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엄중한 역사적 기로에 섰다. 정도냐 사도냐, 진보냐 퇴보냐의 갈림길이다. 해방 후 오늘의 상황보다 더 절박했던 시절 김구 선생은 말했다.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도(正道)냐 사도(邪道)냐가 생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원칙 없는 정치, 일하지 않은 부, 양심 없는 쾌락, 격을 잃은 지식, 도의 없는 상거래, 인간성 잃은 과학, 희생 없는 신앙(마하트마 간디 ‘7가지 대죄목’)이 오늘의 한국사회를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하수인들이 자리한다.

공자가 노나라 재상일 때 ‘용서할 수 없는 5악의 인물’이라 하여 한 사람을 처형한 적이 있다. 인의와 덕치를 주장해온 그로서는 예외적인 일이었다. ‘5악 인물’은 첫째, 만사에 빈틈이 없고 시치미를 딱 떼고 음흉하게 나쁜 짓만 저지른다. 둘째, 하는 일이 조금도 공정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공정한 체 강직한 체한다. 셋째, 거짓말투성이면서 구변이 좋아 그럴싸하게 사탕발림을 한다. 넷째, 성품은 흉악한데 기억력이 좋고 박학다식하다. 다섯째, 독직과 부정을 일삼으면서 한편으로는 일부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너그럽고 청렴한 체한다. 그동안 이런 인물들이 권력의 핵심이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9일 밤 청와대 건물들이 불이 꺼진 채 어둠 속에 싸여 있다. 서성일 기자

이명박근혜 9년 동안 나라가 온통 거덜났다. 그럼에도 책임감은커녕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정상배와 법꾸라지, 선동가들을 내세워 국민을 기만하고 시대를 역류시키려 한다. 공공연하게 내란을 선동하고 테러를 공언한다. 국회 해산과 계엄령 선포를 요구한다. 야당이나 재야에서 이랬다면 검찰이 침묵했을까.

“정의 없는 권력은 강도집단”(플라톤)이란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민족의 자주독립을 선언한 3월1일 성조기를 들고 광화문을 누비는 집단, 박근혜를 가리켜 헌정사상 가장 청렴한 대통령이라는 법비(法匪)와 풍각쟁이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게 부끄럽다.

타락하고 부패한 권력자 하수인들이 아무리 혹세무민해도 절대다수의 국민은 역사의 정도를 걷는다. 정부의 갖은 수단에도 국정교과서를 완벽하게 거부하는 국민이다. 혹한에도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과 동원된 사람들의 시대정신은 다르다. 깨어있는 시민이 존재하기에 역사는 전진한다.

격동기에 역사의 물꼬를 돌리는 위치에 있는 인물들의 책무는 막중하다. 이 길이냐 저 길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은 배가 된다. 을사늑약 당시 조정대신들의 고민은 컸을 것이다.

역사의 길을 택한 민영환은 영원히 살고 현실의 길을 취한 5적은 매국적으로 죽었다. 동학의 정도를 택한 손병희는 역사인물이 되고 사도를 취한 이용구는 타매의 대상이다. 정도를 걷는 신채호는 민족사관의 대명사가 되고 사도를 택한 최남선은 훼절의 오욕이 따른다. 청렴 강직했던 김홍섭은 ‘사도법관’이 되고 조봉암에게 사형을 선고한 김갑수 등은 ‘사법살인’의 오명을 벗지 못한다.

