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해당되는 글 69건

  1. 2016.12.12 [정동칼럼]탄핵소추 그 후, 특검과 국조가 할 일
  2. 2016.12.12 [사설]위기의 경제를 바로잡을 새 사령탑을 고민해야 한다
  3. 2016.12.12 [정동칼럼]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4. 2016.12.12 [사설]국회는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5. 2016.12.12 [경향의 눈]박근혜의 실패한 싸움
  6. 2016.12.07 ‘세월호 7시간’은 왜 자꾸 돌아오나 (1)
  7. 2016.12.07 [핫 키워드]서문시장, 탄핵 반대 의원 전화번호
  8. 2016.12.06 [사설]박 대통령은 더 할 말이 있나, 침묵 속에 운명을 받아들여라
  9. 2016.12.06 ‘기록은 영원’ 탄핵정국 정치인 발언 신중을
  10. 2016.12.05 [사설]사상 최대 230만 촛불의 준엄한 요구는 탄핵이다
  11. 2016.12.01 [시론]탄핵의 요건 ‘중대한 법 위반’, 차고 넘친다
  12. 2016.12.01 [사설]국회는 한 점 흔들림 없이 탄핵에 매진하라
  13. 2016.12.01 [사설]이런 한심한 친박이 권력을 쥐고 흔들었다니
  14. 2016.11.30 [사설]제사보다 젯밥에 눈독 들이는 개헌론 당장 중단하라
  15. 2016.11.30 [사설]또 변명에 잔꾀 부린 박 대통령, 탄핵할 이유 더 분명해졌다
  16. 2016.11.29 무궁화
  17. 2016.11.29 박근혜 퇴진은 ‘박정희 신화’ 청산 계기 돼야
  18. 2016.11.28 [사설]이 판국에 개헌하자며 곁불 쬐려는 일부 세력의 얕은수
  19. 2016.11.28 [사설]박 대통령은 침묵을 깨라, 더 많은 촛불이 필요한가
  20. 2016.11.25 [사설]버티는 대통령엔 탄핵뿐, 여야 공조로 빈틈없이 추진하라

이제 우리는 대통령을 탄핵의 심판대에 올려놓았다.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통치권력을 삿된 비선조직에 넘겨 국정을 농단하고, 세월호 등 수많은 재난과 사고에서 직무유기와 무능함으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구히 확보’(헌법 전문)한다는 국가의 존재 목적조차 저버렸다. 우리는 광장의 돌팔매를 대신한 탄핵의 절차로써 대통령이 벌인 탐욕과 불통의 막장드라마를 종결짓고자 한다.

사실 탄핵심판은 이 패악의 대통령에게 공식적이고 영구적인 징벌을 내리는 하나의 요식적인 법 절차에 불과하다. 지금 진행 중인 특별검사나 국정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기에 국정농단 사건의 조사와 심판을 맡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그들의 입으로, 그들의 통치용어로 되뇌게 함으로써 그들이 통치자가 아니라 우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종복임을 다시금 확인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특별검사의 수사부터 보자. 특별검사를 지배하는 화두는 의당 진실이다. 물론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기에 그가 밝혀내는 진실은 초미세의 한정된 부분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특별검사의 수사는 우리로 하여금 저 권력집단들의 흉포한 속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들의 언동 하나하나에서 직권남용과 강요와 뇌물의 죄책을 가려내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그들의 범죄적 행태들이 어떻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구성하며,우리를 ‘개, 돼지’로 내몰 수 있는 그들의 권력은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썩어가고 있는지, 그 복면 뒤의 정체를 하나하나 드러내어야 한다.

반면 국정조사는 굳이 진실에만 매일 이유는 없다. 국정조사의 주된 임무는 판단에 있다. 민주사회의 공직체계는 모든 권력이 합법성과 민주성, 책임성을 구비한 공적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강제한다. 수많은 인력과 엄청난 재정으로 구축된 공적 조직을 통해 대통령이나 재벌과 같은 상층 권력자들의 힘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일종의 수직적 권력분립의 체제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조사가 밝혀야 할 것은 이런 시스템의 붕괴 원인과 그 시스템의 복원 가능성이다. 이 광대한 공무원 조직은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이런 막장의 국정농단이 걸러지지 못했는지, 그래서 이 나라의 법치와 관료제는 도대체 왜 존재했었는지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른다”,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막무가내식의 국정조사 증인들의 발언이 공조직의 기록과 공적 검증 시스템에 의해 즉각 반박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철저히 판명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몇몇 재벌이 무너뜨린 우리의 공적 시스템은 이런 작업을 통하여 비로소 재건될 수 있을 터이다.

탄핵심판의 지향점은 이 모두에 대한 헌법적 평가여야 한다.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의 말처럼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 한다면, 탄핵소추의결서에 나와 있는 모든 탄핵 사유를 다 조사하고 심사하느라 시간을 끌 이유는 전혀 없다. 행동 하나하나가 잘못된 것인지의 여부를 따지는 형사재판과는 달리, 탄핵심판은 그 사람을 그 자리에 계속 앉혀 놓아도 되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몇 가지 탄핵 사유만으로도 대통령 ‘깜’이 못 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그대로 파면결정을 해도 된다. 오히려 헌법재판소가 집중하여야 할 점은 무너진 공적 시스템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헌법적 가치들을 명확히 제시하는 일이다. 민주공화국과 국민주권 원리의 의미를 제대로 찾아내고 그것이 불통의 정치, 야합의 폭정, 탐욕의 패악을 이겨내는 우리 국민들의 권력 위에 구성된 것임을 재확인하는 일이 그의 주된 임무가 된다.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이 우리들의 신성한 저항권으로 이어지며, 그 헌법의 명령이 우리들의 촛불로 실천되고 있음을 탄핵결정문에 알차게 담아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2년 반이 지나면 1919년 4월11일 상하이임시정부의 임시헌장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 선언한 지 100주년이 된다. 우리는 한백년의 민주공화국을 찬란한 우리의 미래로 만들어낼 준비를 이미 끝냈다. 그 여정의 8부 능선에서 우리가 일구어낸 탄핵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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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의 이후 경제 컨트롤타워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탄핵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 경제가 표류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수출과 내수는 물론 생산·투자 등 지표가 모두 부진에 빠졌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떨어졌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가 등장하는 등 불확실성투성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탄핵결의 뒤 경제장관회의 등을 열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대외 신인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업무를 지속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 부총리에게 경제를 계속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는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 박 대통령의 한마디로 유턴해 부총리 자리에 앉았다. 대통령의 창조경제·4대개혁 발언을 되뇌면서 부동산으로 경제를 지탱해온 전임자의 정책을 답습해 가계부채를 늘리고 불균형을 확대시켰다. 탄핵 국면에서는 전임 부총리들과 만나 “아직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표류하는 경제에 손 놓을 생각만 하던 그다. 아무리 과도기라 하더라도 무능력에 무기력하기까지 한 그를 혼란 최소화를 내세워 방치할 까닭이 없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이헌재 부총리가 위기를 수습했던 것은 대내외 신뢰를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박 대통령이 내정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제3의 인물 선임 두 가지이다. 탄핵결의가 박근혜표 경제정책의 청산을 의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및 가계부채 대응에 실기한 임 위원장의 부총리 발탁은 부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여·야·정이 합의할 제3의 인물을 고르고, 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치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엄혹하다. 이런 측면에서 임 위원장은 차선책이다. 박근혜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경제 정책은 지양토록 하고 경제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을 맡기면 된다. 임 위원장이 유 부총리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흔들리는 관가를 다잡을 수 있는 리더십에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후임 금융위원장 문제는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해결할 수 있다. 경제는 시그널이다. 여·야·정이 합의를 통해 새 경제팀을 출범시키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좋은 신호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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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날이 밝았다. 결과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우리 모두의 신념은 확고하다. 탄핵이 성사된다고 해도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실패한다고 해도 결코 끝이 아니며, 따라서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보장된 것은 없지만 오늘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마침내 칼을 빼든 날이다. 국민을 철저하게 기만하고 정치를 난도질해 온 대통령을 심판하는 날이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반성 없는 대통령에게 국가를 사유화했던 잘못이 얼마나 큰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날이다. 치부은폐와 권력연장을 위해 눈 닫고, 귀 막고, 무릎 꿇어왔던 정치인과 정부 관리들에게도 죄를 묻는 날이다.

