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자력주의자들에게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재앙이다. 그들 자신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재앙이다. 탈원전은 한국 경제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재앙, 태양광은 중금속 범벅의 처치 곤란 폐기물 더미만 남기는 재앙, 풍력발전은 산과 들과 어장을 망치는 재앙일 뿐이다. 이들에게 재앙이 미치는 범위는 대단히 좁다. 남한이라는 공간, 현재라는 시간, 돈이라는 물적 가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지구와 미래라는 시공간, 행복한 삶이라는 가치는 일고의 고려 대상도 되지 못한다. 전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걸린 기후변화는 저 멀리 남의 이야기일 뿐이고, 핵폐기물을 떠안을 후손들의 행복은 더더욱 관심 밖이다. 자기 이익을 지킬 수만 있다면 필요한 자료와 수치를 부풀려 에너지전환을 공격하는 것만이 이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기득권 수호에만 매달리는 한국의 원자력주의자들과 달리 인류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해 원자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지금 인류에게 닥치고 있는 가장 큰 재앙은 기후변화이다. 이들이 보기에 기후변화는 지금 지구와 인류사회를 종종 비상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고, 미래세대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대단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탈원전, 에너지전환에 대해 한국의 원자력주의자들과는 정반대로 지구라는 공간, 미래라는 시간, 행복한 삶의 추구라는 시각에서 비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람은 제임스 핸슨이다. 그는 1988년 미국 의회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해 최초로 경고했고, 수많은 기후변화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한 과학자이다. 팔순을 바라보는 그는 미국 나사에서 보낸 50년 가까운 과학자 생애의 대부분을 기후변화와 맞서는 데 바쳐왔다. 몇해 전에는 백악관 앞에서 오일샌드 파이프라인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재생가능에너지의 효용을 부정하지 않는다. 악의적으로 부작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으로는 기후변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본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탄소세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안전이 확보된 원자력발전소를 크게 늘리자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손녀딸과 함께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로 침해되는 손녀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위한 권리를 보장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항공우주국 고다드우주연구소 제임스 핸슨 소장이 기후 변화에 관한 이론을 나타내는 주사위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원자력 확대라는 핸슨의 주장에 대해 급진적이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제기되지만, 그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일은 없다. 원자력계의 로비와 그의 원자력 옹호 활동이 연관돼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말과 행동은 주목받고 진지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한국의 원자력주의자들 중에서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독일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하는 책을 출간해 원자력주의자들에게서 크게 환영받은 국회의원도 독일의 에너지전환이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점에 대해선 거의 주목하지 않는다. 책에는 오직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 정책이 독일에서 막대한 비용을 초래했고, ‘대한민국 블랙아웃’이라는 재앙을 예비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만 있다.

지금 폴란드 카토비체에서는 세계 기후변화회의가 열리고 있다. 수십년 전부터 해마다 열리지만 결과는 초라하기에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국 언론과 정치권의 무관심은 놀랄 만하다. 원자력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전환 진영에서도 한마디 들을 수 없다. 이미 평균기온 1.5도 상승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원자력이 살길인지 에너지전환이 올바른 길인지 조금이라도 언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원자력주의자들이 오직 남한이라는 좁은 공간에서의 부자 되는 삶이라는 구시대적 시야에 갇혀 있다면 그들의 주장은 지지를 넓히지 못하고 원자력 수호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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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원전안전을 위협하는 발견이 있었다. 한빛원전의 격납용기벽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이 안전이 의심되는 69개소를 조사하여 그중 14개소에서 공극을 추가 발견한 것이다. 이전 한수원 자체 조사로 격납건물 매설판 보강재 주변에서 2017년 2개소, 2018년 6개소의 공극(8㎝ 이하)을 발견했던 것이, 이번에 조사단에 의해 깊이 20㎝ 이상의 예상보다 큰 공극 3개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격납건물 벽체 콘크리트에 공극이 존재하면 콘크리트의 지지강도가 떨어지므로 안전성능이 약화된다. 2016년 한빛 2호기에서 철판 부식에 의한 천공이 처음 확인된 이후 주민들이 요구한 확대검사에서 18㎝에 이르는 깊이의 콘크리트 공극이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발견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확대점검이 불가피하므로 연말 20기 이상 원전을 가동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원전의 위험은 아주 낮은 확률의 것이라도 엄중하다. 민족과 국토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진행돼온 원전산업 전반에 걸친 이와 같은 은폐 문제는 안전에 정면 위배된다. 이 정권에서 추진하는 탈원전은 ‘안전’이란 토대 위에서 성립되므로 ‘안전’ 없는 ‘탈원전’은 없다. 향후 수십년에 걸친 탈원전의 과정에서 만에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안된다.