인간의 수명은 짧고 역사는 길다. 짧은 생애를 권부를 좇다가 역사에 오명을 남긴 인물이 적지 않다. 역사를 우습게 아는 지도층 인사들이 너무 많다. 동양에서 역사는 그물에 비유돼 왔다. 하늘의 그물 즉 천망이라는 뜻이다. 노자는 “천망이 비록 촘촘하지는 못하나 결코 놓치지는 않는다”고 하고, 미국의 역사학자 찰스 비어드는 “신의 물레방아는 천천히 돈다. 그러나 그 물레방아는 짙게 갈아나간다”고 말한다. 현실에 집착하여 역사를 외면하면 언젠가 그물코에 걸린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날이다. 여덟 분의 결정을 국민과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 이 시점에 백범의 ‘정도냐 사도냐’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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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를 10일 오전 11시에 한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 가결 후 석달 만에 심리 절차를 마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반년 넘게 끌어온 혼란이 헌재의 역사적 결정으로 조속히 수습되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의 인용은 상식이다. 박 대통령은 숱한 꼼수로 헌재 심리와 특검 수사를 방해했지만, 그런 심리와 수사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몸통임이 확인됐다.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도 꾸준히 70%를 넘는다. 민주주의 토대 위에 서 있는 헌재가 민의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민의와 상식에 반하는 결론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탄핵 인용 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여론이 65%인 데 비해 기각하면 승복하겠다는 응답자는 35%라는 여론조사도 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안내되고 있다. 탄핵심판 선고는 10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며 방송 생중계도 허용된다. 박민규 선임기자

문제는 헌재 결정 이후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면서 중첩한 국가적 난제를 신속하게 풀어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그의 법률대리인, 지지자들은 궤변으로 시민들을 선동하며 헌재 결정에 불복할 것임을 시사했다. 헌재 결정이 임박한 지금까지도 터무니없는 탄핵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말로는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고 하면서 계속 토를 달고 있다. 지금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압박, 일본과의 갈등 등 외교안보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해있다. 여기에 조기 대선이 겹치면 내부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 결정 불복은 국가적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박 대통령 측은 헌재 결정에 승복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질서 있는 수습책을 제시해 신속하게 국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치권은 내내 촛불시민의 뒤만 따라다녔다. 심지어는 촛불시민들이 만들어놓은 개혁 입법의 기회조차 살리지 못했다. 만약 탄핵 이후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정치권 전체가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시민, 정치인, 지식인 모두 엄중한 상황임을 잊지 말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 자세야말로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하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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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등 5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밝힌 기존 8개 혐의를 더하면 총 13개에 이른다.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그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훼손 등 박 대통령 탄핵 사유는 이로써 더욱 분명해졌다. 특검 수사의 최대 성과는 박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특검은 433억원의 성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공권력과 국가 기구를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원활한 합병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대가라고 못 박았다.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핵심인 이동흡 변호사는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법원은 뇌물 공여자인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대통령 등이 시킨 대로 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을 동원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뇌물죄는 뇌물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의 죄를 훨씬 무겁게 묻는다. 박 대통령은 삼성 뇌물만으로 탄핵감이라 할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수사 결과 대국민 보고’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기남 기자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연설문이나 인사 자료를 유출해 국정 개입을 허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특검 수사로 더 많은 범죄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의 마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외교부까지 뻗쳤다. 최씨는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내정된 인사까지 밀어내고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와 김인식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을 앉혔다. 청와대 의료시스템이 붕괴 상태였던 것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최씨 소개로 불법 의료업자들로부터 시술을 받고 공식 자문의가 아닌 김영재씨로부터 ‘비선 진료’를 받았다. 일급 기밀인 대통령의 혈액 등 건강 관련 정보가 새나가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의식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도 관여하고, 최씨 민원을 받아 KEB하나은행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확인됐다. 청와대 지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극우 단체에 지원해 ‘관제 데모’를 유도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이렇게 남용했다.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민낯도 드러났다. 황 대행은 청와대 압수수색 등이 이뤄지도록 특검팀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거꾸로 나왔다. 특검의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를 공표해야 했다. 그래야 특검이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대행은 알량한 법 지식을 이용해 결정을 미루면서 국회와 특검을 능멸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황 대행의 조직적인 방해에도 특검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주말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 덕분이다. 한국 사회의 고질인 정경유착을 뿌리뽑지 않고서는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는 특검 수사팀의 의지도 작용했다. 청와대는 “특검의 수사 결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의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헌재가 판단할 일이다.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어제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75.7%와 73.3%다. 탄핵심판 선고가 일주일 안으로 다가왔다. 헌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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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열차가 종착역 코앞에서 덜컹거리고 있다. 열차를 막아선 것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이다. 그들은 탄핵사유를 확인하는 수많은 증거들을 부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특검 등 국가기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문제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탄핵을 피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태도이다.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심판 중인 대통령이 또다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막장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탄핵 이전보다 탄핵 이후 발생한 탄핵 사유가 더 중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의 변을 보자. “친구 하나 잘못 두신 죄로 그 깨끗한 이름을 잃으시고 탄핵소추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끝까지 의연하게 대통령의 품위를 잃지 않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신 박근혜 대통령께 깊은 존경과 사랑을 드린다.”(김 변호사의 저서 <탄핵을 탄핵한다>의 서문) 현직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특검수사와 탄핵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국회가 죄 없는 대통령을 직무 정지시키고 청와대에 가둬놓고 탄핵하려 한다”고 모략하는 그에게서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원로 변호사의 경륜과 자존심은 찾을 길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불출석한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또 다른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의 기행도 만만찮다. 그는 “촛불집회는 김정은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박 대통령의 부정한 기업 청탁 수용에 대해 “백성의 하소연을 소홀히 말라는 육영수 여사의 유언을 지킨 것”이라는 황당한 지론을 편다. 헌재 재판정에서 태극기를 몸에 감고 퍼포먼스를 하는 그가 한때 “대구·경북지역이 수구로 회귀하면 안된다”고 부르짖던 인권변호사요, 부산지역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에서 소신 판결을 내린 양심판사였다니 믿기 어렵다. 단순히 시간이 그를 비루하게 변모시킨 것이라면 더 이상 나이를 먹고 싶지 않다는 누리꾼 댓글에 공감한다. 