그리고 홀린 듯이, 취한 듯이 무지몽매하게 나라를 맡겼던 우리 모두의 실수와 오판에 대해 처절히 반성하는 날이다. 숨이란 계속 들이마시기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숨이 넘어가지 않으려면 숨을 뱉어내야 하듯이 임계점에 닿은 우리는 이제 이 부조리의 썩어서 악취 나는 호흡을 뱉을 때다. 기도를 꽉 막고 있던 찌든 가래덩어리를 내뱉어 버려야 할 때다.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 혁명이다. 이것이 혁명이 아니면 무엇이 혁명일까? 민의에 의한 혁명을 더럽히는 선택을 국회가 한다면, 역사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토록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된 적이 있었던가? 박근혜 대통령은 고립무원이다. 고립무원이어야만 한다. 한 줌도 되지 않는 부역자들이야 남겠지만 그들과 함께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만 우리의 미래가 살길이 생긴다.

탄핵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사퇴를 요구한다. 이유는 아까운 대한민국의 시간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깨달을 사람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깨달을 사람이었다면 후안무치의 3차례 담화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너무도 아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런 귀중한 시간을 지연시킬 권리는 대통령, 국회, 헌재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곧 2014년 4월16일의 세월호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도 그랬듯이 지금의 골든타임은 대통령이 멋 부리며 낭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국민의 목숨과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린 시간이다. 정부가 야만성에 항거하고, 이웃의 경박한 피로감에 의해 매장당한 공동체 의식을 살려내어 이번에는 침몰을 막아야 한다.

세월호 대책모임 ‘연장전’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떠올린다. “박근혜 정부가 열어버린 지옥에서 우리는 생명보다 죽음에, 진실보다 왜곡에, 슬픔보다 분노에, 애도보다 투쟁에 익숙해져야 했다. 우리는 이 지옥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와 연대를 만들어 낼 진심들을 반드시 인양할 것이며, 또 우리는 304개의 우주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한국의 미래가 민주주의 퇴행을 막고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아 함께 피눈물로 쓴다. 각계각층의 외침과 준엄한 심판의 소리들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통곡이며, 미래를 위한 기대와 공감의 위대한 합창이다.

창자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신음은 입을 통과해 소리가 되어 울리며, 깊숙이 숨어있던 성찰은 손을 통과해 글이 되어 던져진다. 글과 소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행동이 되어 저항의 광장으로 돌진한다. 촛불은 횃불이 되고, 횃불은 들불이 되듯이, 결코 뿔뿔이 낱개로 흩어지지 않고 모두 모여 싸워 이기도록 기원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박근혜 게이트는 위기와 기회를 모두 품고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 무리들이 대한민국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들어버렸지만, 국민은 일순간에 찬사로 바꿔버렸다. 세계적인 극우준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안보장사꾼들이 판치는 동북아에서 평화를 주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한 다음 정치권을 쇄신하여 양극화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국가의 진짜 주인이 정치를 되살릴 때다. 시민의 힘으로 민의의 대변자가 되기를 포기한 대통령과 군주의 가신으로 호가호위하는 정치인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직접 내릴 수밖에 없다.

지난 몇 주 동안 부를 때마다 모두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노래를 다시 되뇌어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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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오늘 국회에서 처리된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축출 여부를 결정할 의원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역사의 한 장을 마주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더 나은 국가를 향해 행진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배반하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갈 것인가. 시민의 뜻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새로운 질서를 세우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적 질서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시민 전체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시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아무런 자격도 없는 최순실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음이 드러났다. 최씨의 국정농단 실태는 그제 국회 국정조사에 나온 최씨의 측근들을 통해 다시 입증됐다.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며 최씨와 함께 국정을 주무른 차은택씨는 “최씨와 박 대통령이 동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최 공동정권이라는 견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때 최씨를 도왔던 고영태씨도 “최씨가 김종 전 문화부 차관을 수행비서쯤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가 최순실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는 사실 앞에 시민들은 분노와 참담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특검 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의 박 대통령 행적이 드러나면 그를 용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국회는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해놓고 한 달 넘게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미르·K스포츠 재단을 만들어 재벌들로부터 돈을 내도록 한 것이 국가를 위해 한 일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거짓말과 꼼수로 시민을 우롱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국회에 두 번씩이나 거취를 정해달라며 공을 던져놓고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며 연명을 꾀했다.

국회는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과거 정윤회씨 문건 유출이나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사 때 “국기를 흔드는 행위”라고 딱 잡아떼며 보호막을 쳤다. 국정농단의 주범이 자신이면서 끝까지 시민을 속이고 정권 유지에만 골몰하는 가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민주당 당사를 도청한 사건으로 물러난 게 아니다. 사건 발생 후 대응과정에서 거짓말한 사실이 밝혀졌고 그 때문에 탄핵 위기에 몰리자 스스로 사임했다. 닉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헌법을 유린하고 시민에게 거짓말을 반복한 박 대통령을 탄핵하지 못한다면 누구를 탄핵한단 말인가.

국회는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권력 유지를 위한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지금도 시민의 뜻에 저항하고 있다. 탄핵이 가결되어도 물러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다툼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자신이 보수 일색으로 짜놓은 헌법재판관 진용을 믿고 있을 것이다. 오직 자신의 정치적 생존이라는 원칙 하나에 의존해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는 대통령에게는 탄핵으로 응징하는 것 이외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 이미 80%의 시민이 박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는 이는 100명 중 5명이다. 선거부정을 저질러 축출된 초대 대통령도, 유혈 진압으로 집권한 군인 대통령도 이렇게 배척받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을 뽑았던 시민들이 더 실망하고 분개하는 이유가 뭔지 더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회는 민주공화국의 품격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탄핵소추안을 가결해야 한다. 최고권력자도 법 앞에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임을 입증하기 위해, 민주적 질서의 수호를 위해 국회는 그를 탄핵해야 한다. 헌법, 민주주의, 시민 주권, 정치적 책임성, 반부패라는 대의 앞에 여당과 야당, 친박계와 비박계,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시민의 대표권을 상실했다. 그렇다면 시민을 대표하는 유일한 제도로 남은 국회가 할 일은 그의 대표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국회는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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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열차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국회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탄핵소추결의안 표결에 나선다. 탄핵은 가변적이다. 하지만 탄핵 결정이 난 뒤에도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까지 탄핵사건을 가지고 가겠다고 한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의 혼란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탄핵 이후에도 정국은 긴 안개 터널이다.