출처:경향신문DB

하지만 현 정부가 전력투구하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달리, 안전정책은 허술함이 이전 정권보다 오히려 못하다. 원안위가 장관급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로 변경되고 위원장은 차관급으로 격하된 상태에서 조직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원전감독법은 시행도 안되고 유령화돼 있으며 오히려 지난 정권에서 원안위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 친원전 인사를 원자력안전기술원장에 중용하는 등, 방향성도 없고 지난 정권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문제는 안전을 위한 정부 대응역량 불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추진해온 ‘탈원전’이라는 이름의 개혁에는 당연히 차별화된 ‘안전체제 강화’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를 위해 개혁세력과 에너지를 결집시켜 안전대응력 강화를 강력 추진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시급한 시점이다.

한편, 원전안전을 위협하는 은폐 문제는 원전비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한 현장중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정부 내 원자력 은폐제보 및 청산센터 설치 △발전소 현장 순회감시를 위한 안전보안관 설치 △원전안전 교차감시를 위한 국회 및 지자체의 감시참여 제도화를 제안한다.

<이정윤 |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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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탈원전

114년 만에 찾아온 폭염은 세계 기후변화에 한반도가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이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독일,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제국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세계 에너지원 비율이 가파르게 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석탄, 원자력, 석유가 20% 이상 감소했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는 30% 이상 증가했다. 우리는 작년에 뒤늦게 에너지전환에 합류했다. ‘탈원전, 탈석탄, 친재생’으로 요약되는 우리의 에너지전환은 세계적 추세의 일부분만 반영한 상태이다. 대표 정책인 ‘재생에너지 3020’도 세계 변화 속도보다는 늦다.

국가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데 우리는 왜 세계 에너지전환을 따라야 하는가. 이제 이산화탄소(CO2) 배출과 미세먼지 같은 국제 환경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작년에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은 310조원대로 커졌다. 태양광 발전 시장만 180조원이다. 작년에 설치된 발전원은 재생에너지가 157기가와트(GW)인 반면 화석에너지는 70GW에 불과했다. 태양광 발전은 98GW로 가장 많이 설치됐다. 문제는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4%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경제성이 좋다는 이유로 원전과 석탄발전만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탈석탄, 탈원전, 탈석유’ 배경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환경요인도 있지만 경제성과 시장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원전은 안전규제 강화와 시장축소로 가격이 매년 10%대로 오르고 있다. 반면, 태양광 발전의 경우 기술혁신과 시장확대로 5년마다 가격이 절반으로 급락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반면, 지금도 가스 발전소에 비해 고가인 석탄·석유 발전소는 환경규제 강화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향후 30년 이후까지 지속되어, 2050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의 60~85%가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연구개발과 시장확대에 나서는 이유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에 대해 국내 일부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원자력 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원전은 안전하고 청정하며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그동안만 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활성 지진대에 위치한 과밀 원전과 핵폐기물 처리, 미래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미국이 지금 원전 3기를 조기 폐쇄하는 이유는 경제성이 없어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당장 대학의 원자력 분야 학생 지원이 급감하고 있다. 장래가 불확실해서인데, 방치해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장기적인 원자력 인력 전환 로드맵이 필요하다. 참고로, 국내 원전 종사자 중 원자력 전공자는 8%에 불과하며 이는 인문사회 전공자 11%보다도 적다. 대책을 잘 마련하면 대학 원자력학과 문제는 해결 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탈원전 성공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이후 40여 년간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했지만 원전부품과 설계·운영기술은 계속 수출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원자력 발전분야를 대폭 줄이는 대신 방사선 분야를 늘리는 구조조정을 했다. 방사선 분야는 방사선 의료, 비파괴검사, 농식품 저장, 보안검색 등으로 작년 세계시장이 약 330조원에 달했다. 원전보다 훨씬 큰 시장이며, 매년 12% 이상 성장한다.

현재 국내 원자력 시장 비율은 원전 82% 대 방사선 18%로서 미국의 25% 대 75%, 일본의 54% 대 46%와 크게 대비된다. 대학의 원자력학과 자체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원전에 치중했던 커리큘럼도 방사선 분야는 물론 미래 에너지 전망에 맞게 다양하게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창의·융합형 연구개발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44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에너지전환 관련 원자력 분야 기술개발(원전 설계·운영·해체 등)에도 매년 약 700억원을 지원한다. 원자력계가 에너지전환에 앞장선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다.