이들은 플라톤의 ‘원시적 정의론’을 신봉하는 듯하다. 플라톤은 <국가론>의 첫머리에서 “동지들에게는 선을, 적들에게는 악을 행하는 것이 정의다”라고 썼다. 21세기 원로 엘리트의 윤리 의식이 기원전 40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여당도 국론 분열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언행은 단순한 정치적 의견 표출을 넘어 탄핵반대 시민들의 논리와 행동강령으로 거듭난다. 정치적 공황에 빠진 보수층 사이에서 헌재 결정 불복과 내란 선동 발언이 끝없이 재생산되고 내면화·신념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들이 김평우·서석구로 변모한 결과는 보수 사회의 광범위한 광기화, 파쇼화로 이어진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 살인과 테러를 주창하는 섬뜩한 글들이 넘쳐나는 이유를 알겠다.

일반 시민사회와 소규모 공동체에서도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낭자하다. 학부모 모임 밴드가 몸에 태극기 두른 사진을 올린 엄마 때문에 문을 닫고, 탄핵 찬반 논란 탓에 “고교 동문 카톡방이 디비지는” 사태가 속출한다. 한 보수성향 커뮤니티에는 “태극기 집회에 못 나가게 하는 자식과 관계를 끊었다”는 60대의 글도 올라왔다. 이른바 ‘태극기 부모’와 ‘촛불 자녀’의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평우 변호사의 내란 선동 발언을 무작정 내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어제 헌재 마지막 변론에서조차 탄핵 사유를 모조리 부인했다. 수많은 증거와 정황들을 반박하는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변론 연장만 주장하는 태도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종료 30초를 남긴 축구 경기를 뚜렷한 이유 없이 30분 더 연장하자고 떼쓰는 식이다. 헌재 판결이 2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다. 박 대통령이 “어떤 상황이 오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현 시국은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만큼 위험하고 불안정하다. 예방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행복해했다. 법이 작동하고 정의가 통하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역할마저 외면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공식적인 탄핵심판 결과 승복 선언이 시급하다. 대권주자들에게만 요구할 게 아니다. 과열된 사회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 판결 승복을 촉구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번에는 박 대통령 차례다. 박 대통령이 한 번만이라도 법치 수호의 책무자로서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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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에 출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대리인단이 헌재에 박 대통령이 나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대리인단도 기자회견 같은 것을 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결국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 카드는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헌재는 물론 시민과 국회도 박 대통령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셈이다.