국가를 경륜한다고 하는 것은 자기 몸을 괴롭히고, 정신을 피로하게 하고, 몸은 나그네가 머무는 집 같은 데 두고, 입은 문지기 같은 음식을 먹고, 손은 노예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통치자는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시대·시민과 불화를 자초하며 싸움에 빠져들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역사·시민·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에 나서며 역사에 싸움을 걸었다. 아버지의 명예회복은 그를 정치에 입문시키고 대통령에까지 이르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자서전 곳곳에 박정희를 ‘국가만을 생각한 위대한 애국자’로 기록했다. 그는 1979년 박정희 피격사건 이후 “아버지의 혜택을 보았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표변했다”며 ‘배신자’라고 적었다. 세상이 뒤집힌 뒤 아버지에 대한 사회의 냉소적 평가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자 재평가 작업에 나섰다. 역사교과서의 근대사 부분이 전교조의 이념에 경도돼 있다고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통해 역사와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그는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정화를 집권 후반기의 주요 정책과제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반대여론이 빗발치며 참여 학자들이 부족하자 깜깜이로 모집해 ‘몰래 집필’에 들어갔다. 결국 만들어진 교과서는 편향성 시비에 몰리면서 누더기가 됐다. 사초를 찢고 개칠을 해도 역사는 바꿀 수 없다.

그는 40여년 전 개발시대의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박정희 생존 당시 가족모임에서 ‘새마을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돼서는 아버지의 유산인 새마을운동 전파에도 몰두했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장단에 맞추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다. 지속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시민들과 대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맞서고 있다. 지난 10월29일 첫 촛불집회 이후 6차례에 이르면서 함성은 커지고 규탄의 목소리는 강해졌다. 지난 주말 집회에는 조직적인 동원 없이도 232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광장으로 나왔다. ‘퇴진’ ‘하야’에서 이젠 ‘구속’으로 강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국정농단에 자신은 하나도 잘못이 없다고 한다. 국민들은 그에게 나라를 맡겼으나 그는 모르쇠다. 그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방기했다. 그는 세월호가 침몰할 때 머리를 만지고 있었으며 최순실이 딸 정유라를 위해 갖가지 편법을 동원할 때도 이를 방치했다. 어린 학생에게는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돈도 실력’이라는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청소년들은 장시호와 정유라가 불법·편법으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는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시간을 벌기 위한 버티기다. 232만 촛불이 시간이 지나가면 꺼질 한시적인 화풀이 정도인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는 1차, 2차, 3차에 걸친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차일피일 퇴진을 미뤘다. 그리고 어제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 과정을 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했다. 헌재까지 가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5000만명이 반대해도 고집을 꺾지 못할 것”이라는 예견이 맞았다. 탄핵안 가결 후 헌재 결정까지 최장 6개월이 소요된다. 그동안 국정혼란은 불을 보듯 하다.

국가적인 위기 상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내년도 성장률은 올해보다도 낮게 예상되는 등 경제지표들도 하나같이 좋지 않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을 덮치고 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을 볼모로 잡고 실익 없는 싸움에 나섰다. 그는 스스로 1원도 챙기지 않았다며 버티고 있다. 솜털보다 가벼운 법률지식을 가지고 자신의 방어막을 치고 있다. 끝까지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에 거슬러 ‘효도 교과서’를 만들고 아버지의 명예회복에 나선 것, 그 자체가 엄청난 사익 추구다. 국민은 합법적인 구제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실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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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한 책의 서문을 빌려 지금의 대한민국을 나는 이렇게 규정하고 싶다.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세월호라는 유령이.’ 지금 대한민국 국가 시스템을 흔들고, 광장을 사람들로 메우고, 촛불과 횃불을 타오르게 만드는 것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전에 ‘세월호’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라는 정식명칭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거듭 ‘세월호 7시간’을 추궁하고 있다. 매스컴도 연일 최순실 국정농단과 함께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에 대한 해부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참사로부터 2년 반이 지난 현재, 왜 세월호는 자꾸 돌아오는가.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분석한 어느 글에서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햄릿이 우울증과 광기에 시달리는 것은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햄릿은 아버지를 떠나보내지 못했고, 그는 유령이 되어 거듭 그 앞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아마도 하야와 탄핵을 외치는 촛불에 세월호 7시간의 민낯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304명의 원혼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국가수반이자 책임자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진심 어린 애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촌각을 다투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을 진두지휘하기는커녕,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데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든가요?”라는 황당무계한 질문을 던졌다. 이어 세월호 유가족에게 그가 보여준 냉대와 외면은 전 국민의 무의식을 곧장 우울증과 광기로 몰아넣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때로부터 한 시도 그 장면에서 떠날 수 없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세월호는 왜 자꾸 돌아오는가, 그리고 어떻게 돌아오는가. 누군가 좋아한다는 샤머니즘적으로 말하자면 세월호 아이들로 가득 찬 우주의 기운이 태블릿 PC를 찾아내 최순실을 꿇어 앉히고, 광장에 촛불을 밝히고, 셈이나 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꾸짖고, 다시 촛불을 활활 타오르게 하고 있다. 인양되지 못한 선체처럼 전 국민의 저 깊은 곳에 내려앉은 세월호의 영령들이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으로 우리를 광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어떤 끔찍한 사고를 당한 후 그 사건을 자꾸 되새기는 ‘반복강박’은 그 사건을 이해가능한 것으로 돌려놓고 안전한 것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어적 심리기제이다. 처음 사고를 당했을 때 주체는 그 사건에 의해 압도되고 사로잡히지만 계속적인 추체험과 반복을 통해 그 괴물스러움은 이해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반복강박의 효과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수백 번, 수천 번의 호명과 되새김은 희생자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우리가 미치지 않기 위해 수행하는 일종의 몸부림이다. 이 반복강박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작업, 그리고 집단적 우울과 광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애도의 첫걸음은, 정확한 ‘사실의 재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제대로 얘기하지 않고 있다. 오보·괴담 바로잡기라는 청와대의 ‘이것이 팩트입니다’는 ‘굿판을 벌였다, 성형시술을 했다, 잠을 잤다’ 등등의 의혹에 대해 “아니다”라고 부정만 했을 뿐 그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팩트라며 밝힌 7시간의 일정표에 대통령의 육성과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을 상대로 무슨 스무고개라도 하자는 것인가. “아니다”라고만 말하는 그 끝에는 무엇이 있길래, 그토록 수많은 루머와 의혹에도 끝내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이제까지의 모든 의혹을 뛰어넘는 더 무시무시한 무엇이라도 있다는 것일까.