<임춘택 | 한국에너지기술평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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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만 1년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극과 극을 오가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83%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주년 지지율 중 가장 높다. 어쩌면 일반국민은 남북정상회담 성공으로 안보불안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문 대통령이나 문 정부가 지금껏 보여온 국정 개혁의지의 진정성을 신뢰하면서 당장의 정책 효과에 연연하기보다 아직은 지지를 보내야 할 때라고 판단하기 때문 아닐까? 그간 누적되어온 문제를 해결하는 데 1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주요 기조는 탈원전·탈석탄이라 불리는 원전과 석탄의 단계적 감축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즉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에너지 전환”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등장, 문 정부 출범으로 주요 국정과제가 되었다.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 명동 한국YWCA회관 앞에서 3월 20일 시민들이 핵발전에 반대하는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YWCA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위험한 불’인 핵발전을 멈추자는 캠페인으로 이날이 200회째다. 권도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해 시민환경연구소가 학계와 시민사회의 환경·에너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5점 만점에 3.12점을 줬다. 중앙값인 3점을 살짝 넘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다. 같은 기준으로 실시된 예전 조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2015년엔 2.2점, 2016년에 1.48점을 받은 데 비해서는 진일보한 결과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지난 1월에 함께 실시한 ‘정부의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현황조사’에서는 긍정 평가 40%(매우 잘함 5%, 잘함 35%), 보통 40%, 부정 평가 20%(못함 15%, 매우 못함 5%)로, 5점 만점 환산 시 3.2점이었다. 사회 전반적인 동의를 뜻한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에너지를 보는 일반 시민의 관점이 바뀌었음을 뜻한다. ‘경제성장을 위한 저렴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보다 ‘안전과 생명’이 더 우선이란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은 길고도 고된 여정일 수밖에 없다. 우린 이제 겨우 출발선을 지났다. 문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에도 사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조직과 인력, 심지어 예산까지 많은 부분이 에너지전환에 맞서 있다. 전환되어야 할 기존 에너지체제를 지탱하거나 확장하려고 만들었던 것이었고 전환 움직임에 반대하는 구성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기에. 원전의 단계적 감축이란 정책기조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진흥하는 법과 위원회가 엄연히 존재하고 연구개발비도 여전히 엄청나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려는 지자체장들이 늘고 있지만 에너지분권을 실현하기 어렵고 지자체장들의 에너지 전환 의지도 같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부처 간 엇박자도 있어 조율과 조정이 필요하다. 사라질 일자리와 생겨날 일자리가 있고 에너지산업생태계가 변화되기에 정의로운 전환의 기획이 필요하다. 에너지 시장, 특히 전력 시장 구조개편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사회환경비용의 내부화를 위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경유세 상대가격 조정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에너지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한반도 전체의 에너지 전환 밑그림도 그려야 한다. 이 일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역사적으로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던 길을 가고 있다. 이제 총론이 아니라 각론이 필요하다. 정부 혼자서는 어렵다. 최근에 전문가와 기업인, 활동가, 정치인들이 함께 모인, 에너지전환을 위한 열린 플랫폼으로 ‘에너지전환포럼’이 출범했고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도 출범했다. 협치의 공간을 넓히고 사회적 대화를 늘리자. 전환의 길은 만들어가야 하기에.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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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온몸으로 뛰고 있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0일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도 있는 핵 재처리 연구 개발을 2020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용후핵연료를 건식 재처리하여 이를 연료로 쓰는 고속로라는 원자로를 연구 개발하겠다는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사업은 1997년부터 20년간 6700억원의 혈세를 낭비했지만 경제성도 안전성도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건식 재처리를 실제 하려면 한·미 원자력협정상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한데, 원자력계가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여 연료로 쓰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핵 확산 가능성이 있는 재처리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1층에서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이 담긴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맞잡은 손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판문점 _ 공동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공약하였고, 지난해 국회도 전문가와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조건으로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과기정통부가 구성한 ‘재검토위원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공개로 일관하였고, 공개토론회 한번 열리지 않았다. 반대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된 채 사업 추진 측의 해명만 거듭된 위원회가 어떻게 ‘재검토’를 할 수 있는가? 재검토위원회는 반대 측 패널에 대해서는 단 한 번만 질의·회신을 한 반면, 찬성 측 패널에 대해서는 4차례의 질의·회신을 했다. 찬성 측 패널에게 3차례 추가 질의를 할 때 반대 측 패널에게는 그런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전문가 의견 청취와 청문회도 찬성 측 패널에 대해서만 이루어졌고 그것도 비공개로 진행되어 무슨 말이 오갔는지 모른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검증에 활용한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으나 자료 공개는커녕 재검토위원회 진행 과정조차 알려진 바 없다. 과기정통부는 재검토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다음에도 공개하지 않았다가 이를 강력하게 문제 삼자 겨우 공개하였다.

