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25일 열린 폐회식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미래의 물결(Next Wave)’을 주제로 한 폐회식에선 남북 선수단이 태극기와 인공기,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했다. 2022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의 차기 개최도시 공연도 펼쳐졌다. 한국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다시 치른 평창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대립과 반목, 갈등을 녹여냈다. ‘평화올림픽’의 새 지평을 연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할 만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가운데)이 25일 평창올림픽 폐회식에서 중국 류자위(스노보드), 미국 린지 본(스키), 북한 렴대옥(피겨), 윤성빈(스켈레톤), 나이지리아 세운 아디군(봅슬레이), 일본 고다이라 나오(스피드스케이팅·왼쪽부터)와 손가락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평창 _ 연합뉴스

평창 올림픽에 이르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됐던 터라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일부 국가는 대회 참가를 망설였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도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인 92개국 29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평창 올림픽은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다진 스포츠제전이 됐다. 개회식 때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는 장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남은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대회 운영도 나무랄 데 없었다. 외신들도 “흠잡을 것 없는 게 흠”이라고 호평했다. 입장권 판매율은 목표치를 웃돌았고,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은 133만여명에 달했다. 자원봉사자 1만6000여명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은 매끄러운 대회 진행의 밑거름이 됐다.

평창 올림픽의 주역은 도전과 열정, 눈물이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쓴 선수들이다. 각국 대표선수들은 4년간 담금질한 기량을 펼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을 수확하며 종합 7위에 올랐다. 최선을 다한 값진 성과다. 빙속 여자 500m 경기 뒤 이상화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보여준 배려와 존중, 스켈레톤 1인자로 올라선 윤성빈의 불굴의 집념, 4개 종목에 출전하며 3만7400m를 질주한 ‘철인 레이서’ 이승훈의 투혼은 벅찬 감동을 안겨줬다. ‘영미 중독’ ‘갈릭 걸스’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낸 여자 컬링팀과 아시아 첫 은메달을 딴 봅슬레이 4인승팀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을 일궈냈다.

평창 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화려한 축제 뒤에 막대한 빚을 떠안는 ‘올림픽의 저주’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역대 동계올림픽 가운데 ‘남는 장사’를 한 것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가 유일하다. 평창 올림픽에 투입된 예산은 13조7000억원에 달하고, 시설 유지비만 연간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강원도는 올림픽 경기장과 시설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남북 스포츠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평창 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작은 통일’의 감격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개최 검토를 발표하고,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호응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19명의 귀화선수를 지원해 국내 동계스포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올림픽의 성화는 꺼졌고, 축제는 끝났다. 평창이 지핀 인류 평화와 화해의 불씨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 평창 올림픽이 열린 17일간 우리 시민들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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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빛나는 사람은 많다. 그중에는 4위 선수도 있고, 2위 선수도 있으며, 예술감독도 있고, 자원봉사자도 있고 다른 민족, 다른 국가들의 선수도 많다.

올림픽에서의 아름다운 사연은 1등들의 사연으로 가득 채워지지 않는다. 열대국가에서 온 한 명으로 이루어진 선수단부터 시작해서 우승을 0.01초차로 놓친 아쉬움에 가득 찬 선수, 이곳에 와서 갑자기 충수돌기염을 앓고 수술한 뒤 경기에 참여한 선수, 또다시 챔피언을 이어간 팀들의 우정, 민족의 화해 등은 모두 감동적인 소식이다. 저마다 지닌 온갖 사연을 갖고 평창을 찾아와 자신의 찬란한 인생 한순간을 쏟아붓고 간다. 그리고 그 모든 사연은 같은 무게로 아름답다.

차민규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레이스를 마친 뒤 기록을 확인하며 만족해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오로지 금메달을 딴 사람들만 영광을 누리는 올림픽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 1등만 살아남는다는 한국에서의 통설은 이제 부끄러운 과거 자화상의 잔재로 사라져야 한다. 1등은 여러 등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그가 1등, 세계 최고라는 사실은 단지 잠시일 뿐이다. 선수들의 말처럼 기록은 언제나 깨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1등의 영광은 1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 추억, 팀워크, 우정, 그리고 만남 등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진실을 알지 못하는 피해의식을 가진 엄마는 ‘1등 아니면 죽는다! 우리 모두!’라고 협박하지만 그것은 상처의 흔적, 트라우마로 인해 왜곡된 어른의 인격, 파탄을 예고하는 흉터일 뿐이다. 4등, 4위도 1등보다 아름다울 수 있고 진정 그가 챔피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우승경험이 많은 선수를 인터뷰해온 스포츠 심리학자 매슈 사이드는 선수들이 맛보는 특별한 행복감은 단지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무엇인가를 끝까지 해내는 기쁨’에서 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잠시 기억해주는 것보다 더 오래가는 기억은 ‘내 자신의 몸과 영혼에 각인된, 나 자신이 스스로의 한계를 이겨냈다는 승리감’이라고 했다.

조정을 소재로 한 <안톤의 여름>이라는 청소년 소설에 대한 서평을 쓴 이에리사씨는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꼭 누군가를 경쟁에서 물리쳐,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모두가 챔피언이다”라고 했다.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을 이겨내고, 자신이 되고픈 새로운 자신을 창조하는 작업을 해냈다는 성취감, 이것이 인생의 큰 자산이다. 이런 심리적 상태에 도달하면 사실 타인과의 승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쉽게 지난번 올림픽에서 2위를 한 김연아와 이번 올림픽에서의 이상화 선수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린 것이 1등을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인생 중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시간들에 대한 눈물이었다고 한다.

정신분석가 마이클 아이건은 “성취는 때때로 성취자를 죽인다”고 했다. 단지 1등을 해야만 한다는 타인의 동기에 억눌려 1등을 성취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한 것이다. 그간 우리는 이런 안타까운 희생을 청소년, 청년들에게서 보아왔다.