지난달 26일 광장에 나갔다. 촛불행렬을 따라 줄줄이 걷는 그 길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추모노래가 흘러나왔다. ‘하야가’를 부르고 퇴진을 외치던 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나도, 내 앞의 사람도, 내 옆의 사람도, 내 뒤의 사람도, 선뜻 따라 부르지 못했다. 양희은의 ‘상록수’,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전인권의 ‘애국가’보다 더 먹먹한 선율. 감히 떼창도 할 수 없는 그 노래가 광장의 사람들을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과연 그러한가. 과연 그렇다고 나는 말할 수 있는가. 국가수장이 광장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지 않는 한 우리가 함께 묻은 그 아이들은 영영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노래는 계속될 것이다.

정은경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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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이 겹치면서 트위터상의 언급량이 폭발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미온적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화번호’도 대중에 공개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트위터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트위터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들 중 주목할 만한 단어를 분석해 6일 발표했다.

지난 한 주간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서문시장’이었다. 지난달 30일 화재가 발생하며 언급량이 증가하기 시작해,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폭증했다.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 이후 첫 외부 일정이었다. 하지만 피해 상인들은 박 대통령이 자신들을 만나지 않고 10분 만에 돌아갔다며 항의했다. 박사모 회원들과 피해 상인들의 언쟁 역시 트위터상에서는 화제가 됐다.

박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 명단과 전화번호가 공개되면서 ‘전화번호’도 큰 관심을 받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것을 종용하는 시민들의 전화·문자가 새벽에도 쏟아지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새누리당은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성명불상의 전화번호 유출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한 이슈로는 유일하게 홍콩에서 열린 2016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가 이름을 올렸다. 트위터에는 ‘레드카펫’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연예인들의 사진·영상 등 콘텐츠가 다수 공유됐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진행할 것이라는 속보가 나오자 ‘대국민담화’ 언급량도 크게 높아졌다.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이 밝혀지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풀어줄 핵심인물로 지목된 ‘간호장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해당 장교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지만 만나는 데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언급량이 다시 늘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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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금명간 4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퇴진 일정을 못 박아 두면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의원 일부가 탄핵에 반대할 것이라는 기대로 마지막 호소에 나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어제 박 대통령에게 ‘내년 4월 퇴진’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주 3차 담화 발표 때 박 대통령이 스스로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한 바도 있어 추가로 담화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4차 담화를 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자신은 선의로 국정을 운영했을 뿐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측근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만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추가 담화를 통해 또다시 미르재단 설립은 국가를 위한 것이라며 자신이 측근들에게 모금을 지시한 행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해도 이는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변명을 시민이 되풀이해서 들을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를 번번이 거부해온 박 대통령이 이제 와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겠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이런 해명은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2월6일 (출처: 경향신문 DB)

4차 담화의 주목적은 탄핵으로 기울어 있는 새누리당 내 의원들의 탄핵 표심을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의 뜻은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제시한다 해도 탄핵하고 단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 나선들 시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설령 박 대통령이 죄상을 다 고백하고 진솔하게 사과해도 탄핵을 되돌리기는 늦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과 사과를 함으로써 탄핵을 피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도 변명과 꼼수로 시민을 우롱하다 탄핵안 표결이 눈앞에 닥치자 뒤늦게 사과하겠다는 것은 정말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미 마음속에서 박 대통령을 탄핵한 만큼 이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달라질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앉아 탄핵 찬반 의원들의 리스트를 만지작거리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면 제발 포기하기 바란다. 9일 탄핵안 표결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그나마 대통령으로 뽑아준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바람직한 태도이다. 마지막까지 꼼수로 권력을 유지하려다 무너졌다는 참담한 기록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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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목전에서 나라가 혼란스럽다. 그중에도 국회의원, 국회의원 중에도 일부 부동층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가장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국회의원 스스로 여러 요인을 고려한 판단을 하겠지만, ‘기록’에 대해 좀 더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통시적으로 행동하길 바란다. 왜냐면 우리는 이미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망각’ 없는 시대로 진입하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탄핵의 과정과 결과의 기록은 이미 과거의 다른 사건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새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망각 없는 시대가 시작된 지가 불과 몇 년에 불과하여 아직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바가 별로 없을 수도 있겠으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우리는 사실상 망각 없는 시대의 첫 세대인 것이다. 과거의 기록은 주로 문자를 통해서 후세에 전달되기 때문에 사건과 기록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간극이 존재했다. 그 결과 기록자의 생각이 중요하고 영향을 많이 미칠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더 많이 흐르면 왜곡 가능성도 높아지고 전문가의 설명 없이는 이해가 어려워지곤 한다. 하지만 지금의 기록은 다르다. 끝없는 영상으로 마치 현실처럼 기록되고 있는 중이다.

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 시민들이 촛불을 켜 놓았다. 가로수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김 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리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최근 발언된 ‘촛불도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는 식의 주장은 망각을 기초로 한 과거의 방식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 다 흐려진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망각은 사라졌다. 온 세상을 뒤덮은 고해상도 카메라는 점점 더 방대한 사료를 실시간 저장 중이며, 정치인의 모든 발언들도 마치 현실처럼 남아 반복될 것이다. 유효기간도 없으며 누구나, 어느 때나 볼 수 있다.

정보의 접근성은 이미 편리해졌고 앞으로는 더욱 편리해 질 것이다. 수백년 시간이 흘러도 오늘의 탄핵사건에 관심을 둔 사람들은, 마치 오늘을 살듯이 다시 경험하고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국회의원들은 이번 탄핵에 대해 선택을 할 때 편협한 사적 의리나 근시안적인 이익에 따른 선택을 하지 말기 바란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정치인들에게도 좀 더 신중하고 항구적인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점을 깨닫고 타인 앞에서 당당하고 후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선택을 하기 바란다.

이경록 |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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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6차 촛불집회에 230만명이라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원이 참석했다.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 서울과 부산 등 전국 67곳의 거리를 가득 메웠지만 불상사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10월29일 2만명으로 시작한 촛불집회가 1987년 6월항쟁을 뛰어넘는 규모로 커졌고, 갈수록 더 크게 타오르고 있다. 평화와 질서를 지키면서 대통령과 정치권을 질타하는 한국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전 세계가 경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9시30분까지 서울에 170만명, 전국적으로는 232만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촛불의 지향은 분명하다.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불평등, 그리고 정치의 비효율과 무능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다. 당면 과제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넘어 낡은 체제의 교체를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이런 집회가 사상 최대 규모로 커진 것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절대 촛불을 끌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촛불집회의 성과는 이미 현실화됐다. 무능한 정치권을 대신해 정치를 선도하고 있다. 정치적 타산에 젖은 야당의 대오를 하나로 묶어내고, 탄핵과 명예퇴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새누리당 비박근혜계를 다잡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어제 기존 입장을 바꿔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못 박아도 9일 탄핵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촛불 시민들은 또한 경찰 등 공권력이 제약해온 집회·시위의 자유도 이끌어냈다. 자발적인 통제로 평화집회를 이뤄내며 수십년간 봉쇄당했던 청와대 앞 집회를 실현했다. 이런 시민의식이라면 박 대통령 탄핵 이후 무질서를 걱정하는 것은 기우다. 국정 공백이나 경제에 미칠 악영향 등도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6차 집회에서 시민들은 박 대통령을 향해 새로운 구호를 외쳤다. 즉각 퇴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의 구속을 요구했다. 임기단축이라는 꼼수로 공을 국회로 떠넘기고,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통해 정치적 복귀를 꾀한 데 대한 응징이다.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최고권력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보수 대오를 유지하면서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즉각 해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어제 뒤늦게 “열번이고 백번이고 끝없이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이 역시 촛불의 힘이다.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도 날서게 비판하고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검의 개시, 탄핵안 표결 등 한국의 정치를 바꿀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촛불 앞에서 얄팍한 정치적 계산은 무의미하다. 시민들의 뜻은 박 대통령을 한시도 더 이상 그 자리에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금주중 퇴진 시기를 명확히 밝히면 탄핵안 가결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안 부결은 곧 박 대통령에 대한 면죄부가 될 것이고, 그러면 특검의 조사도 무력화된다. 그때 촛불 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제도권 정치가 모두 불신임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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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거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천명했다.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과 국가안위 및 국민 신뢰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구속력을 지닌 ‘헌법충성’(loyalty of constitution)의 책무를 밝힌 것이다.