과기정통부가 내건 ‘객관적인 검토’가 되자면 찬반 양측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토론이 공개되었어야 했다. 그래야 재검토위원회가 내리는 결론의 타당성에 대해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사업 강행을 의도한 이름뿐인 재검토였기에 반대 측 패널은 재검토위원회 해체를 요구했지만 과기정통부는 반대 측 패널을 철저히 배제하였다. 이래서야 반대논리를 가진 집단이 어떻게 정부 공론화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하반기에 예상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도 신뢰할 수가 없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역시 시민들이 40년 이상 원전 홍보에만 길들여져 있고, 정보 비대칭으로 철저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사업은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를 미국이 허용할 수 없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인 데다 한반도 비핵화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또한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사업을 위해서는 원전보다 엄청나게 많은 방사능을 배출하는 재처리 시설과 최소한 10기 이상의 훨씬 위험한 고속로 원전을 지어야 하는데 어느 지역이 이런 핵 시설을 받아들일 것인가?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신규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겠다는 에너지 전환정책에 역행하는 연구 개발에 왜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것인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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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순탄하지 않다. 탈원전에 대한 일부 언론의 편향·왜곡 보도,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적절한 관여, 시민대표참여단의 지역·연령별 선발기준 논란 등으로 공정성 문제가 불거져왔다. 안전, 경제, 환경 등의 의제에 대해 건설 중단과 재개 양측이 제시하는 팽팽하게 대립되는 주장도 어려움을 더해준다. 건설 중단 측이 활성단층의 존재,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 비상대피 구역 내 382만명의 지역주민을 거론하며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 재개 측은 세계 최고의 핵발전 기술과 안전성을 믿으라 주장한다. 점진적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고 하면, 전기요금 폭탄을 각오하라고 한다. 재생에너지산업이 창출할 양질의 수많은 일자리에는 탈원전으로 인한 대규모 실업 사태로 맞받는다.

모두가 중차대한 사안들이지만, 누구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어딘가에 진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쪽 주장 모두 예측이라, 미래가 현실이 될 때까진 입증이 불가능하다. 그때까지 양쪽 모두 자기주장을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민대표참여단도 양쪽 주장을 듣고 숙고와 토론을 하겠지만, 판단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울어진 데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혼탁한 운동장에서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이런 식의 공론화로, 신고리 5·6호기에 관한 결정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방사능 대량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6년이 흘렀지만 그대로 방치돼 있다. 원자로의 폐연료봉 때문이다. 사람이 즉사할 정도의 강력한 방사선을 내뿜는 폐연료봉은 내부 상황 파악을 위해 투입된 로봇조차 작동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원전은 우라늄 핵분열 때 나오는 열을 사용해 물을 끓이고 여기서 생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원료로 사용된 우라늄은 폐연료봉 형태로 핵폐기물이 된다.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폐연료봉 1만925다발이 있었다. 이를 다 꺼낸다고 해도 영구적으로 처리할 곳이 없다.

다행히, 너무나 명백한 사안이 하나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다. 핵발전소 가동에는 핵연료가 필요하고, 일단 가동하면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된다. 신고리 5·6호기도 마찬가지다. 사용후핵연료는 순간의 피폭으로도 치사율 100%인 치명적인 고준위핵폐기물이며, 최소 10만년 동안 세상에서 완전히 분리, 차폐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700t 이상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의 임시저장소에 보관된다. 임시저장소의 예상 포화연도는 월성원전 2019년, 한빛 2024년, 한울 2026년, 고리 2028년이다. 사용 가능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재 영구저장소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 이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들이다.

‘10만년’은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다. 현생 인류의 출현이 대략 3만~4만년 전이다. 더구나 ‘완전’한 분리와 차폐는 ‘불완전’한 인간에겐 불가능한 요구다. 사용후핵연료의 실체는 원전이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 책임질 수 없는 설비라고 알려준다. 고준위핵폐기물이 나오는 한, 사고가 없다 해도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 왜 10만년을 걱정하느냐고 타박하려는가? 하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자. 100년도 못 사는 우리가 10만년 동안이나 위험천만한 그런 쓰레기를 세상에 남겨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이 10만년엔 우리의 현재도 포함된다. 사용후핵연료는 미래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잠시 머물고 지나가는 자리에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의 삶에 영향을 끼칠 파괴와 죽음의 자국들”을 남겨서는 안된다(프란치스코 교황, <찬미받으소서>). 눈앞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미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것인가? 미래 세대에 대한 무책임은 오늘 우리에 대한 무책임으로 현재화된다.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사회적 무책임의 참담한 결과다. 지금 당장 편리하자고 우리가 감당 못할 위험을 묵인하는 핵발전도 예외일 수 없다.