여전히 한국에는 이유 없는 1등에 목을 매고, 또 1등을 한 뒤에는 허무와 공허감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자학과 거짓 자기로 만들어진 성공 안에 들어있는 것은 불행뿐이다. 행복은 그렇게 오지 않는다.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로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은 단지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도정에서 온다고 한 바 있다.

베일런트의 하버드 졸업생 종단연구를 포함해서 행복에 대해 연구하는 모든 학자들이 ‘나 홀로 1등’ ‘나 홀로 부자’가 행복하기보다는 ‘다 함께 친구’ ‘모두와 함께’가 더 행복하다고 하는 소리를 우리는 주의 깊게 잘 들어야 한다. 잘났지만, 외롭고 불행한 병적 자기애의 사회에서 평범하고 겸손한 사람들의 사소한 사회가 더 행복하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시장의 사회적 우정 패러다임은 행복 전환의 중요한 제기이다.

우정이 넘치는 평등한 사회가 싸가지 없는 불평등한 사회보다 행복하다. 재벌회사 사장님 김씨도 동네에서는 아저씨이고, 그 회사원 이씨도 동네에서는 그냥 아저씨이다.

<김현수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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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은 ‘역사적’인 의미를 획득할 것인가. 폐회식까지는 며칠 더 남아있기 때문에 이 ‘역사적’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한정적인 수사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일말의 기대를 걸고 싶다. 특정 국가 올림픽을 통하여 그 이전과 이후를 완전히 가르는 새 지평을 연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그래도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이나 2012년의 런던 올림픽은 세계가 일본과 영국을 어떤 식으로든 달리 보게 만든 사건으로 기록된다.

우리의 기억도 선명하다. 88서울 올림픽과 2002 월드컵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규모 이벤트를 치르기 전과 후로 한국 사회를 일정하게 판별해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중산층 문화의 형성과 새로운 세대의 활기찬 등장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평창 올림픽도 그러한 분기점으로 기억될 것인가. 숱한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9일 이후 수많은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과 그 이상의 사람들이 열렬히 터트린 함성의 무게를 직관적으로 판단하건대 88이나 2002만큼은 아니어도 2018이라는 숫자 역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세계적인 잔치를 어렵사리 잘 마무리했다는 판단을 서둘러 내리기보다는 좀 더 냉정하게 이번 올림픽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집합적인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요컨대 이번 올림픽이 정치적으로 악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 말이다. 사실 나는 이 질문을, 올림픽 개막 전, 어느 외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받은 적 있다. 그 기자는, 남북 단일팀 및 북측 응원단의 참가 등에 대한 국내 일부 여론을 거론하면서, 순수한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단호히 반대했다. 도구적 차원의 기술 수단으로서 정치라면 그런 면이 있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더 절박하다고 말했다. 소설가 한강은 지난해 추석 연휴 때 ‘뉴욕타임스’에 우리의 상황을 기고한 바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험하고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도 우리가 평온한 듯 고요하게 일상을 유지하지만 그러나 “이러한 고요는 전쟁의 공포를 극복해서가 아니라 수십년 동안 축적된 긴장과 공포가 우리 안에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렇게 고요한 긴장, 그러나 속으로 멍들어가는 팽팽한 불안 속에서 올림픽이 개막되었으니 한번쯤은 그 긴장을 풀고 ‘평화’를 외치는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그 유명한 나치 올림픽이나, 전범 국가가 패전 희생자 코스프레하는 도쿄 올림픽이나 강력한 군사력과 극단적 이념 대결을 펼친 모스크바와 LA 올림픽, 대국굴기 중화주의의 베이징 올림픽과 차르 푸틴의 대유라시아 퍼포먼스인 소치 올림픽과 비교할 때, 일단 잠시라도 군사적 긴장을 늦추고 대화를 해보자는 이번 올림픽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일단 북·미 간 군사 행동을 쌍중단하고, 여러 채널을 가동하여 올림픽 이후에도 긴장보다는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것은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거의 절박한 몸부림이다. 한 사회의 복합적인 갈등을 헤아리지 않고, ‘순수한 스포츠’라는 기계로 납작하게 눌러서,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 또는 악용한다는 의견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을 이롭게 한다고? 그런 의견도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일관되게 보여준 일방통행식 행동을 보면 그러한 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단일팀을 비롯한 거의 모든 대화와 협상이 불발에 그쳤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연일 극우 언론이나 일부 고약한 인터넷 여론은 긴장과 파국을 노래하고 북한도 때마침 그들의 건군절에 미사일 열병식을 위협적으로 치르고 미국 또한 이른바 ‘코피 터트리기’ 전술을 당장이라도 벌이겠다는 식으로 사태가 전개되었을 경우를 상상해보자.

아니 이것은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몇 해 동안 늘 겪은 일상이다. 그 일상화된 긴장, 내면화된 대립,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벌어져도 응당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었냐며 체념할 수밖에 없던 상태에서 올림픽 개회식을 치렀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최민정의 시원한 질주나 이상화의 눈물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침 설날 아침에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땄는데, 만약 동북아를 둘러싼 모든 군사적 언어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중이었다면 설날의 금메달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 어딘가에는 실질적인 공포와 불안의 냉기가 일렁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올림픽 이후, 동북아 상황은 예전처럼 돌아갈 거라고 한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지만 설령 그 가능성이 높다 해서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단일팀 같은 이벤트 한두 번으로 평화가 오겠냐고 한다. 당연히, 한두 번의 스포츠 이벤트로 무슨 평화가 오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위하여 동북아의 정치, 군사, 외교의 모든 채널이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돌아간다.