기원전 487~416년 아테네 민주정은 70년간 투표에 의해서 독재자 11명을 국외로 추방했다. 이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탄핵의 목적은 주권자의 신임에 반하여 권한남용으로 국가와 헌법에 위반한 공직자의 직무를 박탈하는 것이다.

영국은 1376년부터 의회가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 관습헌법에 의한 탄핵권을 행사함으로써 오늘날 의회민주정의 모범을 확립했다. 탄핵조사는 두 가지 헌법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탄핵조사의 법위반자가 탄핵을 받아 파면되어야 하는 지위에 있는지이다. 두 번째는 탄핵 피소추자의 직무행위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구성하는지이다. 탄핵이 야당에 의해서 정치적 보복의 수단으로 남용되면 정부를 위기에 빠뜨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탄핵 대상과 탄핵 사유가 엄중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가운데 30일 탄핵심판을 맡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뒤로 청와대의 모습이 보인다. 김창길 기자

미국 헌법기초자들은 탄핵의 두 가지 헌법적 쟁점을 연방헌법에 충분히 반영했다. 1787년 미국 헌법기초자들은 연방헌법에서 ‘대통령, 부통령, 모든 민간공무원은 반역죄, 뇌물죄, 그 밖의 중대한 범죄·비행을 이유로 탄핵심판에 의해서 파면된다’(제2조 제4항)고 명시했다. 미국은 1793~2010년 하원에서 공직자 19명(대통령 2명, 장관 1명, 법관 15명, 상원의원 1명)을 탄핵 소추하고, 상원은 공직자 16명(유죄 8명, 사퇴 3명)을 탄핵심판했다. 하원은 탄핵 조사와 소추의 고유 권한을, 상원은 탄핵심판과 파면결정, 그리고 장래 공무담임권도 제한할 수 있다.

‘반역죄’와 ‘뇌물죄’는 헌법충성을 선서한 공무원이 국민의 신뢰와 국가를 배반하고, 직무의 완전성(integrity)과 법적 정의 및 헌법 자체를 침해하여 국가안위에 위험을 야기한 범죄다. 다음의 ‘중대한 범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국에서 중대한 범죄는 권력행사의 목적에 따른 직무성질과 범죄의 심각성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미국의 중대한 범죄 유형은 부적절한 권한 남용과 초과, 직무의 목적과 양립하지 않는 위법행위, 부적절한 목적이나 사익추구의 권한남용을 들 수 있다. 중대한 범죄의 특성은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여 ‘지독하게’ 권한을 남용하여 ‘상당한 규모의’ 위법행위를 범한 경우이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인정된 중대한 범죄의 목록은 뇌물을 수수하여 국가와 헌법질서에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 정적의 불법적 기소·체포·살해 등에 국가기관을 이용하는 경우, 정신 질환이나 심각한 게으름으로 인해 기본적인 직무수행이 곤란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에 관한 ‘탄핵심판사건’(2004헌나1)에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라고 선고했다. 이는 미국 헌법의 탄핵 사유 중 중대한 범죄를 참고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헌법충성 의무와 국가·국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배하는 동시에 직무행사와 관련하여 국가 및 국민의 이익을 희생하고 특정인과 담합하여 터무니없는 권한남용을 했으므로 셀 수 없이 많은 ‘중대한’ 법위반을 범했다. 국가와 대통령 지위조차도 사유물로 간주하고 국익과 국민의 권리를 희생하면서 오직 최순실 일가의 사익추구를 위하여 100건 이상의 위법행위를 했다. 이제 주권자는 신뢰를 배반하고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 대통령을 탄핵·파면하여 무너진 헌법질서와 국격을 바로 세우도록 명령하고 있다.

정영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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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후 탄핵 처리 기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야 3당 대표는 어제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을 거부하고, 탄핵안을 예정대로 2일 또는 9일에 처리하기로 재확인했다. 그러나 탄핵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내 비박근혜계 일부가 탄핵에서 돌아서는 등 내부에서 견해가 갈리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을 지켜본 뒤 9일 탄핵 처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2일 탄핵안 처리는 어려워지고 일부에선 9일 탄핵안 가결마저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3차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가 정한 일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민규 기자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어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교묘한 사퇴 선언으로 탄핵 대오 흔들기를 시도했지만, 절대다수 시민의 탄핵 민심은 미동도 없다. 박 대통령의 꼼수 정치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오히려 평일 촛불집회 참석자가 늘었다. 여야는 시민들의 확고한 의지를 대표해 탄핵안을 가결해야 마땅하다. 특히 야 3당은 탄탄한 공조로 탄핵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꾀하는 여당 지도부에 여당 의원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가령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은 탄핵 사유에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것이다. 7시간의 진상은 향후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서도 밝힐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분명한 탄핵 사유와 논리를 세우고 후속 일정까지 짜는 등 빈틈없는 탄핵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탄핵의 가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새누리당 의원들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박 대통령의 자진 퇴진 의사를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여기서 탄핵 대오에서 이탈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박 대통령은 민주국가의 기본 질서를 파괴한 과오를 인정하지 않은 채 계속 거짓 변명과 꼼수로 난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가 그동안의 실책도 모자라 또다시 박 대통령과 친박 주류의 설득에 놀아난다면 시민의 매서운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들은 지금 박 대통령의 국정 독주를 막지 못한 채 수구의 길을 걸어온 새누리당이 과연 건강한 보수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이번 탄핵안 처리에 비주류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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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에 놀라 침묵했던 새누리당 친박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떠넘긴 뒤부터다. 친박들은 개헌 추진 등 정국 전환을 시도하고, 촛불 민심을 조롱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들 범죄의 공범이 되고 탄핵·퇴진에 몰리게 된 데는 친박 세력 책임이 가장 크다. 자숙해야 마땅한 이들이 또 돌격대인 양 나서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이 대통령 담화를 ‘꼼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국회 권능을 스스로 무시한 피해 의식”이라며 “국회가 역할을 못하면 ‘무기력 집단’으로 지탄을 받게 될 것이고, 국민은 절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둑이 몽둥이를 든 격이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의원총회에서 (당내 비주류가 결성한) 비상시국회의를 해체하고, 당의 분열을 초래하는 탄핵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면서 “탄핵에 들어가면 지도부는 (21일로 예정된) 사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개헌이 전지전능한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광장의 함성을 통해 반영된 국민의 바람을 이어갈 수 있는 첫걸음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 정국을 개헌 정국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2월1일 (출처: 경향신문DB)

막말도 이어지고 있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탄핵을 위해 야당이 하나가 됐고 정치 타임테이블을 설정해놨는데, (대통령 담화로)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야당으로서는 시쳇말로 약이 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롱했다. 김종태 의원은 그제 의총에서 “촛불시위는 평화시위가 아니다. 좌파 종북 세력은 통상 시위 때마다 분대 단위로, 지역별로 책임자를 다 정해 나온다”고 말했다. 촛불을 들고나온 시민이 종북 세력에 의해 조종됐다는 폄훼다. 실로 몰상식하다.