대안이 없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탈원전으로 가는 나라들은 대안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대안을 구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지혜로운 태도가 아닌가. 미래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핵발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외면하지 말자.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찬미받으소서>)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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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여든여섯의 연로하신 아버지가 계신다. 아버지는 학도병이자 직업군인 출신이다. 어린 나이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고등학교 재학 중 학도병에 자원하셨다가 6·25 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영천 전투에서 겨우 살아남으셨다. 가난한 집 장남이라 더 공부할 여건이 되지 못했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고교를 졸업한 후 바로 직업군인이 되셨다. 육사를 나온 것도 아니고 윗사람에게 허리 굽히고 청탁하는 성격도 못되어서 10년 이상 대위로 계셨다. 그러다 지뢰 폭발사고로 머리와 다리를 크게 다쳐 전역하셨다. 몇 년 후 국가유공자가 되셨다. 이런 인생 이력을 가진 아버지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그래서 내가 대학에 진학한 후 아버지와 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견이 갈린 적이 많다.

그런데 아버지와 내가 의견이 같은 게 있다. 바로 ‘탈원전’이다. 2005년 11월2일 경주에선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당시 경주시는 찬성률이 89.5%로 투표지 네 지역 중 가장 높아 방폐장 유치에 성공(?)했다. 그때 아버진 반대표를 던지셨다.

“나는 반대한데이. 근데 반대한단 말 아무 데도 못한다 아이가. 여 사람들 마카 찬성표 찍는다 안카나. 돈 몇 푼 준다꼬. 도대체 그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알기나 하능가 몰라. 방사성물질 그거 얼마나 오래 간다꼬. 근데 그런 정보가 없어. 그카이까네 여 시골사람들이 알 턱이 있나?”

아버지와 난 그때까지 원전이나 방폐장에 대해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내 전공이 에너지정책이고 우리집이 월성 원전이 있는 경주시에 속하는 데도 말이다. 아버지가 주민투표권이 있었기에 그제야 궁금해서 여쭤봤었다. 아버지는 일방적으로 방폐장 유치 쪽 의견만 들린다며, 문제라고 하셨다.

요즘 우리 사회에선 탈원전 이야기가 한창이다. 이제껏 이런 적이 없었기에 오히려 반갑다. 막혀 있던 물꼬가 터진 느낌이다. 전기는 이제 필수재가 되었고 전기의 30%가 원전으로 생산되는데 원전이 위험하다면 그 위험을 계속 감내할지 말지, 원전 아닌 대안이 가능한지 어떤지, 사회적 논의가 없었다. 지난 대선 때 유력 대선주자 다섯 가운데 넷이 탈원전 공약을 제시하면서 에너지전환 논의가 이제야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큰 변화다.

며칠 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원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아버지는 원전 자체를 반대하신단다. 그래서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아버지 군인 아니었나. 군대에 있을 때 원자학이라고 다 배웠다 아이가. 원전이나 핵무기나 원리는 똑같데이. 방사성물질 그거 참말로 무섭고 오래 간데이. 폐기물 치우는 방법도 없고. 그거 말고 전기 생산하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인데 뭐할라꼬 그래 위험한 거 쓰노? 이제라도 바꿔야제. 후손들이 무슨 죄가 있노?”

그렇다. 원전이냐 탈원전이냐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언론엔 은근히 탈원전 논의를 이념 대립으로 몰아가는 참으로 몰상식한 시도도 있다. 이제 그런 유치한 짓은 그만두자. 이건 우리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문제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를 넘어 국민 전체, 나아가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세대 전체의 문제다. 그동안 유통된 원전 관련 정보가 과학적 사실인지 제대로 된 검증이 없었다. 이제야말로 투명하게 공개된 균형 잡힌 정보를 놓고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전 추진 측 자료가 다가 아니다. 최근에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에서는 ‘팩트 체크’란 이름으로 자료를 내고 있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정보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어느 쪽이 보다 많은 걸 제대로 고려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지속가능한지를.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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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탈원전

<체르노빌의 할머니들>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말 그대로 체르노빌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들에 관한 필름이다.

1986년의 원전 사고 이후, 체르노빌은 사고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30㎞ 반경까지 폐쇄지역이 되었다. 그 후 3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 폐쇄지역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고, 그 지역의 모든 것들은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는 상태이다. 물론 이 폐쇄지역도 관리는 필요한 터라 그곳에서 ‘거주’하는 근무자들이 있다. 이 근무자들에게는 모든 안전조치가 취해지는데, 그중 하나가 최대 2주 동안 연속으로 그곳에 머물지 못한다는 규정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자기 집에서, 농사를 짓고, 산나물을 뜯고, 물고기를 잡고, 닭과 돼지도 길러가며.