헌재 불출석 방침으로 유추해보면 박 대통령은 스스로 켕기는 게 많은 모양이다. 떳떳하다면 헌재 재판관들과 국회 소추위원 측의 질문이 두려울 이유가 없다. 헌재 변론은 말주변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헌재 법정에 나와 최후진술만 하고 퇴장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고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법에 명시된 대로 ‘출석 시 질문을 피해갈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5일 열린 17차 범국민행동의날 집회에서 한 시민이 촛불을 켜고 있다. 강윤중 기자

최순실씨 공범으로 뇌물수수 피의자인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도 거부했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눈물로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검찰 수사가 예상 밖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자 곧바로 검찰을 비난하며 말을 바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대면조사 일정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에 거부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댔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받지 않았다. 최씨와 무자격 의료진에게는 무시로 개방한 청와대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특검 수사진은 물리력까지 동원해 막았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이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특검 수사는 내일로 끝이다. 연장 지지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결정권을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금까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국정농단의 부역자인 황 대행이 수사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박 대통령과 황 대행 등은 일말의 책임감이나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 국정공백 장기화로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정농단 세력을 단죄하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민주주의를 구할 곳은 헌재밖에 없다. 헌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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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막장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종 변론기일이 27일로 확정되면서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자 박 대통령 측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도 헌재에 직접 출석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서 발언만 하고 심문에는 응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 헌재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는 싶은데 공개 석상에서 홀로 소추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자신이 없으니 그런 상황을 피해보려는 것이다.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탄핵심판에서까지 특권을 요구하며 끝까지 책임을 모면할 틈을 노리고 있다. 이건 대통령의 대응이라고 할 수 없는 떼쓰기다.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대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헌재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장외에서 여론전을 펴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자유한국당과 함께 자진사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돈다. 이대로 탄핵당할 바에야 자진사퇴할 테니 탄핵은 각하하고 형사책임은 면제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는 자진사퇴설을 부인했다. 책임의식도, 자존심도 없는 비열한 행동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24일 (출처:경향신문DB)

자유한국당과 박 대통령 법률 대리인들의 행태는 막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그제 헌재 변론에서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하지 않으면 시가전이 벌어지고,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을 위해 이토록 비이성적·반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데 경악할 뿐이다. 어제는 김진태·곽상도 등 법률가 출신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재판이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탄핵심판 결과 불복을 시사했다. 지지자들의 맹목적 충성을 자기 보신에 이용하는 박 대통령의 행태에 할 말이 없다.