이런 사람들이 박근혜 의원을 대선후보로 만들어 대통령으로 세웠고, 여당을 이끌어 왔다. 국정농단을 방관·방조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좋은 자리를 나눠 먹는 등 이권을 챙겨온 게 이들이다. 대통령이 피의자로 전락한 시점에서도 이간질, 범죄자 보호, 사법 방해, 위력 과시, 협박에 무고까지 하고 있다. 주먹만 안 썼을 뿐 범죄 단체와 다를 바가 없다. 지금 시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여당을 지켜보고 있다. 이 당이 해체하지 않더라도 다음 21대 총선 때 선거 벽보에 박 대통령과 자신의 사진을 나란히 붙일 후보가 몇이나 되겠나. 깊게 생각하고 자중자애해야 한다. 형해나 다름없는 일부 무리가 아니라, 시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그게 국회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유권자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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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어제 담화는 개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개헌이라는 말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와 친박 세력이 개헌을 위한 임기 단축을 제기했던 점을 고려하면 개헌론에 불을 붙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개헌론을 부추기는 의도는 분명하다. 그제 서청원 의원 등 친박 핵심 의원들이 거론한 것이 바로 개헌을 고리로 한 박 대통령의 명예퇴진이었다. 이런 움직임에 개헌론을 제기하면 탄핵의 대오가 흐트러질 것이라고 내놓은 게 바로 담화이다. 야권 내 일부도 개헌을 주장하므로 야권을 분열시켜 탄핵을 희석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되었던 지난달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느닷없이 개헌을 제안해 정국 반전을 꾀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개헌을 명시하지는 못했지만, 다시 그 카드로 판을 뒤흔들려는 ‘불순한’ 의도가 역력히 드러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 뒤편으로 나가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무엇보다 허다한 정치·사회적 과제를 개헌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옳지 않다.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시민 의사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한국 사회의 권력이 된 재벌을 개혁하라는 것이다. 검찰이 권력의 하청을 받는 청부업을 청산하고 독립적 주체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시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표하는 정당체제, 정치 개혁을 하라는 것이다. 재벌개혁, 검찰개혁, 정치개혁, 방송개혁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했으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과연 가능했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시민이 하라는 개혁은 안 하고 헌법 타령을 하고 있으니 그게 바로 개혁해야 할 낡은 정치의 실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 국면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개헌으로 판을 흔들어 보겠다며 헌법을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을 모욕하는 처사이다. 지금의 개헌 논의는 여야의 대선주자들과 여러 세력들이 대통령 중임제니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자기에게 유리한 권력 구조로 바꾸려고 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개헌이라는 거대 이슈를 꺼내들어 일반 시민들을 배제하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에서 개인적인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정치인의 바른길이 아니다. 그래도 굳이 개헌하고 싶은 정치인이 있다면 대선에서 구체적인 개헌 방안을 제시하고 대선 이후 그 결과에 따라 논의하면 될 일이다.

지금 국회가 할 일은 시민들이 이미 마음으로 탄핵한 박 대통령을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개헌론을 꺼내겠다면 그것은 촛불에 대한 저항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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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이어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나는 잘못한 게 없지만 물러나라고 하니 국회에서 알아서 해달라는 것이다. 2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지 25일 만이다. 퇴진 시기도 밝히지 않았고, 사과와 반성도 없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그러면서 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의” 타령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물러나겠다는 것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자기모순이다. 정권 이양이니 하는 것도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날 담화는 촛불 민심을 받드는 모습을 기대했던 시민들을 또다시 절망에 빠뜨렸다. 참으로 뻔뻔하고 무지막지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일견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실은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겠다고 한 것과 같다. 임기 단축이란 말부터 해괴한 표현이다. 자신이 잘못해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 개헌 같은 정치 상황 변동에 따라 임기가 단축돼 퇴임하는 형식을 밟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개헌론으로 야권을 분열시키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술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금 한국 사회는 헌정체제 정비와 위기 극복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에 빠져들 위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 거국 총리와 개헌이 맞물려 돌아가면 국정 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정파 간 더 큰 혼란이 일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 더 머문다는 것 자체가 나라의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시민과 싸워 이길 순 없다. 96%의 민심과 괴리된 대통령은 존재할 수도, 필요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내용의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외면한 채 단상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안정된 정권 이양을 위한 법 절차를 정해달라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헌법엔 ‘대통령 궐위 시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고(제71조),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제68조)’고 명시돼 있다. 새삼스럽게 국회에서 따로 법 절차를 정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결국 국회에 어물쩍 공을 넘겨 시간을 끌겠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담화가 나온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 난데없이 정계 원로들이 나서더니 다음날 친박계에서 이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같은 내용의 담화를 내놓았다. 야 3당이 예고한 탄핵안 표결 처리(12월2일) 사흘 전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이 잘 짜인 각본에 따른 것이라면 마지막까지 권력을 붙잡고 버티는 추태에 진저리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국정 문란의 방관자이자 옹호자였던 친박계의 이런 오만과 독선은 결국 스스로의 입지를 좁혀 몰락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야당이 일제히 “퇴임 일정 밝히지 않은 계산된 퉁치기” “여야 정쟁을 유도하려는 탄핵 교란 작전”이라고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촛불 민심이야 어떻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시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커녕 더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식물대통령이 그나마 마지막 살길도 걷어찬 셈이다. 이날 담화를 딱 하나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 박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계속 유지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하긴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물러날 뜻이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라를 이런 참담한 지경에 빠뜨린 주범은 박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사태에 대한 죄의식도 없고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 공직자의 기본자세도 갖추지 못한 대통령이 국가 운영의 총사령탑을 맡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제 더 기대할 게 없다. 국회는 예정대로 탄핵을 단단히 추진해야 한다. 탄핵은 국정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꼭두각시 대통령이 물러난다 해서 국정 운영이 흔들릴 나라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리더십은 무너졌다.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자격과 능력을 잃었다. 이대로 그 자리에 머물면서 나라를 계속 통치하겠다는 발상은 훼손된 나라의 자존심을 다시 한번 짓밟는 일이다.

식물대통령을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선출 권력인 국회는 촛불 민심 앞에서 정치적 역량을 보여야 한다. 현재의 위기를 국가적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선 정략에서 벗어나 국가와 미래만 생각하는 대승적 자세가 절실하다. 여소야대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당은 정교한 탄핵 이후 로드맵을 만들어 정국 불안을 줄여야 할 책임이 더욱 무겁다.