이 할머니들은 원전 사고 당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지역에서 소개가 되었던 사람들이다. 하루아침에 살던 곳을 버리고 낯선 곳으로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삶이 평탄했을 리 없다.

다큐멘터리 <체르노빌의 할머니들>

그들은 새로 이주한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했고, 당연히 잘 적응하기도 힘들었다. 절망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겼고, 향수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죽어도 자기 집에서 죽어야겠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 할머니들은 그래서 돌아온 사람들이다. 몇십㎞를 걸어걸어, 금지구역 철조망을 억지로 넘어, 방사능으로 범벅이 된, 그러나 자기 집으로.

30년 전 사고가 날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체르노빌의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숲과 강과 들판 중 그 어느 것도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버섯을 따고 물고기를 잡고 밭일을 하는 할머니들은 오히려 건강하고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방사능 측정기가 아무리 위협적으로 경고음을 울려도 할머니들의 삶은 보통의 삶에 비해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다큐멘터리에서는 한 할머니의 몸에 축적된 방사능을 측정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 지수가 매우 높기는 하지만 정상범위 안에는 있다고 했다. 그 테스트를 진행했던 의료요원의 말에 의하면, 금지지역으로 돌아와 자기 집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들의 수명이 강제이주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했다. 우울과 절망과 고독이 방사능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소리다. 옆길로 새는 말이기는 하지만, 할머니들과 함께 자기 집으로 돌아왔던 할아버지들이 할머니들보다 다들 먼저 세상을 뜬 이유도 역시 방사능과는 상관이 없다. 할아버지들이 할머니들보다 단명한 이유는 평생을 술과 담배로 찌들어 살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연구결과가 방사능의 위험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목적도 그런 것일 리 없다. 다큐멘터리 속 할머니들이 보여주는 것은 원전 사고가 파괴한 삶, 그리고 그들이 그 삶 속에서 누렸어야 할, 그러나 사라져버린 평화다. 대부분 80세가 넘은 할머니들은 전쟁을 겪었고, 기근을 겪었고, 혁명을 겪었던 사람들이다. 스탈린 시대를 겪었으니, 그중에는 소수민족들에게 행해졌던 강제이주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어쨌든 살아남았고, 돌아왔고, 자기 집을 짓고, 그곳에서 자식을 낳았다. 아무리 힘들거나 아무리 멀리 떠났어도 돌아갈 집이 있어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원전 사고는 그 모든 걸 파괴했다.

최근에는 체르노빌 지역을 관광하는 상품도 있는 모양이다. 30년 동안이나 완벽하게 버려져 있던 지역을 돌아보면서 관광객들이 느낄 감정을 짐작해본다.

지나간 일에 대한 한탄도 있겠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버려진 지구를 보는 듯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논란이 많다. 그중 경제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원전을 유지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가 다양한 경제적 수치로 제시된다. 나로서는 그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가 금방 되는 것은 탈원전을 할 경우 증가하게 될 전기료를 수치로 제시해놓은 경우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약간의 세금 증가도 무서운 게 사실이다. 전기처럼, 없어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에 관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며칠 전, 폭염에 전기가 나간 적이 있었다. 에어컨 못 켜고 선풍기 못 켤 것은 알았지만, 전기가 나가면서 가스 센서도 나가고 물 센서도 나갈 것은 알지 못했었다. 이사온 지 얼마 안된 집이기 때문이다. 밥 한 끼 해먹기 위해 휴대용 버너를 꺼내고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야 했다. 그러고도 전기가 안 들어와 한전에 문의를 해보고 싶은데, 미리미리 충전해놓지 않았던 전화기에 배터리도 나가버린 상태였다. 전기라는 게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머리로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으로는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다.

고작 몇시간 동안의 일인데 폭염에 숨이 막히고, 그 와중에 밥은 먹겠다고 온갖 법석을 떨고, 전화가 안되니 난데없이 고립된 기분이기까지 했다.

이 전기, 이런 전기가 안전하고, 무해하고, 경제적이기까지 바란다면 그게 욕심인가. 욕심은 아니겠으나 현실성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 체르노빌의 할머니 한 분이 하는 말이 있다. 방사능보다 더 무서운 건 굶주림이라고. 이 말은 단순히 경제적 빈곤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강제이주 지역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 박탈감이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방사능보다 더 무서운 건, 사실 사라진 미래인 것이다.

탈원전이 하루아침에 결정되고, 하루아침에 시행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에 비해 재난은 순식간에 온다. 누군가의 미래가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다.

