요.” 설령 영을 내린다 한들 그 차별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겠는가? 그러자 결국 임꺽정은 본인의 명성에 걸맞은 대답을 하고야 마는 것이었다. “영을 아니 좇는 놈은 깡그리 죽여버리면 될 것 아니오.” 병해대사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대화는 마무리된다.

 

이 대화에서 임꺽정과 병해대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 우리는 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영 내리는 사람’과 ‘영 받는 사람’ 사이에 차별이 없다. 그게 바로 민주공화국의 본질이다.

 

우리 대한국민은 모두 같은 법의 지배를 받는다. 차별적 특권 계급의 존재는 용인되지 않고, 모든 이는 법 앞에서의 평등을 누리며 동시에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리고 그 법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입법부에서 만들고, 행정부에서 실행에 옮기며, 사법부를 통해 갈등을 법적으로 해결하도록 되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영 내리는 사람’과 ‘영 받는 사람’은 결국 동일하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와 결합된 법치주의의 핵심인 것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보자. 박근혜 게이트는 왜 문제인가? ‘민주적 법치주의’의 근간이 되는 믿음을 뒤흔들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영 내리는 사람’과 ‘영 받는 사람’이 궁극적으로는 동일하다는 가정을 깨뜨렸다는 말이다.

 

이것은 단순한 비리 사건이 아니다. ‘선출된 권력’ 박근혜의 뒤에 ‘선출될 생각도 없었던 권력’인 최순실 일당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설령 최순실이 ‘착한 비선 실세’였다고 해도 사안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국민은 박근혜를 뽑았지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다. 그러므로 최순실이 기밀로 취급되는 대통령 연설을 주무르고, 온갖 인사에 개입한 것은, 그 자체가 민주공화국의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는 법의 지배를 ‘당하는’,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복종’하는 임꺽정 같은 신분사회의 피지배계층이 아니다. 우리는 울화가 터진 꺽정이처럼 “영을 아니 좇는 놈은 깡그리 죽여버리”는 식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헌법, 법률, 조례, 규칙 등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움직이고, 필요하다면 유권자를 대의하는 기관인 의회에서 법규를 바꾸거나 새로 만든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의 뜻이 아니라 ‘비선 실세’의 뜻에 따라 나라를 운영하고 있었으니,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그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그러므로 혁명이 아니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적 법치주의의 근본 원리가 온전히 작동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그 어떤 ‘민란’이나 ‘혁명’보다 급진적인 사건이다. 드디어 우리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정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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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려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즉각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기 위한 선거가 실시된다. 헌재의 결정 시점에 따라 대선시기가 달라질 수 있고, 대선후보로 나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퇴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정치일정은 매우 급박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받게 될 현시점의 대통령기록 처리와, 실제 탄핵인용이 될 경우 대통령기록 이관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대통령기록 파기와 멸실이 우려된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기록관의 장은 대통령 임기종료 6개월 전부터 이관 대상 대통령기록물의 확인·목록작성 및 정리 등 이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정상적으로 임기를 종료한다면, 2017년 8월25일에 대통령기록 이관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이 인용되면 법에서 명확한 이관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현시점에 청와대가 대통령기록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이관에 협조적일지도 매우 우려스럽다. 최순실 특검법 수사대상 1호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청와대 관계인이 민간인 최순실 등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하거나 외교·안보상 국가기밀 등을 누설하였다는 의혹사건’이다.

 

세종시에 위치한 대통령기록관 4층에 역대 대통령 선거 당시 사용됐던 벽보와 유세사진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특검법에 문건 유출에 관한 수사를 명시하고 있으니, 증거자료로 활용될 대통령기록이 파기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현재 특검 및 대통령기록관은 청와대에서 생산된 대통령기록에 관한 어떤 법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실제 대통령기록을 전달받은 최순실은 지난 10월 독일 도피 기간 ‘더 블루케이’에서 사용하던 컴퓨터 폐기를 지시했고, 측근들은 컴퓨터 5대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뒤 망치로 파기했다. 만약 이런 일이 청와대에서 일어나면 체계적인 수사도 힘들 뿐만 아니라 어렵게 시행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물법도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

 

따라서 특검과 대통령기록관은 위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우선 박영수 특검은 대통령기록관의 협조를 얻어 박근혜 정부 대통령기록 생산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 현재 대통령기록물법에는 청와대가 대통령기록물의 원활한 수집 및 이관을 위하여 매년 대통령기록물의 생산현황을 대통령기록관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기록관은 이 통계를 박영수 특검과 공유해야 하며, 통보되지 않은 대통령기록에 관한 실태 파악에도 나서야 한다.