촛불 민심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나라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은 당연히 사임해야 하며 그 길만이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외침이었다. 이미 민심의 둑은 터졌다. 탄핵만이 시민을 승리로 이끄는 길이다. 엄정한 시국을 수습하는 첫 단추는 박 대통령의 직무를 속히 정지시키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가는 일이다. 위임한 권력을 되찾아 와야 한다. 시민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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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흩날리는 늦은 오후. 옷깃을 여미며 지하철을 탔다. 안국역에서 내렸다. 안국(安國), 나라의 평안. 말의 의미가 새삼스러워졌다. 헌법재판소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내 인왕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애석하다, 희뿌연 안개에 가려 산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오랜만에 우러르는 인왕산이다. 어렴풋한 흔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광화문으로 쇄도하는 발걸음에 한 걸음을 보탰다. 광장임에도 숨바꼭질하듯 걸어야 했다. 많은 궁리가 일어났다. 경복궁역에서 청운동 사무소까지 가는 길. 예전 궁리출판 사무실이 있던 곳이다. 눈 감아도 훤하다. 옆사람과 어깨를 걸고 나아가며 구호를 외쳤다. 특히 다음 일곱 글자에서 울컥, 했다. “국민이 명령한다!” 행진하는 너는, 나는, 우리는 저 문장의 확고한 주어다. 인왕산 쪽 길가에 가로수가 서 있다. 큼지막한 돌화분에 회양목을 울타리 삼아 심어진 무궁화. 총 68그루였다. 나흘 전이 소설(小雪)이었다. 시절에 맞게 오늘 첫눈이 내렸다. 나무는 꽃과 잎을 모두 버렸다. 벌어진 열매 속으로 하늘의 소식이 들어가고 있었다.

대열을 벗어나 잠깐 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정상에서 기습 고함도 질러볼까. 직접 인왕의 안부도 살피고 싶었다. 아뿔싸,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성난 목소리는 이미 북악산 꼭대기까지 넘실대고 있었다. 둘레길을 걷다가 청와대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섰다. 무무대(無無臺)이다. 돌판에 그 뜻을 이렇게 적어놓았다. “아무것도 없구나. 오직 아름다운 것만 있을 뿐.” 왜 아니겠는가. 참여자 150만명에 연행자 0명, 부상자 0명이다. 대통령이 내팽개친 국격을 거리의 국민들이 쌓아올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저 아름다운 품격을 보라!

산에 갔다 온 사이 밤은 깊어졌고 국민들은 늘어났다. 도로에 송곳 하나 세우지 못할 만큼 빽빽했다. 경찰차에는 꽃 스티커도 많이 붙어 있다. 그 사이 무궁화는 여전하다. 이 함성, 이 물결, 이 느낌. 공중을 가득 채운 파동을 무궁화도 흠뻑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년 봄에 얼마나 본때 있게 피어날까, 골똘한 생각에 잠긴 무궁화. 우리나라의 꽃, 무궁화. 아욱과의 낙엽관목.

이굴기 |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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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에 살고 있는 민주세력은 박정희 신화와 싸우고 있다. 우리의 상대는 박근혜나 새누리당이 아니라 박정희다. 박정희를 가리키는 ‘반신반인’이라는 말에 모두 놀랐겠지만 이곳에서는 이 말이 오히려 겸양이다. 이곳에서 그는 온전한 ‘신’이다. 샤먼이다. 박정희 초상 앞에 촛불을 켜놓고 기복하는 모습을 이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박정희 신화를 재생산하는 일은 쉬지 않고 진행됐다. 박정희 동상을 크게 세우고, 그의 최대 치적이라고 하는 새마을 담론을 동원하면서 박정희 신화를 끊임없이 불러내고 있다.

신화의 세계에서 박정희와 싸우는 일은 참 어렵다. 신화는 맹목적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데올로기보다도 강력하다. 이데올로기는 어떤 가치와 그것을 설명하는 논리이지만 신화는 조건 없이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신화는 무섭다. 박정희 신화는 비판하면 할수록 더 단단해진다. 신화의 세계에서 박정희는 어떤 대화와 토론도 허락하지 않는다.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전교조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오늘 교육부에서 발표한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이곳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박정희 신화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경기 군포 지역구를 버리고 고향을 찾아온 김부겸은 박정희 신화와 싸우기 위해 고육지계를 썼다. 그는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그리고 그것과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의 교류를 제안했다. 의표를 찌르는 제안이었다. 민주진영에서는 그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민주당 후보의 공약에 박정희 컨벤션센터가 무슨 말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부겸의 의도는 박정희를 신화의 영역으로부터 역사의 영역으로 끌어내리자는 것이었다. 김부겸은 박정희를 역사의 세계로 호명한 후, 그를 신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차근차근 그의 행적을 역사적으로 따져보자는 계획이었다. 김부겸이 오해와 논란을 감수하면서 내건 그 ‘아슬아슬한 공약’은 이유가 있었고 타당한 것이었다. 그것은 대구·경북에서 신화가 된 박정희와 싸우는 방편이었다. 신화를 상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김부겸은 박정희를 신으로 섬기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그런 부담스러운 공약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박근혜 스스로가 박정희 신화를 깨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박근혜는 박정희 신화로부터 걸어 나온 ‘신의 딸’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판단이 아니라 아버지의 신탁(神託)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의 언어는 아버지의 그것이고, 그의 국가관도 아버지가 끌고 가던 유신체제의 그것이다. 박근혜는 아버지의 시대에 성장이 멈추어버린 신의 딸이다. 그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여 좋은 사람을 곁에 두지 않았고, 국가와 개인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시대착오적 국가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랏돈을 빼돌려 최순실에게 주어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고,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에게 냉혹한 보복을 하였다. 박근혜를 지배한 것은 박정희의 신탁이었다. 그가 재벌들을 불러놓고 거래를 하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버지가 하던 방식대로 권력을 휘두르다 파국을 맞이했다.

이제 시민혁명의 횃불이 켜지고 박근혜의 추한 모습이 드러나자 박정희 신전의 어둠도 걷히고 있다. 요즈음 박근혜의 거취에 대해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모양인데, 중요한 것은 박근혜의 퇴진 과정에서 박정희 신화의 본질을 보여주고 그것을 역사적으로 청산하는 일이다. 박정희가 저렇듯 신화가 되어 그의 유령이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는 것은 그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역사적 청산의 기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잘잘못을 조목조목 짚어서 정리하고 평가하고 징벌하는 작업을 하면서 그것이 박정희의 신탁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떤 정치인은 박근혜의 퇴진을 두고 명예를 지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걱정스러운 발언이다. 이 사태를 정치적 타협으로 적당히 마무리하겠다는 정치적 수사가 아닐까라는 염려 때문이다. 박근혜가 자진 사퇴를 한다고 해도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박정희 신화는 다시 부활할지 모른다.

검찰과 특검수사, 국정조사, 탄핵 등의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목표는 박정희 신전의 어둠을 걷고 박정희의 신탁이 어떻게 박근혜를 통해 육화되고 박정희의 유령이 우리들 곁을 어떻게 배회하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질서의 건설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일 |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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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광장에서 터져 나온 지 5주가 지났다. 촛불민심은 영하의 날씨에 들이친 진눈깨비에도 꺼지기는커녕 거세지고 있다. 그만큼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 열망이 뜨겁다는 증좌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일부 정치세력들이 개헌론을 끼워 팔려고 하고 있다. 촛불민심에 편승한 곁불 쬐기다.