체르노빌의 30년, 그리고 바로 옆나라의 후쿠시마, 그 엄청난 재난의 교훈을 돌아보면, 힘겨워도 지불해야 할 비용은 있지 않을까, 그게 사소한 것이든 아니든, 미래를 위해 우리가 당연히 치러야 할 비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인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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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 여부를 공론조사로 결정할 방침을 세우자 원전세력이 똘똘 뭉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수십년간 독점했던 ‘전문가의 식견’을 앞세워 한국 원전의 기술력과 경제성이 세계최고라는 등의 원전지상주의를 원전지식이 부족한 시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계의 핵심학맥인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자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13년간 근무했던 박종운 교수(동국대)의 ‘원전 비판’이 눈에 띈다. 원자력계는 “세상에 이런 마피아가 없다”는 박 교수의 자아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31일 동국대 경주캠퍼스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 교수는 “좁은 한국 땅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확보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도 원전을 더 지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김창길 기자

박 교수는 “가뜩이나 원전밀집도가 높은 부산·울산·경주 인근에 또다시 신고리 5·6호기를 짓겠다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월성원전 주변엔 150만명, 고리원전 인근엔 400만명이 거주한다. 한국의 원전위험도는 주변인구가 17만명에 불과했던 후쿠시마와 비교할 때 40배나 더 위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원전세력은 한국의 원전이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3차례의 사고도 모두 원전 선진국에서 발생했다. 스리마일 사고는 노동자의 실수, 체르노빌은 과학자의 실험, 후쿠시마는 자연재해로 일어났다. 수십수백만 시민의 생명을 전문가의 보증만으로 보장할 수는 없다. 이런 위험 때문에 원전은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청정에너지’로 공인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원전세력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능이 자연수치로 떨어지는 데는 10만년이 걸린다. 국토가 광활한 미국에서조차 주민 반발 때문에 폐기물 처리장소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좁은 땅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화장실 없는 아파트’의 뒤처리를 후손들에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미래세대에 폭탄을 돌릴 수는 없다.

연일 폭염이 밀려왔지만 지난 7월 발전 설비예비율이 34%에 달한다는 자료가 나왔다. 공급과잉으로 전력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또한 2014년 주민투표 끝에 ‘탈원전’을 선언한 강원 삼척시는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떠올랐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신청을 한 업체가 172곳에 이른다. 예정 발전용량(1916㎿)은 원전 1기의 발전용량(1000~1500㎿)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은 이제 ‘원전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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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결정을 맡긴다고 했다. 이는 7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뒤 이 가운데에서 표본추출한 120명으로 시민배심원단을 꾸민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 방식을 참조한 것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절차는 원전을 둘러싼 논의에서 소외됐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토론하고 합의해서 시민 스스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 정부가 중요한 원전 정책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이던 울산 울주군 일대엔 반경 3㎞ 안에 8기의 원전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5·6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으로 건설이 결정된 원전이었다. 주민 불안은 컸지만 정부와 원자력업계는 건설을 강행했다. 활성단층을 배제한 내진설계와 다수호기 사고의 위험을 경시한 안전성평가 등의 지적에도 오불관언이었다. 그사이 지진이 600차례 이상이나 이어졌지만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력을 소비하는 것도, 세금을 내는 것도, 원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시민이지만 정작 원전 건설 과정에서는 소외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고 숙의를 통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내리는 주체를 시민으로 선정한 것은 정당한 일이다.

물론 공론화위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공론화위원회가 토론회를 열어 찬반 양측이 깊이 있고 활발한 논의를 하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3개월로 못 박을 필요도 없다. TV 생중계로 시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공개이다.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토론한다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 스스로가 참여해서 탈원전 논쟁의 결론을 낸다면 어느 누가 딴죽을 걸 수 있겠는가. 이번 공론화를 참여민주주의의 이정표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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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19일 0시,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첫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제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탈원전, 에너지전환의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원자핵공학을 포함한 일부 에너지 분야 교수들과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에다 몇몇 언론매체들이다. 반대의 주요 논거는 이렇다. “탈원전은 전력수급 문제를 야기한다.” “전기요금이 인상되어 감당하기 어렵다.” 당장 이런 문제로 큰일이 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정말 그럴까?