 

다음으로 현재 청와대 대통령기록에 대한 파기 및 증거인멸을 하지 못하도록 특검은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수사과정 중에 대통령기록의 파기 등이 확인되면 ‘증거인멸죄’ 등이 아닌 대통령기록물법 무단파기 등으로 기소한다는 의지를 피력해야 할 것이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실효성 있는 처벌을 하기 힘들었으나, 대통령기록물법상 무단파기죄는 ‘10년 이하 징역’으로 강력한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이 실현되면, 대통령 이관에 관한 현 정부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 법에서는 기록 생산기관이 폐지될 때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의 장은 지체 없이 그 기관의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 청와대 전체의 직무가 마비될 수 있어, 기록 이관 절차를 이행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통령기록관은 인용결정이 난다는 가정하에 대통령기록물을 인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최순실 국정농단을 드러낸 것도 대통령기록이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겨둔 비망록이 얼마나 큰 증거로 활용되고 있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 이렇듯 대통령기록은 박근혜 정부의 수많은 문제점을 보여줄 수 있는 ‘사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생산된 대통령기록을 향후 역사적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보호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전진한 ‘바꿈’ 상임 이사·알권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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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는 여러 가지 눈물이 있다. 기쁨의 눈물, 억울한 눈물, 겁먹은 눈물, 회한의 눈물, 고통의 눈물, 웃음 끝의 눈물, 마지막 숨을 몰아쉰 눈물, 웃픈 눈물, 거짓 눈물….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상황에 맞춰 이름을 짓자고 하면 세상에는 사람들 생김새만큼이나 많은 눈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날의 눈물은 어떤 눈물이었을까. 지난 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날이다. 남보라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그는 오후 4시53분 청와대 위민1관 영상 국무회의실에 입장해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 신분’이란 껍데기만 갖게 된 그는 4분54초간 모두발언했고 우리는 TV로 이를 지켜봤다.

이후 TV로는 볼 수 없는 비공개 간담회가 이어졌다.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자리였을 것이다. 그는 국무위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 악수하며 개별 인사를 나눴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황교안, 유일호, 이준식 등 국무위원들과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끝내 모두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영국 BBC방송이 9일 페이스북 계정에 ‘박근혜가 탄핵안 가결로 한국 대통령직에서 축출됐다’는 문구와 함께 박 대통령의 사진을 올렸다. BBC 페이스북

우리는 최근 그의 눈물 몇 가지를 기억한다. 지난 1일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35일간의 칩거를 깨고 화염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한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점포 839곳 중 679곳이 소실된 곳이다. 소실된 점포 가운데는 2005년 당시 화재로 빚을 지고 아직 그 빚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들도 있다.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 상인들의 피눈물이 뚝뚝 떨어진 자리다. 무엇을 위한 방문이었는지 그는 10여분간 일부 지역을 둘러본 뒤 시장을 빠져나왔다. “청와대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지난달 4일의 눈물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2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다. 올해 최대 유행어를 낳은 이날 담화문에서 그는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며 눈물을 보였다.

