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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2 너무 쉽게 내뱉는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을 거야”

“그 사람은 분명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일 거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대화를 나누기에 피곤하고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일단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다. 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심지어 자신을 공주나 왕자, 혹은 영웅의 자리에 위치시키며 떠들어댄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슬슬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진다. 공주(왕자)나 영웅을 들먹이는 것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감의 다른 표현이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향하여 너무 쉽게 말을 뱉어대곤 한다.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거야”라고.


그처럼 성장과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는 핵심에는 ‘그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한 가족’에 대한 비난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 순간 부모님 중 한 분이 계시지 않아서 한쪽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지 않았을까?”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것처럼 여겨지는, 양부모 가족에서 성장한 사람의 성격이 가장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사람도 반드시 자기성찰의 과정을 거쳐야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 한부모 가족에서 성장한 사람은 부모의 부재 자체보다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상처받았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한부모 가족은 경제적 곤궁을 겪을 수 있지만 가족관계에 흐르는 기본적인 특성은 ‘평화’이다. 반면에 핵가족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안정을 가질 수는 있지만 가족관계에 흐르는 특성은 ‘갈등과 폭력’이다.


부모 사이의 관계에 내재되어 있는 성 역할, 성별 권력관계를 일상적으로 목격하며 성장한 사람은 어머니의 희생, 양보에 따른 분노에 더 많이 노출된다. 남성성에 자리잡고 있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침묵(silence), (여성의 요구에 대한) 무관심(indifference), 버럭 내는 화(anger)에 대해서는 모순되게도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매력을 느끼고 어머니를 향한 비난에 친숙해지기도 한다. 남녀 간 갈등의 극적인 표현인 부부 폭력도 핵가족에서만 발생한다.


단언하건대, 우리 모두는 어떠한 형태의 가족에서 성장하였든 가족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고 성장하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은 가족 안에서 성장과정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일들을 경험한다. 인격적 성숙도는 그러한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자기성찰의 도구로 삼느냐에 달려 있다. 부모님과 함께 성장하였다는 자부심만으로 “그 사람은 분명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일 거야”라고 타인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이제 자신의 성장과정을 아프게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4차원 공주(왕자)도 가족이라는 왕궁 속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왕비의 아픔을 이해하고 인간의 세상으로 하강하기를.



조주은 | 국회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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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