노후 원전 폐쇄와 추가 원전 건설 중단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당분간 없다. 고리 1호기 생산 전력은 2016년 총 발전량의 0.85%에 불과하다. 2022년까지 연장해서 가동하기로 한 월성 1호기 역시 발전량 비중이 0.57%로 지금 즉시 닫아도 전력 수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은 2017년 26.3%이다.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기준으로 전력 설비가 20% 이상 가동되지 않고 남아도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에서는 2029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2.2%씩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설비 예비율이 적어도 22%가 되도록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시설을 넉넉하게 지을 계획을 세웠다. 최근 실제 전력 수요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수요 예측이다. 전력 수요가 전망처럼 늘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지 않더라도 전력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가 차례로 곧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니 오히려 전력공급은 남아돌게 된다. 건설 중단을 고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2021년과 2022년 준공 예정이기에 추가 건설 중단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사이 전력 수요관리에 보다 집중한다면 전력공급 여력은 더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 전력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공급부족으로 요금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전력요금 인상은 탈원전과 별도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일반 시민들이 ‘전기세’라고 부르는 전력요금엔 부가세를 제외하고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가정용 전력요금의 세금 비중이 30%가 넘고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50%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OECD 평균의 63.8%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따른 환경·사회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달라 원거리 송전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라 송전거리가 엄연히 다른데도 전국 단일 요금을 고수하고 있다. 자원배분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탈원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대안들은 많다. 오히려 원전 지지자들의 주장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원전을 계속 유지하자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원전이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원전 유지는 우리 스스로 위험을 떠안고 살자는 것이자, 우리가 지불하지 않은 온갖 비용을 미래세대로 넘겨 우리 세대 전체를 ‘먹튀’로 만드는 행위다. 원자력학계는 원전을 더 짓자고 할 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분이나 폐로 기술에 답을 줘야 한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대로 따진 후 최선의 대안을 찾을 때가 됐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잘해낼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출발선에 섰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을 때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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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상 최초로 ‘탈원전’ ‘탈석탄’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신규원전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약속했고, 지난 15일에는 노후 석탄발전소 일시중단과 조기 폐쇄를 지시하기도 했다. 에너지 정책에 ‘대전환’이 일어날 조짐이다. 2015년 기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70%는 석탄발전소(38.7%)와 원전(31.2%)에서 생산된다. 신재생에너지는 4%, 그나마도 폐기물과 폐목재가 75%를 차지한다. 기존 전력산업 인프라 구성과 산업규모를 감안하면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격렬한 반발도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부터 원전·석탄발전 산업계, 학계, 언론이 나서서 전기요금 상승, 경제 영향, 재생가능에너지 불가론을 펼치며 기존 정책을 고수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에너지전환 정책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탈원전과 탈석탄을 목표로 에너지전환 정책을 누가, 어떤 구조와 방식으로,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 4월13일 문재인 후보는 삼척, 영덕, 경주, 부산, 울진, 대전지역 주민들과 “대선 이후 6개월 이내에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탈핵국민위원회’를 구성하여 향후 탈핵 로드맵을 논의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을 잘 지키면 좋겠다. 시민들과 함께 탈핵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만들면서 에너지 생산·소비방식, 산업과 경제구조, 에너지가격과 세제개편 정책을 같이 설계해보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에너지효율 개선과 더불어 재생가능에너지와 LNG 발전을 확대할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바라 본 고리 원전 3호기(왼쪽)와 4호기 냉각재 과다 누설로 28일 일시 정지된 고리원전 4호기. 이상훈 기자

더불어 시민들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자신감’과 ‘상상력’을 갖출 프로젝트도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원전과 석탄 중독사회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제일 낮아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인식도, 신뢰도 바닥이다. 필자도 독일에 직접 가서 두 눈으로 보고서야 독일 전체 전력의 33%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자립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올리고, 태양열, 지열, 압전소자,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광화문시대가 열리면 청와대를 에너지효율 건물로 리모델링해 공개해도 되겠다. 효율기술을 적용하면 생산에 필요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용량을 줄일 수 있다. 청와대의 변신은 시민들에게 에너지전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상징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청와대를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이 구현된 전시장이 아니라 계획부터 실행까지 시민이 참여하는 에너지전환의 현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1번가’처럼 ‘청와대 100% 에너지 자립’ 사이트를 열어 시민이나 기업이 다양한 기술을 제안하고, 토론해서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촉발될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도 설계해보자. 청와대에 올리는 태양광에 출자할 수도 있고, 태양광 기와 모듈은 이름을 달아 기부받아도 좋겠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유럽에서 새로 짓는 발전소의 70% 이상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이다. 중국은 에너지발전전략행동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420조원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한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에너지 분야 일자리가 바로 태양광이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80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우리도 바뀔 때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자리와 도시재생 정책도 에너지 전환과 융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원전과 석탄의 양 날개로 날았다. 이제는 과감히 에너지효율과 재생가능에너지로 날개를 바꿔보자. 이미 원전과 석탄의 빈자리를 채울 대안이 있다. 지금까지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청와대 100%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 밀양, 청도, 경주, 영덕, 삼척, 당진, 부산 고리 등 그동안 에너지정책으로 고통받았던 지역 주민들도 모두 초청하면 좋겠다. 새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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