좀 더 시간을 돌려보자. 2년7개월 전 2014년 5월19일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9일 만에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된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다. 그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두 줄기 굵은 눈물을 흘렸다. 또렷이 정면을 응시한 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비장한 목소리로 희생자들을 호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감사합니다”라는 맺음말에선 할 일을 잘해낸 사람의 당당함마저 느껴졌다. 그때까지도 닦지 않은 눈물은 카메라를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다. 이때의 눈물이 무엇이었는지 이후 그는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대통령의 눈물은 그때마다 회자가 됐다. 정치적 해석은 물론 심리학, 생물학 등 과학 영역의 분석 대상이 되기도 했다. 눈물샘의 위치, 주름살의 모양, 눈물이 맺혔다 내린 초시간, 흘러내린 뺨의 위치 등을 근거로 눈물의 진의를 따지는 정밀한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지지율을 올리는 반전도 낳았다. 반대로 조롱과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에도 자격이 있을까. 지난 3일 232만명이 촛불을 든 6차 촛불집회에서는 세월호 미수습자인 단원고 조은화양의 엄마가 무대에 올랐다. 은화 엄마는 “지금도 팽목항에서 4월16일을 살고 있다”면서 “최소한 엄마로서, 최소한 사람으로서 은화를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왜 세월호가 인양돼야 하는지 담담히 그 정당성을 얘기하는 엄마는 울먹이지 않았다. 말을 끝맺을 때서야 그리움과 억울함에 울음을 토했다.

대통령이 탄핵 후 국무위원들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던 그 순간 또 다른 눈물이 있었다. 국회 방청석에서 탄핵 표결을 지켜봤던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엄마들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탄핵 가결 후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무겁게 입을 뗐다. “이제 시작이죠. 국민들의 힘이, 촛불의 힘이 이렇게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기쁜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2초간 뜨거운 눈물을 속으로 삼킨 그는 대통령이 하루라도 더 청와대에 있는 것은 국민에게 고통이라고 분명히 했다.

지난 10일 탄핵 가결의 한 파고를 넘긴 광화문광장과 전국에서는 또다시 104만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촛불을 든 고사리손들도 많았다. 이날의 촛불은 한층 더 밝았고 더 예리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황교안이 웬 말이냐” “김기춘·우병우를 구속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한상균을 석방하라”…. 소리 없이 자신의 몸을 태워 칠흑 같은 어둠을 몰아내는 촛불은 반전의 눈물을 허락지 않는다.

김희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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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화권에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숫자가 존재한다. 예로부터 동양이나 서양에선 1을 근원과 통일을 상징하는 수로 여겼다. 2는 여러 문화권에서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는 수로 통했다. 중국에선 두 쌍의 부부가 같은 날 결혼하는 것을 금기시했고, 유대교 율법은 남자가 두 여자나 두 마리 개 사이로 지나가는 것을 금했다. 숫자 3을 신성시한 수메르인들은 ‘아누’ ‘엔릴’ ‘엔키’ 등 3명의 신이 하늘과 대지, 물을 다스린다고 믿었다.

동양에선 4를 죽음과 저주를 의미하는 수로 여기지만 서양에선 ‘질서와 통합’을 의미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처음 4개의 수인 1, 2, 3, 4를 더하면 완전한 숫자인 10이 되고, 세상이 물·불·흙·공기라는 4원소로 구성된 것만 봐도 4는 조화로운 숫자라고 했다. 5는 인간의 오감과 깊은 연관을 맺은 숫자로 간주돼 왔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 5를 ‘가장 인간적인 숫자’로 여긴 것이나 신약성서에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5명의 여성이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출신 저술가 안네마리 쉼멜은 “수의 개념은 종교와 민간신앙을 자양분으로 신비주의와 마법문화의 싹을 틔웠다”고 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에서 퇴장 1명,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라는 결과가 나왔다. 퇴장-찬성-반대-무효표 숫자를 차례로 연결하면 ‘1234567’이 된다. 누리꾼들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탄핵 인용, 박근혜 대통령 9(구)속, 0(영)창행을 조합하면 ‘1234567890’이 완성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의 비율도 절묘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5~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이 78.2%로 집계됐는데 이 수치를 반내림해 국회의원 총재적수(300명)를 곱하면 탄핵 찬성 의원수 234명이 나온다.

