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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31 네이버 스탠드, 공멸의 징후

“설 연휴라 뉴스 많이 못 보셨지요? 명절 사건·사고 소식부터 전해드립니다. <명절 다툼에 집나간 30대女, 만취 역주행…5명 중경상>, 제목만 봐도 내용은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30대女’에 분개하는 댓글이 주르륵 달려 있군요. <명문대 ‘스펙 빵빵女’의 눈물 “피해 고스란히”>는 ‘최순실 사태’로 재벌 총수들이 조사를 받느라 조직·인사 개편이 뒤로 밀리면서 상반기 채용 일정이 올스톱됐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스펙 빵빵女’는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자친구에게 성관계 들키자 “성폭행당했다” 신고>한 여성도 있었군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소식은 연휴에도 이어졌습니다. <최순실 뒤통수 친 장시호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클릭하니 특검이 설날에도 장시호를 소환했다는 좀 싱거운 내용이네요. <떡국은 먹었나? 면회도 없는 김기춘-조윤선> 기사에선 두 사람이 수감된 서울구치소가 수감자에게 설날 아침 떡국을 제공했다는 건 알 수 있는데, 두 사람이 ‘1500원짜리’ 떡국을 먹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조윤선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르네요. <“조윤선 울고불고…” 충격폭로> <점점 초췌…조윤선 닷새 사이 변화> 등등.

정치 뉴스입니다. 유승민이 김종필을 만났다는 소식에 더해 <유승민 딸 유담, 엄청난 미모로 등장!>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군요. 아버지 대선 출정식에 나온 딸이 ‘여전한 미모’였다는 걸 보여주는 사진 뉴스네요. <투병 중 이건희 1년 새…‘이럴 수가’>라는 제목의 경제 뉴스가 연휴 내내 [속보]로 떠 있네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1년 새 5조원 가까이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연예 뉴스는 넘쳐납니다. 2NE1 멤버 씨엘이 일본의 택시에서 운전석과 승객석 사이 칸막이에 하이힐을 올려 무개념 논란에 휩싸였군요. ‘설현 못지않은 환상 뒤태’를 자랑하는 이도 나왔다고 합니다. 모 아나운서는 ‘파격적인 비키니 자태’를 뽐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김구라와 한은정은 “연애한다면 무조건 공개 연애 할 것”이라네요. <BJ가 자리 뜨자, 옷 벗기 시작한 여성의 정체> 같은 뉴스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 간추려 전하기 힘드네요. 네이버 스탠드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30일 오전 현재 ‘네이버 뉴스스탠드’의 ‘종합/경제’로 분류된 언론사(46개)에서 고른 뉴스들을 브리핑 형식으로 구성해 봤다. 네이버 뉴스스탠드는 언론사들이 직접 뉴스를 편집하는 공간이다. 이 ‘포털 뉴스 가판대’에서 종합지와 경제지, 연예지, 성인잡지를 구분하긴 쉽지 않다. 타블로이드와 정론의 경계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정치·사회 부문엔 사안의 핵심에서 동떨어진 파편적인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제목 뽑기, 성적 상품화·대상화도 여전하다. 각 신문사 기자들이 공들여 취재한 좋은 기사는 종이에선 찾을 수 있지만,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선 찾을 수 없다. 온라인 뉴스 편집자들이 ‘저널리즘’이 뭔지 몰라서, 추구하기 싫어서 이러는 건 아니다. 선정적이거나 알맹이가 빠진 흥미 위주의 기사들로 도배하는 이유는 트래픽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경제·사회적 위기에 빠져 있다.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즉 수익을 내려면 트래픽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선정적인 뉴스를 더 ‘생산’해야 한다. 그 결과 악화된 건 ‘기레기’로 표상되는 저널리즘의 사회적 위기다. 돈을 제대로 번 것도 아니다. 온라인 광고 수익은 한계에 부딪혔다. 웹 트래픽은 하향 추세다. 모바일 트래픽은 확 늘어나지 않는다. 온라인 독자가 클릭할 거라 여기는 뉴스를 더 만들어야 하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런 악순환에서 자유로운 언론사는 별로 없다.

십수년간 출근하면 종이신문을 들춰보다 모바일팀에 온 뒤로 네이버 뉴스스탠드를 훑어본다. 이곳에서 느끼는 건 공멸의 징후다.

모바일팀 |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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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