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정농단이라는 이름의 드라마(?)를 지켜보면서 어두침침하고 섬뜩한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말한 것처럼 현실은 어쩌면 인공지능 컴퓨터시스템이 우리 뇌 속에 심어놓은 거대한 환상에 불과한지 모른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가. 작금의 현실에 빠져들수록 디지털 지하세계 ‘다크웹’ 속의 극단적인 범죄자들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다크웹은 원래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 특히 독재국가의 시민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언론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익명성 보장이 존재 이유였다. 하지만 익명성 보장이라는 매력적이고 강력한 기능은 범죄자들에게 오히려 반가운 툴이었다. 이제 다크웹이라고 하면 은밀한 범죄왕국, 혹은 거대한 불법 거래시장 등을 연상시킨다. 살인청부, 보복 의뢰, 인신매매, 장기밀매 등의 거래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접속하기 위해서는 토르라는 소프트웨어 툴을 통해 가능한데, 다운로드 수만 2015년 기준 1억6000만건에 달한다고 한다.

얼마 전 우병우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둔 후 텔레그램에 가입했다. 민정수석실에서 국가의 모든 고급정보를 접하던 그가 민간인이 된 후 한 첫 번째 행동이었다. 그는 정보조작과 교란, 왜곡을 바로잡아야 할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대통령에게 법적논리를 제공하는 등 국정논란의 거대한 축을 형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동안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서지 않기 위해 그가 숨어들어간 곳이 다크웹은 아니었지만, 강력한 보안기능을 갖춘 메신저 텔레그램이었다. 2년 전 검찰과 경찰의 카카오톡 대화록 사찰과 검열 논란이 생기면서 카카오톡 탈출 러시가 벌어졌다. 1주일 만에 200여만명이 카카오톡을 떠나 텔레그램으로 이동한 것이다.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에서 고 김영한 비망록의 민간인,법조계 사찰에 대한 분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의 민변,카카오톡 SNS,종교계을 계획 통제하려 했던 내용등을 공개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나는 당시 ‘카카오톡 사찰의 교훈’이라는 칼럼에서 카카오톡 사찰이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창조경제의 기본원칙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정권이 공안정국을 조성, 국내 이용자들을 불안케 해 결과적으로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키느냐는 것이 칼럼의 요지였다. 최근에서야 창조경제가 그처럼 어설프고 엉성하게 진행되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일당은 창조경제까지 말아먹고 있었다. 문화융성사업 예산을 유린하던 차은택은 한동안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국민혈세에 빨대를 꽂고 지속적으로 이권을 강탈해 나가고 있었다. 최순실은 아직도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데이터 분석기술로 휴대폰 사용자가 어느 곳을 돌아다녔는지를 분석해 24시간 이후 사용자가 어디에 있을지, 20m 이내의 정확성으로 예측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최순실은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남겨두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대통령의 연설문과 대선 관련 자료, 외교문서까지 망라돼 있는 태블릿에 셀카까지, 모든 게 드러났는 데도 말이다. 권력을 등에 업고 장관·차관은 물론 국가기관의 인사를 전횡하고, 딸을 부정입학시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무원까지 내쫓는 모습은 다크웹의 위험한 범죄자와 다를 바 없다. 청와대 안에서 벌어진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의 정보독점과 왜곡은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그들은 그저 국정농단 주역인 최순실의 심부름꾼이고, 정보를 왜곡 조작하는 시정잡배와 다를 게 없었다. 사악한 정치권력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보조작을 통해 여러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박관천 전 경위나 조응천 전 비서관,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력이 말하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

혼란스럽다. 현실은 막장드라마보다 신선(?)하고 추악했으며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는 마약, 폭발물, 장물, 위조화폐, 장기밀매 등이 넘치는 다크웹이라는 가상공간보다 위험하고 살벌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노와 사기, 음해와 협잡, 사찰과 갑질, 완장질 등은 소통하지 않고 군림하려는 정권이 남겨준 더러운 적폐다. 칼을 막을 수 있는 방패는 없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마음만 먹고 달려든다면 완벽한 보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안시스템은 책임자가 반드시 매뉴얼을 지켜야 한다. 국가 개조작업을 통해 사회와 국가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권력의 정보조작이나 왜곡 등의 적폐를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정직하고 공평한, 특권 없는 사회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이다.

최희원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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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텔레그램 한국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번에 사태가 크게 번진 이유는 표현의 자유 문제 때문이다. 검찰이 연쇄살인전담반, 아동성폭력전담반을 만들면서 카카오톡(카톡)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명예훼손은 누구나 말 한마디로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또,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은 ‘글만 보고 진위를 알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국가가 널리 ‘공인한 진실’에 어긋나는 말들에 대해서만 수사가 되지 않겠는가. 천안함, 4대강, 광우병, 세월호 등등. 그런데 이들 사안에 대해서 말 한마디 안 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모두가 잠재적으로 수사대상이 된다고 하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명예훼손이 비형사화되어 이런 일이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하자. 아니면 최소한 유승희 의원의 발의안처럼 친고죄화하여 ‘선제적 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들자.

사이버 망명지 '텔레그램'


감시당한 사람에게 통지를 해줘야 한다. 경찰이 압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증거를 훔칠 수는 없는 것이다. 전기통신에 대한 감청, 압수수색, 통신사실확인 모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서 ‘기소·불기소 처분 후’ 30일 내에 통지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건 너무 늦고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수사가 1~2년 끌면 1~2년 동안 감시당한 것도 모르고 살아야 한다. 일본과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감청과 통신사실확인 모두 ‘감시행위 종료 후’ 30일·90일 내에 통지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법원 허락 없이도 검사장 권한으로 이 통지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통지도 제때 못 받고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법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카톡 대화 압수수색이나 과거의 통신사실확인은 감청이나 ‘장래의 통신사실확인’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없어 피의자에게 사전통지를 못할 정도로 ‘급속을 요하는 때’도 아니다. 단지 당사자가 지워도 서버에 남아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왜냐하면 사용량이 너무 많으면 예상보다 빨리 지워질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지우지 못하게 사업자가 계정을 동결하도록 법원이 영장에 써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압수수색처럼 형소법 121·122조에 따라 실행 전에 사전통지해주고 입회시켜도 괜찮다. 전기통신이라고 차별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면 정보 복사량을 한정하는 것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 3을 고쳐야 한다. 아마 피의자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싫어서 그러는 모양인데 피의자도 어찌되었든 국민이고 수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통신자료 제공’은 피의자의 카톡 대화방을 압수수색한 후에 다른 참가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라 영장이고 뭐고 필요없이 팩스 하나면 된다. 팩스에 수사대상 범죄만 적어내면 된다. 신원 정보도 통신내용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겉으로 밝히지 않았으면 프라이버시로 보호되어야 한다. 합법적인 집회에 마스크 쓰고 나온 사람의 마스크를 강제로 벗기고 싶으면 영장이 필요한 거다.

통신자료 제공은 특히 한 해에 약 600만건(2011년 기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범죄율이 높은 편이 아닌데 600만명이나 피의자 취급을 받는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원래 몇 십만건 수준이었는데 이명박 정권 때부터 수백만건으로 늘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명예훼손죄, 모욕죄, 허위사실유포죄 등에 다 검찰이 개입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명예훼손과 모욕을 비형사화해야 한다. 결국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면 표현의 자유부터 보호해야 한다.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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