국회 탄핵안 표결에서 ‘숫자의 마법’을 가능케 했던 것은 다름아닌 시민들의 집단지성이었다. 탄핵 민심이 국회를 압박하지 않았다면 민심과 표결 결과가 이렇게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이를 박 대통령이 평소에 했던 말에 빗대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숫자의 조합”이라고 했다. 역시 민심은 천심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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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기 40분 전에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2014년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을 맡아 특조위를 무력화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을 상대로 정치편향적이라고 사퇴를 요구하며 결근투쟁을 벌였는가 하면, 세월호 진상조사를 혹세무민이라며 특조위 활동을 세금 도둑이라고 몰아 유족들 가슴을 난도질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추천됐다가 낙하산 비판이 일자 사흘 만에 물러났다. 지난 8월엔 현직 부장판사가 오피스텔 성매매로 적발되자 “성매매금지법은 폐지돼야 하고 성매매하는 사람 누구도 처벌해서는 안된다”며 성매매 옹호 입장을 밝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으로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놓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304개의 구명조끼에 촛불이 켜져 있다. 시민들은 이날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을 촉구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함께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청와대에 후임 민정수석이 왜 필요한지 납득할 수 없지만, 마지막 인사로 이런 문제 인물을 기용했다는 건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세월호 문제 전문가를 민정수석에 앉혀 헌법재판소 탄핵심리와 특검에서 다룰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준비하려는 포석일 것이란 분석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더욱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와 사법시험 동기라는 점에서 뭔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만약 이런 ‘법률 방패’ 의도가 사실이라면 정말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대통령이다. 야당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리 보전을 해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인사”라며 “마지막까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민심 저항의 결정판”이라고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열흘 전엔 국민대통합위원장에 막말 전력을 가진 최성규 목사를 임명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 역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단식 농성·서명운동 중단을 요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었나”라는 신문광고를 낼 정도로 편향적인 인물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 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으로 시작해 임기 내내 오만과 불통 인사로 지탄을 받아오더니 쫓겨나는 순간까지 ‘마이웨이 인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나마 이번 인사가 마지막이라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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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막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탄핵 가결 때 정략적 이득이 야당에 돌아갈 것이라면서 ‘비박계’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한 줌의 이익을 들이대는 반역사적 행태가 놀랍기만 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가장 덕을 보는 사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라고 했다. 나라를 도탄지경으로 몰고 온 대통령과 자신들 과오를 참회하기보다는 정치적 셈법을 운위하며 의원들을 겁박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지금이라도 탄핵안을 중지시키고 4월 사임, 6월 대선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 국회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 탄핵만 막아보자는 것이다.

친박 중진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도 “야당 의원들이나 비주류 의원들이 말하는 것보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이 적을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해 본다”고 말했다.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호소나 개인적 확신에 기대는 ‘포스트 트루스(탈진실’)에 다름 아니다.

비박계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 발언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그는 “탄핵에 찬성하는 몇몇 의원들로부터 공개되면 망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은근히 알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다”며 “사정기관의 정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신 때 대통령 지시를 거부한 여당 의원들을 정보기관이 잡아가서 협박한 일과 다를 바 없다. 탄핵 문제와 별개로 사법당국이 수사해 진상을 밝혀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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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롭게 시민의 힘, 참여의 힘을 느낀다. 지난 9월20일 한겨레신문이 ‘최순실’이란 이름을 거명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지난 10월24일 JTBC가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에 관한 보도로 국정개입 사건의 전모를 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격랑에 휩싸여 버렸다. 바로 그 주 주말인 10월29일부터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라며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12월3일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인 232만명이 참여한 6차 집회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시민들은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평화롭지만 도도한 분노가 우리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다.

광장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말한다. 머릿수 하나라도 채우러 나왔다고. 내가 빠져서 숫자가 줄어들면 안된다고. 내가 안 나가도 누군가 나오겠지가 아니라 날씨가 추워서 혹시 집회 참가자 숫자가 줄어들까봐 나라도 참가해야 한다고. 아이들과 청소년은 물론이요, 제주에서 비행기삯을 물어가며 참가한 90세 할머니가 계신가 하면 100세 할머니까지 거리로 나오셨다. 흔히 말하는 ‘무임승차자’는 보이지 않는다.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깝다는 마음, 자기 몫까지 대신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댓글에 넘친다.