최근 개헌 논의 불씨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폈다. 그는 23일 “문제 해결은 개헌이라고 생각한다. (탄핵과) 개헌도 동시에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3지대론’ 토론회에는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정 전 의장과 손 전 고문은 26일 따로 만나 개헌 논의를 주고받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개헌 작업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추진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개헌 쪽에 서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 28일 (출처: 경향신문DB)

이들은 현시점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게 적절한 일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시민 10명 중 8명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지만,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이럴 때 각자 정치세력이 개헌을 부수 안건으로 끼워 팔면 탄핵 추진의 집중력이 떨어질뿐더러, 대오마저 흐트러질 수 있다. 개헌 저의도 의심받고 있다. 친박은 개헌이라는 복잡다단한 의제를 끼워 넣음으로써 탄핵을 늦춰 보려 하고 있다. 야당 내 개헌파는 굳어져 가는 대선판을 뒤흔들어 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개헌은 촛불민심과 동떨어진 것이다. 단 한 차례만 광화문이나 자신들의 지역구 촛불집회 현장에 가 봤으면 알 수 있다. 지난 5차례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외친 구호는 “박근혜는 물러나라, 재벌도 공범이다”였다. 개헌 논의는 여의도에 머물러 있지 광장을 파고들지 못했다.

이들이 진정으로 개헌을 하고 싶다면 탄핵 문제가 해결된 뒤 대선 혹은 총선 공약으로 구체적인 개헌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지 헌법을 바꾸자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단일한 정치세력으로 뭉치자는 것만큼 정치공학적인 접근도 없을 것이다. 개헌파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정치권 안에서 계속 권력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개헌 논의는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했다. 얕은수로 개헌을 추진하다가는 촛불민심이 자신들을 향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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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시위의 새 역사를 썼다. 전국을 밝힌 190만 촛불은 사상 최대 규모요, 촛불의 절정이었다. 춥고 눈·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훼손된 민주주의를 시민 손으로 직접 되살리려는 촛불은 횃불로, 들불로 번져 활활 타올랐다. 시민들은 활력이 넘쳤고 외침은 엄중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에워싼 인간띠 잇기는 청와대를 포위하며 행진을 벌였다. 6살 아들과 함께 나온 젊은 엄마는 “이미 민심이 대통령을 이겼다”고 했다. 시민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길에서도 버려진 손팻말 등 쓰레기를 주웠다. 광화문광장을 일순간 암흑으로 바꾼 ‘1분 소등 행사’에서 시민들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외치며 다시 불을 붙였다. 감동과 전율이 몸에서 몸으로 전해졌다. 남녀, 세대, 지역, 이념을 떠나 모든 시민이 하나가 된 자리였고, 대화합 축제의 장이었다.

주말인 26일 오후 8시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50만개의 촛불이 1분간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함성이 이어졌다. 촛불은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옆으로는 종로·청계천로·새문안길, 율곡로까지 메우며 밝고 힘있게 다시 켜졌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침묵은 진실을 덮을 수 없다.” 시민들은 너나없이 목청껏 울분을 토해내며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시작했다. 전국 60여개 도시에서도 눈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40만개의 촛불이 함께 타올랐다. 사진공동취재단

광장에 나오지 못한 수많은 시민들도 마음은 함께했을 것이다. 시민들은 비폭력·평화 시위를 유지했으며 경찰은 평화시위 보장 약속을 지켰다. 외신들도 “사상 최대 피플 파워” “거대한 콘서트”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대통령은 국격을 추락시켰지만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품격을 보여줬다.

청와대는 주말 집회 이후 “국민의 뜻을 다시 한 번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의 소리를 잘 듣고 겸허한 자세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마나한 반응만 5주째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말로는 시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시민들의 화만 돋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담화 이후 3주일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10월20일), 국무회의(10월11일)를 마지막으로 주재한 이후 공식 회의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법무부 장관·청와대 민정수석이 낸 사표조차 1주일이 다 되도록 처리를 못하고 있다. 참모가 던진 사표조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대통령의 현재 모습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교육부의 반기(反旗) 조짐에도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어쩌면 지금까지 모든 국정 현안을 판단하고 결정해줬던 비선 측근들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검찰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대면조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엔 국회 국정조사가 본격 개시되고, 야당이 추천한 특검도 임명해야 한다. 대통령으로선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된 셈이다. 더는 입을 닫고 넘어가기 어렵게 됐다.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시민의 분노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혹시 역풍을 기다려 국면전환을 하겠다는 속셈이라면 가당치도 않고 이뤄질 수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무엇이 수많은 시민들로 하여금 한 달 동안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게 했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200만 촛불의 명령은 탄핵 전에 퇴진하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대통령 스스로 결단해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강제로 끌려 내려오기 전에 스스로 사퇴 일정을 제시하고 물러나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바른길이다. 청와대는 시민들에게 포위됐고, 섬처럼 고립됐다. 들끓는 민심은 이제 폭발단계에 이르렀다. 더 얼마나 많은 촛불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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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도 차츰 끝이 보이고 있다. 검찰은 대면조사 최후통첩과 별도로 연일 수사의 강도를 높이며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매일 몰아치는 대기업 수사는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정조준하고 있다. 뇌물죄가 입증되면 대통령은 퇴진 이후 사저가 아닌 감옥으로 가야 한다. 30일부터는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특검도 내달 초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이번 주말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200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 수사·국조·특검·촛불이란 파도가 사방에서 동시에 박 대통령을 덮치는 양상이다. 어느 것 하나도 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르면 12월2일, 늦어도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못 박았다. 야 3당은 각각 탄핵안 준비기구에서 탄핵안을 만들어 이달 말 공동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도 야당 발의 단계부터 동참할지, 표결에만 참여할지 아직 고심 중이나 찬성에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그동안 탄핵을 둘러싸고 불가측했던 안개가 걷힌 것은 다행이다. 이대로라면 수적으로도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필요한 탄핵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대통령 탄핵 당론 채택을 논의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적 불행이 기어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하게 된 작금의 상황은 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부정·거부하고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철회하는 등 대국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겼다. 그리고 되레 ‘탄핵을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의 강경으로 돌아섰다. 박 대통령이 자진 퇴진의 기회를 걷어차고 장기 농성 태세에 들어감에 따라 탄핵 추진은 불가피한 외길이 됐다.

지금 시중에선 사람 둘만 모이면 어느 자리 할 것 없이 온통 박근혜·최순실 얘기뿐이다. 부끄러움과 한탄, 자괴감에서 비롯된 ‘박근혜 피로’가 하루하루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국정공백과 혼란은 벌써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국정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하지만 정상적인 국정수행은 불가능하다. 피의자 신분인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는 것은 무의미하고 그래서도 안된다.

민심은 더 이상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 3당은 촛불민심에 나타난 시민들의 분노와 기대를 모아 나라의 혼란을 서둘러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새누리당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어느 때보다 대승적으로 타협하고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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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