수면 아래의 수많은 채널이 가동된 결과 지난 18일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북핵 해결을 외교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포츠에 내재된 힘이 어떤 변화된 감수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스포츠에 내재된 미와 힘이 수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일들이 신중하게, 그러나 중단 없이 시도되어 훗날 북한 선수단이 내려오는 게 단신 뉴스가 될 만큼 자연스러워지기를 나는 상상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때의 우리 일상은 긴장 속의 안정이 아니라 진실로 평화로운 안정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하여 다시 강조하건대, 이번 올림픽은 ‘평양올림픽’이 아니며 ‘종북올림픽’이 아니다. ‘종남올림픽’이며 ‘평화올림픽’이다. 진실로 그렇게 될 경우 2018평창 올림픽은 88서울 올림픽이나 2002 월드컵 이상의 역사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정윤수 |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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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추운 이번 겨울 국민들의 몸과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역할도 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올림픽 개막 직전 극적으로 북한의 참여가 성사돼 남북 단일팀도 구성됐고, 북한의 실세가 특사로 내려오기도 했다.

14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응원을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30년 전 서울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릴 때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통일운동이 있었다. 당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민주주의의 숨통이 트였던 직후다. 남북학생회담을 추진하던 학생들은 뜨거운 여름 판문점으로 가는 길목인 홍제동 대로의 아스팔트 위에 드러누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고, 지랄탄(다연발 최루탄) 가스를 한 양동이씩 마셨다. 1960년 4·19혁명 직후에도 학생들이 나서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를 외치며 통일운동을 벌였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정치적 격변기 후엔 통일 바람이 불었다. 한국 사회 모순의 근원이 분단과 남북 대결에 있다 보니 사회변혁기에는 여지없이 최종 목표가 통일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통일을 향한 외침은 매번 좌절됐다. 1988년 통일운동은 전두환 정권을 이어받은 노태우 정권의 탄압으로, 1960년 통일운동은 5·16 군사쿠데타로 뿌리가 뽑혔다.

지금 불고 있는 남북 간의 훈풍도 통일을 일거에 앞당길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무엇보다 과거와 달라진 양상이 눈에 밟힌다. 북한이라면 질색을 하면서도 그 북한의 존재를 이용해 잇속을 챙겨온 극우보수진영이 통일로 가는 길에 저항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2030 젊은 세대들도 가담하고 있다. 과거에는 통일운동을 펼쳤던 세대다.

독재 체제가 대를 이어가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북한 정권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감이라는 분석 등 여러 해석들이 나온다. 막상 통일이 현실화되면 정치·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꺼릴 것이지만 그저 학습된 대로 통일을 외치는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솔직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하긴 30년 전 홍제동 대로에 드러누웠던 우리들 중 여전히 통일을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일부 젊은층의 주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침소봉대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9년간 보수정권에서의 잘못된 통일 교육 때문이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 거론되는 모범답안 중 상당부분은 이제 점차 빛이 바래고 있다. 갈라진 한민족은 하나가 돼야 한다지만 분단이 70년을 넘어서면서 이제는 민족의식도 희미해지고 있다.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지만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보편적 이유가 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자원과 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제발전을 이루고 강대국이 될 기회가 된다고 하지만 막대한 통일 비용을 감안하면 회의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남북의 분단과 대결로 우리가 치르고 있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라도 통일에 대한 희망은 접을 수 없다. 그동안 많은 조작된 공안사건과 이로 인해 조성된 공안정국, 색깔론을 악용한 낙인찍기 등은 우리 사회를 분열과 후진성에 머물게 해 왔다. 이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밀양 화재참사와 남북 대화를 연계시키거나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매도하는 행태 등이다.

남북분단의 비용은 젊은 세대에게 더 혹독하다. 병역의무가 대표적이다. 군 입대를 논산훈련소가 아닌 전방 사단의 신병교육대로 했었다. 우리 신교대 동기들은 6주간의 고된 훈련을 마치고 사단의 각 부대에 배치됐다. 그러나 120명 남짓한 동기 중 2명은 제대를 하지 못했다. 한 명은 이등병 시절 철책 근무 투입을 준비하다 화장실에서 수류탄을 깠고, 다른 한 명은 순찰 중 장마로 흘러내려온 지뢰를 밟았다. 당시는 이 정도 사고가 뉴스도 되지 않던 시절이다. 그들이 죽는 날에도 그냥 서부전선은 이상 없었을 뿐이다. 신교대 동기들, 아니 그 시절 군대에 갔던 누구라도 이들처럼 될 수 있었다. 산술적 확률로 60분의 1이다. 지금의 군 사정은 그때보다 나아졌겠지만 언제든지 생명의 위험에 직면해야 하는 근본적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또한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없다면 매년 40조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복지나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폭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남북이 화해하고 전쟁의 위험을 줄여 통일로 나아가는 것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절실한 거다. 북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이 땅에서 더 오래 살아갈 세대를 위해서.

<김준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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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5일 지면기사-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선수들이 단일팀을 이뤄 출전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이 14일 일본전을 끝으로 예선리그를 마무리지었다. 앞으로 5~8위 결정전 2경기가 더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기만으로도 잘해냈다고 손뼉 쳐줄 만하다. 국가 간 실력차가 큰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세계 3~4부 리그에 머물고 있는 남북한 선수들은 스위스와 스웨덴 등 세계 톱클래스팀과도 용기있게 싸웠고, 일본전에서는 역사적인 골까지 넣었다.