광장만이 아니다. 소셜미디어는 이제 시민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가림이나 숨김이 있기 어렵다. 정보가 끊임없이 유통되고 공유되면서, 정부가 알리고 싶지 않아 여백으로 남겨졌던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퍼즐 맞추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시민 4명이 시간과 재능을 기부해서 만든 대통령 탄핵 국민 청원 사이트 ‘박근핵닷컴’(parkguenhack.com)은 국회의원과 일반 시민을 직접 연결하는, 민심을 바로 전달하는 핵심 통로가 돼 이미 100만명 가까운 시민들이 참여했다. ‘박근혜 퇴진 모바일 국민투표’도 실시됐고, 카카오톡을 활용해서 국회의원에게 의견을 전하고 요구하기 등 새로운 의사전달과 소통방법이 날개를 달았다. 시민들은 이제 폭력을 동원하지 않으면서 지혜롭고 쾌활하게 분노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을 가졌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국회 표결을 앞둔 지금 상황이 참담하고 수치스럽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에 건강한 시민이 있다는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발견은 상당한 위안이자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세계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환경·에너지·기후변화 위기 상황에서 많은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 지난 6일 정부는 신기후체제 출범에 따른 효율적 기후변화 대응을 지향한다면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을 발표했다. 별다른 사회적 논의 없이 그렇게 계획이 만들어지고 로드맵이 그려졌다.

산업계와 시민사회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런 접근에 비판적이다. 촛불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열의와 사회적 관심이 환경·에너지·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모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는 최근 몇 해 동안 활발한 사회적 소통을 거의 잊고 지냈다. 그 어느 나라보다 소통 역량이 크고 사회적 관심과 참여의지가 높은 이 나라에서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대통령의 무능과 부패, 시대착오적 관심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에너지를 소진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 위기 시대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두 달 이상 우리 사회의 모든 의제를 다 삼켜버린 이 부당한 헌법유린과 국정농단 사태를 대통령 탄핵으로 깨끗이 일단락 짓고 새롭게 발견한 건강한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뤄가도록 하자.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면 시민참여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문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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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은 입장을 천명했지만, 유독 새누리당 초·재선 80여명의 표심만 안갯속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권력 재편은 물론 이후 국회 재구성까지 이들 손에 달린 형국이다. 여당 초·재선 의원들이 방관하지 말고 책임있게 행동하고 시민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이유다. 탄핵소추안은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 명의로 발의됐다.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비주류 30여명은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지도부와 친박계 30여명은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나머지 60여명은 침묵하거나, “고민 중”이라며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익명의 그늘 뒤에 숨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제만 해도 232만명이 전국 67곳에서 촛불을 들고나와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여당 초·재선들이 탄핵안 처리 요구에 답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통령의 범죄는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대통령 범죄에 동조 혹은 묵인하느냐, 반대하고 처벌토록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판단을 내리고 답해야 한다. 다선 의원들은 파당의 핵심이 돼 있고, 공복으로서 의무보다 정치적 이득에 몰두해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한다.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재선들이 나서야 엉킨 매듭을 풀 수 있다. 부끄럽지 않은 보수정당으로의 변모도 때가 덜 낀 초·재선이 주도할 때 가능하다.

무엇보다 의원이 복종할 대상은 공천장을 준 옛 당 대표도 아니고, 좌충우돌하는 현 당 대표도 아니며, 청와대에서 뭘 하는지 모르는 대통령 박근혜 개인도 아니다. 좁게는 자신을 찍어준 유권자, 넓게는 시민 전체를 위해 복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시민들이 지금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9일 국회에서 탄핵안 처리가 무산됐을 때 후폭풍이 어디로 불지 자명하다. 촛불은 국회, 당사, 지역구 사무실로 옮아갈 것이다. 이미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말한 김진태 의원 지역구에서 촛불·트랙터 시위가 열렸다. 가만히 있어도 세월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광장에서 촛불을 켠 고등학생들은 21대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한다. 이들은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당신은 3년 반 전 탄핵소추 때 무엇을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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