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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04 [정동칼럼]‘귀신 들린 외교’ 멈춰야 한다

‘박근혜 게이트’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초반에 대북접촉 누설이나 드레스덴 선언의 사전유출 등이 조금 부각됐고, 최근에 사드를 포함한 무기구매 개입에 대한 정황 기사가 나오지만 국내 정치농단에 비하면 외교에 끼친 악영향 논란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외교에 끼친 해악이 훨씬 심각하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 사회과학자로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를 분석해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많았다. 대중에게는 내치는 못해도 외교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최악이었다. 남북관계는 극단의 단절 상태며, 북의 핵무기 고도화에도 제재만 고집하며 전쟁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급변하는 동북아에서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났다. 위안부 문제 합의, 전작권 반환 연기,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가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최악의 결정들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이 한국 외교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원인들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시스템 붕괴와 1인 독점 의사결정 구조의 폐해, 즉 외교안보 정책은 국방부·통일부 장관은 물론이고 외교안보수석과도 의논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먼저 거론됐다. 또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과 종북몰이를 통해 국내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즉 외교를 국내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런 설명들은 그래도 아직은 객관성의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결정이 특히 그랬다. 장관을 포함한 통일부 내부의 신중론이 전격 폐쇄로 갑자기 변경됐고, 입주기업에 겨우 3시간 전에 통보됐다. 더 이상한 것은 사드 배치 결정이었다. 발표 직전에 외교부 장관은 바지를 수선하러 가고, 국방부 장관은 발표 5일 전 국회 답변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었다. 주무장관을 배제시킨 독단적 결정일 뿐 아니라 논리적 해석이 불가능한 충동적인 행위였다. 돌아보면 대일외교에 단호함과 단절을 유지하다 뜬금없이 굴욕적인 위안부 문제 합의를 한 것이나, 중국 전승절에 다녀와 놓고 다음달 미국에서 의미 없는 방문이었다고 평가절하한 것도 충동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최순실에 의한 주술적 국정농단이라는 변수를 대입하면 비로소 퍼즐이 맞아떨어진다. 이 때문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과 최순실의 연결, 록히드마틴사 최고경영자(CEO)와 최순실의 비밀접촉설은 F-35A 구입과 사드 배치에 대해 훨씬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을 추적했던 모 일간지 기자는 당시 필자에게 정윤회를 파고들다 발견한 진짜 실세는 최순실이었다고 했던 적이 있다. 올 초에는 월악산의 통일예언이라는 기괴한 얘기까지 들렸다. 30년 전에 풍수지리에 능한 고승이 한국에 여자 임금이 나오고, 그리고 3~4년 있다가 통일이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2015년 3년차에 통일대박을 발표하고 북한붕괴 맹신이 시작된 이유라고 했다.

진짜 문제는 필자의 사회과학자로서의 무력도 아니고, 과거에 대한 퍼즐 맞추기도 아니다. 정말 시급한 것은 그들이 농단해온 외교참사가 가져올 엄청난 결과를 대비하고, 남은 임기 동안 더욱 나락으로 몰고 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귀신 들린 한국 외교는 모든 주요 결정을 다음 정부 때까지 멈춰야 한다. 내치는 맡기고, 외교만 한다고? 국가를 망칠 외교는 더더욱 못하게 해야 한다.

사드 배치 강행과 미사일방어(MD) 관련 추가 무기구입 시도도 정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강행을 막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전위대가 되고, 일본의 관할 아래 들어가게 될 것이다. 주변국은 한국의 통치력 상실을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 갔다. 2008년 쇠고기 촛불집회 때는 줄지어 선 차벽들이 무력감을 주었다면, 이번에는 차벽 너머로 푸른 기와가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다는 생각까지 이르니 학자로서 자괴감이 느껴졌지만,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들과 그들을 이끌 진정한 지도자들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는 없다는 생각은 더 선명해졌다. 혼란의 와중에서 여당이나 기득권을 비호해온 언론들이 분노에 편승해 갑자기 피해자와 심판자의 탈을 쓰면서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꼬리 자르기로 동종권력을 재창출하려는 음모를 획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노와 손가락질에 참여한다고 해서 그들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번에는 결단코 보여줘야 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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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