이번 단일팀은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종 결정(1월20일)과 북한 선수 12명의 합류(25일) 등 일사천리로 단일팀이 구성되자 20~30대를 중심으로 한 국내 여론은 싸늘해졌다. 북한 선수들을 다 차려낸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찾아온 불청객쯤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이 같은 부정적인 기류를 알고 있던 북측 선수들도 세라 머리 단일팀 감독과 남측 선수단의 눈치를 몹시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머리 감독이 ‘원팀’을 강조하면서 차별 없이 합동훈련을 하고, 따로따로 설치했던 라커룸도 함께 쓰도록 했다. 양측의 임원들은 밖으로 내보냈다. 서로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남북 선수들 역시 서로 생일잔치를 해주며 스스럼없이 대했다. 선수들끼리 경포대 해변을 거닐고, 카페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흉금을 털어놓았다. 남북한 코치들은 3쪽짜리 아이스하키 용어집을 만들어 소통했다. 혹여 선수단 화합분위기를 저해하는 요소가 돌출되면 앞다퉈 한목소리로 지켜주었다. 머리 감독의 말마따나 선수들을 끈적끈적하게 결합하는 ‘팀본딩’을 이룬 것이다. 남북한 응원단도 힘을 보탰다. 우려 속에 출발한 단일팀이 단 20여일 만에 이룩해낸 작은 통일이다. 외신들도 스위스·스웨덴 등 강호와 맞선 단일팀에 ‘경기는 졌지만 평화가 이겼다’는 평가를 내렸다. 안젤라 루기에로 IOC 위원(미국)은 “단일팀 선수들은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까지 했다. 한국 갤럽 조사에서 단일팀 구성에 40% 대 50%로 부정적이던 여론도 경향신문의 설특집 여론조사 결과 긍정적(56.8% 대 38.7%)으로 바뀌었다. 타의로 만들어진 단일팀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한데 모은 ‘선수들의 단일팀’이 된 덕분이다.

하지만 이번 단일팀은 1991년 지바 탁구선수권대회 때의 단일팀이 46일간이나 한솥밥을 먹고도 일회성으로 끝나버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당시 현정화 선수는 ‘이 기분 뭐지.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지’ 하는 허탈한 감정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남북 간 상황은 그때보다 열악하다. 더 이상 단일팀 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남북 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경평축구 재개’를 이야기했다니 무척 고무적이다. 아이스하키의 경우도 남북한 정기합동훈련이나 교류전 등으로 모처럼 조성된 단일팀 분위기를 살릴 필요가 있다. 한 자매처럼 지냈다가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하는 감정적 단절을 더 이상 선수들에게 안겨줘서는 안된다. 스포츠가 정치와 무관할 수 없는 현실에서 돌발변수의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핑퐁외교가 중국과 미국 관계를 풀어줬듯이 남북 스포츠 교류 역시 한반도 긴장을 녹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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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지난 4일 스웨덴과의 연습경기 때 합심 협력해서 잘 싸웠다. 남북이 함께해야 할 이유도 증명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단일팀 구성을 두고 서로 다른 세계관과 정의관으로 무장한 세대들이 맞부딪치는 듯한 전례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문명의 충돌 같았다. 많은 성찰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토론하지 못했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보자.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천신만고 끝에 평화올림픽을 개최하게 됐을 때 우리에게는 오직 하나의 정의만 있다고 믿었다. 바로 남북이 하나 되어 경기를 치름으로써 화해하고 전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앞에 던져진 질문들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국가의 단일팀 요구는 선수들이 오랜 시간 땀으로 일구어 낸 기회를 가로채는 부당한 권력 행사인가? 단일팀 구성이 무산되고, 이 냉기류가 평창 올림픽 북한 참여 열기를 식혀 평화회복에 난관을 조성한다고 해보자. 평창 이후 북·미가 군사적 대결을 할지 모른다. 공동체가 파괴되면 평창 올림픽이 다 무슨 소용인가?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성취와 행복을 유보하는 게 타당한 것 같다.

그렇지만 가능성 낮아 보이는 전쟁이 설득과 동의 없는 단일팀을 강제할 정당한 근거가 되는가라는 질문에도 우리는 답을 해야 한다. 평화도 정의지만,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의 출전도 정의다. 두 개의 정의 가운데 무엇이 우선인가?

☞ ‘이대근의 단언컨대’ 팟캐스트 듣기

한국 사회는 지질학적 시간이 다른 단층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2030과 기성세대라는 두 지각이 단층면에서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기성세대의 눈에 2030은 작은 일에만 분노할 뿐, 공동체의 운명에는 무관심한 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이기주의자로 비친다. 2030의 눈에 기성세대는 평화 위협, 통일 문제의 책임을 2030에게 전가하는 무능한 집단이자 절차적 정의의 섬세함을 모르는 무감각한 존재로 보인다. 정말 두 세대는 다른 세계관과 정의관을 갖고 있을까?

‘2017 남북 통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분석한 통일연구원 박주화 박사는 2030이 기성세대에 비해 통일 필요성을 덜 느끼는 배경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통일을 무조건 긍정해야 하는 의무감을 학습한 기성세대와 달리 2030은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을 위해 희생할 의사가 있느냐는, 비교적 속마음을 드러내야 하는 질문에는 세대 차이가 없었다. 실현 불가능한 통일을 원하는 기성세대의 위선이 세대 차이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민족 동질성 인식에서도 세대 차이가 없었다. 2030이 단일팀에는 비판적이었지만 그걸 두고 2030만을 나무라는 것도 일방적인 측면이 있다.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10년간 남북 단절만 경험한 2030에게는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단일팀에 대한 긍정적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 연례 조사에서도 통일 필요성 의견이 지난 10년간 10% 줄었다. 특정 시기 세대별 비교를 하면 2030이 다른 세대에 비해 감소폭이 다소 크기는 하지만 연도별 비교를 하면 모든 세대에서 하락한다. 통일에 대해 ‘항상 적극적인 기성세대’와 ‘언제나 소극적인 2030’의 극적인 대립은 허구다. 기성세대는 평화의 대의를, 2030은 절차적 정의를 우선시하는 가치의 평행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와 공정성에 관한 다른 관점들은 세대별로 나뉘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가슴에 공존한다. 사람들은 평화 때문에 개인이 불이익을 당하는 걸 원하지도 않고, 개인의 이익 때문에 평화가 깨지는 걸 바라지도 않는다. 통일에 대한 열정과 냉정은 특정 세대의 고유한 정서가 아니다. 세대별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한 사람의 가슴속에서 밀고 당기는 자리 잡기 경쟁을 하며 공생하는 하나의 마음 상태, 우리 내면의 풍경이다.