박 대통령 측의 대응을 보면 헌재 결정이 나오는 순간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혼란과 국가 분열을 부추기는 한이 있더라도 탄핵을 모면하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하지만 탄핵열차는 멈출 수 없다. 탄핵 전 자진사퇴도 명분이 없다. 박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자진사퇴의 길을 터주면 죄가 없다고 주장할 게 틀림없다. 탄핵 후 사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일말의 책임의식이라도 남아 있다면 시민 앞에 단 한번이라도 진실한 모습을 보이라. 박 대통령을 뽑은 시민들이 더 이상 자괴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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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을 늦추기 위해 온갖 꼼수와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헌재는 3월13일 이전 선고 방침을 재확인했다.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판단이다. 헌재는 어제 열린 15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요구한 고영태씨 녹취파일 증거 채택 등을 거부하고, 박 대통령의 최후진술 여부를 22일 전까지 확정하라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재판관이나 국회 소추위원 측이 신문할 수 있고, 박 대통령 출석도 헌재가 정한 날짜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어떤 관계인가가 핵심인데 고씨 녹취파일은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녹취파일에는 오히려 박 대통령이 무능했고 최씨의 국정농단이 비일비재했다는 정황이 생생하게 담겨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그런데도 이를 증거로 채택해 법정에서 공개하려고 하는 이유는 시간을 끌고 논점을 흐리겠다는 것 외에는 없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도 오는 24일로 정해진 최종변론 일정을 미뤄 선고를 늦추겠다는 불순한 의도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출석하겠다면 말릴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재판관들이나 국회 소추위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끝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49조는 “소추위원은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유불리를 떠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고 최종변론을 3월로 연기해 달라는 등 생떼를 썼다. 자진해서 받겠다고 했던 특검 조사도 응하지 않았다. 국정 공백 장기화로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체면이나 자존심을 버린 지 오래다. 오로지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후로 선고 시점을 늦춤으로써 ‘재판관 7인 체제’를 핑계 삼아 헌재를 무력화할 궁리만 하고 있다. 법정에서 태극기를 흔들어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려는 속셈을 드러낸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 선고 전에 ‘전원 사퇴’ 같은 꼼수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 헌재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은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변론은 총 7회에 불과했지만 어제까지 15차례 변론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이 신청한 증인도 대부분 받아줬다. 헌재는 선고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겨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정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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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2명의 여자에 의해 독살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8시부터 줄을 서 있다가 뒤에서 접근한 이들 여성에 의해 독극물을 흡입한 뒤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도주 중인 범인 2명이 베트남 국적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의문은 남아있지만 북한의 소행을 제외하고 달리 추론할 근거는 없다. 국가정보원도 어제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이번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내려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명령)를 북한 정보당국이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5년 전인 2012년에도 살해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등 껄끄러운 그를 북한 정권이 제거했다는 것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시각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15일 쿠알라룸푸르 남쪽에 위치한 푸트라자야 병원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호송하고 있다. 김정남의 시신은 쿠알라룸푸르 병원으로 옮겨져 부검됐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 등이 이 병원에 와 부검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푸트라자야 _ EPA연합뉴스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김용진 내각부총리 등 최고위직에 대한 처형과 숙청을 거듭해왔다. 이제 형제인 김정남까지 외국의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백주에 독극물로 살해함으로써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북한이 현대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습과 공포정치로 유지되는 비정상 체제이며, 김정은은 반인륜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지도자임을 또다시 확인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시선이나 중국과의 관계에 개의치 않으면서 서슴없이 범죄를 자행하는 김정은 정권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북한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사회다. 최근에는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연일 대북 선제타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의 시민들도 북한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 당장 말레이시아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냉정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 정권의 미래에 변화가 있을 것처럼 섣불리 예단해서도 안되지만, 난무하는 억측을 방치해 시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이번 사건은 북한 내부 권력투쟁의 산물이 아니며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을 안보 사안으로 몰고 가려는 여권 일각의 행태는 용납돼선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뒤이어 대선이 눈앞에 닥칠 수 있는 중대한 시국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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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동흡 변호사가 어제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 행위가 부정부패나 국가 이익을 명백히 해치는 행위가 아니므로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박 대통령 탄핵 기각 근거로 삼고, 만약 특검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또다시 기각될 경우 이를 탄핵 불가 논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구속영장은 ‘구속 수사 필요성’에 관한 판단이다.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특검 수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 박 대통령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뇌물 혐의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삼성 외에 다른 재벌·대기업으로부터도 돈을 챙기고 특혜를 주는 등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 및 인사·정책자료를 유출하고 최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 등을 임명·해임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상황 파악 노력을 하지 않고 숙소인 관저에 머물면서 혼자 밥을 먹고 머리를 손질하는 등 대통령으로서 국민생명 보호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탄핵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여론조작용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사안 하나하나가 모두 탄핵감이지만 이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대통령의 중대한 법 위반 사유로 제시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 침해’ 등 5개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항목은 당시 헌재가 예시를 든 것이다. 언제 헌재가 측근의 국정농단이나 국민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등이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는가. 주지하다시피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됐으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등의 의혹이 불거져 낙마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도덕적 기준이 일반인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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