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6.27 실패한 국가와 정상국가
  2. 2017.06.05 [산책자]‘미래’를 외면한 트럼프

미국 정치권은 트럼프 스캔들로 요란스럽지만, 정작 미국이 당면한 핵심적 문제는 트럼프에도, 그리고 러시아에도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의료보험제(오바마케어)는 현재 상태로는 지속이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케어로의 수정도 사실상 상원 통과가 불가능하다. 재정 계획이나 조세 개편안은 아무도 현재 상태로는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으며, 의회가 승인해준 미국의 부채 발행 한도는 다 찼기 때문에 재정 고갈로 인한 정부 셧다운 가능성은 커져가는데 정작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예산 증액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국무부 등 주요 행정부 핵심 포스트를 아직도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하원외교위원장이 “현재 국무부는 여러 가지 사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리고 이는, 심지어는, 공화당이 행정부와 상·하원 모두를 장악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다른 말로 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그리고 의회는 ‘정상 작동’이 안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멜라니아 트럼프가 옆에서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사회학에서는 이처럼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가기구가 맡겨진 자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실패한 국가’(failed state)라는 개념으로 정리하는데 우리네 말로 옮기면, “이게 나라냐”쯤에 해당한다. 엄밀히 말하면, ‘실패한 국가’는 각기 층위가 다른 몇 가지 정의가 혼재된 것이다. 실패한 국가는 부패, 무능력 등으로 국가기구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기능적 비효율성’(dysfuntion)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정치가 반영해야 하는 사회 내부가 도저히 상호 공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것은 사회 내의 적대적 대립이다. 국가의 기능은 그 효율성과 역량의 정도와 무관하게, 이 같은 사회적 적대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외부로 표출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의미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08년 이후 미국 정치의 변화 과정은 자못 시사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대중들은 기존 체제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변화’를 내세운 오바마와 민주당에 몰표를 던졌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집권 뒤에 한 일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보수’(repair)와 미봉책에 불과했다.

그래서 실망한 대중들은 2010년의 중간 선거에서는 공화당(티파티)에 표를 던졌다. 그러자 ‘민주주의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의 민주적 의사’를 존중한다는 명분으로 보수파와 더 타협했으며, 결과는 더 강력한 현상 유지였다. 오바마의 정치적 레토릭, 즉 자신은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개혁파라는 이미지는 그의 재선에는 도움을 주었지만, 기득권의 강화에 불과했으며, 그럴수록 대중들의 불만은 더 커져갔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요인들이 바로 어떤 막말을 해도 지지를 받는 트럼프현상을 불러왔다. 그 결과 미국 대중들은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이 지나는 동안 기득권인 민주당과 또 다른 기득권인 공화당 사이를 오가면서 결국은 세상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었고, 그사이에 국가기구는 자신들의 조직 이기주의만을 존재 이유로 삼게 되었다.

미국의 사례는 한국에 대해서도 비유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대중의 구호가 ‘이게 나라냐’에 머무는 한, 그것은 단지 국가 기능의 강화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따름이며 그것이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진정으로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나라’가 아니라 ‘사회’이며, 무엇이 우리 사회에서 수십년 동안 똑같은 비정상과 실패를 재생산해내고 있는가이다. 실패한 국가에 질려서, ‘제대로 된 국가’(정상국가·normal state)만 바라고 빌고 있다면, 우리는 10년 뒤에도 여전히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에 매달려 이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진자 운동을 할 뿐,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것이고, 트럼프를 훨씬 능가하는 더 화려한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이다.

권영숙 | 노동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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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내가 가 본 세계 여러 곳의 자연사박물관 중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전시를 하고 있다. 입장하면 만나는 대형 홀에 가득한 동물들의 박제는 홍수 앞에서 모든 종의 생명체를 보존하려고 했던 노아의 고민을 웅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물관 전체에 기상 현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가끔은 번개도 치고 밝기도 바뀐다. 2015년 12월12일 타결된 파리기후협약을 상징한다. 이 협약은 지금 국가로 인정받는 197개국 중에서 시리아와 니카라과를 제외한 195개국이 서명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 이 협약은 작년 11월4일부터 포괄적인 구속력을 가진 국제법으로 효력이 시작되었다.

파리기후협약이 대체한 이전의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기체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 중국, 인도 등이 빠져 있어서 실효성이 작고 참가하고 있는 당사국들의 불만도 컸다. 하지만, 파리협약은 이런 한계를 넘은, 지구 역사의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류 역사는 다시 크게 후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한 뒤 뒤돌아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 _ 신화연합뉴스

지구온난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심지어 그의 탈퇴 선언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도, 선언만으로도 그는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갈등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인류 역사에서 전 인류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기로 한 역사적인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지성이 이루어낸 연구 결과를 이해할 능력은 없고 개인적인 욕심에 눈이 어두운 지도자를 뽑은 결과가 이렇게 처참하다.

지구온난화가 진실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되었다. 40년 전에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라는 책을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지구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주장한 것이다. 러브록이 살아 있는 지구에게 인간은 여드름 같은 존재이고 지구의 자정 능력으로 인간이 훼손한 것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발생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화석 연료의 사용이나 온실 기체의 배출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더 나아가 러브록이 다국적 석유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서 이런 주장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이 논란에 등장하는 다국적 석유기업은 이번에 트럼프가 야기한 소동에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가 임명한 미국의 국무장관이 다국적 석유기업 출신이다.

20년 전에 비외른 롬보르가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와 관련해서 통계적 오류를 범하고 있고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이 지구의 여드름 정도가 아니라 암세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산업화 이후 배출한 온실기체와 지구 기온이 상승한 것 사이의 관계는 명백하다. 그리고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파국이 온다는 것도 분명하다.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악몽>에서 고기후학의 증거들로 과거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링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 자료를 모아 1도씩 평균 온도가 오를 때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었다. 0.7도쯤 오른 지금 당장 북극이 좁아지고 그로 인해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이 요동치고 있다. 2도 오르면 거대 가뭄이 발생하고 밀림의 생물종 중 3분의 1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3도 오르면 더위로 인한 인간 생존의 한계점에 도달한다. 4도 오르면 바다와 면한 모든 지역이 수몰되고 수억 명의 피난민이 발생한다. 5도 오르면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분출되고 해양사면이 붕괴해서 쓰나미가 빈발한다. 6도 오르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대멸종이 진행된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금 멈추자는 것도 아니고, 고작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해보자는 정도의 약속이다. 심지어 지구온난화가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롬보르조차도 2.5도를 별문제가 생기지 않을 선으로 잡았다. 급진적이지 않지만 희망을 품었던 이유는 인류 전체가 처음으로 멸망으로 가는 시계를 되돌린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을 벌겠다는 탐욕으로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자료들이 사실을 가리켜도 그들의 마음을 돌릴 길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손에 인류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쥐여주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가 속거나 실수했을 때를 대비해서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주일우 | 이음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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