정의는 하나가 아니다. 그러므로 정의와 정의는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전체로 수렴되어야 한다. 평화와 나의 삶도 빈틈없이 연결되고 선순환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를 안고 있는 2030이 단일팀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평화의 진전이 나의 삶을 개선시키는 정도와 발을 맞추지 못할 경우 2030이 하나의 사회 집단으로 결집해 세대 갈등, 나아가 계층 갈등까지 촉발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나라에는 평화가 찾아오는데 나에게는 평화가 오지 않는 지체 현상이 심화되면 나의 정의가 너의 불의가 되고, 나의 평화가 너의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때 우리 안의 잠재된 양면성은 사회 밖으로 집단 표출될 것이다. 이것이 단일팀 논쟁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이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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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시종일관 스피디하고 격렬한 몸싸움이 전개되는 ‘긴박한 재미’에 빨려들었다. 올림픽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펼치는 첫 경기, 그 현장이 그랬다.

사실 아이스하키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출전 선수가 몇 명인지도 몰랐다. 외국 영화에서 본 게 전부였다.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 “아주 재미있다”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때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라고 권했다. 정 회장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그동안의 방침을 바꿔 한국 남녀 대표팀에 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주는 결단을 내리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정 회장은 아이스하키가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단일팀 구성 논란이 우리 사회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래저래 경기를 직접 보고 싶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여자 단일팀의 평가전이 펼쳐진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을 이틀 연속 찾은 이유이다.

단일팀의 평가전 상대는 세계랭킹 5위의 스웨덴이었다. 파워·스피드·테크닉 모든 면에서 한 수 위였다. 그러나 단일팀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관중들은 단일팀이 초반 2골을 연속 내주자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하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주장 박종아가 멋지게 첫 골을 성공시키자 3000여명의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 박수로 감격의 순간을 함께했다.

비록 경기는 1-3으로 패했지만, 2~3피리어드를 무실점으로 버티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경기 후 전문가와 언론의 반응도 남북 선수가 첫 합동훈련으로 손발을 맞춘 지 일주일밖에 안된 점을 감안하면, 경기력과 팀워크가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세라 머리 감독도 “북한 선수들이 우리 시스템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면서 “지난해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는 압도적으로 밀린 경기를 했지만, 오늘은 괜찮았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가장 신선하게 느꼈던 장면은 아이스하키는 출전 엔트리 전원이 2~3분 간격으로 무제한으로 선수를 교체한다는 점이었다. 체력 소모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대개 주전 선수가 경기를 풀로 뛰는 축구·농구·배구 등 다른 종목과 크게 다른 점이었다. 단일팀 구성으로 한국 선수의 출전 시간이 다소 줄겠지만, 평창 올림픽 본선에서 최소 5경기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선수가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언론 보도가 맞다고 생각되었다. 남과 북의 젊은 선수들이 첫 만남부터 보여준 훈훈함과 ‘원팀(One team)’이 되기 위한 노력들도 경기장에 그대로 묻어났다.

공정성 논란으로 상처를 입은 선수들을 생각해서라도 단일팀이 꼭 성공적인 결말을 맺었으면 한다. 다행히 단일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고조되면서 국내 첫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이 창단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이는 선수들의 오랜 꿈이자 ‘절실함’ 그 자체다. 단일팀이 성공해야 올림픽 이후 창단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단일팀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불참, 러시아 선수들의 개별적 참가로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취재 열기도 엄청나다. 지난 4일 단일팀 평가전은 만원 관중을 넘어 통로까지 서 있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하루 전날 열린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보다 훨씬 큰 열기를 뿜어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구성은 한반도의 불안감을 완화시키고, 올림픽 기간만큼은 안심해도 된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내는 등대와도 같다. 또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하고 한국 경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손실을 보는 것을 막아주는 경제적 이득으로도 연결된다. 단기적으로는 평창 올림픽의 흥행과 성공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는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핵 문제 해결과 북방 경제의 활로를 뚫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보수와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우리는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구성을 공들여 추진해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군 출신이 주도한 보수정권이었지만, ‘남북 분산 개최’라는 파격적인 안까지 북한에 제시하기도 했다. 남북 단일팀은 30년 전의 그 이유와 지금의 이유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평창 올림픽 아이스하키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단일팀의 선전을 기대한다.

<임종인 | 변호사·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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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다. 역대 대회 중 참가 국가와 메달의 수가 가장 많고, 200만명 이상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만큼 국격이 높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경기종목은 얼음 위의 빙상(氷上) 경기와 눈 위에서 치르는 설상(雪上) 경기, 그리고 트랙 위에서 미끄러지는 슬라이딩 경기로 나눠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53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그 전부가 빙상경기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굴스키의 최재우 선수와 스노보드의 이상호,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와 같은 유망주가 있어 전망이 밝다.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최다빈 선수의 활약도 기대된다.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려면 최상의 설질(雪質)과 빙질(氷質)을 유지하는 게 필수다. 이상적인 설상경기장은 자연설과 인공설을 3 대 7의 비율로 섞어야 하는데, 그 작업에는 엄청난 장비와 노력이 들어간다.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의 경우 120대의 제설기와 16대의 중장비가 밤낮없이 동원됐다. 아마 사용될 전력량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빙상경기는 종목마다 요구되는 빙질이 다르다. 한국의 메달 텃밭인 ‘쇼트트랙’ 경기장은 빙판 두께 3㎝, 영하 7도 이하가 최적의 환경이다. 김연아 선수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최적의 얼음 두께는 5㎝다. 경기장에 물을 한 번 뿌려 얼리면 0.2㎜라고 하니까, 어림잡아 이 작업을 250번은 반복한다는 말이다.

가장 예민한 종목은 ‘컬링’인데, 경기장 실내온도를 12도, 얼음온도를 영하 4도로 유지해야 한다. 전기가 없다면,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일일이 다 맞추고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찰나를 기록하고 승부를 판독하는 데에도 최첨단장비가 필요하다. 수많은 조명과 카메라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고, 전 세계 스포츠팬들은 모바일과 TV로 그 광경을 생생하게 시청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전기’다. 이뿐 아니라, 선수들의 숙식과 안전을 보장하고, 관람객들에게 세심한 편의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에도 전기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필자가 몸담은 한국전력은 지난 3년간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전력설비 인프라 구축사업을 잘 마무리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중전원 상시 공급체계도 구축했다. 한전이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건,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의 많은 부분이 바로 전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국제 대회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묵묵하게 해왔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최고의 동계올림픽으로 손꼽을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을 때다.

<김시호 | 한국전력공사 사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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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17일 고위급 실무회담을 열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 규모를 확정했다. 남북은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데 합의했다. 북측은 회담에서 패럴림픽에도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알려왔다. 이로써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한 협의가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17일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남북 고위급회담-실무접촉-고위급 실무회담의 숨가쁜 일정을 진행하면서 평창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한 계획을 마련한 셈이다.

문제는 남쪽 내부다. 냉전 보수세력의 트집 잡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한반도기 사용에서부터 남북 단일팀 구성, 예술단 공연, 북한 선수단 체류비용 부담 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한국의 정체성을 이유로 한반도기 사용을 문제 삼고, 예술단 공연을 두고는 북한의 체제 선전장이 될 수 있다고 선동하고 있다. 하나같이 사실과 다르거나 냉전시대의 대결논리를 따르는 것들이다. 예컨대 한반도기는 국제체육행사에서 10차례 넘게 사용돼 남북화해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평창 올림픽에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살려줄 것이다. 특히 남북이 공동입장하는 데 모두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나 다름없다. 북한 예술단의 남한 내 공연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과거 경험을 활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

보수세력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단절됐던 남북교류와 관계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핵 대화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정말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어깃장을 놓는 대신 환영하고 협력하는 게 맞는 행동일 것이다. 그런데 보수세력은 한반도 평화의 행사를 대결과 반목의 무대로 만들려 하고 있다.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 반평화, 반통일 집단을 넘어 북핵 해결 반대 집단으로 기록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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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강원 철원 지역과 인접한 경기 포천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남과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번지던 AI가 수도권 지역으로 북상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에 있는 산란계 농가의 시료를 채취해 정밀조사한 결과 고병원성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전남(영암·고흥·나주) 7곳과 전북(고창·정읍) 2곳 등 오리농장 9곳에서 나온 AI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다. 올겨울 들어 산란계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전국 모든 농장의 계란 반출을 주 2회로 제한하고, AI 발생지역의 가금류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신주 사용도 검토키로 했다.

닭은 오리보다 AI 바이러스에 취약한 데다 전염력도 강하다. 게다가 경기 포천 지역 산란계 농장을 출입했던 축산 차량이 경기 남부와 강원 원주·횡성, 세종시, 전북과 충남 지역의 농가 44곳을 드나든 것으로 확인돼 AI가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포천 지역은 전국 최대의 닭 산지여서 AI가 확산되면 ‘계란 대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AI가 전국을 휩쓸어 가금류 3800만마리가 살처분됐고, 계란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제적 피해 규모는 1조원을 넘었다.

무엇보다 경기 포천 지역은 강원 철원군과 인접해 있는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과도 멀지 않다. 포천과 달리 철원에는 대규모 사육단지가 없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겨울 철새나 축산 차량 등에 의해 AI가 강원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선수와 취재진, 관광객 등 40여만명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올림픽이 열리면 AI 확산 방지에 효과적인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럴 때 AI가 창궐하면 대회 진행에 차질을 빚어 올림픽 개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라도 AI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축산 농가들도 출입자 이동 제한과 축사 소독 등 필요한 조처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AI 방역망이 뚫리면 재앙 수준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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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이제 10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스에서 채화된 평화와 화합의 상징, 올림픽 성화가 11월1일 우리 땅에 도착한다. 성화 봉송의 슬로건인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처럼 101일 동안 전국 2018㎞를 순회하며 우리 모두를 빛나게 할 올림픽의 불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동서 대립과 갈등을 허무는 ‘벽을 넘어서’의 비전을 실현했다면 3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동북아 지역 올림픽 릴레이의 시발점이 된다. 평창에서 시작된 올림픽의 아시아 시대가 2020년 도쿄와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박지성이 24일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를 첫 번째 주자인 그리스 크로스컨트리 대표 아포스톨로스 앙겔리스로부터 전달받은 뒤 밝은 표정으로 봉송하고 있다. 올림피아 _ AFP연합뉴스

3번의 도전 끝에 대회 유치에 성공한 만큼 평창 올림픽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크다. 일부 국가에서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왜곡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다수 국가에서 정상 참석을 알려오는 등 평창 올림픽에 대한 국제사회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성공적인 대회 준비와 운영을 위한 우리의 어깨가 무겁다.

올림픽의 핵심 가치는 평화와 화합이다. 이를 위해 2년마다 올림픽 개최 전년도에 유엔에서는 휴전 결의안이 채택되는데, 올림픽 기간 전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금년에도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11월13일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채택될 예정이다. 올림픽 기간만큼은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서로를 향한 총구를 내려놓고 인류애의 가치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 나아가 그간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남북 스포츠 교류가 성사된 만큼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남북이 함께하는 가슴 벅찬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스포츠는 국력, 특히 소프트파워의 상징이자 중요한 외교자산이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연아 선수나 박지성 선수가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높이고 있는지는 우리 모두 공감하는 일이다. ‘지성 팍’ ‘유나 킴’을 외치는 해외 팬들의 한국 사랑은 스포츠에서 시작되어 우리의 언어와 문화, 나아가 한국 방문으로 이어진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는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국가(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 미국  등 7개국) 명단에 오르게 된다. 월드컵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이미 개최한 우리로서는 스포츠 분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인의 축제로서 성공적인 평창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40명의 홍보대사가 활동하고 있지만 가장 큰 힘이 되는 홍보대사는 바로 우리 국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국민 모두 한마음으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응원하자. 내년 2월,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평창에서 어쩌면 일생에 한 번뿐인 올림픽 관람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모 TV 방송 예능 프로 평창편에 소개된 봅슬레이와 아이스하키는 물론, 우리에게 인기있는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루지와 바이애슬론 등 15개 종목을 즐길 수 있다. 나아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3월9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되는 패럴림픽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다. 우리와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진정한 축제의 장은 장애와 비장애, 차별과 편견을 초월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8년 2월9일 평창에서 펼쳐질 환희와 감동, 열정의 무대를 시작으로 금번 올림픽의 비전인 새 지평(new horizon)이 열리기를 고대한다.

<조현 | 외교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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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문 중 하나가 교통이다. 왜냐하면, 대회기간 중에 일시적으로 관람객이 증가할 것이고, 설 연휴 일정과 올림픽 일정이 중복되기에, 교통량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수단과 관계자 그리고 관광객 수송차량들까지 집중되어 교통 혼잡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림픽이 개최되는 강릉, 평창, 정선은 주요도시에서 접근할 수 있는 도로망이 단순하고 지역 내의 도로망마저 협소하여 집중되는 교통수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교통수요의 분산 및 교통량 평준화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도 나름대로 대중교통 수송수단의 보완은 물론이고 테러 등의 공격에 대비하여 선수단 전용도로를 선정하여 일반 차량의 통행을 규제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대규모 행사 속의 교통이라는 분야가 워낙 예측불허라 걱정이 크다. 또한 겨울철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과 제설작업 부문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중앙정부의 수송대책은 1988년도에 치른 하계올림픽 수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걱정된다. 하계올림픽은 주로 대도시에서 열리지만, 동계올림픽은 산에 눈이 있어야 하니, 중소도시에서 개최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개최를 기반으로 할 때에나 가능한 인천공항을 평창 동계올림픽 주공항으로 설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문제라는 얘기다. 경기는 어차피 평창 부근과 강릉에서 열리는데, 이 두 지역과 가장 가까운 공항을 잡는 게 순리가 아닌가? 양양공항과 원주공항의 활용방안을 무시한 채, 인천공항을 주된 입국지점으로 정했다는 것은 결국 강원권 교통 혼잡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 탓에 피해는 결국 지역 주민이 떠안게 되었다. 대회기간 중에 강릉 등의 개최 도시에는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주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즉 국가적 행사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고 주차질서를 지키는 선진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중앙정부는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계속 불편하게 만들고 있어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강릉 KTX의 출발역을 서울 상봉역으로 한다는 발표가 있었기에 반대 여론이 들끓은 적이 있다. 청량리역 대신 상봉역을 서울~강릉 KTX의 출발역으로 변경하면 40분 이상이 더 소요되기에, 운행 시간을 단축하고 열차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직선으로 철도를 건설한 당초 계획이 원인 무효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서울~강릉 고속철도의 요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이어 올림픽 후에는 KTX가 준고속열차로 대체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지역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의 비협조도 논란의 대상이다. KTX 강릉역을 건설함에 있어 거점역이 아닌 간이역 수준으로 설계하고 시내버스 정류장이나 환승센터를 제대로 배치하지 않았기에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또한 역사 입구 교차로 교통 분석도 정밀하게 하지 않아, 올림픽 기간 중에 주변 회전교차로의 혼잡을 야기하여 주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택시 공급도 부족하다. 강릉과 평창의 택시 부제를 모두 풀어준다고 해도, 일시에 몰려드는 택시수요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에 대한 시설이 인도는 물론이고 대중교통 수단에도 선진국 수준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참에 저상버스와 장애인 특별 교통수단도 확충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라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는다면, 얼마든지 철저한 교통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본다. 도로, 철도, 공항이 삼위일체가 되어 안전과 질서를 보여주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선진 교통문화를 통해, 세계만방에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좋은 이미지를 전해주는 멋진 올림픽이 되었으면 한다.

<홍창의 | 가톨릭관동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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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촛불이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살리고 있다. 매일 드러나는 어처구니없는 국정농단은 분노를 넘어선 지 오래며, 그동안 궁금했던 국가사업의 파행 이유도 설명해 주고 있다. 동계올림픽 준비과정에 대한 궁금증도 이제야 대략 풀려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권유한 도시 간 국내 시설을 활용한 분산 개최, 일본과 북한의 동계시설 연계와 공동 개최를 통한 세계적 주목의 기회 등 그동안 진행되던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지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작업과 함께 동계올림픽을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지역의 재생, 재개발뿐만 아니라 도시가 세계적으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 이후 방문하는 관광객은 두 배로 증가했다(나고야학원대학 종합연구소, 2012). 평창을 비롯한 강원도 역시 이번을 계기로 세계에 강원도 관광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지방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에 개최지 세 곳인 평창·강릉·정선을 포함시켜 지원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인 피겨여왕 김연아(왼쪽에서 세번째)가 9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G-1년 기념행사에서 성화봉을 성화주자 유니폼을 입은 상대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날 처음 공개된 성화봉은 전통 백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유려한 라인에 눈과 얼음을 상징하는 흰색을 사용했다. 손잡이에는 사람들이 손을 맞잡은 디자인 패턴을 활용해 전 세계인들이 성화봉송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의미도 함축했다. 강릉 _ 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을 계기로 강원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오히려 서울의 역할이 중요하다. 2000년 시드니가 올림픽을 개최할 때 수도인 캔버라는 ACT 2000 위원회를 구성해 올림픽을 지원하고 관광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계 마케팅을 추진했다. 제2영동고속도로와 고속열차 신설은 강원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것이다. 특히 서울 청량리∼평창 진부역은 58분 정도로 단축되면서, 서울은 동계올림픽의 배후도시가 될 것이다. 배후도시는 국제화된 관광 매력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올림픽 개최도시를 공간적·기능적·개방적 차원에서 지지·지원함으로써 올림픽 선수단, 관계자 및 관광객의 관광 욕구를 보완해줄 수 있는 도시를 의미한다. 배후도시로서 서울은 두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먼저, 플랫폼 역할로서 관광객과 시민에게 올림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방문하도록 붐업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올림픽 관광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공동 마케팅을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미리 보는 올림픽 미니-베뉴(mini-venue) 조성과 동계스포츠 체험 이벤트 및 서울축제를 연계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서울로 7017(서울역고가 보행로) 등을 활용한 관광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올림픽 관광지도와 정보 제공, 서울패스에 대한 올림픽 관람자 할인혜택 등 실질적인 정책도 시행해야 한다.

두 번째는 관광의 개방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장벽 없는 관광의 선진화를 위해 인증제도, 숙박, 정보 제공, 저상버스 등을 확대하고,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관광’을 위해 인프라와 문화를 혁신시켜야 한다. 해외 청소년과 소외계층의 올림픽 경기 관람을 지원하면서 서울 관광을 연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해외 장애인과 청소년에게 장애인증과 청소년증을 발급해 주차와 입장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1년여 남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어떻게 치러내고, 목표로 했던 성과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가 과제이다. 강원도의 이벤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벤트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간 관계와 연계가 중요하다. 특히 서울은 메가 배후도시로서 올림픽을 지원해야 한다. 협력과 연계 관광정책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관광성과를 적극 견인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훈 |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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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환경단체 로 구성된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어제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과 직무유기를 한 혐의라고 한다. 고위 공직자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묻고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와 낭비적 시설 건립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제기한 공익소송으로 그 의미를 평가할 만하다.

현직인 최 지사와 김진선 전 지사에 대한 고발 이유는 강원도의 행정 책임자로서 알펜시아 리조트, 가리왕산 중봉 활강스키경기장, 횡계리 올림픽 개·폐회식장 등의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 국가와 지방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를 발생시킨 것이라고 한다.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주선 의원과 위원인 염동열 의원은 평창올림픽 지원 법령을 개악해 재정손실을 입혔다는 게 고발 이유다. 또 문대성 의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1국가 1도시 개최 원칙을 폐기한 ‘아젠다 2020’ 논의 과정을 정부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통보하고 분산 개최 논의를 앞장서서 이끌어야 할 직무상 책임을 저버렸다고 해서 고발당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삼성 공식 후원 협약식’에서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장(왼쪽)과 박상진 삼성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협약 체결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_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이 대규모 환경파괴와 막대한 재정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은 그동안 시민·환경단체 등이 줄기차게 지적했던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강원도, 평창조직위 등은 이들의 목소리에는 한사코 귀를 막고 예산낭비와 환경파괴를 자초하는 방식을 밀어붙이고 있다. 고작 며칠의 경기를 위해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500년 원시림을 베어내는 일까지 버젓이 감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패와 후유증이 뻔히 예상되는 정책이나 사업을 밀어붙인 공직자는 그 결과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번 소송이 법령 개악을 주도하고 분산 개최 논의나 노력을 회피한 공직자의 법적 책임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규모 스포츠행사 유치와 그에 따른 무리한 시설 건립이 정치적 치적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 나아가서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도 늦지 않다. 의지가 있고 엄중한 상황임을 안다면 말이다. 정치적 무리나 정책 판단 잘못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분산 개최 등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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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일본 지역 경제연구소는 올림픽에 1조5000억엔을 투자하면 2조3000억엔의 경제효과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림픽 후 나가노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고 시설은 텅 빈 채 막대한 유지비만 잡아먹고 있다. 17년이 지난 지금 나가노에 남은 것은 1조7600억엔의 빚과 훼손된 자연이다. 주민들은 복지 축소와 공공요금 인상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앞으로 재정이 나아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일본 시민단체 ‘올림픽이 필요 없는 사람들 네트워크’ 대표 에자와 마사오(江澤正雄)가 전하는 나가노의 실상이다.

나가노 동계올림픽 예산 전문가로서 올림픽 유치활동 교부금 반환소송의 원고 대표로 활동하는 에자와의 경험담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강원도와 정부가 뼈아픈 충고로 받아들일 만하다. 65조원의 경제효과 운운하며 환경 파괴와 사후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뚜렷한 해법 없이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는 모습이 나가노의 사례를 뺨치기 때문이다. 나가노는 올림픽 유치 당시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로 계획했다가 실제로는 평창처럼 대부분 시설을 새로 지으면서 재정 적자와 환경 훼손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를테면 이즈나 고원에 1996년에 완공한 루지·봅슬레이 경기장은 공사비가 애초 책정한 액수의 3배가 들었고 올림픽 후에도 유지비용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냉각장치를 가동하는 데 하루 전기료가 100만~200만엔, 겨울 시즌 3개월 유지비만 3억엔이 든다고 한다.

9일 오후 강원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G-3년, 미리 가 보는 평창’ 행사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조양호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왼쪽부터)이 봅슬레이 체험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평창의 경우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이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1100억원을 들여 500년 된 원시림을 베어내고 경기장을 만들어 3일 경기를 한 뒤 다시 1000억원을 들여 복원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무모하기 짝이 없다. 에자와도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공사를 멈추고 자연을 복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경기장 건설을 백지화하고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시민·환경단체의 줄기찬 요구이기도 하다. 계획 변경에 따른 피해보상비와 지금까지 벌목된 수목을 복원하는 매몰비용을 따지더라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올림픽 후유증에 시달리는 나가노의 사례를 평창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스노보드와 스키 프리스타일 경기장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정선 하이원리조트로 변경해 예산 절감을 시도한 것이 그 시작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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